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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막내 후궁의 자립기
작가 : 오렌지사파이어
작품등록일 : 2018.5.2

[성장물]/[육아물]/[로코물]/[동안 여주]/[순진 여주]

여자의 결혼 적령기는 과연 언제일까.


평민들은 대충 20대 초반에서 중반 사이에 결혼하지만 귀족은 어린 나이에 미리 약혼을 해두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왕족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레나테 공주의 나이가 이제 열넷이니 파네스 제국 황제 폐하의 후궁으로 가도록 하라는 국왕 전하의 명이십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나이에 벌써 결혼하는 건 이른 거 아닐까. 올해 갓 14살이 된 레나테는 시종의 전언을 듣고 멍하니 생각했다.


원래 연재했던 막내 후궁의 자립기 리메이크작입니다. 표지는 레이에린 님께서 그려주셨습니다.

 
1장
작성일 : 18-05-08 19:09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13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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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궁에 후궁들이 모이는 건 한 달에 1번 있는 만찬 때뿐이었다. 그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후궁의 의무이기에 평소에는 아무리 밖에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그 날만은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 말은 즉, 다른 날보다 훨씬 더 후궁들의 신경전이 거세다는 뜻이다.

 

 “어머, 페넬로페 님 아니세요? 얼굴이 더 창백해지신 것 같은데, 간밤에 잠을 못 주무신 모양이시죠?”

 “그러는 헬레나 님이야말로, 신경 쓸 게 많으신 모양이에요. 눈가에 주름이 보이는 것 같은데.”

 “이사벨라 님은 이런 날에도 그런 죄수나 입을 것 같은 차림이시군요. 아, 실례. 요즘은 죄수복도 그렇게 갑갑하게는 안 만든다죠? 예법을 지키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유행에도 좀 신경을 쓰시는 게 어떨까요?”

 “세실리아 님이야말로, 과도한 치장은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좋겠군요. 플라티니 백작가가 문화 사업으로 유명하다 해서 세실리아 님의 차림도 전부 칭찬받을 것이라는 건 어리석은 기대라는 걸 아셔야지요.”

 

 헬레나와 페넬로페는 각자 해외파와 국내파의 대표로서 웃고는 있지만 서로의 신경을 긁는 모습이 매우 일품이었다. 나른한 분위기의 페넬로페를 잠 못 자서 퀭한 것으로, 자신보다 겨우 1살 연상인 헬레나를 아줌마로 몰아버리는 신경전 옆에서는 화려하게 차려입은 세실리아와 고상함을 지키는 심플한 차림의 이사벨라가 서로의 차림을 보고 비꼬고 있었다. 전쟁으로 따지자면 최전방 공격수들이다.

 

 비올레타는 지원이 필요한 곳이 있을까 살폈고, 안젤라는 불안한 듯 물잔을 들어 물을 마셨고, 조세핀은 누가 시비를 걸면 모를까 먼저 거는 타입은 아니기에 가만히 있었다. 수잔나는 애초에 관심이 없는 듯 음식에만 시선을 주었고, 레오나는 흥미진진하게 구경하면서 때때로 한 마디씩 품평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오늘은 다들 평소보다 피곤해 보이시긴 하네요. 그런데 오늘도 세헤라자데 님은 늦으시나 봐요?”

 

 그녀의 말대로 세헤라자데의 자리는 비어 있었다. 그들이 시간보다 일찍 온 것도 있지만 세헤라자데는 기본적으로 모두가 모이는 자리에 나오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시간에 딱 맞춰 나와 예의에 어긋나지 않을 정도로만 있다가 돌아간다. 그런 행동으로 후궁의 싸움과 거리를 두려 하는 모양이지만 레오나가 생각하기에 그 행동은 무의미했다.

 

 ‘그 외모를 가지고 난 황후 될 생각 없어요, 라고 말해도 누가 믿겠어?’

 

 세헤라자데는 미인이다. 그럼 다른 후궁들은 미인이 아닌가? 일단 상당수가 미인 축에 들기는 하다. 헬레나나 페넬로페는 상당한 미인이라고 할 수 있고, 세실리아는 미인이기도 하지만 꾸미는 법을 잘 알아서 원래의 외모보다 더 빛난다. 이사벨라나 수잔나는 전자는 고전적, 후자는 어딘가 신비로운 타입의 미인이고, 레오나 자신 역시 미인 축에 드는 외모를 가졌다고 자부할 수 있다. 비올레타, 안젤라와 조세핀은 평범한 축이지만 적당히 호감형인 외모라 나쁘진 않다.

 

 하지만 세헤라자데는 그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대륙의 주요 국가, 심지어 그녀의 모국인 플루라와도 전혀 다른 양식의 드레스, 마법이라도 걸렸나 싶을 만큼 싱싱한 꽃넝쿨 장식이라는 파격적인 차림새에 가려진 그녀의 미모를 보면 무신론자라고 해도 신의 존재를 인정할 것이다. 신이 아니라면 저 정도로 아름다운 인간을 만들 수 없을 테니까.

 

 세헤라자데가 후궁으로 들어온다는 말을 듣고 조사했을 때 미모에 대한 언급이 없어서 외모는 좀 떨어지나 보다 하고 예상했던 레오나는 실제로 세헤라자데를 보고 나서는 조사원들의 보너스를 취소하고 휴가도 압수했다. 그녀를 본 사람들이 너무 아름답다고 넋을 놓은 게 아니라면 외모에 대한 증언이 빠질 수가 없을 것 아니냐는 구박은 덤이었다.

 

 그리고 레오나의 변호를 위해 말하자면 이건 레오나만의 생각은 아니다. 예술 사업 때문에 수많은 배우들을 봐왔고 미의 기준 역시 엄격한 세실리아는 세헤라자데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그녀를 데려다 초상화를 그리게 하면 실력이 떨어지는 C급 화가가 그린다고 해도 사람들은 걸작이라고 할 거에요.”

 

 사랑을 받기에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 바로 외모이다. 물론 인격 역시 장기적인 사랑을 위해서는 중요하지만 당장 황제가 거의 오질 않는 지금은 장기전보다는 당장 시선을 끌어 혹시라도 황제가 오면 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외모의 힘이 더 크다. 그리고 그 분야에서 세헤라자데는 후궁의 누구보다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어쩌면 본인도 그걸 알고 있기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는 게 레오나의 추측이다.

 

 그래도 세헤라자데가 후궁의 싸움에서 아예 빠지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당장 레오나는 그들이 세헤라자데에게 관심을 가질 만한 주제를 알고 있다.

 

 “그나저나, 그저께 폐하께서 백합 궁에 가셨다는 소식, 다들 들으셨나요?”

 

 황제의 행차는 후궁에 있어서 엄청난 이벤트이다. 황제가 후궁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후궁들 중 황제에게 인사를 하러 나온 후궁들도 있지만 황제는 몇 분 있지도 않고 바로 돌아갔기에 황제와 대면한 건 황제가 방문한 백합 궁의 사람들, 그리고 백합 궁에 방문했던 레나테뿐이다.

 

 “들었어요. 대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급하게 오셔서 백합 궁에 들렀다 가셨다면서요?”

 “원래는 프리지아 궁에 가셨다가 백합 궁으로 가셨다고 하는데, 혹시 레나테 공주가 목적이 아니셨을까요?”

 “그런데 레나테 공주는 무슨 일로 세헤라자데 님과 만난 건지 모르겠네요. 두 분이 친분이 있단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페넬로페가 시큰둥하게 대답하자 비올레타가 예상을 늘어놓았다. 헬레나는 의구심이 드는지 레오나에게 물었으나 레오나 역시 그 둘의 친분에 대해서는 정보가 없다. 애초에 플루라와 에드나는 거리상으로 정반대이고 서로 교류도 없어서 친분이 생길 접점도 없다.

 

 “어디 저희가 가진 레나테 공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건 어때요? 비올레타 님, 비올레타 님도 꽤 정보를 모아두셨을 것 같은데.”

 

 레오나의 도발 섞인 말에 비올레타는 싱긋 웃으며 여유 있게 대답했다.

 

 “글쎄요, 저희도 모은다고 모으기는 했지만 후궁 제일의 정보통인 레오나 님만 할까요. 오히려 저희 쪽에서 정보를 듣고 싶을 정도인걸요.”

 “어머, 제가 능력이 좋긴 하지만 그래도 비올레타 님은 이곳이 홈그라운드이실 텐데, 본진에서 제게 밀린다면 그건 너무 무능해 보이지 않겠어요?”

 “겸손과 무능을 착각하시다니, 용기와 만용을 구별 못하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웃고는 있지만 불꽃 튀기는 소리가 들렸다. 마음 약한 안젤라가 물을 한 모금 삼키고 바들바들 떨던 중 만찬실의 문이 열리고 기다리던 세헤라자데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뵈어요, 여러분.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어서 와요, 세헤라자데 님. 아직 만찬은 들지 않았으니 너무 걱정할 것은 없답니다.”

 

 법도상 가장 선배인 1후궁 페넬로페가 인사를 하자 다른 후궁들도 눈인사를 건넸다. 변함없이 봄의 생기가 맴도는 화사한 미모에 몇몇 후궁들이 질투에 찬 시선을 던졌으나 세헤라자데의 차분한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예법에 어긋나는 부분도, 숨겨진 듯한 음험함도 보이지 않는 깨끗한 태도는 보는 사람의 전의를 꺾어버리는 데 뭐가 있었다.

 

 “그럼 이제 레나테 님만 오시면 되겠군요.”

 “어떤 분이실지 궁금하네요. 듣기로는 14살이라고 하시던데, 저희가 잘 이끌어드릴 수 있을지 걱정이에요.”

 “···그럼 지금 인사드리셔야겠네요.”

 

 후궁들의 말에 세헤라자데는 살짝 비켜났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움직이며 드러난 건 세헤라자데의 어깨까지 올까 싶을 만큼 작은 체구의 소녀였다.

 

 “어머!”

 “세상에...”

 

 11후궁의 모습을 본 후궁들이 놀라서 체통도 잊고 벌떡 일어났다. 나른해하며 턱을 괴고 있던 페넬로페도, 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상황을 지켜보던 헬레나도 마찬가지였다.

 

 “아, 안녕하세요. 11후궁 레나테가 처음 인사드립니다. 모두들 안녕하신지요?”

 

 작은 인형 같은 소녀가 무릎보다 약간 올라오는, 프릴과 레이스로 풍성하게 장식된 분홍색 드레스 자락을 살짝 잡고 인사를 했다. 소녀의 움직임에 분홍색 리본이 달린 헤드드레스와 함께 웨이브진 짧은 금발머리가 살짝 흔들렸다.

 

 10살 정도로 추측되는 외견이라고 사전에 듣기는 했지만 글자와 말만으로 들은 정보는 실제로 보고 얻는 시각적 충격을 완화해주지 못했다. 게다가 드레스 밖으로 보이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앙상하게 마른 팔과 훌쭉 들어간 뺨은 저도 모르게 동정심을 자아냈다. 설마 황제가 소아성애자일까 하고 수군거렸던 후궁들은 레나테를 보자마자 만약 정말이라면 황제를 거세시킬 방도를 떠올렸다. 그 정도로 레나테의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이런 질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

 

 정신을 차린 페넬로페가 평소 반쯤 감은 눈을 번쩍 뜨고서 물었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집중되자 긴장한 레나테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14살이에요. 지난달에 생일이 지났거든요.”

 “세상에!”

 

 레나테의 입으로 나이를 들은 후궁들은 정보가 사실이었다는 것에 한탄했다. 이런 소녀가 그들과 같은 후궁이라니, 대체 언제부터 황제가 이런 후안무치한 인간이 된 것일까.

 

 “당장 폐하께 탄원서를 내야겠어요. 우선 제가 먼저 쓸 테니 다들 서명을 부탁드릴게요.”

 “저도 아버님께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의회에 안건을 내도록 귀족들을 설득해주실 거에요.”

 “제가 기사단에 있던 시절 동료들에게 말하면 동참해줄 겁니다.”

 “저도, 금전적인 지원을 혹시 받을 수 없을까 가족에게 물어볼게요.”

 “그보다 황태후 마마를 찾아뵈어야겠어요. 저희가 다같이 간다면 후궁의 뜻이 확고하다는 걸 알릴 수 있겠죠.”

 “그럼 저는 정보 길드에 부탁해서 여론을 몰아볼게요.”

 

 그동안 한 번도 의견이 일치해본 적 없던 후궁들이 갑자기 너나나나 할 것 없이 단결하였다. 당장이라도 만찬실을 박차고 나가 황제를 몰아낼 반란을 일으킬 것 같은 그들의 행동에 당황한 레나테가 벌벌 떨었다.

 

 “세, 세헤라자데 님...”

 

 울먹이는 소녀의 얼굴을 본 세헤라자데가 그녀를 다정하게 안아주며 토닥였다. 레나테가 조금 진정한 듯하자 세헤라자데는 레나테를 감싼 채로 후궁들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여러분, 마음은 이해하지만 레나테 님께서 놀라셨어요. 지금 이 자리는 만찬회이지만 레나테 님을 환영하는 자리이기도 할 텐데, 본래의 목적을 잊고 그리 행동하시면 레나테 님이 당황하시잖아요? 진정하시고 다들 레나테 님께 인사하세요!”

 

 세헤라자데의 일갈에 후궁들도 제정신을 찾았다. 평소 큰 소리 한 번 내본 적 없는 세헤라자데가 저러는 것도 놀라웠지만 세헤라자데에게 안겨서 떨고 있는 새끼 사슴 같은 소녀를 보자 미안함이 절로 생겼다.

 

 “미안해요, 레나테 님. 너무 놀라서 그만 평정을 잃었네요. 저는 1후궁 페넬로페라고 해요.”

 “저는 2후궁 비올레타랍니다.”

 “3후궁 조세핀입니다.”

 “4후궁 안젤라에요.”

 

 법도상 대표를 맡아야 하는 1후궁인 페넬로페가 모두를 대표해서 사과하고 인사하자 다들 평소의 그들보다 훨씬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 말수가 가장 적은 편에 속하는 안젤라와 수잔나마저도 다정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일단 두 분은 앉는 게 좋겠어요. 식사도 들어야 할 테고.”

 “네. 레나테 님, 가서 앉아요.”

 

 세헤라자데의 손을 잡고 레나테는 자신의 자리를 찾아갔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여기에 오기 직전에도 경험한 적 있지만 여전히 불편했다. 쭈뼛쭈뼛하며 자리에 앉은 레나테는 앞에 놓여진 요리를 보고 그제야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생선이다! 허브 냄새도 나네? 아, 이건 크림소스 뿌린 닭고긴가 보다. 새우 샐러드도 있어!’

 

 워낙 배고픈 날이 많았다 보니 먹을 것을 보면 레나테는 꽤나 단순해졌다. 주방장이 후궁 만찬을 위해 전력으로 솜씨를 부린 요리를 앞에 두자 레나테는 황급히 손을 뻗으려다가 멈칫했다. 너무 빨리 먹으면 소화가 안 되니까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야 한다고 나탈리가 가르쳐주었다. 레나테는 원래 너무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는 편이었지만 여기는 음식도 많고 원하면 더 가져다주니 그럴 필요가 없는데도 자꾸 습관대로 그러려고 한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속으로 셋을 센 레나테는 천천히 소리를 내지 않고 새우 샐러드와 닭고기 요리, 허브를 뿌린 생선구이를 조금씩 덜어서 접시에 가지고 왔다. 아침에 일부러 빵 한조각과 수프만 먹고 왔기 때문에 상당히 배가 고프기도 해서, 음식을 받자 꼼꼼하게 나이프로 잘라서 포크로 찍어 오물오물 삼켰다.

 

 오물오물 오물오물 꿀꺽. 우물우물 꿀꺽.

 

 작은 입에 열심히 요리를 물고 꼭꼭 씹어 먹는 레나테에게 후궁들의 시선이 모였으나 레나테 본인은 맛있는 음식을 먹느라 바빠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배가 고파도 먹을 게 없어서 못 먹었던 날과 달리 여기는 먹을 게 풍족하다는 걸 며칠 동안 위와 뇌가 학습해서일까, 일단 배가 고프면 먹어야겠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살이 별로 없는 양 볼 가득 음식을 먹는 레나테를 보며 페넬로페는 레나테의 접시 위에 놓인 요리를 보았다. 아까까지는 생선구이를 먹고 있던 레나테는 이번에는 로즈마리와 구운 양갈비살을 뼈에서 나이프로 어떻게든 분리해보려고 기를 쓰고 있었다. 어린아이가 참 잘도 먹네, 하고 생각하던 페넬로페는 문득 레나테가 먹는 요리가 어떤 맛일까 궁금해졌다.

 

 “시녀장, 내게도 양갈비를 조금 줘요.”

 “알겠습니다, 1후궁님.”

 

 페넬로페의 주문에 시녀가 재빨리 양갈비를 가져다 접시에 놓아주었다. 원래 페넬로페는 고기 종류는 잘 먹지 않았지만 레나테가 먹는 걸 보자 먹어보고 싶어졌다. 그 생각을 한 건 그녀만이 아니었던 건지, 페넬로페가 양갈비를 주문하자 그녀와 친한 다른 후궁들도 다들 양갈비를 한 조각씩 받아서 맛을 보았다.

 

 “확실히 맛있네요. 주방장의 솜씨가 좋은 것 같아요.”

 “레나테 님이 워낙 맛있게 드셔서 궁금했는데, 먹어보길 잘했어요.”

 

 비올레타와 세실리아가 감탄하자 해외파 후궁들도 질세라 양갈비를 주문했다. 어느 새 모든 후궁들의 접시에 양갈비가 한 조각씩 올라가 있는 진풍경이 벌어졌으나 정작 레나테는 그것도 모르고 다음 음식인 송로버섯을 곁들인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먹기 시작했다. 역시나 오물거리며 맛있게 먹는 레나테의 얼굴을 보니 후궁들은 마치 먹이를 먹는 아기새를 보는 어미새의 심정이 된 듯, 제가 먹는 것보다도 더 배가 불렀다.

 

 “레나테 님, 맛있으세요?”

 “네! 프리지아 궁 요리도 맛있는데 여기 요리도 맛있어요!”

 “여기 주방장도 솜씨가 아주 좋답니다. 아,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돼요. 있다가 디저트도 나올 거니까요.”

 “아, 디저트! 디저트 배 남겨놔야 하는데. 그럼 이것만 먹고 그만 먹을래요.”

 

 남은 스테이크를 세 조각 내어 다 먹은 레나테는 빨리 디저트가 먹고 싶은 듯 물을 마시면서도 시녀들을 힐긋힐긋 보았다. 품위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어린아이같은 천진난만한 모습이 보기 나쁘지는 않았기에 예법에 엄격한 이사벨라조차 뭐라고 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다들 저도 모르게 식사속도를 약간 올려서 식사를 빨리 끝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식사가 끝나야 디저트가 나와서 레나테의 입에 디저트가 들어갈 수 있을 테니 절로 서두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후궁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어 식사는 생각보다 빨리 끝났다. 대화도 별로 하지 않고 식사에 집중해준 덕분에 가장 속도가 느렸던 이사벨라가 다 먹고 나자 시녀들이 재빨리 남은 그릇을 치우고 디저트를 내왔다. 오늘의 디저트는 유리잔에 담긴 바닐라 아이스크림이었다.

 

 “우와, 아이스크림!”

 

 디저트가 나오자 눈을 반짝이면서 좋아하는 레나테를 보자 열심히 먹은 보람을 느낀 후궁들은 미소를 지었다. 그들 중 가장 식사를 빨리 끝냈던 조세핀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스푼을 집는 레나테에게 말을 걸었다.

 

 “아주 기뻐하시는군요.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십니까?”

 “책에서는 봤는데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차가운데 달콤해서 무지 맛있다고 했어요!”

 “차가우니까 너무 급하게 먹으면 안돼요. 천천히 녹여 먹도록 하세요.”

 

 수잔나가 상냥하게 알려주자 레나테는 네,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후식용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한 번 푹 떴다. 푸딩과는 다른 감촉에 신기해하며 아이스크림을 입에 넣은 레나테는 입 안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에 깜짝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지만 곧 입안에서 퍼지는 달콤한 맛에 절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맛있어요! 차가운데 되게 달아요!”

 “다행이네요. 너무 먹으면 배가 아플 테니까 조심해야 해요?”

 

 세헤라자데가 웃으면서 주의하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레나테는 다시 아이스크림을 떴다. 이번에는 스푼 한가득 떠서 큼지막하게 푼 뒤 그대로 입안에 넣은 레나테는 달콤한 맛을 즐기려다가 갑자기 띵 하고 머리가 아프자 울상을 지었다.

 

 “으, 머리 아파요...”

 “어머, 너무 급하게 많이 먹으니까 그렇죠! 따뜻한 거라도 좀 마셔요.”

 “차가운 걸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그런 증상이 나타나요. 시간이 가면 저절로 나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세실리아가 걱정스러워하자 페넬로페가 괜찮다며 달래주었다. 시녀장이 말해서 가져오게 한 따뜻한 코코아를 마시자 그제야 머리가 덜 아파진 레나테는 아직도 약간 띵한 머리를 살짝 움직이면서 아이스크림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쳐다봤다. 아이스크림은 맛은 있지만 아무래도 위험한 음식인 모양이었다.

 

 “정말 잘 먹네요. 배가 많이 고팠어요?”

 “네. 오늘 점심에 만찬이 있다고 해서 아침은 조금만 먹고 왔거든요.”

 “성장기 때는 조금 먹으면 성장에 문제가 생깁니다. 특히 레나테 님은 영양부족인 듯한데, 잘 먹고 많이 뛰어놀아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습니다. 매 끼마다 적당한 양을 드십시오.”

 

 레오나의 질문에 레나테가 대답하자 조세핀이 주의를 주었다. 조세핀의 친정인 랜스버리 가에서는 어릴 때부터 기사가 되기 위해 훈련하는 아이들도 많았고, 그들의 체격은 다 제각각이었지만 누구나 균형 잡힌 식생활과 훈련으로 몸은 탄탄하게 유지했다. 그런 그들을 봐온 조세핀의 눈에 레나테의 발육수준과 영양상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몸이 많이 마르셨습니다. 식사는 잘 챙겨 드시고 계시는 겁니까?”

 “네. 여기 와서 매일 세 끼 꼬박꼬박 배부르게 잘 먹고 있어요. 오늘 아침에는 계란하고 베이컨이 나와서 잔뜩 먹었어요. 오렌지 주스도요.”

 “그런 것치고는 살이 안 붙은 것 같습니다만, 뭔가 지병이라도 있으십니까?”

 

 돌려 말할 줄 모르는 조세핀의 직구에 레나테는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어제 세헤라자데는 만약 이런 질문이 들어오면 무조건 사실대로 말하라고 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거짓말을 해야 할 이유는 없기에 사실대로 말할 생각이었다.

 

 “감기는 자주 걸리는데 병은 딱히 없어요. 그냥 여기 오기 전에는 예산이 없어서 식사를 충분히 못했거든요. 그래서 그래요.”

 “식사를 충분히 못했다니... 에드나는 그렇게 가난합니까?”

 

 조세핀의 물음에 대답한 건 레오나였다.

 

 “소국이긴 하지만 왕족을 굶길 정도로 가난하진 않아요. 애초에 왕족이 굶을 정도면 나라도 망하거나 아니면 국왕이 자진해서 다들 절약해야겠죠. 지금 에드나 국왕이 그런 인물이라는 말은 못 들었지만요.”

 

 레오나의 말에 후궁들의 표정이 서늘해졌다. 상식적으로 공주인 레나테가 굶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조치이다. 물론 왕의 총애를 못 받는 왕족에게 지원이 줄어드는 건 흔한 일이지만 돈이 없어서 굶을 정도로 지원이 없는 건 100년 전에나 있었을 일이다. 옛날보다 사람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올라간 지금은 최소한의 지원은 하는 게 보통이다.

 

 70년 전 대륙을 휩쓴 악명 높은 전염병 페스티스 이후 세상은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알게 되었다. 전염병 이전과 비교해 확연히 줄어든 인구는 노동력의 감소로 이어졌고, 그만큼 사람의 가치는 그 전보다 훨씬 뛰어올랐다. 이제는 빈민층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무료로 급식을 배식받을 수 있어 하루에 최소 두 끼는 배불리 먹을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굶는 아이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레나테는 부모 없는 고아도 아니고 왕의 자식인 공주이다. 이건 역사책에서나 나올 법한 인권 탄압이며 아동 학대였다.

 

 “···레나테 님, 후궁 생활은 즐거우세요?”

 “네! 식사도 맛있고 목욕물도 따뜻하고, 또 책도 무지 많아요! 옷도 새 거라서 되게 예쁘고요. 아, 그리고 디저트가 매번 나와서 좋아요. 케이크도 타르트도 파이도 다 맛있어요.”

 

 비올레타의 물음에 레나테는 해맑게 대답했다. 디저트의 이야기가 나오자 수잔나도 미소를 지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후궁에서는 여러 나라의 디저트를 맛볼 수 있죠. 레나테 님이 가장 맛있게 드신 디저트는 어떤 것인가요?”

 “으음... 자허토르테랑 딸기 파이요! 그리고 사과 타르트랑 딸기 파이랑 과일 잔뜩 올라간 케이크랑 또...”

 “자허토르테? 플루라 왕국의 디저트잖아요?”

 “네. 세헤라자데 님이 초대해주셔서 먹어봤는데 무지 맛있었어요. 근데 홍차에 설탕 많이 넣어서 같이 먹으니까 너무 달았어요...”

 

 그때를 떠올린 레나테가 또 울상을 지었다. 어린아이의 천진한 표정에 신경을 세우고 보려던 사람들도 다들 누그러졌다. 비올레타조차도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흐뭇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에드나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세상에는 맛있는 게 정말 많더라고요. 오늘 먹은 것도 다 무지 맛있었어요. 아, 근데 아이스크림은 머리 아파요.”

 

 스푼을 쥔 채 아이스크림을 보며 다시 먹을까 말까 망설이는, 어딜 봐도 성숙하기는커녕 어리기만 한 레나테의 모습을 보며 후궁들은 각자 생각에 잠겼다.

 

 ‘역시 그냥 아직 어린아이일 뿐, 여자로서의 매력이 나오기는 한참 멀었는데...’

 

 페넬로페는 정보로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봐도 여자라 하기에는 너무 어린 레나테를 황제가 직접 만난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황제가 정말로 소아 취향이라면 그때는 아무 희망도 없겠지만, 만약 소아 취향이 아니라면-

 

 ‘나이도 모르고 통과시켰다가, 뒤늦게 나이를 알고 달려왔다?’

 

 페넬로페가 다른 가능성을 생각함과 거의 동시에 헬레나의 머리 역시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렸다. 황제가 후궁에 무관심한 것은 유명하다. 그런 황제를 어떻게든 후궁에 발걸음하게 해서 후사를 보고 황후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그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려봤지만 애초에 황제가 오질 않으니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더군다나 파네스 제국의 법에는 그 유명한 ‘후궁해산법’이 있다. 후궁에서 죽는 사람이 나오면 반드시 조사를 하고, 만약 음모가 있었을 경우 후궁 전원을 축출하고 그 대의 후궁을 해산한다는 무시무시한 법이.

 

 후궁의 힘을 약화시키고 황제의 권력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담긴 법이었기에 당연히 반발이 있었으나 역대 가장 강한 황권을 가졌던 루시우스 황제가 기어이 통과시켜버렸다. 그 뒤로도 그 법을 개정하기 위해 귀족들과 황제 사이에 계속된 줄다리기가 이어졌지만 결국 아직까지 후궁해산법은 건재했다.

 

 그런 후궁해산법이 있는 한 암투를 벌여서 다른 후궁을 줄이는 건 자충수다. 그걸 잘 알고 있던 외척들은 황제에게 후사를 보라고 간언하였으나 황제는 황태후가 아직 젊어 황후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고, 황제도 아직 젊은데다 황제의 동생인 오베르뉴 대공도 있으니 굳이 후사가 필요하지 않다 주장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직 후사를 볼 생각이 없는 것뿐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황제 정도 되는 인물이 애인조차 두지 않는 것은 다들 의아하게 여겼다.

 

 ‘어쨌든 일단 한 번 발걸음을 하시긴 하셨어. 의도가 어찌 되었건...’

 

 레오나는 황제가 소아 취향이 아니라고 가정하고 재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황제는 그동안 후궁에 발걸음하지 않았으나 레나테 때문에 한 번 발걸음을 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중요한 것은 발걸음을 했다는 것이다. 한 번 일어난 일은 두 번도 일어날 수 있으니까. 이를 빌미로 다른 후궁들이 자신들의 궁에도 와달라고 청원하는 것은 일어날 법하다.

 

 ‘하지만 혹시 몰라. 역시 아버님께 말씀드려서 의회에서 이 일을 걸고넘어지도록 하는 게 좋겠어. 사람들이 모두 주시한다면 폐하가 혹시 변태라 해도 함부로 행동하진 못하실 거야.’

 

 비올레타는 황제가 소아 취향일 시에 대비한 방법을 미리 생각해두었다. 정말로 소아 취향일 경우에는 쓰레기에게 몇 년 낭비한 그녀와 다른 후궁들의 인생도 불쌍할 거고, 무엇보다 레나테가 너무 가엾으니.

 

 만약 황제가 소아 취향이 아니라면 레나테는 어차피 후궁들에게 경쟁대상 외이다. 14살이라지만 10살밖에 되지 않아 보이는 레나테를 정상적인 윤리관을 가진 남자라면 성적인 대상으로 생각하는 것조차 불결하게 생각할 테니까.

 

 그리고 만약 소아 취향이라고 해도 인권이 향상된 이 시대에 레나테를 취하는 건 황제라 해도 후폭풍이 심각하다. 황제는 후궁 문제는 타협하지 않지만 그래도 멍청이는 아니니 그걸 무시하진 못한다.

 

 결국 어느 쪽이든 레나테는 경쟁 상대가 되지 않는다. 모든 후궁들은 이 사실을 깨달았다. 어차피 후궁에서 살아야 한다면, 그리고 황제의 총애를 놓고 다퉈야 한다면 경쟁 상대는 적은 편이 좋다. 레나테가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있지는 않겠지만 출발선이 늦다는 건 이 후궁에 있어서는 엄청난 핸디캡. 반대하여 내쫓기보다는 데리고 있는 게 낫다. 계산 빠른 후궁들은 재빠르게 결론을 내렸고, 무관심한 후궁들은 방치되어 자란 어린아이의 영양 상태와 본국에서 받았을 대우를 생각하고 반대를 포기했다.

 

 “여기서 잘 지낸다니 다행이네요. 아직 어려서 후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아, 다음에 제 궁에서 티파티를 열 생각이니 레나테 님도 오시는 게 어때요? 맛있는 다과를 준비할게요. 어릴 때는 그저 잘 먹고 잘 크는 게 제일이랍니다.”

 

 계산을 끝낸 헬레나의 친절한 말에 레나테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무구한 소녀가 자신의 계산을 알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모르는 게 행복할 거라 생각하며 헬레나는 페넬로페를 바라보며 말했다.

 

 “페넬로페 님도, 레나테 님과 잘 지내주시겠죠?”

 “새로 들어온 후궁과 잘 지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굳이 헬레나 님이 부탁하실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이런 실례, 조금 걱정이 돼서 말이에요.”

 “노파심이라고 부르죠, 그런 건. 걱정이 많으신 건 알겠지만 굳이 생각할 필요도 없는 것까지 머릿속에 넣는 게 아니실런지?”

 “아무 생각도 없이 사는 것보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하루하루가 보람찰 거에요.”

 “보람차다고 해야 할지, 보람을 일부러 만드는 거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에요.”

 

 웃고 있지만 서로 사이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헬레나와 페넬로페를 보며 레나테는 생각했다. 이게 바로 로맨스 소설에 나오는 후궁의 신경전인가 보다, 하고.

 

 ‘난 저런 거 못할 것 같은데, 피곤하겠다...’

 

 진짜 여자들의 신경전을 눈앞에서 보게 되자 신기하기도 해서 뚫어지게 보는 레나테의 시선을 알아차린 세실리아와 이사벨라가 급히 페넬로페와 헬레나를 말렸다. 아무리 그래도 어린아이의 앞에서 싸우는 건 좀 아니라고 여긴 것이다.

 

 “두 분 대화를 계속하실 거라면 이만 자리를 떠도 될까요?”

 

 내내 가만히 있던 세헤라자데가 일어나자 레나테도 따라서 일어났다. 후궁의 신경전을 보는 건 처음이지만 신기한 마음은 들어도 재미있다 느껴지진 않았기에 더 보고 싶지는 않았다.

 

 “세헤라자데 님은 오늘도 별로 대화에 참여하지 않으셨군요. 다음에 제 티파티에는 참석하해주셨으면 하는데, 레나테 님과 함께 와주시겠어요?”

 “···네. 그렇게 하죠. 일정이 정해지면 초대장을 보내주세요.”

 

 혹시나 싶어 레나테를 걸고넘어지자 세헤라자데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세헤라자데는 이미 레나테에게 정이 많이 든 모양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세헤라자데를 테이블로 끌어낼 수단이 생기자 헬레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도 조만간 정원에서 다른 분들과 식사를 할 예정이에요. 레나테 님의 일정이 괜찮다면 초대장을 보내도 괜찮을까요?”

 “아, 네! 꼭 갈게요, 페넬로페 님.”

 

 레나테가 고개를 끄덕이자 미소지은 페넬로페는 살짝 손을 흔들어주었다. 올 때와 마찬가지로 세헤라자데의 손을 잡은 레나테가 나가자 내내 그들을 보던 페넬로페는 뒤돌아서 헬레나를 노려보았다.

 

 “꽤 레나테 님에게 친절하시군요, 헬레나 님.”

 “막내 후궁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건 선배로서 당연한 게 아닌가요?”

 “그렇게 머리를 굴려봤자 폐하는 저희에게 아무 관심도 없으신 건 변함이 없을 텐데요? 아무것도 얻지 못할 일에 온 힘을 다하는 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늘어져만 있는 사람의 말만큼 무의미한 것도 없죠. 적어도 무언가를 해보지 않고 쓰러지기보다는 보람있잖아요?”

 

 조금도 지지 않고 서로를 노려보던 헬레나와 페넬로페는 이내 고개를 돌려 각자 자리를 벗어났다. 내내 조마조마해서 보고 있던 후궁들 역시 자신의 일파를 찾아서 함께 떠났다.

 

 레나테가 있을 때의 평화롭던 식당은 그녀가 떠나면서 다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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