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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지에서 온 신부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4.11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사랑만 고집하는 남자,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남자,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야심을 더 사랑하는 남자… 사랑은 고립된 오지처럼 외롭다.
로맨스는 보다 완벽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 당신의 선택이 사랑을 부른다.

 
2. 마리안 대 마리안
작성일 : 18-04-11 14:11     조회 : 209     추천 : 1     분량 : 3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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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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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통로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고티스가 그 문을 보며 레오가 계속 다급하게 그녀를 찾았었고 마지막엔 왠지 화가 나 보였다는 내용의 중얼거림도 듣지 못했다. 사실은 마리안을 보자마자 전달했어야 할 내용이었지만 무대가 최우선인 그에게는 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였기 때문에 이제야 아는 척했다는 것도 말이다.

 

 통로는 뒷골목 상점중 에서도 후미진 길목 안에서 끝이 났다. 그 앞에 신흥종교인 ‘가난한 형제들’의 지부가 있었기 때문에 수도복처럼 보이는 그녀의 차림에 수상한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때마침 길 건너편 <행운의 별> 입구에서 마리안의 대역을 한 여가수가 화려한 차림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마차를 타는 중이었다. 기자들과 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며 사인과 아이디어 제안을 하며 그녀의 주의를 끌고자 했다. 제지하려는 경호원들과 엉켜 그 앞은 아수라장이었다. 대역이 찢긴 옷을 추스르다 힘겹게 웃는 얼굴로 손 키스를 날렸다. 나름 프로정신이 있는 여자였다. 경호원들에게 이끌려 겨우 마차를 타기까지 마리안은 그저 담담히 지켜 볼 뿐이었다.

 

 이 광경은 볼 때마다 그녀에게 기이한 느낌을 주었다. 아무리 화장을 지웠다 해도 알아보지 못하는 대중을 보면서 역시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은 그녀나 그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화려한 분장과 드레스, 보석으로 만들어진 무대의 이미지라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그런 이중적이고 표면적인 관계는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도…. 언젠가는 그들의 뇌리 속에서 사라질 자리는 절대 사양하고 싶었다.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광경을 뒤로 하고 그녀는 더욱 깊은 어둠속으로 스며들어 갔다.

 

 레오는 그녀의 재산을 관리하는 대리인이었다. 그녀에게 ‘마리안’이란 예명을 붙여준 용병길드장이기도 했다.

 자기 중간이름을 예명으로 붙여주다니 대단한 악취미였다. 하지만 그 예명 덕에 이 험악한 뒷골목의 밤거리를 안심하며 어슬렁거릴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한편으로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그의 사무실 문을 열자마자 그가 살기를 뿜으며 죽일 듯 자신을 노려보는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이틀 동안 너와 아무 연락도 할 수 없었지.”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었나요?”

 

 마리안은 금방까지 수백 명의 관객을 홀렸던 그 마성의 목소리로 최대한 상냥하고 조심스럽게 대꾸했다.

 

 “2년이야! 그 동안 너를 얻으려고 최대한 조심조심 다가갔어. 그렇지만 결국… 난!”

 

 그는 자기 앞에 놓인 서류를 그녀에게 집어던졌다. 팔락거리며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종이 한 장을 그녀가 주워들었다. 마리아는 짧게 구불거리는 자신의 붉은 머리를 커다란 손으로 거칠게 쓸어 넘겼다. 상처 입은 짐승이 으르렁거리듯 말이 이어졌다.

 

 “너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던 거구나.”

 

 그 서류들은 처음 마리안이 길드에 가입하면서 적은 자신의 계약서와 이력서였다. 거짓으로 나열된 자신의 인적사항을 보며 왜 새삼 그가 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려고 했던 것일까? 이해하려 노력했다.

 

 “화를 내야 할 대상이 잘못된 거 아닌가?”

 

 아마 그가 내 입에서 나올 거라 상상했던 여러 변명 중에 이런 반응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가 순간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마리안은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벽에 있는 장식장에서 찻잔 두개를 꺼냈다. 마력석이 들어있는 포트에서 금세 김이 올랐다.

 

 그 앞에 한 잔, 자신의 앞에 한 잔을 놓았다.

 

 “나와 최초로 계약했던 길드장은 본래 당신의 아버지, 그 분은 나의 진실을 모두 알고 있었어요. 제대로 인수인계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은 알지만 난 당신도 모든 걸 알고 있다 여겼을 뿐이에요.”

 

 그녀의 말이 이어질수록 그의 표정이 더욱 딱딱해졌다. 그가 길드를 인계받았던 상황은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었다.

 

 “당신의 말 뿐이지. 아버지께서도 알고 계셨단 증거가 어디 있나?”

 

 그 앞에 놓인 찻잔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그는 방어적으로 팔짱을 끼었다.

 그녀는 그의 입에서 나오는 빈정대는 말과 차가운 행동에 심장이 따끔거렸다. 점점 강해지는 그 아픔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가슴에 손을 얹었다.

 

 순간 그의 모습에 과거의 자신이 겹쳐 보였다.

 

 - 여기에 잠자는 약이라도 탔는지 누가 알아요?

 - 이봐, 어린 아가씨, 내 이래 뵈도 자식 키우는 아버지요. 내 아들에게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아.

 

 휴이, 그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을지는 몰라도 결과적으로 그의 선택은 어리석었다.

 

 아들에게 부끄러운 직업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아무것도 가르치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처럼 음지에서 독버섯으로 사느니, 가난하더라도 양지의 인간으로 마음 편히 잘 살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아버지의 사후 레오는 엄청난 칼부림과 피바람을 겪으며 어렵게 지금의 자리를 지켜야 했다. 아무도 믿지 않는 차가운 사람이 되어야 했다. 그것을 오롯이 옆에서 지켜봐야 하는 것도 괴로운데 당사자는 오죽했으랴. 어쩌면 이런 날이 오리라 스스로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에게 사실대로 말해야지 했다가 입을 다물어 버린 것은 순전히 자신의 이기심이었다. 제 탓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뭘 어쩌겠다고? 마리안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결국은 그의 마음일 뿐.

 

 나는 어차피 이곳을 떠날 사람, 그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아니다.

 

 “그래요. 레오, 지금처럼 아무도- 아무것도, 믿지 말아요. 당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하지만 나 역시 지난 2년간 당신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했어요. 내가 당신과의 약속을 한 번이라도 어긴 적이 있나요? 당신이 내 말을 듣고 손해를 본 적 있나요?”

 

 그녀는 잠시 기다렸다. 그에게서는 부정도 긍정의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기도 힘든 듯 내내 외면하고 있었다.

 

 “나 당신에게 부끄러운 짓 한 적 단 한 번도 없어요. 설명하다 보니 괜히 열 받네요. 바람 난 여편네 다그치는 것처럼 사람 억울하게 윽박부터 지르지 말고 그냥 대 놓고 물어보지 그랬어요. 다 말해줄 수 있는데.”

 

 차가 식어가고 있었다. 미스릴처럼 단단하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마침내 그가 흥분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을 찾은 이유는 이전부터 당신이 눈독들이고 있던 선박 때문이야.”

 

 마리안의 맥이 탁 풀렸다. 우회적으로 그는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 표현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마 이방을 나서는 대로 그의 그림자 중 하나가 그녀를 미행할 것이다.

 

 정말 오랫동안 공들여 온 결과물이 드디어 눈앞에 나왔는데 좀처럼 들뜨거나 반가운 감정이 일어나질 않았다. 입맛이 썼다.

 

 “드디어 매물이 나왔나 보군요. 인수 배경에 별 다른 문제점은 없나요?”

 

 “여자인데다 제국최고의 인기가수인 당신이 일반 무역선의 선주가 되면 말이 많아지겠지. 그 쪽은 우리와 적대관계니 내가 끼어 있다면 될 일도 방해할 게 뻔해. 아무래도 믿을 만한 대리인이 필요해.”

 

 “걱정 말아요. 여′자′이지만 그쪽 방면으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깨끗한 사람이 있어요. 물론 경력은 더 없이 훌륭하죠.”

 

 “그래? 그게 누군데?”

 

 “제국 제1 아카데미 문학부 수석 학회장 브라이언 올슨, ‘미스테라 O’라는 필명이 더 유명한 학자시죠.”

 

 “허… 대단하군. 대체 언제 그런 거물급 여류명사와 친분을 다진 거야?”

 

 모처럼 솔직한 그의 감탄에 마리안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은 찻물을 구석에 있는 화분에 버렸다. 막혔던 목소리가 다시 맑게 나왔다.

 

 “왜요? 나 같은 밤무대 가수 나부랭이가 그런 여류명사와 친분이 있다는 게 그렇게 신기한 일인가요?”

 

 “아니, 2년이나 레오 마리안 필루스를 속일 수 있었다면 더한 것이 있더라도 놀랍지 않아.”

 

 비꼬는 어투는 다시금 속에서 욱하는 불길에 비하면 얌전한 것이었다.

 지금까지 그의 주변에 머문 여자들 중 마리안은 유일한 친구였고 가족 같은 느낌을 주는 사람이었다.

 그가 느낀 배신감이 잦아들고 난 이후에는 그들은 어떤 관계가 될까? 다시금 그녀를 보면서 편안하게 웃을 날이 과연 올 수 있을까? 끈적끈적한 밤의 바다안개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답답한 심정으로 그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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