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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도깨비 건물주
작가 : 유완
작품등록일 : 2016.9.8

지지리도 재물복 없는 초뻔뻔 빈대, '조경해'!

아무리 재수없는 사람이라도 기필코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도깨비 건물주 '도섭'을 만나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으니.....
이 남자, 아니, 이 도깨비, 너무 깐깐하다!

도깨비 건물주와의 돈 버는 동거 로맨스! 과연 시작할 수 있을까?

 
도깨비터 그리고 내기 (5)
작성일 : 16-09-12 03:42     조회 : 392     추천 : 0     분량 : 6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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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의 가치를 알고자하거든 가서 돈을 빌려보라. - 벤자민 프랭클린

 

 

 

 

 

 * * *

 

 

 

 

 

 

 “만약 그쪽이 가능하다에 걸었으면 어떻게 됐을까요?”

 “졌겠죠! 둘이서 짜고치는 고스톱이었으니까!”

 

 그녀가 도탐과 도섭을 번갈아 가리키며 화를 냈다. 도섭이 예민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정답이 아닌데요.”

 “정답이 뭔데!”

 “만약 가능하다에 걸었다면, 도깨비터인 것도 확인했고 입주도 가능하니 일석이조라는 거죠. 하지만 그쪽은 질까봐 겁을 먹은 거예요. 그렇죠? 1억이 쉬운 숫잔 아니니까.”

 “당연하죠! 어떤 사람이 겁을 안 먹......”

 “모순은 거기에 있어요. 만약 졌다고 해도 잃을 건 없었으니까.”

 “일 억 빚이라 했잖아요!”

 

 여전히 흥분해 소리 지르는 경해를 향해, 도섭이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잘 생각해봐요. 하루에 백만원도 못 번다면 여기가 정말 도깨비터일까요?”

 “......그건......”

 “도깨비터가 아니죠.”

 

 그가 자신만만하게 씩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렇담 ‘도깨비터를 두고 했던 내기’라는 전제 조건 자체가 성립이 안 되니 그거야 말로 내기 무효.”

 “그, 그럼......”

 “그런데 어떡해요? 여긴 정말 도깨비터고, 그쪽은 내기에서 졌네요.”

 

 그제야 모든 모순에 대해 이해한 경해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려갔다. 왜 아까는 몰랐을까? 모든 것은 건물주의 말 그대로였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찾을 수 있는 논리적 오류였는데! 그녀는 돈이 없는게 무서워서 정작 중요한 것은 보지 못한 셈이었다. 도섭은 여전히 그녀를 놀리는 듯한 웃음을 지으며 허리를 숙여 눈높이를 맞추곤 말했다.

 

 “좋은 사람만이 도깨비터의 재복을 누린대요. 좋은 사람은 아니신가봐요.”

 

 목소리만 들으면 흡사 다정한 조언처럼 들릴 잔인한 말이었다. 경해의 표정이 기절할 사람마냥 굳어져가는 것을 본 도섭은, 이러다가도 그녀가 또다시 난동을 피울까봐 짧게 목례를 하곤 휑하니 돌아섰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뒤에서 곧바로 여자의 떨리는 목소리가 날아왔다.

 

 “저기...... 저기요!”

 “이번에도 절 만지면 정말 가만 안......”

 

 도섭이 경고하려고 험악한 얼굴로 돌아선 순간이었다. 자신의 품 안으로 쓰러져 들어오는 무언가를 향해 반사적으로 팔을 뻗었다.

 

 “누나!”

 

 상황을 파악한 도탐이 놀라서 소리를 빽 질렀다. 어느새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는 경해가 도섭의 팔 안에서 잠들어버린 사람마냥 축 늘어져있었다.

 

 “이게 무슨......”

 “와, 대박! 형, 지금 사람을 안았어요? 지금 사람이랑 닿았냐고요! 이게 몇 십년 만이야!”

 

 도탐이 동네주민들을 모두 깨울 듯이 커다란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그 웃음소리 속에서 도섭은 경해를 밀쳐내지도 그렇다고 끌어안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서있었다. 그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이성이 끊어질 것처럼 짜증스레 변해갔다.

 

 *

 

 그렇게 시끄럽지도, 그렇다고 조용하지도 않은 새벽의 응급실에서 도섭은 한쪽 구석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잠시 후에 도탐이 수건과 소독용 에탄올을 사와서 내밀자 그는 황급히 수건을 적셔 자신의 팔을 닦으며 궁시렁거렸다.

 

 “오늘만 세 번 닿았어. 팔을 잘라버리고 싶어.”

 “안 그래도 저도 촬영해놨어요.”

 

 도탐이 핸드폰을 꺼내 찍어놓은 동영상을 보여주었다. 그 속에는 잔뜩 화난 표정으로 경해를 안고 병원에 들어서는 자신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더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카메라 밖의 진짜 도섭이 도탐을 노려봤다.

 

 “지워라.”

 “이것도 찍어놔야지. 몇 십 년 만에 인간과 닿고 예민해진 도섭이 형.”

 

 응급실 복도에 찰칵 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도섭이 포기했다는 듯이 팔 닦는데에만 집중하자 도탐이 선심쓰듯 말했다.

 

 “걱정마요. 인스타엔 안 올릴게요.”

 “인, 뭐?”

 “그런 게 있습니다, 영감님. 근데 오늘 웬일로 밖에 나와 있었어요?”

 “세입자 때문에.”

 

 그 세압자가 저기 응급실에 누워있는 인간이라고, 도섭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경해의 이름을 입에 담는건 그에겐 너무 끔찍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도탐에게는 도섭이 세입자를 받는다는 건 놀라운 소식이라 잔뜩 흥분해서 소리쳤다.

 

 “와! 형! 다시 사람 받으려구요? 언제 건물 내놨어요?”

 “제발로 왔어.”

 “엥? 그럴 리가요! 여길 어떻게 알고요?”

 “그러니까 분명 누군가 보낸 거지. 나한테 내기까지 하자고 했거든.”

 

 그리고 그 ‘누군가’가 누구일까. 도대체 무슨 목적일까? 도섭은 그게 궁금했지만, 도탐은 그런 이야기를 나눌만한 상대가 못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도탐은 그 ‘누군가’에 관심을 보이기보단, 다른 쪽에 더 관심을 보였다.

 

 “내기 하자 그랬다고요? 와. 우린 그런거 거절 못하지. 제대로 취저했네요.”

 “취저?”

 “취향저격이요.”

 “넌 어디서 그런 저급한 단어들을 배워와?”

 “형이 너무 구식인 건데요. 완전 영감탱 취향이잖아요. 맨날 옛날 거만 수집하고.”

 “도탐. 죽고 싶지?”

 “죽고 싶은 건 형이면서.”

 

 불쑥 치고 나오는 말에 도섭이 벙 쪄서 도탐을 쳐다보았다. 어느새 도탐은 이제껏 지은 표정 중 가장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 그거 물으러 온 거예요.”

 “뭐?”

 “형, 설마 그때 일 때문에 그래요? 이미 천오백년이나 지난 일인데......”

 “당연히 아니지.”

 

 도섭이 기겁하는 표정으로 단박에 부인하곤 무심한 표정으로 덧붙였다.

 

 “그거보다 좀 더 최근의 일이라면 몰라도.”

 “그게 뭔데요?”

 “말해줄 거 같아?”

 “아악, 진짜 관종이야!”

 

 오묘한 말을 내뱉어서 잔뜩 관심 받아놓곤,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오리발 내미는 관심종자! 그게 바로 형이다! 도탐은 그렇게 외치고 싶었으나,

 

 “관종은 또 뭐야?”

 “있어요. 딱 형 같은 사람들.”

 

 관종의 뜻을 알려주면 한 대 맞을 거 같아서 도탐은 재빨리 말꼬리를 돌렸다.

 

 “우리한텐 인간이 필요한 거 알죠?”

 “글쎄.”

 “그냥 그 누나 받아줘요. 그래야 형이 사는 거 알잖아요.”

 “아. 벌써 다 썼다.”

 

 도섭이 도탐의 말을 막듯이 소독용 에탄올 병을 신경질적으로 흔들었다. 더 이상 말하면 저 병이 자신의 얼굴로 날아올 것 같은 분위기에 도탐이 주눅 든 찰나, 응급실 간호사가 다가왔다.

 

 “보호자분이시죠?”

 

 미남발견! 심야 근무에 잔뜩 예민해있던 간호사가 도섭의 얼굴을 보자마자 말투가 상냥하게 변했다. 도섭이 상냥하게 웃으며 반박했다.

 

 “아닌데요.”

 “환자분 데려오시지 않았어요?”

 “쓰러진 사람 길거리에 두는 것보단 이렇게 데려오는 게 범사회적으로 더 아름다운 일인 거 같아 그렇게 한 것일 뿐인데요.”

 “어머. 진짜 착하신 분이시네요!”

 

 간호사가 호호호 웃으며 도섭을 치켜세워줬다. 옆에서 지켜보던 도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런 별난 말이 뭐가 좋다고 웃지? 역시 얼굴이면 다 되는 건가. 간호사는 여전히 상냥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럼 보호자분 연락처 모르세요?”

 “무슨 일인데요?”

 “들으면 신경쓰이실텐데......”

 “괜찮으니 말씀해보세요.”

 “그게...... 환자분이 도망치셨어요.”

 

 도섭은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도 않았다.

 

 “병원비라면 제가 내죠.”

 

 그가 흔쾌히 책임지겠다는 듯 답하며 일어나려는데.

 

 “그게 아니라 옆 베드의 환자분 핸드폰이랑 지갑까지 훔쳐갔어요! 경찰 곧 올 거예요.”

 

 간호사의 말에 방금 전 자신의 대답을 후회하고 말았다.

 

 “진짜 골 때리는 사람이네.”

 

 도섭의 입에서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

 

 경해는 몇 걸음 걷다가도 잠시 멈춰 서서 눈을 감아야만 했다. 자꾸 눈앞이 샛노래지는 탓이었다. 그러고보니 지난 세달간, 이틀에 하나씩 사먹는 컵라면으로 연명했었지. 진작 쓰러지지 않은게 용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 땐, 귀에 갖다대고 있던 핸드폰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여보세요?]

 “고모! 나......”

 [또 너야? 왜 나한테 전화질이야!]

 

 제대로 인사를 꺼내기도 전에 칠옥타브의 고음이 돌아왔다. 경해는 키득 거리며 다시 걷기 시작했다.

 

 “진정해. 이모부터 삼촌까지 다 훑고 마지막으로 고모한테 한 거니까.”

 [관심 없고. 끊을 거야.]

 “나 쓰러져서 병원왔다?”

 [뭐 어쩌라고?]

 “병원비도 없어서 도망치는데. 좀 도와주면 안 되나? 그래도 우리 핏줄이잖아.”

 [너 도와주다 나 망한게 한 두 번이야? 끊어!]

 

 고모는 더 이상 경해를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재다이얼을 해볼까 하다가 관뒀다. 이미 스팸 번호로 등록되었을 거다.

 

 “어떻게 도와준다는 사람이 한 명도 없냐. 조카가 쓰러졌다는데.”

 

 이미 이십년 동안 충분히 겪은 일이니 괜찮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된 게 매번 겪어도 섭섭함이 마음을 찔렀다. 경해는 잠시 씁쓸하게 웃곤 훔친 지갑에서 지폐를 꺼냈다. 오만원. 잘하면 한 달도 버틸 돈이었다. 빈 지갑과 사용한 핸드폰은 근처 벤치에 두었다.

 

 “훔쳐서 미안해요. 그쪽은 하루 일하면 5만원 벌겠지만 나는 아니라서. 대신 딱 돈만 가져갈게요. 나처럼 착한 도둑이 어딨어요?”

 

 경해는 주인 얼굴을 떠올리며 중얼거리곤 이제 제일 빨리 오는 버스를 잡아타고 이곳을 떠나자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가 뒤돌아섰을 땐 익숙한 두 사람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건물주 도섭과 그녀의 고민상담인이었던 도탐이었다.

 

 “와우. 안녕하세요. 또 만났네요?”

 

 병원에서 도망칠 때 잠시 도깨비터 건물주의 얼굴을 떠올리긴 했었지만,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지. 생각해보면 따라올 만도 했다. 이유는 딱 하나일테고.

 

 “병원비 때문이에요? 근데 내가 병원에 데려와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내가 내기엔 좀 억울하지. 돈 많은 그쪽이 좀 내줘요. 괜찮죠?”

 

 경해가 최대한 발랄하게 물었으나,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내려다보며 말은 도탐에게 건넸다.

 

 “도탐. 이 분 좀 붙잡아봐.”

 “엥? 제가요?”

 “내가 팔 잘랐음 좋겠어?”

 

 팔 자른다는 게 무슨 말이지? 그러나 도탐은 무슨 뜻인지 안다는 듯 재빨리 움직였다.

 

 “누나. 실례하겠습니당.”

 “어머. 돈 내기 싫으면 말로 해요. 뭐하는 거예요?”

 

 순식간에 도탐에게 붙잡힌 경해가 당황해서 도섭에게 물었지만, 그는 엉뚱한 곳으로 고갤 돌리고 외쳤다.

 

 “여기 없어진 물건이요!”

 

 그 말에 병원 쪽에서 간호사와 병원 경찰이 우르르 달려나왔다. 순간 경해는 머리가 지구 세 바퀴는 거꾸로 돌아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니까 이 건물주, 자신을 도난범으로 붙잡으러 나온 거였다.

 

 “알고보니 오지랖 넓은 타입이셨네?”

 

 경해의 비아냥에 도섭이 빙긋 웃으며 답했다.

 

 “정의감 넘치는 타입으로 해두죠.”

 

 그의 손이 벤치 위에 놓인 지갑과 핸드폰을 가리켰다. 경해는 도탐은 손을 뿌리치려 해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고, 할 수 있는 일은 도섭을 노려보는 것뿐이었다.

 

 ‘너 존나 마음에 안 든다?’

 

 경해는 그 뜻으로 두 눈을 이글거리며 도섭을 쏘아보았다. 그러자,

 

 ‘피차일반.’

 

 그의 눈빛이 그렇게 답해주고 있었다.

 

 *

 

 병원으로 끌려온 경해는 예상과 달리 다시 베드에 누워 수액을 맞게 되었다. 보호자석을 두고도 절대 앉지 않는 도섭이 팔짱을 끼고 선 채 경위를 말해주었다.

 

 “급히 연락할 데가 있는데 경황이 없어서 지갑과 핸드폰을 빌려간 거라고 해뒀어요. 믿지 않는 눈치지만, 어쨌든 물건은 돌려줬으니까.”

 “거짓말해달라고 부탁한적 없는데.”

 

 도대체 이 남자가 왜 날 도와주나 싶어 경해는 저도 모르게 방어적으로 되었다. 그 뜻을 읽은 도섭이 피식 웃었다.

 

 “내 신념을 따른 거니까. 고맙다곤 안 해도 돼요.”

 “그쪽 신념이 뭔데요?”

 “항상 무엇이 더 대의적으로 아름다운 일인지 생각하죠.”

 

 그가 친절한 웃음을 꾸며내며 대답했다. 경해가 비아냥거렸다.

 

 “그러니까 도덕적 결벽증 환자군요.”

 “도덕적 결벽증 환자?”

 “근데 왜 사기꾼이 되셨을까?”

 “사기꾼?”

 

 충격 받은 건물주의 목소리가 한층 더 높아지자 경해도 지지 않고 소리쳤다.

 

 “날 속였잖아요!”

 

 머릿속에는 아직도 도탐이 도섭의 옆으로 불쑥 튀어나왔던 풍경이 아른 거렸다. 다시 생각해도 기막힌 상황이었는데, 더 기막힌 건 아직까지도 오만한 도섭의 태도였다. 그는 도도하게 턱을 들곤 대꾸해왔다.

 

 “그걸로 논쟁하고 싶지 않은데요.”

 “왜요? 아름다운 일이 아니라서?”

 “하나만 묻죠. 누가 날 알려줬어요?”

 

 말싸움 해봤자 끝이 안 날 거 같아서 도섭은 본론으로 대화를 넘겨버렸다. 그러자 경해의 입에 비웃음이 걸렸다.

 

 “제가 맨입으로 말할 사람처럼 보여요?”

 “얼마면 되는데요?”

 “백만원.”

 

 한 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도섭은 지갑에서 수표 한 장을 꺼내어 내밀었다. 경해는 쾌활하게 그 돈을 가로채갔다.

 

 “깔끔하시네.”

 “누구죠?”

 “몰라요.”

 

 태연한 대답. 도섭의 표정에 처음으로 작은 균열이 생겼다.

 

 “그게 답이 된다고 생각해요?”

 “안다고는 얘기 안 했잖아요. 대답만 해준다 했지.”

 “사기꾼이 따로 없네.”

 “그쪽만 하겠어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말을 듣고 여기까지 왔다는 걸 믿으라고요?”

 “왜 못 믿어요? 난 도깨비터 이야기도 믿고 왔는데. 그건 뭐 믿을만한 이야기였나?”

 

 그 대목에선 도섭은 더 이상 받아치지 못했다. 그녀의 말대로 황당한 이야기라면 이쪽이나 그쪽이나 피장파장인 셈이었다. 만만치 않은 상대다. 도섭은 말싸움으로 이렇게나 밀려본 적이 처음이라 헛웃음이 나왔다.

 

 “말 잘하네요. 은근슬쩍 말놓아가면서.”

 “어디 가서 밀리진 않으려고요. 특히 사기꾼한텐.”

 “자꾸 사기꾼이라......”

 

 토를 달려다가 이 모든게 품위 없게 느껴져서 관두기로 했다. 중요한 건 결국 이 여자를 자신에게 보낸 그 ‘누군가’를 알 수 없게 되었단 것이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이 자리를 떠나는 것이 이로울 듯 싶어 그는 다시 차분해진 표정으로 말을 돌렸다.

 

 “쉽게 말하면 영양실조래요. 나가면 그 돈으로 밥부터 사먹어요.”

 

 도섭이 또다시 자기 할 말만 하고 떠나려하던 순간이었다. 경해가 재빨리 외쳤다.

 

 “내기 안 끝났어요!”

 

 그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경해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고집스럽게 자신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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