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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지에서 온 신부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4.11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사랑만 고집하는 남자,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남자,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야심을 더 사랑하는 남자… 사랑은 고립된 오지처럼 외롭다.
로맨스는 보다 완벽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 당신의 선택이 사랑을 부른다.

 
3 진실 혹은 거짓
작성일 : 18-04-13 19:37     조회 : 228     추천 : 0     분량 : 4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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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태양의 궁전이라 불리는 이 화려한 건물들은 1000년 동안 세 번의 화재와 열 번의 전쟁을 겪으면서 재증축을 되풀이한 결과, 다양한 시대의 양식물이 공존하는 독특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건물이며 가구 모두 하나같이 왕실의 위엄에 걸맞은 장엄한 예술품으로서 그 품위와 우아함이 명장의 세심한 손길을 느끼게 해 주었는데… .

 

 턱.

 

 황태자 후이 네투너스 주니어 5세가 아무렇지도 않게 냄새나는 맨발을 그 아름답고 유서 깊은 장인의 책상에 걸쳐놓는다. 한 손엔 서류와 또 다른 손엔 초코케잌 하나를 들고서 말이다.

 

 입만 열지 않으면 예술품이라 불릴 정도로 근사한 비율을 자랑하는 황태자의 금안이 번뜩였다. 검은 머리를 쓸어 올리며 의자 깊숙이 상체를 기댄 그의 모습이 사뭇 편안하고 익숙해 보이는 것이 오랜 습관처럼 보이기도 했다.

 

 높은 집무실의 천장에는 화사한 장식의 팬이 돌아가며 방안을 환기시키고 산처럼 쌓인 서류더미는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전체적으로 채광이 밝고 심플한 방과 대조적으로 그 안에는 있는 황태자를 제외한 두 사람의 표정은 금방이라도 썩어버릴 것처럼 어둡기만 했다.

 

 “그래, 시원하게 차였다지?”

 

 “차이지 않았습니다. 즈은하!”

 

 이를 앙 다물며 루시우스 기사는 책상 위 맨발의 주인을 외면한 채 전망 좋은 창밖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때 마침 수도의 명물 오색 비둘기 떼가 멋지게 하늘을 선회하며 서쪽으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아직 정오였고 루시우스는 식전이었지만 황태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쩝쩝대며 약이라도 올리듯 혼자, 맛있게 케이크를 먹어치웠다.

 

 

 “파트너 제안을 했는데 거절당했으면 차인거지, 정신 차리게나 루시우스. 남자가 말이야, 응? 인정할 건 인정할 줄 알아야 팍팍 크는 법이라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픈 말을 내 뱉는 황태자의 팩트폭력엔 당할 장사가 없었다. 희대의 천재라 불리는 잘생긴 황태자에게 말로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측근과 대소신료들에겐 그날로 영웅대접을 받을 터였다.

 

 물론 루시우스는 그런 종류의 영웅은 아니었다. 대신 그는 속으로 침묵의 맹세를 되뇌면서 황궁에서는 들어도 못 들은 척, 알고도 모르는 척, 보고도 못 본 척 해야 장수한다는 다짐을 더 굳게 했다.

 그보다는 아무도 모르는 새벽, 그것도 드라카 정상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황태자가 알고 있는지 궁금해 졌다. 그런 그의 속을 들여다 보기라도 한 것처럼 말을 이어졌다.

 

 

 “안 봐도 척이지. 한 달 전만 해도 우리 애쉬먼공녀를 자네 파트너로 밀어주마. 했더니 자네가 마음에 둔 여인이 있다하여 정중히 거절하지 않았겠나? 졸업 무도회가 내일 모레인데 아무 소식이 없다면 이거 이거, 백발백중 그거지 안 그런가, 할?”

 

 그가 동의를 구한 사람은 약간 마른 몸매에 두툼한 안경을 끼고 다크서클이 그 밑으로 쾡~ 하게 늘어진 황태자의 수석비서관 할 로버트 자작이었다. 후이가 황자시절 아카데미 재학 동급생이자 소문난 모범생이었던 그는 황태자가 찍어둔 먹잇감이었다.

 

 그도 늘 이를 악물며 노상 황태자를 향해 ‘즈은하!’를 연발하는 사람이었기에 자동으로 루시우스를 향한 공감이 극대화 된 상태였다.

 

 

 “전하! 직장인이 겪는 일 중 가장 피곤한 일이 상사가 아랫사람의 사생활 공개를 할 때입니다. 그런 몰상식한 인신공격일랑 속히 거두시지요. 그리고 그 손에 들린 케이크, 보고서에 그만 좀 묻히시고요. 그 안의 사안이 지금 말씀보다 훨씬 더 중대함을 모르시진 않겠지요?”

 

 

 “어쩜, 저리 얄미운 말만 따박따박 하는지. 내가 황제가 되면 다 기억해 뒀다 가장 먼저 그대를 이리 저리 막 굴려줄 것이야. 응!”

 

 

 “네. 황제가 먼저 되신 다음에 그런 말씀을 하셔야 무서울 것 같습니다. 저야 뭐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어차피 지금도 과로사로 죽기 딱 일보 직전입니다만. 이제 그만 즈은하께오서 일 좀 제대로 해 주시면 참 소원이 없겠습니다.”

 

 

 

 후일 루시우스는 기억하게 된다. 세계 멸망의 위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제국의 안위를 책임지던 명재상 할 로버트! 그의 강력한 멘탈은 일찍부터 이런 자포자기식 화법과 함께 발전했노라고.

 

 

 

 “에이, 재미없는 인간 같으니라고. 봐봐- 이 보고서도 딱 자네 같아. 중요한 거! 지들이 싹 까먹고 이 망할 놈의 보고서엔 거지같은 정황자료들만 잔뜩 올려놨잖아.”

 

 

 다행히도 자작은 들을만한 말에만 특화된 귀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요 그럼, 전하께서 보시기엔 중요한 건 뭐고 정황은 또 무엇이었습니까?”

 

 “일단 정황부터… 잘 들어 봐.”

 

 황태자가 먹던 케이크를 접시 위에 올려놓았다.

 

 “요 케이크조각은 겉보기엔 까맣게 보여. 막상 먹어보기 전엔 맛도 없고 오히려 썩은 음식처럼 보인단 말이야. 이 갑작스레 타 죽은 신전 침입자도 마찬가지야. 누구이고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했기에 그 자리에서 그렇게 죽었어야만 했을까? 300년이나 뚝 끊긴 신탁의 서가 난데없이 시체와 함께 발견되었어. 무엇보다 그 신탁의 문구!”

 

 먹던 음식과 보고서 내용이 어떤 연관이 있는지 짐작하지 못한 두 사람은 그저 황태자의 다음 말을 기다릴 뿐이었다. 가끔, 아니 자주 황태자는 자기만의 논리로 주변을 황당하게 하지만 언제나 결과만은 정확하기로 유명했다. 그가 분석할 때는 끼어들지 않고 일단 듣는 것이 현명하다.

 

 “예언이란 세월이 지나도 항상 유치찬란하게 이도저도 아닌 말처럼 두루뭉술하게 전달된단 말이야. 뭔가 큰 게 숨겨져 있을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런 거 우리 어디서 많이 경험하고 있지 않아? 왜 그 국무회의나 무역협상 그런 거. 나중에 지나고 나면 아, 그게 그런 뜻이었어? 싶은 알맹이 없이 수식만 화려한 그런 거.”

 

 그리고 황태자는 당 떨어진다며 케이크를 정신없이 퍼 먹는 것이었다. 옆에서 루시우스가 골똘히 생각하다 의견을 내었다.

 

 

 “그러고 보니 민간에 벌써 신탁의 내용이 파다하게 퍼졌다 합니다. 사건 발생일이 사일 전이었고, 전하께선 오늘 오전 보고서를 받았죠. 그런데 신문에도 안 난 정보가 어떻게 시민들에게 먼저 전달될 수 있었을까요?”

 

 

 황태자가 뭐라고 웁웁-거리고 있었다. 나름 열이 올라 대꾸를 하는 것 같은데 자작이 쯧 혀를 차며 지적해 주었다.

 

 

 “전하, 체통 없이 음식 드시며 말씀하지 마세요. 여기 그 정도 추리 안 되는 사람 없잖습니까?”

 

 

 입으로는 타박하면서 살뜰하게 벌써 물잔을 건네고 있었다. 황태자가 시원하게 쭉 들이키며 입가를 닦았다.

 

 

 “신전이고 수비대고 전부 대신들이랑 한 통속인데 뭐, 우리 정보 늦는 것쯤이야! 이번 건도 지들이 손 쓸 거 다 써 놓고선 나한테 떠먹여 준다는 식으로 생색내려 했던 일이겠지. 자, 봐- 신탁의 해석이랍시고 여기 적어놓은 거.”

 

 

 루시우스는 눈으로만 죽 흩어보다가 황태자에게 큰 소리로 읽지 않는다며 또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아무리 두 살 차이 사촌지간이라지만, 아무리 황궁에서 그가 하늘같은 상사라지만… 이럴 때, 딱 한 대만 때려봤음 소원이 없겠다고 그는 생각했다.

 

 “신탁의 원문은 <일곱 개의 대륙을 지나 황금의 연못을 건너온 신부 그와 연합하는 자라야 제국의 주인이 되리라>입니다. 해석이… 이전의 신탁들에 통상적으로 쓰이는 표현으로, 일곱 대륙이란 이 세상과 연결된 또 다른 세상 즉, 고대 신들의 세계인 ‘할데라’를 일컬으며 황금의 연못을 건너온 신부는 신들의 말을 전달하는 사제들을 의미합니다. 이들과 연합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아 최근 사제들의 타락과 부정으로 인기가 떨어진 신전이 다시 정치적인 위상을 되찾으려 꾸민 자작극으로 보임. 이상입니다.”

 

 “아, 왜 나에겐 저 결론이 수비대가 어지간히도 일하기 싫었다로 읽히는 걸까?”

 

 황태자가 머리를 끄덕이며 진지하게 말했고, 둘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럴 때 잘 대꾸해야 한다. 이제 그만 결론을 말해주시죠- 라고 했다간 황태자의 잘난 척 하는 꼴을 보아야 하고, 그럼 다시 수사하라고 할까요? 라고 했다간 설친다며 빈정댈 것이다. 늘 그렇듯 침묵이 답이다.

 

 둘의 대답 같은 건 기대하지 않았다는 듯 황태자는 고개를 흔들며 난데없이,

 

 “에라이- 저놈의 해석도 엉망이고, 수사는 더 진창이니 믿을 인간이란 결국 나밖에 없는 건가?”

 

 그리고는 갑자기 주섬주섬 양말을 신고 나갈 준비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할 자작은 자기도 모르게 양손으로 얼굴을 묻었다. 황태자는 움직이는 사고뭉치였다. 이제 바깥 여기 저기 쑤시고 다니면서 온갖 해프닝으로 내일 가십기사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그 뒷수습은 자작의 몫이고. 어쩔 수 없이 다시 한 번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한 마디 할 수 밖에 없었다.

 

 “전하, 부디 살아만 돌아오십시오. 여기 신분첩일랑 반드시 챙겨 다니시고요.”

 

 

 그는 지난 번 황태자의 외유가 치안대 유치장 안에서 끝났던 기억이 떠오르려는 것을 애써 누르며 파란색 작은 수첩을 건넸다. 앞사람이 수첩을 펼치며 천진하게 외쳐대는 소리가 들렸다.

 

 

 “응? 이번엔 행정국 하수처리특별반 팀장이네. 승진시켜 준 거야? 고마워!”

 

 

 그렇죠. 말단공무원이라면 적어도 유치장에 보내기 전에 제게 연락이 올 테니까요. 자작의 소리 없는 대꾸가 루시우스의 귓가에 들리는 듯 했다.

 

 
작가의 말
 

 비문, 오타 모두 환영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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