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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오지에서 온 신부
작가 : 그림달
작품등록일 : 2018.4.11

모든 것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사랑만 고집하는 남자, 누구보다 사랑하지만 나를 전혀 믿지 못하는 남자, 모든 것을 줄 수 있지만 자신의 야심을 더 사랑하는 남자… 사랑은 고립된 오지처럼 외롭다.
로맨스는 보다 완벽한 사랑을 찾아 떠나는 모험, 당신의 선택이 사랑을 부른다.

 
1 무도회에의 초대
작성일 : 18-04-11 13:58     조회 : 213     추천 : 1     분량 : 3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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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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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의 펜 끝이 멈추었다. 벌써 새벽이었고 잠은 꿀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전날 늦은 시간까지 진행된 과외 때문에 밀려둔 과제가 드디어 마무리됐다.

 자고 싶었지만 곧 있을 졸업논문의 자료를 지금 정리해 두지 않는다면 모든 일정이 뒤틀릴 것이다. 눈앞의 침대에 머리에 살짝이라도 기대고 싶었다. 그렇지만 참아야 했다. 강의 시작 전에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았다. 쪽잠을 자는 것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다.

 

 뻣뻣해진 뒷목을 따라 허리가 아파왔다. 근육을 풀어주기 위해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팔다리를 죽 펴며 유려한 요가동작으로 몸을 뒤로 젖히며 동시에 머릿속에 떠오르는 오늘의 스케줄을 작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그러자 그녀의 가느다란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의 하얀색 작은 보석이 푸르스름하게 빛나면서 깜박거렸다. 일정을 관리하는 알람 아티펙트였다. 그녀의 목소리에만 반응하는 이 편리한 마법도구는 하루에 중복되는 경우 경고음을 내며 약속시간에 늦거나 잊지 않도록 돕는 도우미였다.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굉장히 비싼 도구였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한나의 시간은 분 초 단위로 쪼개 써야 할 만큼 정신없이 돌아갔다. 그래도 지금은 졸업반이라 제법 수업 일정이 많이 줄어들었다. 덕분에 수업 직후 점심시간 전까지 1시간 정도 휴식을 취할 수 있었고 전부터 계획하던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겼다. 한나는 감회가 새로웠다. 드디어 졸업이 코앞이었다.

 이제 졸업 못하면 어떡하지? 하는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

 애면글면하던 지난 3년이 기적처럼 느껴졌다.

 

 푸른 창공이란 뜻의 바랑스제국 제 1아카데미 문화학부의 가난한 장학생 한나 프랭클린은 스트레스가 참 많았다.

 아카데미의 스케줄이 끝나면 무조건 일, 일, 일이었다. 기댈 수 있는 부자부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수혜의 영역이 큰 귀족층도 아니었다. 평민이었던 할아버지는 변방의 영주 디펠남작가문의 마부였고 그 인연으로 마을 최고의 신동이었던 한나는 영주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 후원이 있다고는 해도 아카데미의 비싼 학비만 해결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나머지는 모두 그녀의 능력이었다. 장학금도 생활비도.

 

 만약 그녀에게 글쓰기라는 취미생활이 따로 없었다면 과로 또는 우울증 때문에 진즉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었다. 바쁜 일상에서 틈틈이 쓰인 글들은 모두 현실도피성 판타지 내용 일색이었지만 그녀는 언젠가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미스테라 O 작가처럼 전 세계의 진귀한 이야기를 수집하며 돌아다니는 ‘딥스’의 꿈을 이루게 해 줄 거라 굳게 믿고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꿈을 위해 2박3일 정도 날밤을 새울 수 있는 체력은 필수였다.

 

 덕분에 턱 밑까지 진한 다크서클을 달고 있지만 어쩌랴… 없는 놈은 건강한 몸이 밑천!

 좌우명을 정한 한나는 입학 초부터 거의 매일새벽 가벼운 조깅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렇게 한바탕 달리다 보면 신기하게 날밤을 새웠다 해도 어느 정도 하루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물론 날씬한 몸매는 덤이었다. 이제는 습관이기 때문에 하지 않으면 몸이 이상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 새벽운동에는 아무도 모르는 한나만의 은밀한 즐거움이 하나 더 있었다.

 

 목덜미를 덮는 긴 단발을 하나로 묶은 한나는 아직 캄캄한 새벽 속을 힘차게 달려 나갔다.

 

 목표는 일출을 볼 수 있는 아카데미를 둘러싼 숲의 정상이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카데미는 제국 넘버원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도시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 숲은 고명한 지리학자들에 의하면 드래곤이 입을 벌리고 화염을 쏘는 모양이라 하여 이름이 드라카였다. 한나의 눈에는 그저 길쭉한 막대기에 둥그런 도넛을 끼워 넣은 도넛꼬치처럼 보였지만 말이다.

 그래도 나무가 무성한 숲은 시골 농장 출신인 한나의 향수병을 달래주곤 했다. 있을 때는 비좁기만 한 마을이었는데 막상 떠나오니 그녀 안의 야성이랄지, 시크한 도시사람들과 다른 자유분방한 정서가 있었음을 깨닫게 해 준 드라카숲이었다.

 

 어쨌든 그 정상에는 꽤 넓은 공터가 있었는데 아카데미 학생들에겐 무조건 상시 개방된 기사용 수련장이 있었고 축제 때는 광란의 파티장으로도 쓰였다.

 해발 800m가 넘는 꽤 높은 고지였기 때문에 어지간한 등산광이나 기사수련생들이 아니고서는 평소에 이곳에 오르려는 학생들은 많지 않았다.

 

 놀라운 일은 그런 드라카의 정상을 한나는 뛰어서 2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것도 숨 하나 흐트러지지 않고 말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은 그런 한나의 능력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

 

 정상에서 편안히 서서 두 팔을 편안하게 펼치며 그녀는 심호흡을 했다. 깊은 들숨과 날숨이 새벽의 청아한 공기를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부지런히 날라다 주었다. 이 상쾌한 공기는 한나의 몸 안에 들어가자 마나의 열기로 전환되어 한나의 몸에 쌓인 독소를 몰아내고 심장을 건강하게 뛰도록 했다.

 이것은 아주 우연히 익힌 마나호흡법 덕이었는데 한나의 골골대던 체력이 지금은 감기 한 번 걸리지 않고 겨울을 나게 되었다. 매일같이 하루에 한 번, 20여분의 짧은 시간을 통해 아무런 방해 없이 깊은 호흡으로 발성연습을 하고 목을 푸는 한나의 모습이 마치 경건한 의식을 치르는 신관처럼 익숙해 보였다.

 

 차분히 호흡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던 한나의 귀에 헛, 둘 거리는 누군가의 구호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었다.

  절도가 느껴지는 씩씩한 목소리였다.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도착할 때쯤이면 한나가 산을 내려가야 하는 시간이었다. 때문에 지난 3년간 둘은 간단한 목례 외에 달리 인사를 하는 것이 없었다.

 두 사람이 스치듯 지나칠 때 먼동이 트기 시작했다.

 

 루시우스는 아카데미 마법 통합부의 유일한 오러기사였다.

 졸업생 중에서도 장래가 보장된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의미다. 게다가 그의 가문은 200년 전 바랑스제국 건국초기 공신가문으로서 유서 깊은 메두사 백작가였다. 비록 메두사가의 차남에 불과한 학부생이지만 졸업과 동시에 기사작위를 하사받을 예정이었다. 들리는 바로는 중매시장이 들썩이는 최고의 신랑감으로 청혼서가 쏟아지는 중이라고 한다.

 비록 그따위 배경이 없어도 황금빛 머리카락과 깨끗한 피부, 균형 잡힌 몸매, 진중한 성격 등 그는 외모만으로도 주목받는 유명인이었다.

 학기 초기에는 기사학부의 복도에 그가 보고 싶어 서성이는 온갖 영애들을 제재하느라 관리인들이 고역을 치렀다고 했다. 아카데미 입학 초기만 해도 루시우스는 먹성이 좋은 편이어서 볼살이 통통했다. 쉬이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순한 귀염상이었다.

 그러나 그런 외모에 깜박 속아 말을 걸어본 사람들은 이내 루시우스의 북쪽 얼음산보다 더 차갑게 노려보는 시선과 마주쳐야 했다. 그들은 모두 저도 모르게 가슴이 턱 막히고 기가 질려 꿈 없이 가위에 눌릴 수도 있다는 희한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점차 턱선이 날렵해지고 순해보이던 눈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가게 되자 그의 성격에 맞춤한 더없이 잘 어울리는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그 또한 카리스마로 평가되었다.

 한나는 그것을 한 번 좋게 보면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긍정의 일관성효과’라고 불렀다.

 그렇게 그는 학부생들은 물론 교수들조차 그를 어려워하면서도 동시에 흠모하는 우상이 되었다.

 

 그런 유명인과 드라카 산 정상에서 매일같이 새벽운동하면 마주친다?

 꿈이라도 이런 기가 막힌 우연이라면 운명이 아닐까? 만약 다른 여학생들 같았으면 그런 인기남과 아무도 없는 정상에서 단 둘만 있게 된 상황 자체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사랑에 빠졌을 지도 모른다.

 떠오르는 일출과 함께 같은 장소에 숨 쉬었다는 그 자체로도 황홀한 운명이라 여겼으리라.

 

 사실 처음엔 대담한 한나조차 놀랍고 당황했던 기억이 났다. 눈 맞은 남녀가 하룻밤에도 만리장성을 쌓는다면 거의 매일같이 3년을 마주친 두 혈기왕성한 젊은 혈기가 사고를 쳐도 천 번을 쳤을 시간인 것을… 다른 사람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두 사람은 간신히 눈인사만 나누는 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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