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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한다고 말해줘
작가 : 문양
작품등록일 : 2018.5.5

 
Episode 5. 왜, 여기 앉아 있어요?
작성일 : 18-05-13 19:36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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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휴게실에서 풍기는 라면 냄새가 어느 정도 빠져나갔다. 주변이 정돈 되자, 수진이 착잡한 마음에 조곤조곤 떠들기 시작했다.

 

  "이제, 오픈되면, 잔소리 폭탄 맞는 건 시간문제네. 어떻게 처음부터 찍히냐?"

 

  "그래. 내가 미안하다! 그만 좀 궁시렁 거려라, 좀."

 

  명일이 반복되는 수진의 어택에 지쳐하며 말했다.

 

  활기찬 이들이 주눅이 든 이유는 불과 몇 분 전, 퓨어림보 사장 차진혁에게 한 소리를 듣게 되었기 때문이다.

 

  휴게실이 건물 꼭대기의 병원 이용자들도 사용하는 곳일 줄은 꿈에도 몰랐고, 배고픔을 가실 곳이 이곳 말고는, 적절한 곳을 찾을 수 없었기에 판단한 것이었다. 그래도 그런 불쾌한 언행을 일삼을 필요는 없었다.

 

  차진혁. 그룹홈에서 처음 봤을 때는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면접을 볼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친절한 듯 보여도 아닌 것은 그의 성향인가보다.

 

 -달칵.

 

  냉장고처럼 서늘한 분위기에 문이 열렸다. 이제 그 소리에는 다들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그저 무덤덤하게 문 쪽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용한 휴게실 안으로 손 지호 팀장이 들어오자, 4명은 점점 주인만난 강아지 마냥 초롱초롱한 눈으로 변하며 반가워했다.

 

  “팀장님~!”

 

  손 지호 팀장이란 사람은 주란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있어서 이미 히어로였다.

 

  “이 사람들이! 제가 없을 때, 더 잘 했어야죠~”

 

  손 팀장이 양 손을 허리에 대고는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상무님 만난 것 같은데,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 말고, 지금처럼 열심히만 해주면 되요. 알겠죠?”

 

  “네!”

 

  그의 등장으로 다시 활기가 생겼다. 4명이 힘차게 답하는 때에 맞춰, 손 팀장의 벨소리가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리리!

 

 .

 .

 

 -20분 전

 

  도준과 대면한 진혁은 도저히 집중 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에 꽂히면 끝을 보기 전까지 오직 그 문제만이 뇌리에 맴돌기 때문이었다.

 

  긴 머리에 순진해 보이는 여자. 아무리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해도, 채한 것 마냥 속이 더부룩했다. 테이블을 검지로 톡톡 두드리며 멍하니 있는 진혁을 보고, 도준이 말을 툭 내뱉었다.

 

  “뭘 그렇게 생각해?”

 

  “!”

 

  갑작스런 말에 놀란 진혁이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니. 좀, 신경 쓰이는게 있어서.”

 

  “답답하게 하지 좀 마. 너, 상무잖아. 그럼 일에 집중해야지. 하아~ 이력서는 정확한지 확인해 봤어?”

 

  “아니, 아직... 하하.”

 

  전무란 놈은 늘 그렇듯 자신을 아랫사람 보는 것처럼 취급했다. 또한 그것이 현재진행형인 것은 여전했다. 진혁이 어두운 마음을 애써 감추며 웃어보였다.

 

  불쾌한 감정에 이내 정신을 차린 진혁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현재 뽑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이력서가 테이블을 가득 채웠다.

 

  며칠 후 이들의 계좌로 교육비를 지급해 줘야하는 사항 때문이었다. 혹시라도 잘못 입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준은 자신이 고민하는 사이 꽤 많이 훑어본 모양이었다.

 

  어라?

 

  여러 이력서들 사이로 익숙한 누군가의 사진이 진혁의 눈에 들어왔다. 긴 머리에 순진해 보이는, 명량한 목소리와 약간 높은 소프라노 톤. 그리고 이력서에 적힌 이름.

 

 -윤주란. 미술치료학과 졸업예정자.

 

  진혁은 흠칫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분명, 자신은 윤주란이란 사람을 뽑은 적이 없었다.

 

  정확하게는 이력서 자체도 전달해 준 적이 없었다.

 

  진혁의 등줄기를 따라 서늘한 감각과 함께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설마, 도준이 녀석 벌써 일을 알아채버린 건가?

 

  진혁의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뭐야, 왜 그래?”

 

  낯빛이 안 좋아 보이자, 도준이 살짝 당황한 듯 물었다. 진혁은 쿵쿵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화재를 돌려 답했다.

 

  “아~ 아냐, 점심을 좀, 잘못 먹었나봐. 그런데 혹시 알아? 며칠 전에 그룹홈에서 봤던 여선생.”

 

  “아~ 알아. 여기 아르바이트생으로 왔지? 그나저나 지호 녀석, 좀 엄해져야 돼. 아까도 그 여자를 너무 도와주더라고. 내가 봤을 땐 위험한 여자인데 말이야.”

 

  예상외의 대답에 진혁은 조금 전의 긴장을 풀며 말했다.

 

  “위험한 여자라고? 무슨 일 있었어?”

 

  “없었어!”

 

  진혁의 물음에 도준은 아무 일 없었다며 딱 잘라 말하고는 다시 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진혁은 놀란 감정이 진정되자, 차분해 지면서 여러 생각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한 달 전, 면접은 지호와 자신이 서로 번갈아 가며 봤었고, 윤주란과 마지막 면접이 끝나고 나서, 자신은 급한 일 때문에 마무리를 짓지 못했다. 일이 끝나고 왔을 때에는...

 

  “후훗.”

 

  진혁이 작게 웃었다. 어쩐지, 지금의 이력서에 자신이 한 메모가 왜 없나 했다.

 

  좀 전, 자신의 말에 너스레를 떨며 숨기는 것 없다고 말한 지호를 생각하며, 진혁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일이 제법 재밌어 지는 것 같아 온 몸이 짜릿했다.

 

  도준은 여전히 일에 빠져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윤주란이란 여자와 좋은 감정은 아닌 모양이었다.

 

  이것은 기회다. 그 여자를 내쫓을 기회!

 

  검토를 끝낸 도준이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일단, 직원들부터 지급하고...”

 

  “도준아.”

 

  도준의 말에 진혁이 자신의 말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었다.

 

  “내가 본 이력서도 전부 이상 없고, 일도 끝난 것 같은데, 부탁 하나 해도 될까?”

 

  “...그래, 말해봐.”

 

  서류를 정리하며 도준이 마지못해 답하자, 진혁은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첫 오픈 알바생들인데, 서로 통성명 한 적이 없네?”

 

  “그래서?”

 

  “아니 뭐, 일게 알바생들 이라도, 사장들 얼굴도 좀 보여주고 말도 좀 나눠야, 말도 잘 듣고 하지 않겠어? 여차하면 군기도 잡을 수 있고 말이야.”

 

  “그런 게, 굳이 필요해?”

 

  “그래도 나중에 가서, 자르고 다시 교육하는 것보단 득이지.”

 

  그의 말에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도준이 되물었지만, 진혁은 끝내 핸드폰을 열고는 손 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

 .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리리!

 

  평범한 벨소리였지만, 평소와 다른 불길한 느낌에 손 팀장은 선뜻 받지 못했다. 그 마음을 상대방도 알아챈 것인지, 벨소리는 끝을 모르고 계속 울렸다.

 

  발신자는 아니나 다를까 차진혁이었다. 손 팀장은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네. 손 지호입니다.”

 

  “어, 휴게실 4명이랑 같이 있지? 1층 파티룸으로 와.”

 

  “지금?”

 

  “통성명 좀 하게. 재밌어 질 것 같아, 그렇지?”

 

  그렇게 전화가 뚝 끊겼다.

 

  지호는 의미심장한 진혁의 말에 살짝 위태위태한 감각이 다리부터 타고 올라왔다.

 

  전화를 받고 생각에 잠긴 손 팀장을 보고는 주란이 걱정했다.

 

  “팀장님? 무슨 전화인가요?”

 

  “아~ 그렇지! 음, 일단 놀라지 말고 들어요. 저희 퓨어림보는 사장님이 둘이에요. 알고 있나요?”

 

  “그럼요~ 제가 정보통이라 다 알려줬죠.”

 

  수진이 으쓱대며 말했다.

 

  “정보통이라. 역시 수진 씨 답네요. 그 두 분의 사장님이 여러분들을 보고 싶어 한다고 연락이 온 거에요. 아까도 말했지만,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한 마음으로 통성명하면 되요.”

 

 .

 

  라고 말했지만, 좀 전의 라면 사건의 타격이 컸던 모양이었다.

 

  1층 파티룸에 겨우 온 4명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 말 없이 고개만 푹 숙이고 있을 뿐이었다.

 

  주란 역시 말을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싹퉁머리 없는 진상 손님이 퓨어림보 전무, 차도준이였던 것이다. 파티룸으로 들어오는 순간, 자신과 눈이 마주친 그의 표정은, 썩소 그 자체였다. 마치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로 도준은 주란을 똑바로 응시했다.

 

  자신이 무얼 그리 잘못한 것이란 말인가! 잘못이라 꼽는다면, 고귀한 사장님의 입술을 실수로 부딪힌 것 말고는 없거늘! 주란은 괜히 억울함이 밀려왔다.

 

  “크흠. 많이 조용하시네요? 조금 전 라면 사건 때문에 그러는 거라면,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진혁이 능글맞은 웃음으로 조용한 파티룸에서 다시 말을 이었다.

 

  “우선, 아이스 브레이킹부터 할까요? 첫 번째 의자에 앉아 계신 분? 분명, 낯이 익은데? 말씀해 보세요.”

 

  진혁은 서둘러 처리하고 싶은 마음에 첫 타자로 주란을 언급했다. 그 속내를 모르고, 주란은 다소 긴장되는 가슴을 억누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네~. 저는 24살 윤주란이라고 하고요. 아이들 보는 걸 좋아해서, 가끔씩 그룹홈이나 공공시설 봉사 활동을 합니다. 잘 부탁드리고요. 감사합니다.”

 

  “아! 이제 생각나네요. 확실히, 도준이 조카를 맡아줬던 보조 선생님이었죠?”

 

  주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진혁이 바로 답했다. 그의 반응에 살짝 긴장이 풀어지는 주란이었으나, 그 감정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런데.”

 

  진혁이 주란을 똑바로 쳐다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어떻게 여기에 앉아있는 거예요?”

 

  “네?”

 

  방금 전과는 다른 분위기로 알 수 없는 진혁의 대사에 주란이 되물었다. 진혁은 입꼬리를 한 쪽으로 올리며 삐딱한 시선으로 다시 말했다.

 

  “난 분명, 여기 일과 맞지 않아서 안 뽑은 거였는데, 왜 여기 앉아있냐는 말이죠.”

 

  “......!”

 

  주란은 천천히 진혁의 눈을 보게 되었다.

 

  부드럽지만, 기분 나쁜 시선으로 그는 계속 주란을 바라보고 있었다.

 

  설마, 이런 상황을 생각하고 날 뽑은 건 아니겠지? 그런 더러운 새끼는 아니겠지?

 

  주란의 머릿속에 수만은 생각들이 얽히기 시작했다. 그의 말을 끝으로 파티룸은 더욱 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작가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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