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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신의 탑
작가 : 베로니카
작품등록일 : 2016.8.22

인간의 신을 만들고자 하는 소녀의 이야기

 
CHAPTER 1. 하얀 사신 (3)
작성일 : 16-09-12 01:36     조회 : 493     추천 : 0     분량 : 4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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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다시 에이렌의 공방.

 

 에이렌은 잔뜩 찌푸린 채 침대에 몸을 반쯤 뉘이고 책을 읽고 있었다. 하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렌, 너무 그렇게 인상 쓰고 있으면 고운 얼굴 다 망가진다니까. 말 좀 해.”

 

 리율은 바닥에 앉아 침대에 턱을 괴고 머리를 기울여 그렇게 이야기 했다. 리율은 앵무새처럼 자꾸만 그 말을 반복했다.

 

 질린 에이렌은 한숨과 함께 책을 덮었다.

 

 “피곤해서 그렇다고 몇 번을 말해요.”

 

 반은 거짓말이지만 반은 사실이었다.

 

 첫 번째 마법사의 선출이 있고 3일이 지났다. 에이렌은 몸을 돌려 베게에 얼굴을 파묻으며 떠올려 보았다.

 

 강제가 붙을 만큼 불합리한 선거는 키세르에 의해 간단하게 정리되고, 본래 목적이었던 동력원에 마력을 공급하는 일을 했다. 탑의 첫 번째 마법사로 선출되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심리도 작용을 했는지 평소보다 과하게 마력을 주입했다. 그 후로 3일이 지난 지금까지 회복이 되지 않아서 피곤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피곤한 일은 계속해서 뒤를 따라왔다.

 

 “렌, 삐졌어?”

 

 리율은 베게에 얼굴을 묻고있는 에이렌의 등을 쿡쿡 찔렀다. 짜증이 난 에이렌은 다시 몸을 돌려 긴 한숨과 함께 빠르게 내뱉었다.

 

 “리.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만, 이번 일 만큼은 정말 불쾌해요. 지금은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만 나가요.”

 

 리율은 “아, 정말로 삐졌구나.” 같은 에이렌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사실로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시 에이렌이 입을 다물자 리율은 자꾸 에이렌을 꾹꾹 찔렀다.

 

 웃는 사람에게는 침 못 뱉는다고 했던가, 리율의 웃는 얼굴을 보고 있으면 화낼 기운도 빠져버린다.

 

 “좋아요. 화 풀테니까. 이제 그만해요 리. 집중이 안 된단 말이에요.”

 “화를 푼 사람의 얼굴이 그렇진 않잖아.”

 “…좀 내버려두면 괜찮아질 거에요. 아마도.”

 

 첫 번째 마법사가 되었다고 해서, 당장 막중한 책임과 부담이 따르는 건 아니다. 에이렌의 평소의 모습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적으로 말하면 약간의 명예와 피곤함이 더해진 직함뿐이었다. 명예와 권위에 집착하는 마법사들에게 있어서는 굉장히 중요했지만 에이렌에게 있어서는 전혀 필요 없는 요소였다.

 

 선출되고 난 날로부터 지난 3일 동안은 에이렌에게 있어 꽤 바쁜 시간이었다. 겨우 한 숨 돌릴 수 있게 된 게 오늘 아침이었으니까.

 

 달의 관에서 나와 맨 처음 한 일은 이전까지 첫 번째 마법사를 역임했던 회색의 칭호를 가진 그레이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는 탑의 초석을 쌓았던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에이렌이 탑을 만들고 쌓아가던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마법사였고 플레티아시어가 평범한 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도록 짙은 안개를 주변에 만들어 유지하게 한 것도 그였다. 그 덕에 플레티아시어의 위치를 완벽하게 은폐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로 90세를 넘긴 그는 점차 쇠약해져 더 이상 플레티아시어의 마법사로 있을 수 없었고 그는 탑을 나와 자신의 공방에서 기거하고 있었다. 에이렌은 오랜 친구 같았던 그에게 자신이 첫 번째 마법사가 되었음을 전하자 그레이는 에이렌을 축복해 주었다. 에이렌은 곧, 먼 길을 떠날 그를 생각하며 가까운 시일 내에 한 번 더 보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또 에이렌의 칭호에 대한 문제 때문에 임시로 7인 위원회가 열렸다. 에이렌의 얼굴과 정체를 알고 살아남은 자는 극히 드물었기에 크게 번지지는 않았으나 어떻게든 흘러나간 소문은 에이렌에게 ‘사신’이나, ‘하얀 사신’ 같은 웃기지도 않는 별칭을 달아놓고 있었다. 에이렌은 자신이 지금까지 뭐라 불리든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이 칭호 때문에 말이 많은 모양이었다. 따라서 위원회를 통해 결정된 칭호가 ….

 

 “눈꽃, 이라니 위원회 영감님들 센스도 꽤 괜찮잖아? 눈꽃의 에이렌.”

 

 리율은 에이렌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놀리듯 킥킥, 소리내어 웃었다.

 

 “계속 들으면 죽고 싶어 질 것 같으니 그만둬요 리.”

 “렌한테 어울리는 예쁜 칭호인데 그렇게 만드라고라 뿌리 씹은 얼굴을 할 이유는 없잖니?”

 

 리율은 진심인지 농담인지 모호한 미소를 띠며 에이렌을 바라보았다.

 

 “전 차라리 다른 쪽이 더 좋아요.”

 “어째서? 그런 섬뜩한 별칭은 안 어울려.”

 

 에이렌은 눈을 반쯤 내리깔고서 이야기했다.

 

 “아뇨. 단순히 그쪽이 본질을 훨씬 잘 짚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잘라 말하는 에이렌에게 리율은 더 이상 농담을 던지지 못했다.

 

 에이렌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신’ 이라는 별칭 쪽이 자신이 살인자임을 잊지 않게 해 주는 거 같아서 마음이 편했다. 눈꽃, 같은 아름다운 이름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

 

 7인 위원회에서도 첫 번째 마법사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에이렌의 공방으로 이어지는 문의 조각을 별칭에 맞춰 바꿀 것을 제의했으나 에이렌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에이렌의 문에 새겨져 있는 조각은 자신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기억이자, 자신이 탑을 선택한 날에 잊어버리기로 했던 풍경이기도 했다.

 

 거기에 첫 번째 마법사의 권위의 절정인 탑 내부의 공방도 거절했다. 에이렌은 마법을 연구하고, 노력하는 부류가 아니었다. 탑 내부의 공방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이전에 드웰이라고 했던 마법사가 말했던 것처럼, 자신은 우연히 가진 힘으로 살인을 하는, 마법사라고 부르기도 애매한 무언가일 뿐이었다.

 

 “렌 …….”

 

 리율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에이렌의 표정에 급하게 할 말을 찾았으나, 쉽게 입을 열지 못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그 때, 누군가 공방의 문을 두드렸다.

 

 에이렌은 손짓만으로 자물쇠를 풀어 그 사람을 방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갈색머리의 이제 10세를 갓 넘긴 것으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얼굴에 불그스름한 홍조와 주근깨가 눈에 띠었다. 갈색 베레모에 반바지 차람인 소년은 마법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누, 눈꽃의 마법사님. 안녕하세요. 저, 저는…….”

 

 소년은 안으로 들어와 경직된 자세로 서더니, 들고 있던 양피지가 구겨질 정도로 잔뜩 긴장해서는 벌벌 떨었다. 아무래도 에이렌의 표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인 듯 했다. 에이렌은 찡그렸던 인상을 풀고서 억지로 만든 미소로 살짝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녕 레이.”

 

 어떻게 보였을까. 레이라고 불린 소년은 눈가에 물을 그렁그렁 달더니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보다 못한 리율이 한숨을 쉬며 말렸다.

 

 “렌, 그냥 평소대로 해.”

 “……미안해요.”

 

 에이렌은 다시 평소의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레이라고 불린 소년은 플레티아시어를 돌며 중요한 사항이 담긴 전갈을 전하는 전령의 역할을 했다. 그리고 리율의 제자이기도 했다. 에이렌은 리율이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 하지 않아서 몰랐지만, 레이는 전쟁고아로 부모를 잃고 죽어가다 리율의 손에 구해져 함께 탑으로 왔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레이 무슨 일이니?”

 “네, 스승님. 눈꽃의 마법사님에게 …….”

 

 에이렌은 또 인상을 썼다.

 

 “그렇게 부르지 마. 렌 이면 돼.”

 “죄, 죄송해요.”

 “아이 참. 렌, 레이가 무서워 하니까 인상 좀 그만 써.”

 

 그렇게 말하며 리율은 자리에서 일어나 레이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에이렌은 자신의 표정이 그렇게 딱딱한가 싶어 자신도 모르게 뺨을 당겨 표정을 만들어 보다 바보 같아서 그만두었다.

 

 레이는 눈가를 소매로 훔치고서 장미 모양의 밀랍으로 봉해진 양피지를 에이렌에게 전했다.

 

 “수장님의 전갈을 가지고 왔어요.”

 

 에이렌은 고개만 끄덕이고서 레이에게 양피지를 건네받아 그 자리에서 나이프를 꺼내 봉인을 풀고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 사이 레이는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서 재빨리 공방을 나갔다.

 

 에이렌은 서신의 내용을 모두 읽고서 별거 아니라는 듯 근처의 서랍장 위에 던져두었다.

 

 “무슨 내용이야?”

 

 리율은 에이렌이 던져둔 양피지를 집어 들며 물었다.

 

 “첫 번째 마법사가 된 일로 오늘 중에 수장실로 한 번 오라고 하시네요.”

 “그 뿐?”

 

 에이렌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리율은 그것이 긍정을 의미한다는 걸 알았다.

 

 “지금 가볼 생각이야?”

 “아뇨. 지금은 …….”

 

 아무래도 며칠 간 싫은 일에 시달리던 에이렌으로선 조금 더 느긋하게 쉬고 싶었다. 아무래도 에이렌이 수장을 찾는 건 해가 지고 나서가 될 것 같았다. 전갈의 내용이 그렇게 시간이 촉박한 문제도 아니었다.

 

 “그럼 나도 여기 좀 더 있다가 가도 되겠네.”

 

 리율은 그렇게 웃으며 에이렌의 근처에 놓여있는 책을 하나 집어 들었다. 에이렌에게는 전혀 관심이 미치지 않은 책이었다. 남녀 간의 이야기를 멋대로 지어낸 책은 흥미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데, 저런 게 내 책장에 있었던가?

 

 에이렌이 미심쩍은 시선으로 리율이 손에 든 책을 보자, 리율은 배시시 웃으며 이야기 했다.

 

 “이 책은 내 거야. 자주 오니까, 내가 보려고 몰래 몇 권 꽂아뒀어. 괜찮지?”

 

 에이렌은 대답하지 않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렸다. 다만 속으로 조만간에 책장 청소를 해서 리율의 책은 모조리 돌려줘야지, 하고 결심했다.

 

 에이렌은 침대에 몸을 기댄 채 고개를 슬쩍 돌려, 방안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창문을 슬쩍 쳐다보았다. 파란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구름이 드문드문 흘러갔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시간을 이렇게 계속해서 만끽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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