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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지에서 온 신부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4.11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사랑만 고집하는 남자,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남자,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야심을 더 사랑하는 남자… 사랑은 고립된 오지처럼 외롭다.
로맨스는 보다 완벽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 당신의 선택이 사랑을 부른다.

 
3 진실 혹은 거짓
작성일 : 18-04-17 16:05     조회 : 220     추천 : 0     분량 : 4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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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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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데미 문화학부 학회장실은 상시 학생들에게 개방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깐깐한 외모와는 달리 찾아오는 학생들에게 일일이 손수 차를 대접하는 친절함을 보임에도 학생들은 그 방을 잘 찾지 않았다. 갔다하면 무조건 과제 혹은 귀찮은 일거리가 생기는데다 학회장이라는 신분 자체가 부담이었던 탓이다.

 

 본명보다 ‘미스테라 O’라는 필명으로 더 잘 알려진 50대의 노처녀 브라이언 올슨은 흰머리가 드문드문 섞인 곱슬머리를 깔끔하게 올리고 우아한 코사지로 장식된 두건을 쓰고 막 외투를 입은 참이었다. 지금도 전문직 여성들이 드물었고 그녀가 결혼대신 학문을 선택했던 젊었던 당시에는 더 여자에게 꽉 막힌 세상이었다. 그렇다고 올슨교수가 독한 여자라는 뜻은 아니다. 그녀가 타인보다 월등한 것이 있다면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 해결해 줄 것이다. 느긋하게 인생을 즐기다 보면 언젠가 원하는 삶이 이루어진다.

 

 그녀의 한 없이 느슨한 인생철학은 한나처럼 복잡 고단한 삶을 버텨야 하는 사람들에겐 절대 이해받지 못하는 종류였다. 그래도 이상하게 두 사람은 죽이 잘 통했다. 올슨교수는 나이와 학문의 성취도를 떠나서 사람의 인격만으로 교제할 줄 아는 트인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함께 교수실을 나설 때 한나는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투정하듯 말했다.

 

 “교수님, 꼭 거길 저랑 같이 가셔야겠어요? 저 바쁘단 말이에요.”

 

 “알아, 너 한 번만 더 말하면 내일도 불러 낼 거야. 이런 세기적인 이슈는 가서 직접 챙겨 봐야하는 거라고. 누가 알아? 역사의 현장이 될지!”

 

 “교수님, 사람들이 다 그래요. 신전 측의 사기라고. 저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시간낭비인 것 같아요.”

 

 올슨교수가 한나의 눈앞에 대고 집게손가락을 흔들었다. 집중하라는 뜻이었다.

 

 “학자의 감이 딱 그래. 이건 진짜야. 마술과 신화가 저무는 이 시대에 마지막 신탁이라니! 얼마나 낭만적이니?”

 

 “네 네, 어련하시겠어요. 그 감 어딘가 많이 모자란 듯하지만….”

 

 한나는 올슨교수의 눈빛에 실린 무언의 압박을 느끼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 모든 것이 저를 위한 교수님의 배려시겠죠. 물론. 아하하.”

 

 머쓱한 웃음 뒤에 올슨교수의 통쾌한 웃음이 뒤 따랐다. 제 멋 대로이긴 하지만 올슨교수는 한나가 어려울 때마다 어떻게 알았는지 손쉬운 일거리를 가져다주곤 했다. 이렇게 동행출장 핑계를 대며 점심을 사 준 적도 많았다. 그런 말없는 배려가 한나는 늘 고마웠다. 언젠가는 자신도 그녀처럼 어려운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졸업무도회가 가까워지자 아카데미 앞거리가 더 없이 화려해 졌다. 의상실에 즐비한 신상품들이 소비자들의 구매의욕을 불러일으켰지만 두 사람은 그런 곳에는 눈길도 주지 않았다. 올슨 교수를 알아보는 학생들이 지나치며 인사했다. 전세마차가 두 사람 앞으로 섰을 때, 이미 마차에는 선객이 있었다.

 

 “어라, 교수님. 이거 오랜만입니다.”

 

 “자네는? 프랫군이 아닌가! 정말 반갑다고 해야 할지…”

 

 예기치 않게 먼저 동석한 손님은 아티팩트로 머리카락과 눈빛을 변형시킨 후이 황태자와 호위기사 루시우스였다. 황태자는 그 신분상 아카데미에 다닐 때도 늘 변형을 했고 변두리 시골영주의 막내아들 ‘후이 프랫’공자라는 신분으로 공부를 했었다.

 

 마차안에 자리를 잡으며 올슨교수는 오랜만에 만난 졸업생이 반갑긴 했다.

 그러나 학창시절 겪었던 그의 싸가지 없는 말본새를 생각하니, 이런 마차 안이 아니라 스치듯 지나는 산책길이었길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한나와 루시우스는 그 날 새벽 이후 마주친 것은 처음이었다. 마음의 준비 없이 이런 우연한 마주침이란 굉장히 당혹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럭저럭 속마음을 숨기며 눈인사를 나누었다.

 

 “거 참, 교수님. 만나서 반가우면 반가운거죠. 저는 좋은데요. 교수님께선 여전히 티가 나시네요.”

 

 “아하, 그렇군. 또 노처녀티 난다는 말이라면 자네 정강이가 바로 내 앞에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주고 싶네.”

 

 “아이고, 교수님. 제가 누누이 그런 단어쓰임에 민감하다는 것 자체가 사실을 인정하는 거라고… 윽!”

 

 황태자는 매서운 교수의 발차기를 정통으로 맞고 순간 아픔으로 눈물을 쏟을 뻔 했지만 체면 때문에 참았다.

 

 “그러는 자네도 누누이 내가 하지 말라는 말을 잊는 걸 보니 변함이 없구먼. 그래, 요즘은 무슨 일을 하고 다니기에, 우리 모범생 루시우스까지 동행했나?”

 

 아픔을 참느라 끙끙거리는 그를 대신해 루시우스가 눈치를 보며 나섰다. 슬쩍 창밖을 보고 있는 한나를 훔쳐보기도 하면서….

 

 “교수님, 프랫경은 수도 행정국 공무원으로 탐파카 신전의 하수처리상태에 대한 신고를 받고 상태조사차 가는 길입니다. 저는 호위실습으로 동행업무 중입니다.”

 

 “음… 제자의 출세는 스승의 기쁨이지. 사람노릇하고 사는 걸 보니 내가 다 흐뭇하네. 루시우스 자네도 고생이 많아.”

 

 이어 루시우스의 실습 후 행로에 대해 두서없는 문답이 오간 후에야 정신을 차린 황태자가 교수의 용건을 물었다.

 

 “교수님께선 무슨 일로 탐파카에 가시는 겁니까?”

 

 “나야 이번 신탁의 내용 중 황금연못에 대한 부분을 확인하러 가는 중이지. 아직 일반인에게 공개하진 않지만 정부에서 신탁의 진위여부를 가리기 위해 기꺼이 학자들의 감정을 의뢰해 왔네. 거기서 제 2아카데미의 발굴학장이며 몇 관심 있는 학자들을 만나기로 했네.”

 

 올슨교수의 목소리가 중간부터 한 톤 올라갔다. 말하다보니 너무 근사한 일이라 흥분해 버린 것이다. 이후에는 마차 안이 강의시간으로 착각한 교수 때문에 도착할 때까지 온갖 전문용어가 동원된 토론장이 되었다.

 

 덕분에 한나와 루시우스의 어색함도 자취 없이 사라졌다.

 

 정신없이 떠드는 동안 어느 새 탐파카 신전에 도착했다.

 어쨌든 아는 게 많은 올슨 교수와 황태자가 토론이 중간에 끊긴 것을 아쉬워하는 바람에 네 사람은 돌아가는 길에도 함께 하기로 했다. 못 알아듣는 말이 많아 내심 지루했던 루시우시는 한나와 수도로 나란히 돌아갈 수 있을 거란 사실만으로도 감격스러워 하루의 피곤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신전 홀에서 면담 신청을 하자 올슨교수와 한나는 신전장의 방으로 안내되고, 하수처리특별반 공무원이라는 위장신분상태인 황태자와 루시우시는 거대한 공동탕으로 안내되었다.

 

 고장 신고한지가 언제인데 이제야 왔느냐며 수도사는 성의 없는 공무원의 태도에 열을 냈다.

 고객의 불평불만은 고스란히 루시우스의 몫이었다.

 

 “여기에 얼마나 많은 신도들이 왔다 가는 줄 아시오? 다른 곳은 고장이 나더라도 대체할 수 있지만 무려 하루 백 명의 수사들과 신도들이 제전을 위해 목욕과 빨래를 한단 말이오. 이걸 조사랍시고 그리 늑장을 부린다면 어찌 시민의 세금이 공정하게 쓰였다 할 수 있단 말이요?”

 

 목욕탕까지 오는 길에 여기 저기 기웃대느라 뒤에서 약간 처지게 왔던 황태자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아이고, 이 수도사분이 뭘 많이 모르시네. 신전은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 세금을 내지 않아요. 이곳은 신의 영역이니 원활한 수리를 원했다면 먼저 모시는 신께 잘 좀 기도해 보실 일이지. 응, 그래서 고장이 언제부터였다고?”

 

 묘하게 반 토막 말을 하며 끼어든 새파란 공무원 때문에 더 열 받은 표정의 수도사 대신 얼른 루시우스가 서류를 보며 보고했다.

 

 “엿새 전입니다. 여기 기록에 의하면 수도 사업국의 하수처리가 원활하지 않아 변기가 수시로 막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날 목욕탕의 물 공급이 일시적으로 끊기면서 이후의 사정 역시 좋았다 나빠짐을 반복한다고 신고 되었습니다. 보일러실이나 물 저장소에는 이상이 없고, 마석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제국은 상 하수도관이 따로 운영되며 특히 하수관의 위생적 처리는 다섯 대륙 중 최고였다.

 한창 제국의 세력이 좋을 때는 그 동력원인 마석을 아낌없이 제공하며 전 국민이 혜택을 받았으나, 전전 황제 때부터 가뭄이나 여러 사정으로 세금징수가 원활하지 않아 제국의 수도와 그 변두리에서만 간신히 마석운영을 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나머지 지방자치원의 사정에 따라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해서 이처럼 빈번한 고장접수를 행정국에서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일거리는 많고 실제 일할 공무원은 적고…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음, 그렇다면 먼저 물 저장소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도록 하지. 수도사께서는 그만 들어가 보아도 좋소. 우리끼리 애써 다녀 볼 테니.”

 

 수도사는 뒷목을 턱, 붙잡았다. 늦장 행정 처리도 억울한 판에 예고도 없이 한창 바쁜 시간에 쳐들어와선 안내를 시키더니, 일은 제가 다 한다는 식으로 다시 사람을 물리려는… 정말 무시도 이런 개무시가 따로 없었다.

 내 이 버릇없는 놈을 몸 성히 가게 둘 성 싶으냐? 수사의 눈에 무시무시한 경고등이 들어왔다. 하지만 천만다행히도 혜안을 지닌 자작이 만인의 몸에 좋다는 만병통치약을 루시우스에게 두둑이 챙겨두었으니,

 

 “수도사님, 고생하셨습니다. 약소하나마 아이아나 여신님께 드리는 작은 성의입니다.”

 

 손 안에 금화 한 닢을 슬쩍 쥐어 든 수도사의 얼굴색이 흙빛에서 금화와 비슷한 황금빛으로 돌아왔다. 그는 공연한 헛기침을 하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미련 없이 그들 곁을 떠났다.

 

 “엿새 전이라…. 시기가 공교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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