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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지에서 온 신부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4.11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사랑만 고집하는 남자,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남자,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야심을 더 사랑하는 남자… 사랑은 고립된 오지처럼 외롭다.
로맨스는 보다 완벽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 당신의 선택이 사랑을 부른다.

 
2 마리안 대 마리안
작성일 : 18-04-11 14:06     조회 : 206     추천 : 1     분량 : 3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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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분장실은 번잡했다. 늘 그렇듯 막간의 휴식조차 소란과 비명의 연속이었다.

 

 “내 가발, 거기 화장품 좀 집어 줘.”

 “옷이 터졌잖아. 색깔도 다르고, 왜 미리 확인도 안 한거야?”

 “다음 순서, 빨리 대기 하고 있었어야지! 이 멍청아, 제대로 하란 말이야!”

 “라일라, 여기 있던 노란 벨트 못 봤어?”

 

 언제나 그렇듯 그 소란의 대부분은 무대예술책임자 고티스의 고성방가였다. 대부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무대가 진행되는 내내 긴장의 연속이기 때문에 모두가 예민했다. 그나마 고티스가 욕질이라도 하고 있을 땐 모든 게 별 일 없이 잘 굴러가고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미술팀이 일주일 내내 고생했던 거대한 별이 샹들리에 아래서 반짝거렸다.

 무지개 색의 금박을 입힌 별이 공중에서 한 바퀴 회전하는 순간 꽃잎 같은 반짝이가 나비처럼 날리며 관객의 넋을 모조리 빼 놓을 것이다. 그러면 하이라이트로 카지노 ‘행운의 별’ 최고의 스타, 밤무대의 여왕 마리안이 나와 사람의 혼을 홀리는 마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면 오늘의 무대가 완성되는 것이다.

 장소나 무대수준으로 보자면 단순히 큰 술집이 아니라 고상한 상류층 오페라 홀을 축소시킨 것 같았다.

 

 고티스는 이 순간이 제일 설렜다.

 별 볼일 없었던 고티스의 3류 유랑극단은 마리안을 만난이래 제국 최고의 인기극단으로 이 2년간 유래 없는 명성을 누리고 있다.

 

 예기치 못한 부와 인기를 누리게 해 준 마리안은 그가 가진 최고의 보물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계약기간을 10년으로 연장하고 싶지만 후일을 위해서라도 마리안에게 강압적으로 밀어붙이기 보다는 상황을 봐 가며 기회를 엿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프로니까 반드시 원하는 바를 이룰 것이다.

 별 일 없는 한 인간의 목소리가 썩을 일은 없으니 한 두 해 쉬었다고 해서 문제될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한 번 돈 맛을 봤으니 그녀 역시 아쉬울 땐 그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극단주로서 예술가의 심리나 사정을 누구보다 꿰고 있는 사람이었다.

 

 - 그래, 모든 것은 타이밍이야. 초조할 것은 없어.

 

 예상대로의 무대였다. 흐느끼듯 절절한 아리아가 폭발적인 성량을 보이다가 한순간 침묵하더니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반주와 함께 마침내 무대의 막이 내려왔다. 관객은 일순 조용했다가 큰 해일이 일듯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고티스 역시 무대 뒤에서 눈물을 흘리며 목이 터져라 브라보를 외쳤다.

 

 마리안의 명성에 반해 노래를 들으러 온 상류층 신사들은 아낌없는 팁과 상품들의 발주를 했고 고무된 상류 인사를 겨냥한 쉼 없는 뒷거래는 노상 호황이었다.

 

 아니, 이 바랑스제국 전체가 오랜 평화로 안정된 사회가 되자 거대자본이 발달했고 덩달아 상업과 소비문화가 발전한 탓이기도 했다. ‘행운의 별’이 보여주는 무대는 그런 제국의 화려한 기술의 축약판인 듯 호화로웠다. 프리마돈나 마리안은 걸어 다니는 패션아이콘이었다. 그녀가 걸치는 모든 물건이 제국의 유행품이 되었다.

 

 

 “어머, 자기야. 이것 봐, 이 꽃은 프로시아 왕족인 몽스 왕자의 카드가 끼워져 있잖아. 답신이 가야 할 것 같은데? 평소처럼 무시하기엔 너무 거물이잖아.”

 

 마치 자신에게 온 꽃다발인 냥 고티스는 몸을 꼬며 좋아했다. 극단 최고의 스타 분장실답게 넓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였지만 추종자들이 보낸 각종 선물과 꽃다발로 발 디딜 틈이 없기도 했다. 공연이 있는 날이면 늘 보는 풍경이라 그런지 정작 그 주인공은 별다른 감흥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지독한 꽃 냄새에 인상을 찡그리며 모두 치워달라는 배은망덕한 부탁을 하고 화장대 앞에 앉는 게 아닌가?

 

 이어지는 고티스의 여상스런 잔소리를 뒤로 하며 마리안이 두껍고 화려한 무대화장을 지웠다. 거울에 드러난 얼굴은 명성에 비해 의외로 수수하고 앳된 느낌마저 주었다. 그녀는 가운을 벗고 머리를 정리하며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언제나처럼 당신이 잘 상대해 줘요. 나 그런 거 못해! 알잖아요.”

 

 “어후우~ 그거 생각보다 뒤지게 힘든 일이다. 알아? 완전 정신노동이라구. 눈앞에서 막 별이 왔다 갔다, 지난 번 쉐덜넌 공작의 디너초대를 거부했다가 나 목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깐!”

 

 그는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죽는 소리를 하며 눈을 굴렸다. 적당히 탐욕스런 입술에 사십대 중반이었지만 방부제를 먹은 듯 미소년형으로 잘 생긴 검은 얼굴은 마초의 향기로 가득했다. 그는 게이였다. 그래서 마리안에게 지분거릴 일은 없었고 오히려 친구겸 보디가드가 되어 그녀를 지켜줄 수 있었다. 두 사람으로선 하늘에 감사할 행운이었다.

 

 두 사람의 친근함은 최근 계약기간이 만료되어 그녀가 그만 두겠다 고집 부리는 바람에 많이 어색해 지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었다.

 그 동안 아쉬운 대로 대타가 될 수 있는 여가수를 열 명이상 구해두었고 그들은 대부분 성공을 위해 그가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성격들이었기 때문에 다루기엔 어렵지 않았다.

 

 물론 마리안 하나의 가치만 못하지만 그 하나마저 없기는 다른 업소들도 마찬가지라 그녀의 빈자리를 채우는 방법으로 여럿을 한데 묶어 공연하는 법도 괜찮은 생각이었다. 반쯤은 벌거벗은 어리고 예쁜 귀염둥이들이 근사한 화음으로 노래하며 춤을 추다니! 이 획기적인 아이디어도 마리안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녀는 혁신적이게도 여성고객을 겨냥한 남자가수들의 그룹도 같이 키워보면 어쩠느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저 깜찍한 머릿속에서 나오는 발상은 모두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그래도 어쨌건 다른 건 몰라도 이번 주말의 아카데미 졸업파티는 꼭 참석해야 해. 누구보다 황태자의 직접적인 요청이 있었단 말이야. 자기 후속타인 <황금 나비>그룹의 데뷔일이기도 하니까 자기가 힘을 실어줘야지 어쩌겠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줄 거지? 응?”

 

 사제처럼 얼굴을 가려주는 커다란 모자를 꼼꼼하게 눌러쓰며 마리안은 긴 한숨을 쉬었다. 한 달 전부터 잡힌 그 스케줄은 그녀의 숨통을 조여 오는 사슬 같았다.

 최대한 피하고 싶었는데…

 

 “꼬띠~ 알았어요. 귀에 못 박히겠네. 잘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고 경호나 잘 해줘요.”

 

 그녀만이 부르는 그의 애칭은 남들이 들으면 거북해 했다. 귀여운 어린여자아이를 친근하게 부르는 애칭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남자친구가 우연히 그렇게 부르는 소리를 들은 후 놀리는 식으로 그녀가 부르곤 했지만 그녀이기에 고티스가 봐주고 있다는 것도 잘 알았다. 마리안의 피곤한 눈빛에 잠시나마 온기가 깃들었다.

 

 권력자들의 부름을 거부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그녀의 신비주의 컨셉과 탁월한 노래실력이 아니었던들 진즉 몸으로 줄을 대는 창기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 끔찍했다.

 주변에는 재능을 타고난 뒷배 없는 스타들을 노예처럼 부리기 위해 약을 먹여 성폭행을 일삼고, 빚을 지우는 등 해선 안 될 짓을 할 인간이하의 악마들이 얼마든지 있었다.

 처음 그를 보았을 땐 그도 그런 사내들 중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첫 인상이 피도 눈물도 없이 차가워 보였으니까. 지금은 그가 자신을 어떻게 아끼고 있는지 잘 안다.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도 많다는 것을 그를 통해 다시 확인한 셈이다.

 

 만약 고티스의 사람을 다루는 탁월한 수단이 없었다면, 혹은 그가 사악한 사람이었다면? 생각만으로 등줄기가 오싹했다.

 

 비밀통로로 빠져나가려는 그녀에게 막 생각났다는 듯 고티스가 덧붙였다.

 

 “참, 자기야, 가기 전에 잠깐 길드에 들려봐. 이틀 전부터 레오가 널 찾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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