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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더시니어클래스
작가 : 백작부인
작품등록일 : 2018.6.24

꿈 속의 생생한 장면을 토대로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시킨 작품입니다. 독자분들과 함께 살아남을 마지막 생존자는 누가 될 것인지 추리해보는 즐거운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격투의 시작
작성일 : 18-06-24 09:02     조회 : 383     추천 : 0     분량 : 5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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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배치

 

 “ 얼마나 중요한 체육 대회인 지 잘 알죠? ”

 

 “ 네! ”

 

 빌어먹을. 준비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 아차! 너네는 아무것도 모르는 구나.

 

 알려줄게. 우리 학교에 대해서

 

 “ 내일 우리가 마주하게 될 모든 것은 외부에 발설하는 그 즉시 수용소로 끌려가게 된다. ”

 

  우선 저 삐쩍 마르면서 중후하신 분은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지. 우린 따로 담임 선생님같은 게 존재하지 않아. 굉장히 유별난 학교거든.

 잔인하기로 소문난 예비군,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 지난 체육 대회 수석, 금방 쓰러질 것 같은 환자 등등

 

 “ 헤일리! 넌 당연히 림보겠지? ”

 

  우리 학교는 역대 수석들이 차트를 관리하고 체육 대회를 관리하게 된다. 물론, 하기 싫으면 안 해도 되지만 각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올리려면 경험해 본 자가 담당해야 하는 건 의심 못할 일이다. 키가 유독 작아서 유년기에 성장이 멈춘 것 같은 저 아이는 안. 리듬체조 부문에서의 합산 점수가 수석이었다고 하는 점은 영 의심스럽다. 나를 연체동물인 것처럼 대하는 안이 싫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뻣뻣해 보여서 그렇다. 정수리까지 머리카락을 올려 단단히 묶어놓은 스타일은 조그만 몸집에 퍽 어울려 남자 후배들이 한 번이라도 풀어보려 손을 대지만 항상 가지고 다니는 리본으로 금세 쳐낸다. 팔다리가 길어서 더욱 반응이 빨라 보이긴 하네.

 

 “ 에단 오빠는 창 던지기. ”

 

 “ 어차피 마음대로 할 거 왜 알려주는 거냐? ”

 

 “ 할 줄 아는 게 있어야 킥. ”

 

  안이 곧바로 눈을 찢어 비웃는다. 저 표정은 분위기를 금방 차갑게 만드는 묘한 능력을 가진다.

 

  소문으로만 예비군이지, 어디서 주워온 듯한 군복은 어느 소속인 지 아무도 모른다. 전대미문의 것인가 아니면 관심 받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인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으스스한 기분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무언가 격정적으로 잘못을 저지르고 싶어하는 눈치다. 울그락 불그락한 근육이 매일 화를 내고 있으며 늘 한두달 씻지 않은 고약한 냄새가 난다.

 

 “ 난 아무거나. ”

 

  키가 2m는 되어 보이는 운동선수 빅토리아다. 이름대로 수상 경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학교에 굳이 오게 된 이유는 수석 자리를 얻고 싶어서, 사고를 쳐서 둘 중 하나이다. 뭐 어느 것이든 정상적인 아이는 아니라는 소리지. 누가 보아도 유력한 수석 후보다. 모든 종목에서 남들보다 경험이 많고 심지어 가리지않고 다 잘한다는 것이.

 

  우리 말고도 수천명 학생의 모든 종목별 선수 배치는 끝이 났다. 더욱 우스꽝스러운 것은 매년 개최지가 변하는데 올해는 놀이공원이란다. 숙소는 편성된 각 조의 조장이 떠맡아서 예약해야 한다. 누설 금지의 법칙은 나에게 적용되지 않아. 너는 그만큼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니까.

 

  우리 조는 누구냐고? 당연히 나, 에단, 빅토리아 그리고 학교 최악의 명단 중 한 명인 로건.

 최악의 명단은 또 뭐냐고? 제일 희망없는 아이들이라고 할 수 있지. 왜소함을 떠나 허약함이 온 몸을 감싸고 있거나 지적 능력이 최하이거나.

 

 “ 헤일리, 언니가 숙소 예약을 대신 해줬다. 짐은 거실 소파 위에 올려놨으니 캐리어에 싸놓고 얼른 자렴. ”

 

  언니는 우리 학교 졸업을 한 지 3년이 되었다. 내가 가장 중요한 것을 말을 안 했구나. 졸업 조건은 오로지 하나. 체육대회 수석 (수천명 중 오직 한 명만이 졸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는 것이다.)

 

 [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읽어줘

 

 [1105호 도어락 비밀번호 24058*]

 

  감이 좋지 않다. 11층이라니 5층도 이동 제약이 큰데. 아무래도 언니가 나를 방해하는 게 틀림없다. 졸업을 하라는 건지 마라는 건지. 학교 규율 상, 언니는 나에게 예전 대회의 방식이나 장소 따위를 일체 알려주지 못했다. 가족도 예외 없이 알려선 안 된다나 뭐라나. 딱히 궁금하지도 않지만 그건 내일이 돼봐야 알겠지.

 

 -

 

 02. 이상한 호텔

 

  학교 학생들이 모여 들어야 하는데 우리 조만 덩그러니 입구에 있는 것만 같았다. ‘이그스쿨 학생 여러분들의 졸업을 기원합니다.’ 라고 적혀있는 현수막은 여러 번 재활용한 것 같이 볼품 없었다.

  에단을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이 지금 이 장소에서 느껴진다. 아직 열리지도 않은 철제 정문을 에단이 앞장서서 열려는 동시에 귀가 찢어질 듯한 마찰음이 들린다.

 

 끼기긱

 

 “ 여기 확실한 거 맞아? 아니. 체육대회는 늘 엄청난 곳에서 진행된다는 소문이 있던데. 다들 이런 장소를 생각한 거 아니잖아. 그렇게 확신하고 들어가도 되려나? ”

 

  조원들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일제히 나를 쳐다본다. 너한테 묻고 싶은 걸 왜 경쟁자들한테 묻고 있었지. 참 바보같이.

 

 “ 그런데 헤일리, 너가 조장이라며? 숙소는 근사한 곳으로 정했겠지? ”

 

 “ 에단. 지금 다 으스러져가는 놀이공원에서 그런 숙소가 어디 있겠냐? 머리는 장식으로 들고 다니니? ”

 

  로건은 굉장하다. 자기 몸집의 10배는 되어 보이는 에단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 수 있다니. 에단이 답을 하지 않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꽤 화가 난 듯해 보이지 않니?

 

 “ 친언니가 예약해주셨어요. 정문에서 1분 거리라고 들었는데 지도를 잠깐 볼게요. ”

 

  주머니에서 어제 인쇄해온 지도를 꺼내어 들어 8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지도를 봤다가 오른쪽 건물로 일제히 옮겨졌다.

 

 “ 설마 여기냐? ”

 

  어린 아이들이 탈 듯이 크기가 매우 작은 바이킹이 운행되고 있는데, 입구를 막고 있어서 움직일 때를 틈 타 들어가야 하는 건물이 우리의 숙소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구린 곳이다. 바이킹에서는 듣기싫은 잡음과 섞인 음악이 흘러나오며 앞부분에는 얼굴이 흉측하고 일그러진 고블린상이 붙어있다.

 

 “ 잘못 들어가다간 바이킹에 찔려 죽겠는데? ”

 

 “ 하긴. 너네는 팔 다리가 기니까 나보다 불리하겠어~ ”

 

  에단과 로건이 또 서로를 보며 으르렁 거린다. 나와 빅토리아는 그 둘을 지나쳐 이미 입구 왼편에 섰다.

 

 “ 들어간다. 하나 둘 셋 ! ”

 

  출입구도 만만치 않게 뻣뻣하여 자칫하면 정말로 생을 마감할 뻔 했다. 빅토리아가 힘껏 밀어줘서 그나마 사람이 들어갈 정도로 열린 정도다. 하지만 에단이 들어오기에는 아무래도 무리가 있지 싶어, 미리 둘이서 문틀에 발을 지탱하고 등으로 문틈을 벌렸다.

 

 “ 싸우지 말고 어서 들어오기나 해! ”

 

  출입구는 유연한 나, 키가 커서 삐쩍 마른 빅토리아, 체구가 호빗 부럽지않은 로건은 환영한 듯 하였으나 에단에게는 아닌 것 같다.

 

 “ 어후. 무슨 냄새야. ”

 

  계단으로 내리막 길인데, 너무 비좁아서 벽면의 시멘트 냄새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널빤지로 된 계단의 냄새가 섞여 코를 찔러댄다. 전구도 여러 개 나가 있어서 출입구에서 멀어질수록 어둑어둑하다. 다 내려와 보니 와인색 목재로 이루어진 벽지, 천장, 바닥이 싸구려 술집에 온 느낌을 물씬 준다.

 

 “ 천장이 너무 낮은 거 아니야? ”

 

  이번에는 빅토리아가 불평을 늘어놓았다. 걸어 다니면서 목을 많이 꺾고 있는 빅토리아가 퍽이나 웃겨서 로건과 눈이 마주치자 웃은 건 비밀로 해야겠다. 그 웃음도 잠시, 믿기지 않는 형상을 보았다. 어디선가 친숙하면서도 실제로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괴물 프랑켄슈타인을 알지 모르겠다. 여러 명의 프랑켄슈타인이 차트를 들고 다니며 호텔 물건의 여기저기를 검수하고 있다. 저건 또 뭐야? 브램 스토커가 쓴 드라큘라에 나오는 백작?

 

 “ 어서 오십시오. 이그스쿨 학생 여러분, 배정받으신 호실은 1105호 맞습니까? ”

 

  수상하다. 이 백작은 연고도 없을 웬 프랑켄슈타인들을 지휘하며 예약자 이름도 말한 적이 없는데 호실을 바로 맞추다니.

 

 “ 야. 꼴에 락도 걸려있는데? ”

 

  사실 뭐 출입 카드를 주면 되겠지만 방마다 도어락이 있는 것은 일반 호텔과는 다른 것 같은데 이것도 어쩌면 대회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아니 내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많이 긴장을 했나. 조장한테만 유리한 점을 주는 걸지도 모르니까 일단 조원들에게는 알리지 않는 것이 좋겠다.

 

 [띠리릭]

 

 “ 굳이 왜 가리고 치는 거야? ”

 

 “ 사전 조장 모임에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부득이하게 너네한테 알려줄 수가 없을 것 같아. ”

 

 “ 그래 뭐. 패널티 받으면 우리만 손해니까. ”

 

  그건 그렇고 기분 나쁘게 백작 옆에 있던 1호 (프랑켄슈타인이 너무 많으니 이렇게 부르겠다.)는 왜 따라 들어오려고 하는 거지?

 

 “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장롱도 없고 이불도 없고, 침대도 없고, 심지어 화장실도 없는데? ”

 

  정말 말 그대로 원룸이다. 달랑 방 하나의 장소만 제공해준다는 소리다.

 

 “ 학생 여러분 정확히 15분 뒤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 공식 개최 선언이 있습니다. 그 전에 이 방에서 나가셔야 합니다. ”

 

  물론 15초만에 나갈 수도 있는데 경고를 하듯 전달해주는 1호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 헤일리, 너도 이거 알고 있었어? ”

 

  로건이 인상을 찌푸리며 가리키는 곳에는 큼지막한 경고문이 있었다.

 

 - 선수 한 명은 무조건 대기하고 있을 것 -

 

  너도 직감적으로 알겠지만 네 명 중 한 명은 체육대회에 일정 시간 참여를 못 하게 만든 것 같아.

 

 “ 뭐하는 짓이야! ”

 

 “ 미안. 내가 워낙 철저하다 보니 가장 경계해야 할 사람은 너같아서. ”

 

  빅토리아가 스트레칭 로프를 꺼내들고 에단의 머리를 가격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녀의 살벌한 태도는 벌써 대회가 시작한 듯 했다. 에단이 곧바로 군복 주머니에 있던 맥가이버칼을 꺼내더니 그녀의 눈을 찔렀다. 그녀도 운동선수이지만 평소에 강도 높은 단련을 많이 했던 에단의 뛰어난 공격은 막아내지 못한다. 예상이 가겠지만 이건 체육이 아니다. 이건 살인도 일어날 법한 엄청난 살벌함이다. 오른쪽 눈을 잡으며 쓰러진 후 길다란 다리를 빠르게 휘젓는다.

 

 “ 에단! 이게 무슨 짓이야. 호신용을 같은 경쟁자한테 쓰는 게 말이 돼? ”

 

 “ 니가 그래서 최악의 명단인 거야. 학교에서 왜 이걸 호신용으로 허가를 내려줬는 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나 본데. 우린 졸업을 위해 어떤 짓이든 해야 살아 남아. ”

 

  로건이 쓰러진 빅토리아를 부둥켜 안으며 1호에게 지켜보지만 말고 메디컬 오피스에 데려가달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에단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와 로건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 빅토리아는 나를 같은 조원이 아닌 경쟁자로 이미 낙인을 찍고 있었어. 그래서 난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준 것일 뿐이고, 너네도 사실은 좋잖아? 쟤를 놓고 가야 우리가 선수로 참여할 수 있어. 7분 남았는데 어떻게 할래? 난 먼저 간다. ”

 

  1호는 에단을 따라 밖으로 가버린다. 아주 냉랭하게도 말이다.

 

 “ 로건, 어쩔 수 없어. ”

 

 “ 헤일리 너까지 그럴 수 있어? 미친 짓이야. 빅토리아의 눈이 찔렸다고! 안되겠어. 어디라도 알리러 가야해. 아까 그 백작을 만나야 되겠어. ”

 

  자신의 눈을 감싸고 있는 빅토리아의 손에 피가 흥건히 흘러내렸다. 로건은 자신의 가방에서 선수복을 꺼내서 팔부분을 입으로 찢어내어 빅토리아의 눈을 감싸주었다. 더 이상은 못 보겠다.

 

 “ 헤일리!!!!!! ”

 

  로건따위는 무시하고 방을 나와 버렸다. 너는 비밀번호도 모르니 나가봤자 그녀를 도와줄 수 없어. 에단의 말은 틀린 점이 하나도 없다. 왜 이 체육대회가 국가적 기밀사항인지 나름대로 상상은 했지만 역시나 졸업의 기회를 여러 번 줄 리가 없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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