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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세계의 환상
작가 : 아리본
작품등록일 : 2018.6.8

6개월 전 일어난 이상 세계 현상.
그 이후로 시작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World 4-3 This Illusion
작성일 : 18-06-15 08:50     조회 : 9     추천 : 0     분량 : 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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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영 씨!”

  아미는 병원 앞에서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가 가리킨 방향에는 어딘가 아파보이는 시영이 천천히 병원을 향하고 있었다.

 “아미야. 아는 사람이야?”

  그의 후덕한 매니저는 처음 보는 시영의 존재에 인상을 찌푸리며 경계했다.

 “저번에 다리 다쳤을 때, 숙소까지 데려다 주신 분이예요.”

 “아, 그 사람이야? 난 또…”

  매니저는 시영의 의도치 않은 선행에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

 “저 사람 덕분에 네가 심하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병원으로 가려는 것 같은데, 조금 이따 감사 인사를 해야겠지?”

 “지금 해도 될 것 같아요!”

 “아니. 안 돼. 다리 상태가 우선이야. 자, 가자.”

  매니저는 단호했고, 아미는 그가 하는 모든 행동이 자신을 위한 것을 알았기에 그의 말을 거부하기 힘들었다.

 “힝… 알겠어요.”

  어쩔 수 없이 아미는 그의 부축을 받으며 병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하지만 여전히 시선은 시영에게 고정되어 흔들리지 않았다.

 ‘어디 아프신 건가? 몸을 힘들게 움직이시네?’

  아미의 시선에 들어온 시영은 온 몸의 관절이 쑤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예전에 당해본 적 있는 그녀의 관절기였기에 버틸 수는 있었지만, 숙취로 인해 힘 조절을 실패하여 그때보다 더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그나마 뼈 같은 곳이 부러진 것 같지는 않았기에 시영은 다행스럽게 여기며 천천히 병원을 향했다.

 

 

 “자료는 여기요.”

 “감사합니다!”

  시영은 경찰이 미리 부탁해놓은 정보인 의식 불명 환자의 ‘진료차트’를 간호사에게 건네받았다. 젊은 경찰의 생각대로 약간의 새로운 정보가 갱신되었고, 시영은 생각보다 많은 분량에 긴장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나저나 그쪽은 뭐 하는 사람이길래 경찰에서 정보를 주라고 한 거죠?”

  간호사는 순간 의심이 들어 시영을 노려보며 말했다. 시영은 익숙한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해성 탐정님 아시죠?”

 “아, 알다마다요.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분이에요.”

 “그분의 제자이자, 경찰의 협력자에요. 이거 보이시죠?”

  시영은 지갑에서 ‘경찰 협력증’이라는 물건을 꺼냈다. 경찰서에서 새로 발급받은 그 물건이었다. 이것은 강해성 탐정 사무소의 4인에게만 주어진 물건으로, 일종의 수사 협력 증표였다.

  하지만 경찰 협력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항상 그들의 일이 쉽게 풀리는 건 아니었다. 경찰 협력증이라는 물건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었고, 해성을 제외하면 다들 유명한 사람들은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대부분 경찰에게 진위를 물어본 다음에야 그들을 믿게 되었다.

 “이게 뭐죠?”

  이 간호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시영은 친절하게 경찰 협력증에 대해 설명했고, 그럼에도 믿지 않자 해성과의 전화통화를 통해서야 겨우 믿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사리 정보를 넘겨받은 시영은 한숨을 푹 쉬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며칠 전, 유마의 편지를 받고 마을로 돌아왔을 그 때, 묘하게 느껴지던 위화감에 마치 자신이 알던 혜성시가 아닌 두려움이 느껴졌었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렵사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경찰 협력증을 설명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예전과 변함없었기에 안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어느 샌가 알게 된, 아미의 시선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의자 세 칸을 차지하여 깁스한 발을 올려놓은 채,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황상 오랫동안 본 것 같았다.

  눈이 마주치자 웃으며 손을 흔드는 아미였지만, 시영은 그녀를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이돌이랬지? 그런데 아이돌치고는 자주 마주치는 느낌인데…’

  시영은 그녀에게 이끌리는 느낌이었다. 마치 친근하게, 오랫동안 만난 사람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 느낌이 확실하게 작위적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녀와는 며칠 전에 만난 게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아이돌 등 연예인들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유일하게 관심이 있던 싱어 송 라이터가 있었지만, 최근에는 그녀에게 관심을 쏟을 시간 자체가 없었다.

  그나마도 역할이 바뀐 게 아닌가 의문이었다. 대체로 팬들이 연예인에게 아는 척을 하는 게 보통이지만, 오히려 이쪽은 팬이 아닌 사람에게 연예인이 아는 척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시영은 마지못해 손을 흔들고 1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민트 초코, 녹차 초코. 음, 뭘 좋아하실지…”

  시영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병원 내 편의점이었다. 각기 다른 맛의 아이스크림 두 개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그냥 둘 다 사자. 나중에 다 드시겠지?”

  시영은 과자가 쌓인 바구니에 아이스크림 두 개를 담았다. 즉시 계산대에서 계산을 마치고는 해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스승님.”

 “오, 시영이구나. 무슨 일이니?”

 “제가 지금 나루병원인데요. 서연 씨의 병실이 몇 호였죠?”

 “705호란다. 문병 가려고?”

 “네!”

 “나도 조만간 가봐야 할 텐데, 그래 알았다.”

 “감사합니다!”

 “그래, 몸 항상 조심 하렴.”

  시영은 해성과의 전화가 끝나자마자 705호를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시영이 705호의 문을 열자 안경을 쓴 도도해 보이는 서연이 한 손으로 노트북을 손대고 있었다.

 “누구… 아, 시영 씨.”

 “아, 안녕하세요.”

  서연은 갑작스레 찾아온 시영에게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경계를 풀고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반면 시영은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만이군요. 바쁘실 텐데 여기까진 무슨 일이시죠?”

 “무, 문병이요! 문병!”

 “아, 문병.”

  서연은 은연중 미소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눈을 마주치지 못한 시영은 그 미소를 보지 못했다.

 “손에 들린 봉투는 뭐죠?”

 “아, 이건 과자에요! 과자.”

 “과자?”

  서연은 그의 봉투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시영은 안심하며 그녀에게 봉투를 가져다주었다.

 “팔은 괜찮으세요?”

 “전보다는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 네.”

  시영은 서연의 깁스한 왼팔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왼손잡이인 그녀가 생활하기에는 상당히 불편해보였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한 손으로 리본도 묶고, 단정한 모습을 유지했다.

 “혼자 계시면 적적하시잖아요. 그래서 심심할 때 드시라고 사왔어요. 과자랑 아이스크림 좋아하시죠?”

  나름대로 그녀의 취향을 알고 있는 시영은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사왔다.

 “좋아하죠.”

  서연은 그가 꺼내는 과자에 눈을 떼지 못했다. 그제야 시영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은 민트? 녹차?”

 “저, 그건 잘 생각이 안 나서요. 분명 무슨 초코를 좋아하신다고 알고 있었는데, 혹시 몰라서 두 개 다 샀어요.”

 “전 민트 초코를 좋아합니다.”

 “녹차는 안 좋아하시나요?”

  시영의 물음에 서연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그때 시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차로 먹는 녹차는 좋아하지만, 초코와 섞는 건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절 위해 사오신 건 감사합니다. 하지만 녹차는 먹지 않겠습니다.”

 “아, 네.”

  시영은 그녀의 의견을 수용했다. 이미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연은 친절하고 성숙한 여인이다. 하지만 도도한 모습과 함께 아닌 것은 절대 아닌 단호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그래서 시영은 그녀와 알고 지낸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그녀가 어려웠다.

  시영은 과자를 그녀의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치워주었다.

 “그건 그렇고, 봉투에 자료들이 있군요?”

 “아, 네. 의식 불명 현상에 대한 자료들이에요. 현재 이 병원에서 의식 불명 환자들에 대한 정보거든요.”

 “아아.”

  서연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진료차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은근히 몸을 푸는 모습에 시영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아이스크림은 넣었고, 그럼 전 가볼게요.”

 “더 있으셔도 괜찮은데.”

  시영은 반사적으로 “어색해서요.”라는 말을 뱉을 뻔했다. 하지만 표정은 이미 어색하다는 걸 눈에 띄게 보여주고 있었다. 다만 서연은 그의 표정에 담긴 의미를 해석하지 못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연 씨는 지금은 쉬셔야죠.”

  시영은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또 다른 진심을 내보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

 “전 언제까지 쉬어야 하죠?”

  서연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표정은 억울해보였고, 오른쪽 주먹을 꽉 쥐며 분한 듯이 부르르 떨었다.

 “나을 때까지는 쉬셔야 하지 않을까요?”

  시영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연은 오른손으로 능숙하게 머리를 풀어헤쳤다. 그러고선 머리카락을 오른 방향으로 묶기 시작했고, 이내 어색하지 않은 ‘사이드 업 헤어’가 완성되었다.

  시영은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이미 그녀의 의지와 대답은 그에게 확실히 전해졌었다. 그랬기에 바라본다면 도저히 거절할 수 없을 것이었다.

  시영은 그녀의 힘을 빌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무능해서가 아닌 유능한 걸 알고 있음에도, 그녀의 도움은 거절하고 싶었다. 어색하다는 건 이유가 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럴수록 시영쪽에서 어색함을 풀어야 했다.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으실 건가요?”

  그녀의 물음에도 시영은 입을 열 수 없었다. 그녀가 자신을 매도한다면 전부 들어줄 것이었고, 때린다면 모조리 맞아줄 생각이었다. 오히려 그런 행동으로 인해 마음은 편해질 수 있다.

 “대체 왜 당신이란 사람은…”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안타까움이 서린 탄식이었다. 시영은 입술을 앙다물었다.

 “죄송해요. 헤헤. 지금은 이럴 수밖에 없어요.”

  억지로 미소 지으며 괜찮다 말한다. 하지만 괜찮을 리가 없다. 이미 표정에서는 어색함이 만연했고, 앙다문 입술 때문에 일그러졌기 때문이었다.

 “휴우, 정말…”

  서연은 이미 그의 고집은 꺾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일은 남에게 맞춰주는 시영이었지만, 의외로 이런 부분에서는 절대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여러 사람이 뭉쳐 같이 해결해도 모자를 판에 왜 저 사람은 굳이 ‘혼자서 하는 것일까.’ 추리력은 당연히 소장님보다 월등히 떨어지고, 통찰력은 자신보다 두 수는 접어줘야 했다. 그렇다고 노바처럼 보호본능을 유발하는 외모도 아니다.

 “그럼 잠시만이라도 좋으니 자료만이라도 두고 가세요.”

 “자료요?”

  시영은 뒤늦게 자료를 찾아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자료는 서연의 손에 들려 있었고, 시영은 뒤늦게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저렇게 엉성한데, 왜 혼자 하려는 거야.’

  서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도 그의 뜻을 용납할 수 없었다.

 “어차피 소장님(해성)도 보셔야할 자료가 아닌가요? 그럼 비서인 저도 볼 권리는 있습니다.”

 “하지만 서연 씨, 무리하지 마세요.”

 “시영 씨, 당신부터 좀 무리하지 마세요. 부탁드립니다. 탐정 사무소에서 당신이 해준 밥을 먹으며 같이 생활했을 때도, 지금도 왜 굳이 혼자서 하려는 거죠? 그러다간 몸이 남아나지 않을 수 있어요.”

  그 이후로 서연의 잔소리가 이어졌다. 마치 누나가 말을 듣지 않으려는 동생을 훈계하는 모습이었다. 시영은 다소곳이 그녀의 말을 들었고, 결국 그녀가 자료를 보는 것에 아무런 반박을 할 수 없었다.

 “제가 하는 말을 잔소리라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잔소리를 들을 나이는 지났습니다.”

 “네네.”

 “그리고 이번 의식 불명 현상. 저도 짚이는 게 있습니다. 같이 하자고 하지는 않겠습니다. 하지만 도움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그러니 거절하지는 말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시영은 표정은 떨떠름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의견을 수용했다.

 “그럼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아, 그리고 녹차 초코는 꼭 가져가 주세요.”

 “아, 네.”

  시영은 새삼 그녀가 도도하면서도 철저한 여인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다.

 

 

 “저, 이거 드실래요?”

  시영은 아미에게 녹차 초코를 내밀었다. 갑작스런 그의 선물에 아미는 급격하게 당황했고, 그와 아이스크림을 쉴 새 없이 번갈아 바라보았다.

 ‘왜 이러시는 거지? 아이스크림 싫어하시나?’

  시영의 손이 무안해질 즈음, 아미는 고개를 휙 돌렸다. 그녀의 뺨은 체리처럼 새빨개져 있었고, 양 손으로 뜨거워진 볼을 만지며 침을 꿀꺽 삼켰다.

  갑작스런 행동에 시영은 당황하여 어안이 벙벙해졌다.

 “와아, 아이스크림이다! 기뻐요.”

  이내 아미는 아직 붉은 기가 채 가시지 않은 고개를 돌려, 감동의 눈빛으로 시영을 바라보았다. 시영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그녀의 낯빛에 흠칫 놀랐지만, 이내 진심으로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배시시 웃었다.

 ‘아이스크림!’

  그녀는 떠먹는 녹차 아이스크림의 뚜껑을 조심스레 열었다. 약간 녹아있는 아이스크림은 쉽게 떠졌고, 그녀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갔다.

 “맛있다! 맛있어요!”

  아미는 녹차 초코맛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준 아이스크림은 보통의 녹차 초코와는 차원이 다르게 맛있게 느껴졌다.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시영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문득 시영은 궁금해졌다. 그것은 자신이 준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는 이 소녀에게 느껴지는 이끌리는 느낌에 대해서였다. 보면 볼수록 뭔가 친근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녀에게 느껴지던 어색함과 꺼려지는 느낌도 지금에 와서는 많이 수그러든 상태였다.

  마치 그녀라면 뭔가 알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한 번 물어볼까?’

  시영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 혹시 아미 씨.”

 “네? 아 네!”

  그녀는 품 속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대꾸했다.

 “혹시 ‘일시적으로 뭔가 분리되는 느낌’에 대해 아는 게 있으신가요?”

  그의 물음에 아미는 의외라는 표정이었다. 눈과 입을 동그랗게 모으며 그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괜히 물어봤군.’

  시영은 자신이 괜한 것을 물어봤다는 생각에 스스로 이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미는 그 순간 입을 열었다.

 “This Illusion. 대단해요. 시영 씨도 사용하실 수 있는 건가요?”

  아미는 그를 보며 기쁘게 웃으며 감탄했다. 마치 운명으로 이어진 것 마냥 귀인을 보는 눈빛이었다. 비록 시영은 This Illusion(디스 일루전)에 대해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물어본 게 옳은 행동이었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게 대체…”

  시영이 This Illusion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려는 순간, 그의 스마트폰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전화 왔네요? 누구한테 온 거죠?”

  아미는 전화를 경계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의 스마트폰에는 ‘유마 씨’라고 적혀 있었다.

 “유마 씨요.”

 “아아, 그럼 괜찮아요.”

  아미는 이내 안심한 듯,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뭐지?’

  시영은 순간 공기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기분 탓이라 생각하며 통화를 밀어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 시영 군이신가요?”

 “네, 유마 씨, 안녕하세요?”

  두 사람은 스마트폰을 사이에 두고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 형식적인 대화가 오고갔다.

 “아, 시영 군, 좋은 소식이 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오늘 시간 괜찮으신가요?”

 “오늘요? 당연하죠!”

  시영은 흔쾌의 수락했다. 그때 아미의 얼굴은 불만스럽게 찡그러졌다.

 “11시쯤에 ‘엔트’에서 보도록 하죠.”

 “엔트라면 번화가 쪽 그 가게인가요? 메뉴가 없다는 그 가게 맞죠?”

 “맞습니다.”

 “그럼 그때 뵈요.”

 “넵!”

  그렇게 두 사람의 통화가 끊어졌다. 시영은 좋은 소식이란 말에 웃는 얼굴로 스마트폰을 집어넣었다. 그러고선 볼에 바람을 가득 불어넣은 불만스런 표정의 아미를 볼 수 있었다.

 “표, 표정이 왜 그러세요?”

 “저도 갈래요!”

 “네? 아미 씨가 왜 여길…”

 “저도 갈 권리가 있어요!”

  아미는 은연중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시영은 그녀의 행동의 이유를 파악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다.

 “하지만 아미 씨는 다리도 다쳤고, 휴식을 취하셔야 되잖아요.”

  시영의 만류에도 아미는 핸드백을 뒤적거려 흑색 해방기를 꺼냈다. 그녀에게서 의외의 물건이 나오자 시영은 너무 놀라 아무런 대꾸를 취하지 못했다.

 “저도 갈 이유는 충분해요!”

 “아, 네.”

  그렇게 시영은 이내 소스라치게 놀라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미는 고개를 돌리며 뾰로통한 표정을 지었다.

 “아미야 뭐하고 있어?”

  그때 아미의 매니저가 그들에게 다가왔다. 매니저는 그녀와 함께 있는 낯선 남자를 경계하며 금방이라도 칠 것 같은 살기를 내뿜었지만, 이내 그가 저번에 아미를 구해준 시영이라는 것을 알게 되자 살기는 거두었다.

 “아, 당신이 그 아미를 구해주신 분이군요?”

 “예, 어쩌다보니…”

 “그때는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당시 아미를 두고 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거든요.”

 “예, 예.”

 “그나저나 아이스크림이네?”

  매니저는 아미의 손에 들린 녹차 초코 아이스크림을 바라보았다.

 “여기 계신 시영 씨가 제게 주신 거예요.”

 “잠깐.”

  매니저는 목소리를 내려 깔았다. 시영과 아미는 그에게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잠시 맛을 보지.”

  매니저는 정장 속에서 분홍색 스푼을 꺼냈다. 그러고선 그녀가 손을 대지 않은, 미개척지 같은 평평한 곳을 조금 떠먹었다. 그는 눈을 감았고, 입을 천천히 움직이며 맛을 음미하기 시작했고, 시영은 괜히 긴장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맛있군!”

  매니저는 눈을 번쩍 뜨며 아이스크림의 맛에 감탄했다. 시영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네는 믿을만한 사람이로군!”

  매니저는 시영의 두 손을 잡고 힘차게 흔들어댔다. 갑작스레 자신에게 행하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신뢰받고 있다는 건 깨달을 수 있었다.

 “매니저 씨. 빠른 발이 근처에 있는 것 같아요.”

  그때 아미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자 매니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주변을 샅샅이 조사하기 시작했다. 시영은 그의 발 빠른 대처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미는 좋은 매니저가 보호해주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매니저를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빠른 발이란 고속을 뜻하는 말이었다. 빠른 발이 나타났다는 말은 그녀가 매니저를 멀리 보내버리기 위한 거짓말에 불과했지만, 정말로 진짜 고속이 근처로 걸어오고 있었다.

 ‘저 자식이!’

  매니저는 고속을 발견했고, 분노한 표정으로 그에게 성큼성큼 걸어갔다.

 “그러니까 소인아. 힘내. 알았지? 장난은 적당히 치고? 응?”

 “장난은 조금 생각해 볼게요.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장난을 줄이니까 나쁜 일만 생기는 것 같아서요.”

 “그러니 그게 아니래도…”

 “이봐! 자네!”

  매니저는 소인과 대화를 나누던 고속에게 호통을 쳤다. 갑작스레 나타난 그의 호통에 고속은 귀신을 본 것 마냥 등골이 오싹해졌다.

 “아, 당신은 포우?”

 “포우? 이 사람이 포우에요?”

  고속은 그 날 이후 매니저를 포우의 유력 용의자로 보고 있었다. 소인은 고속의 말에 매니저를 포우로 생각했고, 그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당신 따라와.”

  영문을 모르는 고속은 매니저를 따라 나섰다. 그리고 또 다시 추격전을 할 입장에 처했고, 고속은 한숨을 쉬며 빠른 속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이, 이봐!”

  하지만 아직 아미의 매니저는 차의 시동조차 걸지 않은 상태였고, 허겁지겁 차에 시동을 걸기 위해 계단으로 내려가려 했다.

 “아, 참!”

  그때 박수를 치며 뭔가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는 성큼성큼 시영에게로 달려갔다.

 “자네. 이름이 뭔가.”

 “시영입니다.”

 “그래, 시영. 아미를 잘 부탁하네.”

 “네?”

  그는 마치 전쟁터로 나가는 장인어른의 모습이었다. 시영은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지켜보았고, 이내 그가 허공을 향해 엄지로 목을 긋는 행위를 취하며 차에 타는 걸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다.

 “우흣~ 조심히 다녀오세요!”

  아미는 해맑게 미소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시영은 적응할 수 없는 분위기에 괜히 쓰고 있는 모자를 만지며 입맛을 다셨다.

 “차를 피하는 건 일도 아니지.”

  고속은 병원 안으로 다시 들어왔다. 그는 멀리 갈 것도 없이 매니저의 리무진을 따돌려버렸다.

 ‘매니저 씨 괜찮으실까?’

  시영은 정직한 매니저를 걱정하며 안쓰러운 시선을 보냈다.

 “시영이형!”

  소인은 시영을 발견했고, 그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다가갔다.

 “오, 소인이. 오랜만이야.”

 “저야 말로요. 그런데 옆에 계신 여성분은… 헉!”

  소인은 시영의 옆에서 다리에 깁스를 한 아미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녀를 실물로 본 건 처음이었기에 말을 잇지 못했다.

 “우흣~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페어리 노래 잘 듣고 있어요! 이번에는 활동을 조금밖에 안하셔서 많이 아쉬웠고요!”

  소인은 긴장한 듯, 말을 이상하게 하기 시작했다. TV에서만 보던 인기 아이돌을 실물로 봤기 때문인지, 장난꾸러기인 소인도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되어버렸다.

 “반가워요. 이번 활동은 앨범 컨셉 상 어쩔 수 없었어요.”

  아미는 소인에게 악수를 청했고, 소인은 기쁜 표정으로 그녀의 손을 잡아 신나게 흔들었다.

 “이제 이 손 더 이상 안 씻을 거예요!”

  시영은 아미에게 열광하는 소인의 행동을 보고 나서야. 이제야 정상적인 아이돌과 팬의 역할이라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아미가 어느 정도로 유명한 아이돌인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

 “소인아, 저 사람 유명해? 그리고 페어리는 뭐야?”

  시영의 물음에 소인은 그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시영은 순간 자신이 무슨 실수라도 한 건지 의문이 들었고, 당황하여 눈을 깜빡였다.

 “아미잖아요? 정말 몰라요? 페어리는 아미가 소속된 3인조 여성 아이돌 그룹이구요.”

 “아니 나는 그 아미가 얼마나 유명한지 몰라.”

 “어떻게 설명을 드려야 하죠?”

  소인은 유명인을 설명하는 것 치고는 이렇다 할 것을 설명하지 못했다. 시영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에게 귓속말로 소근 거렸다.

 “혹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최고의 아이돌이라는 거야?”

 “네.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2010년대 최고의 아이돌. 유아미! 아이돌답지 않은 가창력과 무대매너, 그리고 아름다운 춤의 선율 등, 뭐 하나 빠지지 않는 최고의 아이돌이에요.”

  시영은 믿는 둥 마는 둥 고개를 끄덕였다. 별 다른 반응이 없는 그의 태도에 소인은 당황스러웠다.

 “형, 정말 몰라요?”

 “응. 그리고 당사자 앞에서는 미안하지만. 나는 정말 아미 씨가 그렇게 유명한지 몰랐어.”

 “그럼 왜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거죠?”

  소인은 시영과 아미를 번갈아 가리키며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시영을 노려보았다. 마치 기만자를 보는 눈빛이었다. 그때 고속이 슬그머니 그들을 향해 다가왔다.

 “저번에 10시~11시쯤이었나? 그 시점에 유령이 엄청 나오더라고, 그때 유령을 잡다 말을 트게 된 거야.”

 “아뇨. 그게 아녜요.”

  아미는 그의 말을 부정했다. 순식간에 시영, 소인, 고속 세 사람의 시선이 아미에게로 고정되었다. 특히 시영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이 되지 않아, 긴장이 되었다.

 “저희는 운명적으로 만난…”

 “아니, 이거나 드세요!”

  시영은 재빨리 아미의 스푼을 뺏어 아이스크림을 떴고, 그것을 그녀의 입을 향해 강제로 넣었다. 그것은 마치 번개가 내리친 것 같았다. 이 중에서 가장 빠른 고속도 그의 행동에 깜짝 놀랐고, 아미는 의도치 않게 시영이 뜬 아이스크림을 먹자, 배시시 우물거리며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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