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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지에서 온 신부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4.11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사랑만 고집하는 남자,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남자,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야심을 더 사랑하는 남자… 사랑은 고립된 오지처럼 외롭다.
로맨스는 보다 완벽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 당신의 선택이 사랑을 부른다.

 
3 진실 혹은 거짓
작성일 : 18-04-17 16:11     조회 : 209     추천 : 0     분량 : 3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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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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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건물답게 거대한 물받이 통도 돌과 시멘트로 단단히 둘러 쌓여있었다. 본래 웬만한 호수 못지않게 방대한 양의 물을 저장할 수 있었으나 가뭄의 영향으로 수위가 현저히 낮아진 상태였다.

 

 “하, 깊구만. 시체 열구 정도는 표도 나지 않겠는 걸?”

 

 황태자는 여전히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옆에 세워진 긴 막대로 여기 저기 바닥까지 찔러 보고 있었다.

 

 “무슨 연관이 있을까요? 차라리 신탁의 서가 있는 의식의 방을 먼저 조사해 보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일에 선후가 있지, 중요한 증거품이 여기 있을지도 모르는데 지나치면 쓰나?”

 

 “네?”

 

 “아까 같이 듣지 않았어? 제의 전, 여기서 목욕을 먼저 하는 것이 필수라 하지 않더냐? 이런, 자네가 그렇게 눈치가 없으니 차이고 다니는 거라니까?”

 

 순간 그는 황태자를 수조안으로 밀어버리고 싶은 유혹과 필사적으로 싸워야 했다.

 황태자는 찔러보던 장대를 들고 주변을 한참 살피더니 정원구석에 있던 끝이 구부러진 호미를 가지고 오라고 시켰다. 그리고 장대 끝에 끈으로 매달게 하고 다시 수조와 연결된 관 안쪽을 흩기 시작했다.

 수조를 청소한지 한 달이 되지 않았다고 했는데 크고 작은 수초, 나뭇잎, 작은 들쥐의 사체 등등이 장대가 일으킨 물결을 따라 올랐다 사라졌다.

 한창 쑤시던 그가 아하! 하며 서둘러 장대를 건져 올렸다. 그 끝에는 물을 흠뻑 머금은 얇은 뭉치가 딸려 왔다. 속이 비치는 재질로 질겨 보이는 천같기도 했다.

 황태자는 그 천뭉치를 펼쳐 한참 요리 조리 살펴보았다. 루시우스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어보았다.

 

 “전하, 그것이 무엇입니까?”

 

 “사막민족들이 타고 다니는 몬스터의 피부막으로 만든 개인 필수품! 나도 말만 들었지, 보기는 처음이야.”

 

 “네? 그런 것이 어떻게 이런 수조에 있단 말입니까?”

 

 “그렇지!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니겠나?”

 

 황태자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증거1은 이렇게 확보가 되었으니 이제 그만 다른 증거를 찾으러 가볼까?”

 

 

 

 신전장의 방에는 올슨교수와 한나 외에도 각계에서 엄선 되어 초대된 고전유물 교수나 전문가 조수 등 다섯 명 정도 모여 있었다. 모두들 약간의 흥분된 기색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하며 목소리를 높일 즘 살집이 있는 신전장이 들어와 인사를 나누었다. 세기의 역사적인 사건인 만큼 모두 신중을 기하여 신탁의 진위여부를 조속히 가려달라는 영혼 없는 인사말이 오가고 바로 의식의 방으로 안내되었다.

 

 “교수님, 신탁의 진위 여부는 신학계의 몫 아닌가요? 오늘은 오신 분들은 그 쪽과는 거리가 좀 멀어 보입니다만.”

 

 한나가 작은 소리로 소곤거리며 올슨교수에게 말했다.

 

 “이미 그 쪽에서 다녀갔지만 신탁과 함께 시신도 발견되었으니 아무래도 행정 절차상 우리처럼 정부쪽의 인사들의 의견도 필요한 모양이지. 신전은 어서 정식으로 세간에 신탁을 발표하고 싶은 입장이고.”

 

 교수의 설명에 한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탁과 정체불명의 시체라는 미묘한 조합의 사건이니만큼 권력의 균형을 위해 신전과 정부 측이 서로 견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공적인 일에 초빙될 만큼 올슨교수의 실력이 인정받고 있고 또 그런 그녀가 한나를 지목하여 함께 왔다는 것에 대해 뭔가 자랑스럽고 뿌듯하기까지 했다. 이윽고 금줄이 둘러진 의식의 방에 모두 입성했고 사제는 입장하는 모두에게 성수를 뿌리며 기도의 말을 중얼거렸다.

 

 초빙된 학자와 전문가들은 모두 신탁의 서를 에워싸며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아티펙트로 세밀하게 여기저기를 촬영하기도 했다. 정부에서 수사를 위해 특별히 발견된 정황 그대로의 자료보존을 요구했기 때문에 모두들 일부러 시신 쪽으로는 시선을 두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들이었다.

 

 와중에 올슨교수가 신탁을 신중하게 들여다 보며 중얼거렸다.

 

 “신탁이라면 신이 썼다는 건데 어째 신의 서체가 묘하게 눈에 익네. 뭐지?”

 

 한나가 사람들의 어깨 너머로 신탁을 넘겨보며 그 말에 여느 때처럼 말대꾸를 했다.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다 보니 문장이 비슷하게 보이는 이유 아닐까요?”

 

 눈으로 신탁의 내용을 흩던 한나의 웃는 얼굴이 그대로 굳어졌다. 그녀가 흠칫하며 머뭇대는 사이 서로 신탁을 보고자 하는 다른 일행의 알력으로 순식간에 사람들 뒤로 튕겨져 나왔다.

 

 한나는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신탁에 대한 흥분으로 그런 한나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손에 촬영된 아티팩트를 되감기 하며 신탁의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일곱 개의 대륙을 지나 황금의 연못을 건너온 신부 그와 연합하는 자라야 제국의 주인이 되리라』

 

 문장 앞뒤로 쓰이는 꺽쇠와 필체가 정말 익숙했다. 게다가 ‘황금의 연못을 건너온 신부’라니….

 잠깐 동안 한나는 전신을 강타하는 충격감에 비틀거렸다.

 

 “웃~ 이런, 레이디, 조심해야죠!”

 

 누군가 그런 한나를 부축했다. 부축한 사람은 루시우스였으나 말을 건 사람은 황태자였다. 한나는 멍한 정신을 수습하려 애썼다. 루시우스가 걱정이 되어 물었다.

 

 “괜찮습니까? 안색이 좋지 않습니다.”

 

 한나의 팔을 붙든 채였다. 한나가 괜찮다며 그런 루시우스의 손을 조심스레 건드렸다. 그는 이제야 의식한다는 듯 아! 하며 얼른 손을 떼었다. 그런 둘의 모습을 지켜보던 황태자의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가더니 한나를 새삼스레 위아래로 흩어보았다. 남자로서 여자를 평가하는 눈이었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얻었는지 한숨을 쉬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었다.

 

 “어렵군. 어려워.”

 

 “네? 뭐가요?”

 

 입으로는 황태자의 말에 장단을 맞추고 있지만 루시우스의 눈길은 여전히 한나에게 고정된 상태였다.

 

 “자고로 사내란 멀고 험난한 길에 도전하는 모험정신이 있어야 맛이지. 힘내게나.”

 뜬금없는 말로 의젓하게 루시우스의 등을 토닥거리는 폼이 위로인지 격려인지 헷갈렸다.

 

 한나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방금 알게 된 사실을 아무도 몰랐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건지, 왜 일이 이렇게 된 것인지 확실히 알아낼 때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현명할 것 같았다.

 

 “한나양, 괜찮은가요?”

 

 루시우스가 다시 물어왔다. 한나는 머리가 아프다는 핑계로 잠시 방을 나왔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복도 구석에서 마나호흡을 시도했다. 곧 마음이 편안해 지고 기분이 맑아졌다.

 그러자 신탁 옆에 방치 돼 있는 시신이 떠올랐다. 시신이라기보다는 사람의 뼈가 드러난 잿더미였다. 타다 남은 옷가지와 신발도 있다는 사실도 떠올랐다.

 어쩌면 그 시신을 잘 관찰해 보면 정말 지금 자신이 현재 생각하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의식의 방 앞에서 한나는 온 몸의 힘을 끌어 모아야 했다. 살

 아오면서 지금 이 순간보다 더 힘든 일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 이 방에 다시 들어서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용기가 필요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신에게 기원을 드렸다. 지금 서 있는 곳이 신전임을 감안한다면 분명 신은 아니 운명은, 그녀에게 바라는 바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이 모든 혼란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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