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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그것은 단지 하나의 미믹이었습니다
작가 : episode
작품등록일 : 2018.5.21

마왕성 지하를 본거지로 삼고 살아가는 몬스터 미믹
매일 자신의 보물을 지키기 위해 살아가던 나날,
자신을 찾아온 뜻밖의 손님, 그건 바로 레벨999의 몬스터 조사원?!
세상의 온 보물을 다 품고 살아가는 미믹과 한 명의 현자가 자아내는 판타지 모험기!
과연 그들의 여행은 순탄하게 진행될 것인가!
'그것은 단지 하나의 미믹이었습니다' 시작합니다!

 
1화 - 2 - 미믹의 아침일상
작성일 : 18-05-22 23:44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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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어라, 말할 줄 아세요? 미믹은 지능이 없는 하급 마물이라고 알려져 있는 데 말이죠."

 

  뭔가 머릿속이 복잡해져왔다. 눈 앞에 있는 상대는 분명 인간, 옷차림을 보면 아마 마법사거나 소환사, 아니면 그 언저리에 있는 클래스 일거다.

  보랏빛의 머리카락이 안경에 쓸려 내 머리 위로 흘러내려왔다. 머리카락만으로 내 몸 전체를 덮을 수 있을 정도로 긴 걸보면 신관, 일명 성직자라 불리는 회복계열 모험가일 가능성도 있겠다.

  입고 있는 옷은 성직자 쪽의 쪽의 고리타분한 흰색 복장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미믹이라, 모험가들이 말해준 정보를 듣고 오니 확실히 평범한 미믹은 아니네요."

 "그래, 나는 평범한 몬스터와는 격을 달리하는 강함을 가진 '유일' 등급이라고? 감탄해도 좋을 정도다. 인간."

 

  그래 유일 등급.

  숲이나 산맥에 널려 있는 노멀[Nomal]이나, 가끔 그 사이에서 강한 개체인 레어[Rare]같은 놈들과는 비교도 안 되지.

  마왕이나 상급 악마, 드래곤 같은 개체는 또다른 계급이 붙여지지만, '유일[Only]'은 정말 특별한 몬스터에게만 붙여지니까.

  그보다, 뭐하냐? 유일 등급의 몬스터를 보고도 뭔가 감흥이 없어? 오히려 이리저리 둘러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흐음..."

 "ㅇ...왜? 인간. 뭔가 이상하냐?"

 

  살포시 나를 바닥에 다시 내려놓더니 등에 매고 있던 커다란 가방에서 수첩을 꺼낸다. 꽤나 귀여운 글씨로 글자가 빽빽히 채워진 수첩이 한 장씩 넘어갈 때마다 왠지 모를 조바심이 들었다. 나는 합격인거냐? 혹시 치료 불가능한 불치병이나 대악마의 저주라도?

 

 "미믹은 이런 왕실 문양이 보란듯이 찍혀있는 상자에 들어가지 않아요."

 "에? 인간, 어째서?"

 

  그러자 갑자기 마치 '그것도 모릅니까? 정말 무식하군요.'라고 매도하는 느낌으로 심각한 표정을 짓는 인간.

 

 "몬스터 분류 체계를 아는데 비해 정작 자신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군요."

 "그, 그거야 모험가한테 뺏은 몬스터 대백과에 적혀있었으니까. 반쯤 불타서 미믹에 대해선 보지 못했지만."

 

  여자는 여전히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주머니를 뒤적인다.

 

 "보통은 아무리 자연발생 하더라도 마왕의 성채 내부 깊숙히 숨겨져 있을 만한 철괘에 깃들죠. 왕실 제작 물품은 성검이든 상자든 손수건이든 '신의 마나'가 깃들기 때문이죠. 그 성스러움의 결정체인 '신'의 마나 말이죠."

 

  그러면서 여자가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에는 내 상자의 앞에 떡하니 새겨진 문양과 같은 자수가 새겨져 있었고, 그 말대로 성스러움이 넘칠 정도로 느껴졌다. 어이, 왕실. 너무 '신의 마나'라는 거 막 쓰는 거 아니냐. 저 손수건 방금 집어넣기 전에 보니까 소스 같은 거 묻어있던데.

  신은 식탁 소스를 닦기 위해서 성검에 부여되는 마나를 하사한게 되잖아?!

 

 "상자의 크기도 이 정도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초소형 개체구요. 게다가 미믹이란 건 애초에 말이죠, 상자의 입구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이빨이 달려있어서, 보물을 노리고 다가오는 모험가를 깨물거나 먹어서 마나로 변형시키는 마물이에요."

 "그래? 확실히 나는 이빨 같은 거는 없는데. 여자 인간. 미믹은 나처럼 상자 안에 아이템을 보관하고 있다던가 하지 않아?"

 

  고개를 가로짓는다.

 

 "인간. 그러면 미믹이 몬스터나 인간을 먹고 나중에 그대로 뱉는다던가?"

 "아뇨. 전혀요. 그건 오히려 인간 사이에서도 희귀한 '아이템 수납'마법과 형태가 비슷하네요. 이런 식이죠."

 

  시범을 보여주겠다는 듯, 여자는 오른손을 손바닥을 위로 해서 앞으로 내밀더니 작게 영창, 그러니까 마법을 발동하기 위해 필요한 주문을 외웠다.

  애초에, 나 나름 보물상자니까 '아이템 수납' 영창식은 엄청나게 많이 들어봤는데. 열기도 전에 마법부터 쓰는 놈들이 꼭 있으니까 말이지.

  '공간과 질서의 여신이여, 저에게 기적의 힘을'이라던가 '비밀의 공간이여 나에게 그 속을 허락하라'라던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웃-"

 

  짧아─!

  영창의 길이가 짦을 수록 더 강한 마법사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 여자의 클래스가 마법사라면 거의 대현자나, 용사급이지 않을까.

 

 "이렇게 말이죠. 인-"

 

  순식간에 손바닥 위에서 나타났던 책은 제목도 보기 전에 아까보다 더 빨라진 주문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아, 가방은 왜 넣지 않냐고 묻는다면 이미 수납 공간에 너무 많이 넣어놔서 공간이 없어요."

 

  네 인상착의만 봐도 그 수납 공간 안이 방금 전과 같은 책으로 꽉 채워져 있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가본 적은 없지만 인간 시설 중에 '도서관'이라는 장소에 앉아있을 전형적인 사서 타입이 너랑 비슷했던 것 같네.

 

 "이런 수납 기능도 포함해서, 미믹은 내부가 생체 기관으로 채워져 있을 뿐, 실제 상자의 기능과는 거리가 멀어요. 특히 당신은 말도 가능하고, 인간 만큼의 지능도 있으며 아마 왕국의 글자도 읽을 줄 알겠죠? 아니면 수인족 나라의 언어라도?"

 "인간, 어, 어떻게 그걸?"

 "마물 사전은 왕국이나 수인족 나라에 사는 드워프나, 엘프 사서들이 종종 만들거든요. 엘프는 고지식해서 사전류 책은 잘 보지 않고 드워프는 '그' 성격상 책이라면 질색이나까, 자기들 언어로는 만들지 않아요."

 

  이 여자, 다른 건 몰라도 상식 만큼은 인정할 만하다. 보통은 전 종족을 아우르는 생각을 통해 대상의 언어력을 통찰하지는 않는 데다가,

  전 종족에 매몰찬 평가를 내리지도 않는다고?

 

 "당신의 외관은 상자 내부에 귀속되어있는 검은 형체, 형상이 없는 검은 안개에 가깝네요. 이 정도라면 블랙 슬라임[Black Slime]이라고 말하는 편이 좋겠네요."

 

  어이, 방금 수첩에 끄적인 단어는 블랙 슬라임이냐. 유일 등급의 몬스터를 보고도 '슬라임'따위로 분류한다는 말이냐. 너무하네. 모험가 3인의 파티를 원거리에서 제거하고, 아이템 수납 마법을 쓸 수 있는 몬스터가 고작 슬라임이라니.

 

 "단언하긴 힘들지만 말이죠."

 

  손을 두 번 반복해 북북-하고 취소선을 긋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망설임이 있었다는 사실에 몬스터로서 살아온 내 삶이 무시당한 기분도 들었다.

 

  아니, 이런 걸 말할 게 아니라─!

 

 "어이, 너 인간이잖아? 나 몬스터라고? 싸우지 않는 거냐?"

 

  한바탕 호통을 치고 평소대로 전투태세로 들어가려 했더니, 저쪽은 오히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비뚤어진 안경의 균형을 맞출 뿐이었다.

 

 "왜죠?"

 "에에에─?"

 

  정체성이 '슬라임'이라는 한 마디에 흔들린 것에 뒤이어 '몬스터를 죽여야 할 이유를 모르는 인간'을 만난 것이 머리가 또다시 복잡해져 온다.

 

 "당신은 지능이 있잖아요? 지금까지 미믹이라도 믿으며 살아온 걸 보니 크게 귀찮은 일은 싫어하는 거 아닌가요? 방금 전멸할 뻔한 파티도 완전히 죽이지 않은 걸 보면 인간에 적대심도 없잖아요. 싸워봤자 쌍방의 손실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화, 확실히 그, 그런─"

 "당신 말대로 미믹이라면 마왕이 공략당해버린 마왕성에서 힘 빼기 보다는 그 기력으로 움직여야죠?"

 "...맞습니다. 인간. 꽤 이쪽 사정에 자세하구나..."

 

  마왕이 죽었다는 현실에 재차 충격을 받아버려 나도 모르게 뚜껑을 닫아버리려 하니까, 인간은 아직 용무가 남았는지 손으로 입구를 틀어 열었다. 인간! 근력도 엄청나잖아! 이 상자 힘은 보통 거구의 오크도 못 열게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리─고"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로 발음하며 인간은 수첩을 든 상태로 팔짱을 꼈다. 이쪽이 뚜껑을 닫으려는 마음을 접고 인간쪽을 쳐다보다 인간도 마찬가지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덕분에 결코 작지 않은 가슴이 흰색 원피스와 그 위에 걸친 가디건을 무시하고서 팔 위에 얹어져 그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었다. 내 능력치 창에서도 나는 '남자'라고 나와있었으니, 저기로 시선이 가는 건 어느 의미에서는 본능이랄까─

  아니, 그보다 왜 불만스러운 표정이십니까?

 

 "자꾸 인간, 인간 할거에요? 다시 소개하자면 몬스터 조사관, 겸 마물 관리를 겸하고 있는 에. 피. 소. 드. 라고 합니다?"

 "아, 아아. 에피소드. 그래. 에피소드. 알지."

 

  정석적으로 까다로운 선생님 타입이구만. 인간에게서 뺏은 소설책에서 봤어.

  어차피 조금 있으면 헤어질 사이면서 굳이 그 호칭에 고집하는 이유는 몰라도, 이름 참 신기하네. 어딘가의 성검이냐? 그런 검은 적어도 내가 들고 있는 것 중에는 없는데.

 

 "그래서 당신은요?"

 "한낱 몬스터에 이름을 고집하는 이유가 뭐야?"

 "당. 신. 은?"

 

  동시에 인간, 아니 에피소드의 손에서 불꽃이 일어났다. 영창이 '당 신 은?'이라는 걸 보면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준비라도 해놓은 것 같은 마법이구만. 물론 나는 불 내성도가 드래곤 브레스도 견뎌낼 정도지만, 이 여자가 제대로 하면 브레스 보다 더 아픈 마법이라도 쓸 것 같아서 그냥 대답하도록 하자.

  아니, 그보다 이름이라니, 몬스터는 이름이 없다고?

 

 '빨 리'

 

  ─섬뜩한 입모양. 아마 저것도 하나의 영창이라서 발음을 내지 않은게 아닐까.

 

 "미, 미믹이다. 스테이터스 창에는 표기가 이상하게 되있어서 이름은 잘 몰라. 유일이라도 몬스터는 몬스터인걸."

 "좋아요. 미믹 씨. 스테이터스 창이 보인다니 더욱 흥미가 생기네요."

 

  이제야 에피소드는 꼬았던 팔을 풀며 한숨을 쉬었다. 그 사이에도 손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수첩에 뭔가를 기록했다. 아마 나에 대한 정보일테지.

 

 "그리고 몬스터라는 말은 이제 왕국에서는 쓰지 않아요. 그건 인간이 수인을 억압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인간만의 말. 마물이라고 해주세요. 몬스터 조사관이라는 말은 어쩔 수 없이 쓰고 있는 중이에요. 곧 마물 조사관으로 정식 명칭도 바뀔 거니까."

 "몬스터인 내가 왜 인간과 수인 사이의 평등을 도와야 하는─"

 "마. 물."

 "옙"

 

  ...왜 처음부터 나는 순순히 말을 따르지 않는 걸까.

  그리고 수인이라면, 동물이나 고위 몬, 아니 고위 마물의 육체 일부가 인간에게 이전된 '불완전종'을 말한다. 긴 귀에 숲의 가호를 타고 태어나는 엘프나, 땅과 금속의 친화도가 월등히 높은 난쟁이들 드워프 같은 '반 요정 반 인간'의 '완전종'이 아니다. 각기 특징이 다르고 강함과 약함도 대체적으로 불균일하다. 같은 종족으로 묶기에도 힘든 그런 놈들을 인간과 동등하게 여기는 쪽은 약자도태의 법칙을 무시하고 있는 게지.

  ─뭐, 나라고 그런 법칙이나 윤리나 절대선, 절대악, 절대법에 얽매이는 걸 좋아하는 쪽은 아니지만.

 

 "그래서. 마물 미믹 씨. 성채가 점점 사라지고 있네요. 어쩌실 거죠?"

 "버, 벌써?!"

 

  정말이다. 성채가, 몇 달간 머물렀던 마왕성의 여기 저기가 조금씩 일렁였다.

  기둥의 하부마다 박혀있던 사자상들이나 천장으로부터 무너져 내린 타일들, 심지어 복도와 내 몸에 묻은 자잘한 먼지 중 외부에서 날아온 것을 제외하면 전부 바닷빛 가루가 되어 소멸하고 있었다. 위에서도 서서히 붕괴가 시작되고 있는지 가루들은 위에서도 서서히 눈처럼 떨어져 내려왔다. 저게 마나의 정수, 마나 종속의 주체를 잃은 마왕성의 최후로서 볼 수 있는 마왕성의 실체다.

  처음에는 이렇게 예쁘다고 마냥 보게 되지만, 역시 또 그 먼길을 가야한다는 생각이.....

 

 "아름답네요. 잘 보이도록 돌려드릴게요. 먼 길도 경치를 감상하고 나서 가는거죠. 저는 처음 보는 광경이라구요."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뭐가 아름다워?! 집이 가루가 되서 사라지고 있는데 마냥 아름다운 결정으로 보고 있을 수 있겠냐?!

  그보다 은근슬쩍 내 위에 앉지마! 무거운 건 아니지만, 그, 엉덩이! 상자긴 해도 그 촉감이 전해져서 경치고 뭐고 전혀 집중할 수 없다고!

  비, 비키라고는 안하겠지만. 크흠.

  그 사이 에피소드는 또 수첩 위에서 분주히 손을 놀렸다. 이번에는 글자를 쓰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라, 너 그림도 그리는 거냐. 꽤 잘그리는 걸."

  "아, 이런 풍경은 도시에서는 잘 볼 수 없다구요. 돌아가서 도시의 모두에게 자랑해야죠. 돌아간다면..."

 

  왜 말 끝을 그렇게나 애처롭게 흐리는지는 묻지 않기로 했다. 대검을 다루는 중년 검사가 들고 있던 '여자에게 인기 있어지는 방법'이라는 책에서 여자의 고민은 들춰내지 말라고 했으니까. '이 세상의 모든 마물을 보기 전까지는 돌아오지 마라!'라는 바보 같은 명령 때문일리는 없고, 이 여자라면 분명 나름의 복잡한 이유가 있겠지.

 

 "그래─ 복잡하다고. 인간을 내 몸 위에 앉히게 될 줄이야 몰랐으니까."

 "저도 미믹 위에 앉는 경험은 처음이네요. 그것도 '신의 마나'가 깃든 왕실의 상자에 말이죠."

 "그것도 그렇네."

 

  아, 이 여자는 웃는 목소리가 귀엽네─라고 생각하며 나도 모르게 조금 웃어 버렸다.

 

 "아, 당신 혹시 남자는 아니죠?"

 "그, 그건 왜?"

 "아무래도 이 가방 무거우니까 움직일 때는 당신 안에 넣고 다니려구요. 드래곤이나 유일이니 말했으니 가방 정도는 무리가 없겠죠?"

 "어이─ 나는 그런 편한 아이템 박스 종류가 아니라─! 뭐, 뭐하는─! 으아아아아─! 살살! 살살 하라고!"

 

  어이, 너무 막무가내잖아! 진짜로 상자에 집어넣는 느낌으로 구겨넣는게 아니라, 네 그 영창이 간단한 마법처럼 이쪽도 마법처럼 사용한다고! 주문은 외우지 않지만 마음 속으로라도 넣으려는 생각을 해야 들어간다고!

 

 "자, 다 넣었다. 이걸로 잠시 성채가 전부 사라질 때까지만 기다립시다. 그 사이에 가방 내용물 보지 말라구요? 아까 가슴을 대놓고 보는 시선에 남자인 건 알았으니 서로 파렴치한 행동은 하지 말자구요."

 "그, 그걸 알아차렸다고?! 나 눈이라도 달려있었냐?"

 "쉿─ 조용히. 묵념의 시간입니다."

 "...그, 그래."

 

  왜 그 시선은 알아차렸으면서 자기가 인간으로 치자면 팔에 해당하는 부위를 깔고 앉아 있다는 사실은 모를까─ 의외로 헛점이 있긴 하구나 생각하며, 인간과 함께 전경을 감상하기로 했다. 인간과 함께라니, 뭔가 색다른 느낌이었다.

 

  성채는 언제나처럼 푸른빛으로 가득한 조각들로 변해갔고, 조각에서는 침식이 일어나 고운 가루들이 마치 은하수를 이루듯 매끄러운 길을 만들며 나아간다. 조각들이 분리되어 앙상해진 내부는 또다시 무너지고, 바람에 날아가는 것의 반복이다. 강한 자의 힘은 그렇게 약한 자에게 환원된다.

  결국 그게 끝이다. 다시 모을 수 없을 정도로 고운 가루가 되어, 세상 여기 저기로 흩어져버리는 최후.

 아무 의미도 없는, 단지 그 허무한 과정일 뿐인데,

  단지 이 고지식해보이는 인간이 '한 때 한 장소의 지배자였던, 장악자이자 왕이자 곧 '신'이었던 마왕에게─'라는 기도를 하는 것만으로─

  이 장소는 절대자의 성채가 아닌, 하나의 무덤으로 보였다.

 '─그대의 강함에 경의를 표하며, 그대의 잔재가 이루는 파도에 찬사를 보낸다. 왕이여 자연으로 돌아가길'이라는 그 기도만으로도 매번 똑같아 보였던 결정들의 흐름이 달라보였다.

  절대자의 하늘이자─

  왕의 정원이자─

  조금은 부러운 '강자'의 바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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