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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더시니어클래스
작가 : 백작부인
작품등록일 : 2018.6.24

꿈 속의 생생한 장면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시킨 작품입니다. 독자분들과 함께 살아남을 마지막 생존자는 누가 될 것인지 추리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카운트다운
작성일 : 18-06-24 17:23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3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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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3. 선의

 

  역시나 에단과 1호는 내가 고민할 동안 홀연히 사라져 있었다. 내가 너무하다고 생각한다면 굳이 응원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내가 살기를 바란다면 너 또한 나를 섣불리 비난하지 못할 거야. 친구들을 뒤로한 채 나선 직후부터 나 자신이 다른 자아로 휘감긴 듯 한 느낌이 든다.

 

 “ 헤일리 선수, 모셔드리겠습니다. 가시죠. ”

 

  불쑥 튀어나온 또 다른 프랑켄슈타인에 심장이 두 개로 나뉘어 하마터면 신장이 될 뻔 했다. 2호는 1호와 다르게 쳐진 눈 때문인 건지 꽤 선해보였다. 그래도 덩치가 커서 갈색 수트의 이음새 부분이 뜯어질까 간이 재봉틀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잿빛의 포켓치프 옆에 가지런히 꽂아져 있던 몽블랑 만년필을 꺼내들더니 차트에 무언가를 체크하고 있다.

 

 - 9분, 양호함 -

 

 “ 9분? 저기 아까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기재하는 거야? ”

 

  파랗고 거대한 손으로 작은 만년필을 다시 주머니에 꽂아 넣으면서 자신의 그림자를 밟던 나를 내려다보고는 이마에 주름이 생길 정도로 눈을 크게 뜨면서 고개를 천천히 오른쪽으로 돌리며 다가왔다.

 

 “ 모든 것이 경쟁입니다. 선수님의 건승을 빕니다. 늘 주변을 주시하시고 숙지하세요. ”

 

  그러더니 손으로 앞의 엘리베이터에 타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1성급 호텔에서나 받을 대우를 프랑켄슈타인들에게 그것도 조촐하고 볼품없는 건물에서 받고 있다니 내가 특수학교에 진학한 것만큼 모순적이다. 올라올 때에도 타고 온 이 엘리베이터는 빅토리아같은 선수도 불편하지 않게 사방이 뻥 뚫려있어 도르래가 어떤 모양새인지까지도 알 수 있다. 수동접이식이라 2호가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고 듬직하게 펜스 앞에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꼿꼿이 섰다. 1800년대에 지어진 건물을 대회 때문에 사용하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또 경쟁이니 뭐니 훈수만 둘 것 같아서 이내 포기한다.

 

 덜커덩!

 

  구식 엘리베이터가 요란하게 도착했음을 알린다. 처음 보았던 백작이 번쩍이는 이를 드러내며 두 손의 깍지를 마주어 끼며 간단하게 인사를 전한다.

 

 “ 정말 가지가지로 하는 구나. 숙박비는 받을 대로 다 받아놓고 무료 행사로 초대해도 이런 곳은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졸업하기도 전에 생을 마감할 지도 몰라. ”

 

  저 백작이 건물의 주인임에 확신이 들어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먼저 와 있던 에단과 뒤따라 온 나를 안내해주었다.

 

 “ 우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선수분들의 시간을 빼앗을 수가 없군요. 3명이 참여해야하는데 2명이라니. 두 분은 실격처리가 되지 않도록 힘써주세요. 소개가 늦었습니다. 이번 대회 G 숙소를 담당하고 있는 블라드 백작이라고 합니다. 허름한 건물을 선택하셨다는 것에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거라 예상이 됩니다. ”

 

  그 반대겠지. 담당자라고 해도 제법 그럴 듯한 말을 하는 것이 장사꾼으로서의 도리가 아닐까싶은데. 그나저나 아까 바이킹이 있던 문이 아니네? 우리가 잘못 들어온 것인가. 천장 정가운데에 달려있는 샹들리에와 대천사 미카엘이 지금 당장이라도 내려올 것 같은 회소들이 좀 전의 경고 문구 하나 붙어있던 방을 의심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그랜드 홀과 이어져있는 커다란 문 앞에 섰다.

 

 “ May the grace of God be with you. ”

 

  너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신이나 타령할 것이 아니라 지옥에나 가라고 해야하는 친구들이 계속해서 우리에게 전도사마냥 대하는 것이 괴이하지 않니? 저들부터가 나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 같은데 언니가 작정하고 나를 이런 식으로 대하는 구나. 다 알고 있었겠지. 어차피 가능성 없을 싸움 일찍이 나가떨어지라는 뭐 그런 거 있잖아.

 

 “ 헤일리. 너는 나올 줄 알았다. 로건 그 자식이 온갖 착한 척은 다하는데 사람은 영악해야 최후의 승자가 된다고. 듣자하니 언니가 수석이라고 하던데 그나마 이용가치가 있는데 ”

 

  에단따위한테 이런 소리나 들으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로건이 열등한 자신의 조건 때문인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우리 중 가장 머리를 쓸 줄 아는 놈인 걸 알기 때문에 믿은 거지. 너네같은 애들이 꼭 그렇게 남을 무시나 하다가 축제의 팡파르로 전락하는 거야.

 

 “ 나 이겨보려고 머리 굴리지말고 앞이나 봐. ”

 

  우리가 애초에 입구라고 생각했던 곳과는 전혀 다르게 이곳을 표현하자면 광활하다. 롤러코스터가 올가미처럼 지나가는 철로 밑에 인도어 골프연습장에서 굴러다니는 골프공처럼 빼곡하게 선수들이 위로 향하고 있다.

 

 “ 자, 단 3분을 남기고 마지막 선수들이 모였네요. 3분... 여러분 모두 팀당 최대 세명으로 모였을 겁니다. 경고 문구를 보시고 벌써 선수 한 명이 도태되는 게임이 진행되었네요. 그 이유가 참으로 궁금하실 겁니다. ”

 

  거미줄에서 아등바등 사려고 발악하는 파리처럼 붙어있는 선수들을 보다가 교장 선생님의 말씀에 흠칫 놀라 고개를 드니 그는 그물망 위의 롤러코스터에서 대회 차트관리자들과 함께 공식 개최 선언을 시작했다. 동시에 저 너머 멀리 보이는 대형 스크린에도 생중계되고 있는 듯 했다.

 

 “ 이유야 뻔합니다. 더 이상 도어락은 필요 없게 되어버렸거든요. 내부에서 숨겨진 메시지를 풀어야만 열리게 설정되었습니다. 조장만 안다는 것이 불공평하지 않습니까? 아마 지금 선수분들이 매몰차게 두고 와버린 선수들은 억울하게 남거나 스스로 남길 원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중 단 한 팀만이 조장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그 팀은 가산점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역시나. 고기를 주면 물어야하는 것이 당연할 터. 인센티브를 이런 쪽에서도 주었단 걸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나를 꿰뚫어보는 듯 기분 나쁘게 느껴지는 교장 선생님의 시선이 거두어지고 가장 앞쪽에 서있던 세 명을 주시한다.

 

 “ 마지막 팀들 중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는 것은 15분 안에 가장 빨리 나왔음을 뜻하죠. 또한 A 숙소면 꽤나 거액의 돈을 지불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준 조장의 팀원들은 더욱 열심히 임해야겠지요. 또 다른 소식이 있네요. ”

 

  우리 팀 배치를 전담했던 안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그녀가 교장 선생님께 다가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전해주었다.

 

 “ 오, 이런. 이렇게 이례적인 일이 일어나다니. 초반부터 매번 기대가 되는 선수가 등장하긴 하는 군요. ”

 

  모여있던 선수들의 웅성대는 소리가 대형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덮어버렸다. 대단한 선수의 등장은 누구를 가릴 것 없이 견제해야 됨을 알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니까.

 

 “ G 숙소의 한 팀은 전원이 참여하네요. ”

 

  전원이? 도대체 어떤 선수들이 경고문을 무시하고 당당하게 나온 것이지?

 

 “ 조장이 아닌 일개 최악의 명단에 등재되어 있는 선수군요. 훌륭해요. 방법은 그들만의 것이니 개최자로서 비밀을 보장하겠습니다. 이 팀은 어디에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첫 번째 난관인 이곳을 지나기만 하시면 무조건 최고점을 주도록 하지요. 그럴 일은 없겠다만. ”

 

  어째서 실패할 거라고 단정을 지어버리고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건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G 숙소라면 우리가 예약한 곳에서 벌어진 일인데 다른 곳보다 열악할 지라도 역대 수석들도 예상하지 못하게 빠져나왔음은 분명하다.

 

 “ 헤....헤일리... ”

 

  에단이 벌써부터 걱정이 들었는지 말을 더듬는 모습을 보이다니. 무식하게 강한 면 뒤에 두려움이 흔들림 없이 자리 잡고 있는 듯 하다.

 

 “ 너무 걱정하지마요. 아까의 그 기세는 어디로 간 거죠? 악마가 영혼을 잡아먹은 줄 알았는데 ”

 

 “ 당연히 우리가 와서 그런 건 아닐까? 비겁한 겁쟁이들 ”

 

  예상했겠지만 날카롭게 날이 선 빅토리아의 목소리다. 그녀는 로건의 부축을 받으며 안대를 낀 오른쪽 눈을 어루만진다. 나도 로건의 비상함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 짧은 시간 안에 빠져나올 생각을 하다니 민망하고 부끄러움이 몰려와서 고개를 숙였다.

 

 “ 마침 전 팀들의 첫 단계 카운트다운이 끝났네요. 방법은 앞서 보셨겠지만 먼저 도착하는 팀에게 유리하게 점수가 매겨집니다. 또한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하면 다음 단계에서 평균치 이상을 받아야지만 박탈되지 않습니다. 그럼 기대가 큰 만큼 마지막 팀들의 행운을 빕니다. ”

 

 탕!

 

  마침내 시작을 알리는 빨간색 신호탄이 발사되었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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