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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검은 바다의 광시곡 (Dark Ocean’s Rhapsody)
작가 : 김솽
작품등록일 : 2016.9.1

일체의 공기도 허락치 않는 진공의 바다, 불과 수백년 전만 하더라도 일체 사람의 손길을 허락치 않던 이 칠흑의 원시 바다는 어느 샌가 사람들의 손에 더럽혀진 채 각종 마기(魔器)의 잔해들로 이루어진 데브리들이 강을 이루어 씁쓸한 냉소를 흘리고 있었다.

세상을 뒤덮듯 혼재한 프로파간다 속에 이제는 그 누구도 무엇이 옳은 것이고 무엇이 옳지 않은 것인지 단언해 이야기할 수 없는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다. 그저 자신이 믿는 정의가 옳은 것이라 스스로 자위하며 지금까지 그래왔듯 걸어온 길을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다.

 
Chapter 1. 트라우마 (Trauma) - (7)
작성일 : 16-09-11 22:02     조회 : 423     추천 : 0     분량 : 3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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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우와 가온누리가 유나가 노심초사 기다리고 있는 격납고로 돌아온 것은 그 전투가 지나고 나서도 한참이나 뒤의 일이었다.

 

  "오빠!!"

 

  콕핏 정면의 해치가 열리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콕핏 내부에 들어차 있던 마소가 폭발하듯 터져 나갔다. 평소의 그것과는 달리 콕핏을 사우나로 개조라도 한 듯한 닿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열기였다.

  해치가 열린 이후로도 시우는 그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조종석에 널브러진 채 여러 차례 그저 숨을 고르기 바빴다. 눈은 이미 그 생명력을 잃어 거의 풀려 있었고 온 몸이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유나는 뛰어들듯 해치 안으로 들어가 조종석에 널브러진 시우를 일으켜 끌어 안고는 파일럿 슈트의 레버를 풀어 옷을 서둘러 벗겨 나갔다.

 

  "오빠! 괜찮아요? 저 알아볼 수 있겠어요? 어떡해, 이 열 좀 봐!"

  "…유나야."

 

  기어 들어갈 듯한 목소리로 시우의 입에서 겨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요, 오빠! 저 유나예요!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나, 결국 사람을 죽였어."

 

  시우의 눈가에서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미 비 오듯이 흐르는 땀을 포함해 코에서도 입에서도 나올 수 있는 액체란 액체들로 얼굴이 온통 범벅이 되어 있던 탓에 그것이 눈물인지 다른 무엇인지 도통 분간하기가 어려웠다.

  팬텀의 파일럿으로 있던 시절에도 물론 사람을 죽인 일은 적지 않게 있었다. 전장에서 만난 적을 죽이지 않고 제압하는 것은 정말 압도적인 실력을 지닌 자가 아닌 이상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 뿐더러, 처음으로 적을 죽인 이후 적을 격추시킨다는 행위에 대한 자각이 점차 무뎌져 간 탓에 자신도 모르는 새 스스로 그 행위의 죄에 대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랐다. 마소와 정신을 완전히 동조해 싸우고 있는 지금, 그의 적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거울처럼 반사되어 결국 다시 시우 자신에게 돌아왔다.

  스펙터의 불꽃을 완전히 해방시켜 주변의 적들을 한꺼번에 무력화시킨 시점에서 이미 시우의 정신은 걸레 조각처럼 산산조각 나 있었다. 그 와중에 아테나의 창이 자신을 덮쳐왔고, 그는 반사적으로 반격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가 쏘아낸 불꽃에 도중에 끼어든 또 다른 아테나가 맞고 폭발해버렸다. 그 순간 시우는 적의 파일럿이 죽음을 맞이하며 느끼는 모든 감정을 극도로 마소와 동조된 상태에서 정면으로 맞이해야 했다.

  분노, 공포, 미련, 슬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감정들이 소용돌이 쳤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 끝에서 시우에게 가장 강렬하게 각인되었던 것은 그 파일럿의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마음이었다. 그 감정을 느낀 순간, 시우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고 있을 수 없었다. 그는 그대로 그 공역으로부터 도망갔다.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로부터 벗어나려는 이의 그것과도 같은 간절함으로 죄의식으로부터 도망쳤다.

 

  "…난 대체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 걸까."

  "……"

 

  유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그저 시우를 따라 잔뜩 울상이 된 얼굴로 자신의 치마 앞섶을 끌어올려 시우의 얼굴을 부드럽게 닦아주기만 했다. 그의 마음 상태를 공감하기엔 그에게 벌어진 일들을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이렇게 싸우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답을 찾을 수 있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의 존재가 싸움을 멈출 억제제가 될 거라 생각했는데…"

 

  시우는 유나의 품에 안긴 안도감에 젖어 긴장감이 완전히 풀려버린 탓인지 그대로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버렸다.

 

  "…이젠 진짜 아무 것도 모르겠어… 뭐가 뭔지…"

 

 

 = Dark Ocean’s Rhapsody =

 

 

  이후 찰튼이 타고 있던 아테나의 블랙박스를 회수해 조사해본 결과, 찰튼이 탈출하지 못했던 원인은 단순한 기체 결함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얘기였고, I.U.G와 루시타니아 사는 찰튼이 양산형 마기 아테나를 타고 스펙터와 장렬히 싸우다 격추된 것이라 발표했다. 기체의 결함에 대한 얘기는 그 어느 보도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들의 보도에서 스펙터는 그저 한 가족의 가장을 살해한 살인자였다. 방송 채널 곳곳에서 앞 다투어 찰튼의 숨겨진 가족사와 더불어 그가 가족들을 연명하기 위해 용병 일을 시작한 사연 등을 소개했고, 역설적으로 그런 그를 죽인 스펙터는 절대적인 악의 상징이 되어갔다.

  찰튼의 예상 밖의 죽음에 클레릭스의 멤버들 역시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기체 결함이 아니었다면 피할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 커져갔다. 하지만 명호의 생각은 조금 다른 곳에 있었다.

 

  "그때 내가 설정 값 조정을 해주면서 좀 더 면밀히 살펴봤다면, 찰튼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명호는 멍한 눈으로 자신의 집무실 자리에 앉은 채 허공을 바라보며 중얼거리듯 이야기했다. 벌써 이미 수 차례 들은 얘기지만 민아는 인내심을 갖고 차분히 다시금 타이르듯 말했다.

 

  "오빠가 잘못한 게 아니야. 오빠는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해줬어. 루시타니아 사 기술부에서도 이야기했잖아. 그런 기초 점검 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류가 아니었다고."

  "…그런 결함품에 내 대원을 태워 보내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이젠 그걸 은폐하기 급급한 놈들 말을 어떻게 믿지?"

 

  민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임무에서 돌아온 세 사람에겐 얼마 간 휴가가 주어져 있었다. 오늘 소집은 새로 보급된 마소 역류 방지 장치의 사용으로 인해 부작용 등은 없는 지 확인하기 위한 정기 검진 같은 것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한동안 말을 잃은 채 허공만 바라보고 있을 때, 마지막으로 검사를 마친 우주가 집무실에 들어왔다.

 

  "…왔구나. 어디 이상은 없대?"

  "예… 아무 문제 없다고 합니다."

 

  넋이 나간 듯한 명호의 질문에 우주 역시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했다.

  그 모든 이들을 경악시킨 대규모 공격 직후 스펙터는 재빨리 공역으로부터 이탈을 시도 했고, 클레릭스의 다른 멤버들은 더 이상 시우를 쫓으려 하지 않았다. 더 이상 그를 쫓기엔 당시 스펙터가 보여준 새로운 형태의 공격 방식을 포함해 불안 요소가 너무나도 많았다. 독기 어린 표정으로 스펙터에게 집착하던 우주 마저도 찰튼의 죽음을 바로 눈 앞에서 목도하곤 얼어 붙어 있었다. 말 그대로 참패였다.

 

  "빌어먹을… 망령 자식!"

 

  우주는 낮은 목소리로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민아가 조용히 우주에게 다가갔다.

 

  "맞다, 나 너한테 꼭 하고 싶은 얘기가 하나 있었어."

  "…네?"

 

  순간 짝 하는 소리가 집무실 전체를 타고 크게 울려 퍼졌다. 민아는 오른손으로 우주의 뺨을 있는 힘껏 올려 치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냉정하게 말을 이었다.

 

  "한번만 더 전장에서 그렇게 자기 감정대로 멋대로 굴면 그땐 정말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 찰튼은 널 지키려다 죽은 거야."

 

  우주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명호는 그런 둘의 모습을 멍한 눈으로 그저 바라보기만 했다.

 

  "적성이 얼마나 있고 실력이 얼마나 좋고를 떠나서 난 그런 놈이랑 같이 싸우다 허망하게 죽고 싶지 않아. 내 말 알아 듣겠어?"

  "…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우주는 떨리는 목소리로 겨우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민아가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다. 민아는 올려 쳤던 오른 손등으로 그대로 한번 더 우주의 반대편 뺨을 때렸다. 또 한번 짝 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런 말은 찰튼의 무덤에나 가서 해. 난 네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 건지를 듣고 싶은 거야."

  "…다시는 제 감정만 앞세워 무모하게 행동하지 않겠습니다."

  "그래, 그럼 됐어."

 

  민아는 말을 맺고는 그대로 집무실 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이번엔 쾅 하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집무실 내부를 울렸다. 명호는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우주를 위로하기엔 그 스스로가 이미 찰튼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너무 강하게 사로 잡혀 있었다.

 

 = Dark Ocean’s Rhapsod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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