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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사랑한다고 말해줘
작가 : 문양
작품등록일 : 2018.5.5

 
Episode 3. 어때? 이제 시작이야.
작성일 : 18-05-07 22:02     조회 : 217     추천 : 0     분량 : 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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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정갈한 책꽂이들 사이에서 스마트하게 독서를 마친 도준이 방을 나와 긴 복도를 향해 걸었다.

 

  오늘 낮에 있었던 일에 정신이 매우 혼란스러웠는데, 다행히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윤주란. 위험한 여자였다. 초면이 아니라더니, 사고를 위장한 기습까지... 하자가 생기기 전에 서둘러 해고시키리라.

 

  요즘 아버지부터 시작해서 다들 자신의 '신부감'으로 적절한 사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상당했다.

 

  어디서 듣도 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다 도준에게로 몰려드는 것이었다. 물론, 자신이 한 인물한다는 것쯤은 이미 알며 자라왔다. 어렸을 적이야 연예인이 된 것 마냥 그 분위기를 즐겼지만, 지금은 그저 그렇다뿐만아니라 싫었다.

 

  자신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조건 돈이었고, 그게 좋아서 꼬리만 살랑 흔드는 염치 없는 자들이 태반이었다.

 

  윤주란도 분명 그러한 사람 중 한 사람인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어떻게 해고시키지?

 

  요즘엔 아무리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도, 합당한 이유를 들어 해고시키지 않으면 법정싸움까지 가는 추세였다. 물론 이기는 싸움이지만, 섣부른 판단을 내려서 좋을게 없다.

 

  해고의 구실을 생각하며, 복도를 따라 걷던 도준이 발길을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영훈이의 방 앞이었다. 영훈의 방문 틈새로 은은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며칠 전, 영훈이는 그룹홈을 나오게 되었다.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직접 영훈이의 치료 선생님을 알아보고 있는 도준은, 그저 막막할 뿐이었다. 진혁의 연락을 받고, 고용했던 선생을 오늘자로 해고시켜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판단한 데에는 확실한 사건들이 있었다.

 

  면접 때에도 뭔가 부자연스럽더니 갑작스런 전개에 대처하지 못하는 자세하며, 저택에 올 때마다 조카인 영훈이를 울리지 않나, 더 나아가 몰래 카메라까지...

 

  도준의 입장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보아도 아마추어 격에도 못 끼는 선생인데, 처음부터 불순한 마음으로 지원했던 것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다.

 

  “영훈아.”

 

  도준이 방 안을 들어오며 걱정스런 말투로 조카를 불렀다.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영훈이 도준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바라 볼 뿐이었다. 공허함에 차 있는 외로운 눈으로.

 

  “왜 아직도 안자고 있어?”

 

  열린 창문을 닫으며, 도준은 영훈이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

 

  여전히 말이 없는 영훈이였다.

 

  “얼른 자.”

 

  서툰 표현으로 그는 영훈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삼촌의 말에 맞춰, 영훈은 침대 속으로 폭 들어가 잠을 청했다. 환하게 비추던 방에 불이 꺼지고, 웅장한 저택의 밤도 깊어졌다.

 

 .

 .

 .

 

  그와 같은 시간.

 

  아파트 입구 벤치에 있던 주란의 얼굴은 수심이 가득했다. 며칠 전부터 ✽✽병원의 답장을 기다렸지만, 역시나 불가하다는 답변뿐이었다.

 

  “하아~”

 

  많은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방도를 찾지 못하는 현재로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교육이 끝난 시점부터 지금까지 집도 들어가지 않고 기다렸건만, 이 정성을 하늘은 언제쯤 알아줄까?

 

  울적한 마음에 멍 때리던 주란의 뒤로 귀여운 남자 아이가 불쑥 나타났다.

 

  “누나!”

 

  “앗, 깜짝이야!”

 

  오늘 참 여러모로 놀라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주영이, 너어?!”

 

  “칫, 누나가 멍 때리고 있었던게 잘못이지. 난 걱정돼서 나왔다, 뭐?”

 

  양 볼을 부풀리며 흥칫뿡을 외치는 표정에 주란은 귀여운 동생의 볼을 장난스럽게 콕콕 건드렸다.

 

 .

 

  “누나.”

 

  훈훈한 남매애가 물씬 풍기는 도중에 주영의 어께가 추욱 쳐졌다.

 

  “늦게 들어오는 거, 또 내 수술해줄 병원 때문이지?”

 

  “.......”

 

  사뭇 진지한 동생의 말에 주란은 흠칫하며 집에 들어가는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지난 과거, 늦둥이 동생이 원인 모를 병에 이어 암까지 짊어지게 되자, 주란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가 매우 버거웠다.

 

  부모님과 함께 유명한 병원이란 병원은 다 찾아보고, 심지어 거액의 투자도 서슴지 않았기에 그 때의 혼란을 주영이도 잊지 못하였으리라.

 

  결국, 계속 입원하기가 힘들어 집에서 지내게 된 형국에 주란은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집으로 들어갈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주란이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주영이도 자신 때문에 피해가 되는 것에 민감해 하는데, 걱정을 덜어줄지언정 괜히 걱정을 더 짊어준 것 같아 침대에 누워도 영 기분이 아니었다.

 

  주영이는 원인 모를 병의 합병증으로 암이 발견된 상태인데, 지속적인 항암치료를 받아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문적인 다른 검사를 세밀하게 받아봐야 할 것 같아 병원을 끊임없이 찾아보고는 있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여전히 기대 이하였다.

 

  “내일은, 또 그 내일은 분명히 있을 거야.”

 

  희망을 찾는 목소리를 낮게 중얼거리며, 주란은 피곤에 지친 심신에 잠을 청했다.

 

 

 .

 .

 .

 .

 

 

 -이틀 뒤.

 

 -취이이이이잉, 달칵, 쪼르르륵

 

  “탬핑은 정확한 압력으로 최대한 한 번에 끝낼 수 있게 해야, 나중에 덜 번거로워요.”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지는 동안 손 지호 팀장이 말을 이었다.

 

  “그리고 머신에도 온도가 있기 때문에 장착도 빠르게 해야 하고, 바로 눌러줘야 커피가 탄 맛이 없어요.”

 

  25초. 머신이 움직임을 멈추자, 준비해 둔 머그잔에 샷을 부었다.

 

  향긋한 롱블랙의 향기에 주란은 입맛을 다셨다. 그런 주란의 모습이 귀여웠는지 손 팀장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만들었으면, 맛을 봐야겠죠?”

 

  “앗! 그래도 되나요?”

 

  “물론이죠. 맛을 보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다만, 많이 마시지는 말아요. 잠 못 자요.”

 

  쿡쿡 웃으며 손 팀장은 커피번을 털어내고 정리하기 시작했다.

 

  호로록. 맛을 보자, 주란의 입안에 커피의 진한 향과 쌉쌀한 맛이 감돌았다.

 

  “지금까지 먹어본 커피랑은 맛이 달라요, 진짜 맛있어요! 저도 팀장님처럼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각오를 다지듯 손을 불끈 쥐며 주란이 말했다. 좋은 자세라며 칭찬하며 손 팀장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간단하고 기초적인 연습이지만 따라해 보고자 주란은 직접 샷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딸랑, 딸랑

 

  깔끔한 정장을 입은 훤칠한 키의 남자가 거리를 좁혀오자, 주란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

 

  그는 며칠 전, 교육실에서 마주한 남자였다.

 

  ‘사고라고요. 그렇게 생각하고 잊어버리는 편이 서로에게 건강할 듯싶군요.’

 

  자신과 달리 평정심을 유지하며 한, 그의 말이 주란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좋을 듯싶었다.

 

  “아, 손님. 죄송하지만, 아직 가게 오픈 준비중이라서요.”

 

  “네, 압니다.”

 

  ‘나, 너 같은 사람 몰라.’ 라는 말투로 그는 사무적으로 답했다.

 

  “그런데, ‘죄송하지만’ 보다 좀 더 나은 멘트는 없습니까?”

 

  “예?”

 

  갑작스런 질문에 살짝 당황한 주란은 다시 한 번 되물었다.

 

  “하아.. 알바생이죠?”

 

  “아..네....”

 

  “대답도 길 필요 없습니다. 또한, 제가 같은 말을 반복하지 않게, 말과 행동을 바로 할 수 있도록 주의해주세요.”

 

  화살을 맞는 다는 것은 이런 느낌일까? 주란은 다소 공격적인 말투에 말문이 막혔다. 그런데 도대체 왜! 내가 사장도 아닌 이 사람의 말도 안 되는 훈계 아닌 훈계를 듣고 있어야하는 건지?

 

  기막히게 자연스러운 이 남자의 말에 정신을 차린 주란이 화를 누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네, 손님의 말씀, 참고하겠습니다. 그런데, 저희 가게가 아직 오픈 준비중이라, 주문은 좀..안돼서요.”

 

  “흐음. 나쁘지 않은 멘트였지만, 마지막 말이 좀 거슬리네요.”

 

  그가 자연스럽게 서류가방을 카운터 옆 의자 위에 내려놓았다.

 

  “오픈 준비중인건 맞지만, 음료 서비스를 드렸다면 더 좋았을 듯싶군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안돼.’ 라는 말은 사용 빈도를 줄였으면 좋겠습니다.”

 

  “.......”

 

  주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초면은 아닌데, 어디서 뭐하는 놈인지 모르는 사람에게 이런 대우를 받다니! 주란은 24년 평생 처음으로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을 느끼게 되었다.

 

  그런 자신과 달리, 그는 여유 있는 표정으로 뻔뻔하게 양 팔을 꼬며, 싹퉁머리 없이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딸랑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들어왔다.

 

 

 

 

 

 

 
작가의 말
 

 사고?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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