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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WIND, 너를 부르는 소리
작가 : 파샾
작품등록일 : 2016.9.8

열여덟, 순수했던 우리들의 달콤쌉싸름한 첫 사랑. 순정만화 느낌의 사랑 이야기.

 
03. 그 언니 누구야?
작성일 : 16-09-10 22:23     조회 : 489     추천 : 1     분량 : 5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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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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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윤은 요즘 눈에 발이 달린 걸로 모자라 귀에도 확성기가 생긴 것 같다. 원래 이렇게까지 한이준에 대한 이야기가 학교에 넘쳤었나. 소문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으니 알 리가 없다. 그런데 정말 요새는 한이준 이름을 하루에 백 번쯤은 듣는 기분이었다.

 

 

 모두들 자연스럽게 한이준 이야기를 하는 걸 보면 아마 원래도 이렇게 입에 많이 오르내렸던 것 같긴 하다. 한이준이 이랬느니 저랬느니, 어제는 어디서 뭘 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부터 지윤도 이젠 몇 번이나 들어 지겨울 정도인 중학교 때 이야기까지. 아주 작은 소리라도 이준의 이름이 나오면 지윤은 가만히 있다가도 귀를 잡힌 채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레이더라도 있는지 온 학교에 떠도는 이준의 이야기가 죄다 귀에 잡히는 것 같다.

 

 

 아이들이 이준의 이야기를 하는 거에 대해 가타부타 할 자격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지윤은 자꾸만 신경이 쓰였다. 그도 그럴게 아이들이 하는 이준의 이야기에는 썩 좋은 말은 없었다. 지윤과도 안다고 하기에는 모자란 사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었던 것 같다.

 

 

 고작 한 번 본 사람을 얼마나 잘 알겠냐고 하겠지만 그래도 예쁜 눈이었어. 그냥 생긴 게 예쁜 게 아니라 눈빛이 탁하지 않고 꼭 어린 아이들처럼 깨끗했다. 엄마가 예전부터 사람을 보려면 눈을 보라고 했었다. 말도 행동도 표정도 다 숨길 수 있지만 눈에서 흐르는 빛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했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한이준 눈을 본 순간 알 것도 같았다. 정말 눈이 상처 하나 없어 보일 정도로 맑았다. 꼭 송아지 눈을 보는 것 같았단 말야. 이준의 안 좋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지윤은 누군가한테 하는지도 모르는 반박을 매번 속으로 늘어놓게 된다.

 

 

 “어, 한이준이다.”

 

 

 누군가 속삭이듯 한 말에 매점 안에 있던 고개가 한 번에 돌아간다. 아이들의 웅성거림 속에서 지윤의 심장은 이미 쿵 내려앉아 있다. 드러내 놓고 혹은 모르는 척, 모두가 관심을 보이는 중에서 지윤만은 꿋꿋이 얼굴을 돌리지 않았다.

 

 

 한이준의 움직임에 맞춰 웅성거림이 점점 밀려오자 지윤은 알 수 없게 속이 초조해지는 기분이 든다. 긴장이 되는 것도 같고 등 뒤가 간지럽기도 한 것 같고, 이 묘한 기분에서 빠져나오고 싶어 앞에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연정이한테 괜한 말이나 하게 된다.

 

 

 “너 폰 안 냈어?”

 

 “오늘 담임 출장이잖아. 지각한 김에 안 냈어.”

 

 “아-. 근데 우리 수학 숙제 어디까지였지?”

 

 “몰라. 난 이따 니 거 베끼려고 아무 생각 없었는데.”

 

 

 연정이가 뭐라 답을 하는 말은 지윤의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가 않았다. 한이준에게 반응하는 센서라도 있는지 자꾸만 온 신경이 곤두선다. 이준이 있는 것 같은 방향으로 모든 감각이 몰려가는 것 같았다. 결국 한이준을 볼까 말까 고민하던 마음속 싸움은 고개가 돌아가는 쪽이 이겼다.

 

 

 아이들의 반응으로 미루어볼 때 매점 카운터 쯤에 있을 것 같았다. 옆을 살짝만 봐도 볼 수 있는 거리라 지윤은 아주 살며시 시선을 옮겼다. 그러자마자 지윤의 심장이 또 다시 크게 아래로 떨어졌다.

 

 

 아까부터 이쪽을 보고 있었던 건지 눈을 돌리자마자 이준과 만나버렸다. 마주 닿는 시선에 이준이 가볍게 씽긋 웃는다. 늘 하던 눈인사에 지윤은 또 어쩔 줄을 모르겠다. 잠들어 버려 답할 타이밍을 놓쳤던 메시지만 다시 생각나 속이 상해온다.

 

 

 조심스럽게 옮겼던 지윤은 시선은 어느새 이준을 똑바로 보고 있다. 매번 이렇게 잠시 동안 눈을 마주하고는 곧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흩어진다. 이준의 눈인사에 주변이 조금 소란스러워지는 게 느껴졌지만 이번엔 먼저 눈을 돌리고 싶지가 않았다. 지윤은 자신이 이준만 곧게 보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한 채 가만히 보고만 있었다.

 

 

 길어지는 마주침에 이준이 먼저 매점에 함께 온 친구들에게 몸을 돌렸다. 뭐라 말을 하며 밖을 향하는 것 같았던 걸음이 문 옆 자판기에 멈춰 바나나 우유를 뽑는다. 우유를 집어든 이준은 몸을 돌려 다시 지윤을 본다.

 

 

 아직도 눈을 떼지 않고 있던 지윤은 시선이 또 만나자 당황해 조금 멈칫했다. 왜 그러지. 설마-. 막 떠오른 생각을 머리는 아니라고 부정을 하는데 심장은 그걸 비웃듯 두근두근 뛰어 오른다.

 

 빠르게 속도를 내기 시작하는 심장을 지윤이 숨을 참는 걸로 진정시키고 있는데 이준이 천천히 걸어온다. 한 걸음 정도 사이를 띄우곤 손에서 흔들고 있는 허리가 뚱뚱한 바나나우유를 내민다.

 

 커진 눈을 깜빡이지도 못하고 있는 지윤을 보곤 손을 잡아내 우유를 얹어준다. 놀라하는 게 귀엽다는 듯 씩 웃고는 지윤의 머리를 톡톡, 가볍게 친다. 빨리 나오라 부르는 친구들의 재촉에 이준이 다시 한 번 씽긋 웃어주고는 몸을 돌렸다.

 

 

 “뭐야. 쏭지! 너 한이준이랑 아는 사이였어?”

 

 “헐, 대박. 지금 내가 본 게 실제로 일어난 장면이 맞기는 한 거지?”

 

 “나 쟤가 여자애한테 저렇게 웃어 주는 거 처음 봐.”

 

 “완전 의외의 조합인데 이건. 송지윤이랑 한이준? 와, 학교 또 다른 소문 좀 나겠는데?”

 

 

 이준이 매점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넘칠 정도로 큰 관심을 보여 왔다. 호기심에 웅성웅성 이야기를 조르는 친구들 속에서 지윤은 그저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비오는 날 우연히 만났다는 거 외에 딱히 할 이야기가 없었다.

 

 

 “근데 좀 의외다. 송지윤 안 튀는 앤데 어떻게 한이준이 알고 관심 보이냐.”

 

 “그러게. 그리고 한이준 얼굴 되게 본다던데-.”

 

 “그건 맞는 말이네. 솔직히 얼굴 보니까 송지윤한테 관심 갖지. 쏭지랑 찍은 사진 페북에만 올려도 난리 나잖아.”

 

 “맞어. 내가 본 사람 중에 쏭지보다 예쁜 사람 없었어. 자연미인 기준으로.”

 

 “뭐, 누가 뭐래! 그냥 얼굴만 보는 애니까 조심하라고!”

 

 

 단순한 호기심과 흥미를 넘어서 경계심 섞인 말들까지 들리자 지윤은 뭐라고 반응하기가 점점 더 어려웠다. 직접적으로 무슨 사이냐는 질문까지 나오자 지윤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따지고 보면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다.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한다고 아이들이 믿을 것 같지도 않았고 지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주고 싶었나 보지. 바나나 우유 하나가 뭐라고. 내 남자친구랑 한이준이랑 친구여서 같이 오다가다 만난 사이야. 됐냐? 그리고 송지윤이 좀 말랐냐. 뭐라도 먹이고 싶게 생겼잖아.”

 

 

 계속 메시지를 보내던 연정이가 시끄럽다는 듯 상황을 정리하는 말을 뱉었다. 별걸 다 가지고 트집이라는 말에 다들, 아니 뭐, 그냥 신기하니까- 하며 어물어물 말을 돌린다. 사실 연정이와 함께 이준을 만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그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중에 연정이가 도와준 게 고마웠다. 아이들에 섞여 매점을 나오면서 지윤이 작게 입모양으로만, 고마워- 마음을 표현했다.

 

 

 “으휴, 물러 터져가지고. 바보야, 좀 약아져. 그렇게 아닌 척만 하고 있으면 애들은 점점 더 만만히만 보기 시작할 거야.”

 

 

 들릴 듯 말 듯 건넨 말은 연정이가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 놀라 연정이를 잡은 채 걸음이 멈추려는데 아이들이 잠깐을 참지 못하고 다시 또 지윤을 찾는다. 몇 번이나 같은 말이 지겹지도 않은지 똑같은 질문과 재촉이 계속됐다. 교실로 돌아와서는 더 많은 아이들이 지윤을 둘러싸곤 학교에 떠돌아다니는 한이준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쏟아냈다.

 

 

 “근데, 한이준 여자친구 있다는 말도 있던데.”

 

 

 이미 몇 번이나 들었던 이야기들과 새로운 이야기들이 돌고 돌다가 옆에 있던 친구가 지윤의 눈치를 조금 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여자친구. 귀에 닿은 단어가 지윤의 심장을 쾅- 하고 내리쳐 버린다. 정작 말을 꺼낸 사람은 괜히 했나 싶어서 머뭇거렸지만 곁에 있는 다른 아이들은 더 해보라는 듯 재촉을 한다.

 

 

 “그, 3학년에 예쁜 언니 있잖아. 작년에 슈퍼모델 나갔던. 그 언니랑 한참 전부터 사귀고 있다는 말이 있더라고. 어젠가 그제도 집에 같이 가는 거 내가 보기도 했고.”

 

 “그럼 그렇지. 한이준은 송지윤 같은 모범생 따분해 할 것 같았거든-.”

 

 

 걱정스럽게 말을 하는 아이들이 반, 질투 섞인 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반. 하지만 지윤은 아무런 이야기도 귀에 들리지 않았다. 여자친구. 아까부터 그 한 단어가 지윤의 심장을 콱 누르곤 숨까지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걔랑 나랑, 그런 사이 아니야-”

 

 

 결국 친구들에게 웃으며 해명 같은 말을 하는 지윤의 입가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뱉을 듯 작게 파르르 떨렸다.

 

 

 ***

 

 

 지윤은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우울했다. 마음에 비를 잔뜩 머금은 구름이 끼어 있는 그런 기분이었다. 연정이가 끝나고 집에 같이 가자 말을 했지만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 학원을 핑계로 댔다.

 

 

 5월 초, 봄이 가득 실린 바람이 오히려 울적함을 더한다. 세상은 따뜻한데 지윤은 자꾸 찬바람만 부는 것 같았다. 뭐지 이건.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거지. 까라지는 기분을 눈치 챈 바람이 살랑, 힘을 내라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지만 지윤은 그 부드러운 바람조차 귀찮았다. 짜증스레 머리를 흔드는 귀로 바람을 타고 멀리서 모터소리가 들린다.

 

 

 무조건 반사처럼 지윤의 몸이 뒤로 돈다. 학교와는 이미 멀어진 도로를 타고 은색 오토바이가 반짝이며 달려오고 있다. 형체가 제법 멀리 있는데도 지윤은 꼭 눈앞에 있는 것처럼 크게 보인다.

 

 달려가던 바이크가 지윤을 알아보기라도 한 것처럼 보도 옆으로 바짝 다가오며 속력을 줄인다. 스쳐 지나갈 것 같던 바이크가 잠시 선다. 지윤을 확인한 검은 헬멧 안의 낯익은 눈이 크게 웃는다.

 

 눈만 깜빡이고 있던 지윤이 용기를 내기 위해 숨을 조금 내쉬었다. 마주 웃으려고 끝이 내려가던 눈이 순간적으로 뒤에 타고 있는 사람을 담고 말았다. 접히던 눈꼬리가 툭 끊어지듯 제자리를 찾는다.

 

 

 은색 바이크가 다시 서서히 속도를 내며 멀어진다. 공기를 가르는 요란한 소리에 지윤은 심장이 얼어버린 것 같았다. 언 심장이 미처 바닥에 다 떨어지기도 전에 깨지기라도 한 건지 날카로움에 마음이 찔린다. 갑자기 그냥 울음이 터질 것 같다. 뭐가 뭔지 모르겠는 감정을 삼키듯, 지윤은 마른 목울림을 꿀꺽- 몇 번이나 계속했다.

 

 

 바람이 남기고 간 잔상처럼 텅 빈 도로를 위로 같은 모습이 계속 되풀이 된다. 3학년 언니랑 사귄다던대-. 머리 한 구석에 남아 있던 말이 귀를 울린다. 이미 이준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데도 지윤은 계속 도로만 보고 있었다. 그러다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게 된다. 처음으로, 정말 처음으로 먼저 메시지를 보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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