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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방랑자들(Wanderers)
작가 : 나그네쥐J
작품등록일 : 2016.8.22

(마크 트웨인 '왕자와 거지' 원작)외모 뿐만이 아니라 나이와 생일도 똑같은 잉글랜드의 두 소년. 하지만 한 명은 매일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 왕궁 탈출 시도를 하는 사고뭉치 왕자로, 다른 한 명은 왕자가 되어보는 것이 소원인 거지 소년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그들은 요크에서 서로를 만나게 되고 옷을 바꿔입게 되는데...3개월 동안 그들에게 벌어질 일들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 행복을 느끼게 될까?

 
3. 해결사
작성일 : 16-09-11 12:26     조회 : 367     추천 : 0     분량 : 8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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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테반!”

 

 런던 햄튼 코트 궁전에 국왕의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미친 듯이 도망갔지만 결국 루카리스 공작의 호위병들에게 붙잡힌 제리는 텔레포트 홀을 통해 런던으로 보내졌고 국왕의 분노의 대상이 되어 있었다. (만약 왕자와 옷을 바꿔 입지 않았으면 그 대상은 왕자가 되었을 것이다.)

 

 “너는 이전에 쓴 반성문을, 나와 한 약속을 모두 잊어버린 것이냐?!”

 

 국왕이 일주일 전에 왕자가 썼던 반성문을 제리에게 내밀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떻게 다시는 사고를 치지 않겠다고 한지 일주일 만에 이럴 수가 있는 건지!”

 

 “죄, 죄송∙∙∙∙∙∙”

 

 “또 그 놈의 죄송하다는 소리! 이젠 지겹구나! 너는 죄송하다는 한 마디면 다 되는 줄 아나 보지?!”

 

 아까부터 계속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제리 때문에 분노가 더 치밀어 오른 국왕은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더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하도 화를 내서 그런지 하얗던 그의 얼굴은 잘 익은 사과처럼 붉게 변해 있었다.

 

 “∙∙∙∙∙∙.”

 

 평소 국왕이 무섭다는 소문은 엄청나게 들었지만 이리 화내는 모습은 처음 보는지라 저절로 고개가 푹 숙여지고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며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져 있었다. 이를 본 왕비는 그가 가엾어 그를 품에 안고서 슬픔을 달래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속으로 안타까워 할 수 밖에 없었다.

 

 ‘폐하께 아무리 쓴 소리를 들으셔도 얼굴을 찡그리기만 하셨지, 저런 적은 단 한번도 없으셨는데∙∙∙∙∙∙.’

 

 제리의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것은 바셀론 공작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를 짓고 넉살 좋게 말했다.

 

 “폐하, 물론 왕자님이 잘못하신 건 맞습니다만 루카리스 형님께서 잘 수습하셨고 왕자님도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시는 것이 어떠신지∙∙∙?”

 

 그러나 그의 말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바셀론, 넌 끼어들지 말거라.”

 

 “예∙∙∙∙∙∙폐하.”

 

 “한 나라의 왕자로서 모범이 되지 못할망정 사고나 치고 다녀 왕실을 우습게 만드니 통탄하고 통탄할 노릇이다! 내 이번에는 생각의자에 앉아 반성문을 쓰는 것으로는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국왕이 다음 말을 하기 위해 입술을 움직이자 그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긴장했다.

 

 “왕자는 이 시간부터 그 누구의 도움 없이 혼자 이 성의 모든 복도를 깨끗하게 청소해라! 물론 능력을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또한 루아르(햄튼 코트 궁전의 시녀장)에게 검사를 맡아 통과하기 전까지 왕자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누구라도 해도 엄벌에 처할 것이다!”

 

 

 한편, 이 상황을 알 리가 없는 왕자는 요크 시내를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거리를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미소, 갓 구운 빵 냄새, 정다운 새들의 노랫소리와 시간을 알리는 낭랑한 종소리까지∙∙∙∙∙∙모든 것이 완벽했다.

 

 ‘정말이지! 탈출하기 잘했다니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구나!’

 

 왕자가 싱글벙글 웃으면서 콧노래를 부르려고 한 그 때∙∙∙∙∙∙

 

 “찾았다! 이 녀석!”

 

 잔뜩 쉰 목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그의 뒷덜미를 거칠게 붙잡았다.

 

 “누구냐?!”

 

 “누구긴 누구야! 네 아비다!”

 

 아버지라고? 순간 놀란 왕자는 고개를 재빨리 돌려 상대의 정체를 확인했다. 하지만 상대는 다름 아닌 벌건 얼굴에 불쾌한 술 냄새를 잔뜩 풍기고 있는 주정뱅이였다. 그는 화가 난 듯 잔뜩 씩씩대고 있었다.

 

 “난 당신을 모른다! 날 놔라!”

 

 “이 망할 놈이! 미친 신부 나부랭이와 어울리더니 드디어 돌아버렸군! 입 닥치고 얌전히 따라와!”

 

 그는 왕자의 뒷덜미를 붙잡은 채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고 왕자는 버티기 위해 버둥거렸다.

 

 “아이를 거칠게 다루지 마시오!”

 

 어느새 그들 주변에 모여들어 경악하거나 수군거리는 사람들 틈에서 한 노신사가 외쳤다.

 

 “넌 또 뭐야?!”

 

 주정뱅이는 (왕자의 뒷덜미를 붙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 들고 있던 반쯤 깨진 술병을 휘둘렀다.다행스럽게도 그의 공격은 허공에서만 맴돌았을 뿐, 노신사에게는 닿지 않았지만 노신사와 사람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닥쳐! 지금 날 건들이면 그 누구든 죽여버리겠어!”

 

 주정뱅이의 살벌한 한 마디와 눈빛에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이 망할 새끼! 집에 가자!”

 

 “싫다! 난 당신의 아들이 아니야! 이거 당장 놓지 못할까?!”

 

 “이 새끼가 진짜!”

 

 “아, 아이를∙∙∙!”

 

 “내가 건들면 죽여버린다고 했지!”

 

 겁에 질렸지만 다시 한번 용기 내어 소리치는 노신사에게 주정뱅이는 이전보다 더 강하게 깨진 술병을 휘둘렀다.

 

 왕자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았고 여자들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전에 아저씨 목이 날아갈 텐데?”

 

 그 순간, 누군가의 목소리와 함께 잠시의 침묵이 감돌았다.

 

 왕자는 눈을 뜨고 고개를 돌려 노신사를 바라보았다. 주정뱅이의 깨진 술병은 노신사의 머리 끝에서 멈춰 있었고 주정뱅이의 목덜미 바로 앞에는 기다린 은빛의 칼날이 서늘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해∙∙∙해결사님!”

 

 ‘해결사?’

 

 노신사의 말에 왕자는 고개를 돌려 노신사를 위기에서 구해준 누군가의 모습을 확인했다. 그는 푸른 빛의 중절모(Top hat)를 쓴 채 긴 초코 브라운 머리카락을 늘어뜨린 떠돌이 기사 같은 젊은이였다. 겁에 질려 식은 땀을 잔뜩 흘리고 있는 주정뱅이와 다르게 그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젊은이는 푸른 가면 속의 보랏빛 눈동자를 빛내며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해결사님이다!”

 

 “해결사님!”

 

 “자, 아저씨. 당장 그 술병 치우고 애도 좀 놔주시죠?”

 

 “이게 무슨∙∙∙!”

 

 “어허, 아저씨. 좋은 말할 때 들으세요.”

 

 “베, 베어봐! 응? 베지도 못할 거면서!”

 

 “오, 진짜요?”

 

 해결사는 능청스럽게 말하며 칼을 더 깊숙하게 들이댔다.

 

 “히, 히익! 당장 그만둬!”

 

 “먼저 하라고 시킨 게 누군데?”

 

 해결사는 칼을 주정뱅이의 목덜미에서 약간 떼어놓았다. 그러자 주정뱅이의 목덜미에서 한 방울의 피가 흘러내렸다.

 

 “이제 제가 말한 대로 하셔야죠?”

 

 주정뱅이는 사색이 된 얼굴로 그의 요구를 순순히 들어주었다. 노신사는 두 걸음 정도 물러났고 왕자는 쪼르르 달려가 해결사의 등 뒤로 숨고는 고개를 쓱 내밀었다.

 

 해결사가 칼을 거두자 주정뱅이는 소리쳤다.

 

 “저 새∙∙∙∙∙∙아니, 저 녀석이 왜 아니라고 소리를 빽빽 지르는지는 몰라도 저 녀석은 내 아들이야!”

 

 “아니다! 난 저런 아버지를 둔 적이 없어!”

 

 “흠, 이 아이가 당신 아들이라는 증거 있어요?”

 

 해결사는 의심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럼! 물론이지! 저 녀석 뒷목에는 작은 점이 있어!”

 

 사람들의 이목은 왕자에게로 집중되었다. 왕자는 얼굴을 찡그리며 붙잡고 있던 해결사의 망토 자락을 놓았다. 그리고 뒤돌아서 손수 머리카락을 거둬내어 새하얀 뒷목을 보여주었다.

 

 주정뱅이가 말한 작은 점 따윈 하나도 없었다.

 

 “없는데요?”

 

 “그, 그럴 리가 없는데! 아, 그렇지! 저 녀석 팔다리에는 심한 멍 자국이 한 두 개가 아니야! 내가 하도 때려눕혀서 말이지!”

 

 “그걸 지금 자랑이라고∙∙∙∙∙∙.”

 

 해결사가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것까지 해야 하나 싶었지만 뒤돌아선 왕자는 팔 소매와 바지를 약간 걷어 올렸다.

 

 이번에도 멍 자국은커녕 상처 하나 없이 깨끗했다.

 

 “다른 증거 있어요?”

 

 이게 어찌된 일인가! 주정뱅이는 안절부절 못하더니 다급하게 외쳤다.

 

 “그, 그래! 마리! 너 마리가 누구인지 알지? 그렇지?”

 

 마리, 아무리 태어나자마자 죽었다고 해도 자신의 어머니를 모르는 아들 녀석은 없을 것이다. 비록 알아도 잡아떼는 경우가 있다지만 그래도 동공이 흔들리는 등의 반응을 보면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하면 되는 것이었다. 주정뱅이는 자신의 생각에 스스로 감탄하며 씩 웃었다.

 

 “마리? 마리가 도대체 누구지?”

 

 그러나 그의 예상과는 달리 왕자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아무래도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

 

 해결사의 한 마디에 주정뱅이는 망연자실한 상태로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 자신의 못난 아들과 똑같이 생겼고 입고 나간 옷도 똑같은데 어째서 저 녀석은 자신의 아들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없고 자신의 어머니조차 알지 못하는 건가? 만약 진짜로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면 저 녀석은 도대체 누구인가? 그렇다면 자신의 아들은 어디에 있는가? 그의 머릿속은 여러 가지 생각으로 혼란스러워졌다.

 

 사람들의 눈빛이 좋지 않다. 이대로 가면 자신만 불리해지는 상황, 아니, 이미 그렇게 되었다. 그는 일단 이 곳에서 벗어나기로 결정하고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그가 도망치자 사람들은 외쳤다.

 

 “해결사님께서 사건을 해결하셨다!”

 

 “해결사님 만세! 만세!”

 

 “오, 해결사님! 제 목숨을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노신사가 감동한 얼굴로 해결사의 두 손을 꼭 쥐며 말했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네∙∙∙∙∙∙덕분에∙∙∙∙∙∙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이번에는 됐습니다. 대신 나중에 제가 다시 이 곳으로 왔을 때, 의뢰를 많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꼭 그러도록 하겠습니다!”

 

 “너도 무사한 것 같네.”

 

 해결사는 고개를 돌려 왕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미소를 지었다. 아까 전의 여유로운 미소와는 다른 온화한 미소였다.

 

 “∙∙∙∙∙∙.”

 

 평소의 왕자라면 왕비를 제외하고는 누군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면 하지 말라면서 짜증을 부리겠지만 이번에는 어쩐 일인지 가만히 있었다.

 

 “이제야 안심하고 떠날 수 있겠군요.”

 

 “떠나시는 겁니까? 어디로 가실 거죠?”

 

 “음, 이번에는 남부 지역으로 갈까 합니다. 들린 지 좀 오래 되었거든요.”

 

 “그러시군요, 잘 갔다 오시길 바랍니다.”

 

 “예, 그동안 잘 지내시길 바라죠.”

 

 노신사와의 짧은 대화 후, 해결사는 근처에 잠시 묶어두었던 자신의 흑마(黑馬)에 가볍게 올라탔다.

 

 “안녕히 가세요! 해결사님!”

 

 “또 오세요!”

 

 “잘 있어요, 모두들! 신의 가호가 있기를!”

 

 사람들이 손을 흔들자 해결사는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고서 말을 출발시켰다.

 

 밝은 햇빛이 흑마(黑馬)를 타고 앞으로 나아가는 해결사의 뒷모습과 함께 왕자의 오렌지 빛 눈동자에서 일렁거렸다. 왕자의 멍한 머릿속에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린 왕자는 옆에 있던 노신사를 불렀다.

 “이봐.”

 

 “응? 나 말인가?”

 

 “그래, 당신.”

 

 “저 해결사라는 사람, 정체가 뭐지?”

 

 순간 노신사는 그가 버릇 없다고 생각했지만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해결사님은 잉글랜드 전역을 떠돌아다니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주시는 매우 좋으신 분이자 유명 인사이란다! 또 일정한 보상을 주기만 한다면 의뢰를 들어주기도 하시지! 하지만 방금 전에도 보다시피 얼굴을 항상 푸른 가면으로 가리고 다니셔서 그 누구도 해결사님의 진짜 정체를 몰라! 설명이 되었니?”

 

 “음∙∙∙∙∙∙그렇단 말이지∙∙∙∙∙∙.”

 

 왕자는 잠시 생각을 하는 듯 했다.

 .

 “알려줘서 고맙군.”

 

 그는 목소리를 낮춰 재빨리 말을 이었다.

 

 “로드리고.”

 

 그의 말에 노신사는 크게 놀란 듯 동공이 확장되었다.

 

 “어떻게 내 이름을∙∙∙∙∙∙?”

 

 “그럼 이만, 나중에 보도록 하지.”

 

 왕자는 노신사의 물음을 거의 듣지도 않고 발걸음을 빨리 해서 해결사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해결사! 이봐, 해결사!”

 

 왕자가 크게 외쳤지만 너무 멀리 있는 지라 해결사에게는 들리지 않는 듯했다.

 

 “해결사!”

 

 여전히 그랬다.

 

 “해결사!”

 

 “해결사!”

 

 아무리 소리쳐도 닿지 않고 아무리 빨리 뛰어도 해결사를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할 수 없이 그는 뛰면서 자신의 오른쪽 귀에 찬 무지개 색 귀걸이를 두 손가락으로 양쪽에서 꾹 눌렀다. 오른손을 펼치자 그 위에 무지개 색 구슬이 생성되었고 그는 그것을 잡아 멀리 던졌다.

 

 그가 던진 구슬은 말을 타고 가고 있던 해결사의 앞에 떨어졌고 펑 하고 터지면서 형형색색의 연기를 뿜어냈다. 그리고 땅에서 솟아난 커다란 덩굴들이 달리고 있던 말의 다리를 포박하였다.

 

 “뭐, 뭐야?! 이거?!”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말을 미친 듯이 날뛰었고 해결사는 날뛰는 말 위에서 중심을 잡고 진정시키느라 힘들었다. 게다가 밀려오는 연기 때문에 눈이 제대로 안 떠지고 기침이 자꾸만 나왔다.

 

 해결사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연기 때문에 고생인 건지 앞이 안 보인다거나 발이 묶였다는말 또는 콜록거리는 기침 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다.

 

 하지만 이 사단을 만든 왕자는 왼쪽에 찬 흰색 귀걸이의 보호 마법을 받고 있어서 밀려오는 연기 속에도 멀쩡했다. 그는 여유롭게 해결사의 근처로 걸어왔다.

 

 “해결사.”

 

 “응∙∙∙? 콜록! 넌 아까∙∙∙콜록! 그∙∙∙? 콜록! 콜록!”

 

 상대가 정신 없는 와중에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너, 내 임시 기사가 되어라.”

 

 “뭐? 콜록! 콜록!”

 

 아니, 저 녀석이 대체 뭐라는 거야? 순간 어이가 없어진 해결사는 상대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와중에도 언뜻 보이는 그의 얼굴은 진지하기 짝이 없었다.

 

 “내가 너의∙∙∙임시 뭐? 콜록!”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먹는군. 너, 잉글랜드 남부로 간다고 했지? 넌 나의 임시 기사가 되어서 날 런던의 햄튼 코트 궁전으로 데려가 줘야 한다.”

 

 “내가 왜? 콜록!”

 

 “해결사는 의뢰를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나?”

 

 “나 지금 정신 없는데 우리 일단 자리 좀 옮겨서 얘기할까?”

 

 그는 대답 대신 이번에는 왼쪽 귀에 낀 흰 귀걸이를 두 손가락으로 양쪽에서 꾹 눌렀다. 그러자 왼쪽 손에 흰 구슬이 생성되었고 그는 그것을 해결사에게 던졌다.

 

 구슬은 펑 하고 터지면서 해결사와 그가 타고 있던 말에게 왕자와 같은 보호 마법을 적용시켰다. 연기는 더 이상 밀려오지 않았고 말의 다리를 둘러싸던 덩굴들도 사라졌다.

 

 미친 듯이 날뛰던 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졌고 기침이 멎은 해결사는 눈을 제대로 뜨고서 왕자에게 놀란 듯 물었다.

 

 “너 어떻게 한 거야?”

 

 “됐고, 내 임시 기사가 되어라.”

 

 “이건 뭔 의뢰가 아니고 명령 수준이네.”

 

 왕자의 냉정한 반응에 해결사는 투덜거렸다.

 

 “얘야, 의뢰를 하려면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되는 거야. 대가가 있어야지.”

 

 “아, 그래. 대가, 잊고 있었군. 미안하지만 돈이라면 지금은 없다. 대신 원하는 것이 있다면 들어주도록 하지.”

 

 “내가 원하는 것이 뭐인 줄 알고?”

 

 “글쎄? 일단 말해보거라.”

 

 “음∙∙∙”

 

 해결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돈이 없으면 몸으로 때워야지. 내가 네 의뢰를 들어주게 하고 싶으면 넌 나와 함께 하는 동안 내 임시 조수가 되어서 내 일을 도와야 해. 어때? 괜찮지 않아?”

 

 “∙∙∙내가 네 임시 조수 노릇을 하라고?”

 

 왕자는 불쾌한 듯 얼굴을 찡그렸다.

 

 “싫으면 말고.”

 

 “∙∙∙∙∙∙다른 것으로 하면 안 되는 건가?”

 

 “싫은데?”

 

 해결사의 단호한 한 마디에 왕자는 그가 제시한 조건이 마음에 들지는 않아 한참 동안 말이 없었지만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해결사는 자신의 말에 타라며 손을 내밀었고 왕자는 해결사의 손을 잡고서 말 위에 올라탔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사람들은 괜찮은지 모르겠네.”

 

 “괜찮다, 5분쯤이면 사라지니까.”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내가 그랬으니까.”

 

 “뭐?!”

 

 “따라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수단이었다.”

 

 왕자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와, 이거 진짜 악질이구만! 악질!”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지 말거라.”

 

 그는 제멋대로 말을 출발시켰다.

 

 “그게 무슨 사소한∙∙∙어?! 이봐! 왜 멋대로 출발시키는데?! 멈춰! 멈추라고! 레잔! 넌 왜 이 녀석 말을 듣는 거야?! 야! 잠깐만!”

 

 해결사의 아우성에도 두 사람이 탄 말은 자욱한 연기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이 모든 상황을 저 멀리서 ‘꿰뚫는 자의 단안경(마법의 단안경으로, 어둠과 연기 등 눈이 안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곳을 볼 수 있게 해준다.)으로 지켜보고 있던 노신사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왕자와 같은 보호 마법이 작용해서 멀쩡했다.

 

 “누구인가 싶었더니만∙∙∙정말 제멋대로이신 건 여전하시다니까.”

 

 그들의 모습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자 그는 안경을 벗어 망토 속에 넣고는 무언가 찾는 듯 뒤적였다.

 

 “콜록! 이거 도대체∙∙∙콜록! 누가 저지른 거야?! 콜록!”

 

 “내가 봤어! 콜록! 콜록! 그∙∙∙콜록! 해결사님이 구해준∙∙∙콜록! 그 아이 말이야! 그 녀석이 뭔 구슬 같은 것을 던졌어! 콜록!”

 

 저 멀리서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흠∙∙∙.”

 

 노신사는 망토 속에서 작은 다이아몬드가 장식된 금빛의 상자를 꺼냈다.

 

 ‘이번 한 번만 도와줍니다.’

 

 그가 상자를 열자 연기와 함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파도처럼 일렁이는 기억의 조각들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한참 후, 그가 상자를 닫자 아수라장이었던 거리는 어느새 평화를 되찾았다.

 

 사람들은 방금 전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 어리둥절하다가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고 그는 상자를 제 품 속에 넣고서 어딘가로 유유히 향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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