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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메를린의 친구 프리드의 친구
작가 : 티안
작품등록일 : 2017.8.18

메를린의 바램을 들어주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한 어릿광대의 이야기.

 
10. 루나의 하루.
작성일 : 18-03-12 19:36     조회 : 320     추천 : 0     분량 : 5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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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나는 피에르가 떠나자마자 어쩐지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 물론 다시 돌아올 거라고 얘기했고, 이번 헤어짐이 영영 만나지 못하는 것이 아님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저 혼자 마을에서 기다려야한다는 사실 자체가 두렵게 다가왔다. 마을 사람들은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 맨 처음 백발 적안이 불행을 가져온다는 것이 퍼지게 된 장소는 북방이었지만, 루나는 거기까지 알진 못하고, 그저 오래 전부터 그러 미신이 존재했다고만 알고 있었다.

 

 이곳에서 처음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이전에 있던 마을과 별다를 것이 없어서 더욱 움츠러들었고, 똑같이 저를 냉대하지는 않을까 무서웠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웠던 것은 피에르가 깨어나지 않는 것. 혹은 자신 곁에서 없어져버리는 것이었다.

 

 그랬기에 용기를 내서 일부 사람들에게, 나아가 용병들에게 사정하고 부탁했다. 제발 도와달라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어 생각을 거듭할수록 루나의 얼굴이 차츰 붉어져만 갔다. 일부 사람들은 딱하다는 시선으로 보긴 했어도 굳이 도와주진 않았다. 용병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마을 사람들보다 더 심했다.

 

 하루 동안 내 심부름꾼을 하면 들어주겠다는 둥, 내 볼에 뽀뽀하면 네 부탁을 들어주는 것도 생각은 해보겠다는 둥, 실제로 심부름을 해도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약속을 미루면서 계속 다른 요구를 해왔다. 심지어 한 테이블에선 걸쭉한 입담과 더불어서 자신을 팔아넘기면 꽤 돈이 들어오지 않겠냐는 등의 말 또한 들려왔다. ...마을 사람들보다 더 무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모든 용병이 그렇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정말로 자신을 도와주었던 여 용병이 있었지 않은가? 마을 사람들은 미신 때문에 딱하다는 눈으로 봐주기는 했을지언정, 도와주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러니 루나에겐 그나마 부탁을 들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는 용병이 마을 사람들보다 나아 보이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지금은? 피에르가 깨어났을 때, 불안감이 사라지고 얼마나 기쁘고 또 얼마나 든든했는지 몰랐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그가 없으니 다시금 불안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피에르가 없다면 하다못해 자신을, 피에르를 도와주었다는 그 여 용병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그런 생각만이 들었다. 마을 사람들이 루나에게 무언가 해코지를 하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전 마을에서의 좋지 못한 기억 때문일까. 그녀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사람들이 저에게 다가오는 것조차도 두려웠다.

 

 이전 마을에서 제게 다가온다는 것은 대개 안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까. '체루'라고 하는 소년 역시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했다. 남자 애들은 다 똑같아. 툭 하면 놀리고 툭 하면 짓궂은 장난질이나 치지! 또 어떤 애들은 어른들보다 더 마음이 쉽게, 쉽게 바뀌지. 변덕스러워. 이것이 그녀의 속마음이었다. 자꾸만 제게 다가오려 하는 체루에 대한 속마음.

 

 그 많던 용병들이 모두 스프링 몽키를 토벌하러 기사 및 병사들과 함께 떠나버리자, 여관은 한산해져 있었다. 그리고 한산하다는 건 곧 할 일이 기껏 해야 청소 외엔 그렇게 많지 않음을 의미하는 거였고, 자연히 처음부터 루나에게 관심을 보였던 체루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러나 루나는 그런 체루를 계속해서 피해 다녔다. 잔뜩 경계어린 눈으로 체루를 보면서.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체루를 피해 다니다가 돌연 그가 참지 못했는지 울상을 지으며 그렇게 물었다. 그제 서야 루나는 생각해 보니 체루가 자신에게 무언가 해코지를 한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이전 마을에 있던 애들처럼 자신을 놀리지도 않았다. 항상 바짝 서 있는 경계심으로 살짝 눈살을 찌푸리고 있던 루나의 표정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미안해..."

 

 그리곤 조그맣게 얘기했다. 너무 작은 목소리라 안 들릴 확률도 높았지만, 사람이 얼마 없이 조용한 여관의 분위기 덕인지 체루는 용케 목소릴 알아듣고는 밝게 웃음 지었다.

 

 "괜찮아. 저기, 괜찮으면 나랑 같이 쿠르쉐 만나러 가지 않을래?"

 

 "싫어."

 

 쿠르쉐가 뭔진 몰라도 루나는 대번에 인상을 다시 찌푸리며 대꾸했다. 그녀의 즉답에 적지 않게 당황한 체루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우물쭈물 거렸다. 루나가 말을 이었다.

 

 "뭔진 몰라도 너랑 같이 가는 거 무조건 싫어!"

 

 체루는 그 말에 충격을 받은 듯 멍-해졌지만, 루나는 신경 쓰지 않고 홱- 몸을 돌렸다.

 

 "그, 그러지 말고 같이 가서 보자, 내가 소개시켜줄게. 아직 어린 말이라서 귀여워."

 

 "글쎄 싫다니까 그러네? 보고 싶거든 너 혼자 갔다 와. 난 피에르나 기다릴 거야."

 

 세 번 요구할 용기는 없었는지 체루가 풀죽은 얼굴로 대답한다.

 

 "그래...알았어..."

 

 루나는 곧장 방으로 올라가 창밖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빨리 와... 피에르..."

 

 한편 그런 루나완 다르게 체루는 조금 기운 없는 얼굴로 쿠르쉐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쿠르쉐는 척 봐도 어린 말임을 증명하듯 몸집이 상당히 작았다.

 

 "아무래도 루나라는 애는 내가 싫은가봐 쿠르쉐."

 

 쿠르쉐의 갈기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면서도, 풀죽은 음성으로 얘기하는 체루에게 그런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쿠르쉐가 푸르릉- 거리며 그에게 머리를 기대 살며시 부볐다.

 

 "하하, 역시 너밖에 없다니까 쿠르쉐. 아, 그렇지! 직접 보면 루나가 다가올 지도 몰라. 나랑 같이 가줄래 쿠르쉐?"

 

 빙긋 웃으며 얘기하는 체루의 말에 쿠르쉐는 푸릉- 하는 울음으로 대답했다. 그러나 이 방법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피에르가 있을 당시엔 그래도 밖에 나오기라도 했었던 루나였지만, 피에르가 없으니 루나는 밖으로 잘 나가려 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밖으로까진 내가 데리고 나와야할 것 같아."

 

 심각한 얼굴이 된 체루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지나가면서 그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누군가 킥- 하고 웃었다.

 

 "체루 너, 그 여자 애 좋아하냐?"

 

 "조, 좋아하긴 누가요!"

 

 화들짝 놀란 체루가 상대를 돌아보면서 소리쳤다. 말을 한 자는 약초꾼인 토니였다.

 

 "푸하핫, 이제 슬슬 너도 여자에게 관심보일 때가 됐다 이거지? 진도는 나가긴 했어?"

 

 "지, 진도는 무슨! 루나는 며칠 전에 온 애일뿐이잖아요. 그리고..."

 

 곧 체루가 눈을 가늘게 좁히며 말을 이었다.

 

 "토니 아저씨가 그런 말 할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요? 루나가 도와달라고 찾아갔을 때 그냥 외면해버렸잖아요."

 

 "어허, 이거 왜 이러나? 난 소문 때문이 아니라 진짜로 해당 약초가 없어서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것뿐이라고! 너도 알다시피 스프링 몽키가 갑자기 급증하는 바람에 나 같은 약초꾼이나 나무꾼도 숲에 가기 어려워졌잖냐."

 

 그럴싸한 말이었지만, 체루에겐 변명으로밖에 안보였다.

 

 "네, 네, 변명은 거기까지."

 

 "이 녀석이?"

 

 소문 때문에 외면하지 않았느냐, 아니다. 로 시작된 둘의 실랑이는 그간의 정을 봐서 믿어는 주겠다는 체루의 말에 토니가 저런 건 또 지 애비를 닮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것을 끝으로 일단락되었다. 토니가 떠나고, 시간이 꽤 지체되었음을 느낀 체루가 마침 창가 쪽에 서 있는 루나를 발견하곤 소리쳤다.

 

 "루나야! 여기야 여기!"

 

 하며 양팔을 올려 손을 흔들어보였지만, 그러기 무섭게 쏙- 창가에서 멀어지는 모습에 체루는 두 갈색 눈을 끔뻑였다. 뭔가 일부러 피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애써 속으로 아닐 거라고 중얼거리면서 그는 그녀가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문 앞에서 똑똑- 노크한 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루나야 밖에 좀 나와 봐. 내가 귀여운 거 보여줄게. 응?"

 

 잠시 후, 방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저리 가."

 

 "그러지 말고...쿠르쉐를 보면 분명 너도 좋아할 거야. 걔가 얼마나 온순한데."

 

 "싫어. 저리 가라니까?"

 

 그에 한숨을 쉰 체루가 재차 물었다.

 

 "...내가 뭐 잘못한 거 있어?"

 

 아까 전과 똑같은 물음이었다. 혹여 자신이 뭔가 실수한 게 있어서 저러는 건 아닐까. 싶어서였다. 토니 아저씨가 쓸데없는 말을 해서 그런지 '여자에게 차였다'고 하는 어른들의 말이 떠오르고, 아울러 자신도 차인 게 아닐까. 하는 요상한 생각까지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체루의 이번 물음에 루나는 대답이 없었다. 그는 실망하지 않고, 조용히 대답을 기다렸다. 사실 이곳 여관 주인의 아들인 그는 새로 열쇠를 받아 잠긴 문을 열고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왠지 그러면 루나가 저를 더 싫어할 것 같았기에.

 

 반면 루나의 눈이 살짝 흔들렸다. 확실히 체루는 자신에게 잘못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냉대하면 냉대했지. 체루는 자신을 냉대하지도 않았다. 제게 다가온 그 눈은 명백한 호기심과 호의를 담고 있었다. 이전 마을에 저가 불행을 몰고 온다는 소문이 퍼지기 전에도 체루처럼 호기심과 호의어린 눈으로 그녀에게 다가오는 아이들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조차 소문이 퍼지자 어떻게 했던가? 자신을 외면하지 않았던가? 아이들 모두 손바닥 뒤집듯이 말이다. 물론 그녀의 생각대로 소문을 듣고 스스로 피한 아이도 있었지만, 사실 그녀를 편들었다가 자신 또한 피해를 입을까봐 무서워서 외면한 아이들도 있었기에 루나의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런 것까지 그녀가 알 턱이 없었다. 곧 루나의 입에서 상당히 날카로운 음성이 튀어나갔다.

 

 "너도 똑같을 거잖아. 내가 불행을 가져온다는 소문이 있으니까, 그렇게 다가왔다가도 금세 외면해버릴 거잖아."

 

 "아냐! 내가 왜! 루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걸! 그리고, 난 정말로 너랑 친하게 지내고 싶은걸? 이 마을엔 내 또래 애들이 그렇게 많지 않거든. 너무 어린 애거나...아님 어른만 아닐 뿐이지 나랑 나이 차가 좀 있는 형, 누나들이나 있지 나랑 비슷한 나이대 애들이 없단 말이야..."

 

 "......"

 

 체루의 말에 아주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미신은 미신일 뿐이란다. 과거를 잊지 않는 것은 좋지만, 그것에 얽매여서는 안 돼. 이곳 사람들은 루나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잖아. 내가 다녀올 동안 한 번 먼저 다가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피에르가 했었던 말이었다. 이전 마을에선 저가 아무리 착한 일을 해도 바라봐주지도 않았었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지그시 눈을 감은 루나가 곧 문을 열었다. 끼익- 살짝 문이 열린 틈으로 빼꼼 고개를 내민 루나가 조심스럽게 묻는다.

 

 "정말로 나랑 친해지고 싶어?"

 

 그러자, 체루가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

 

 "응! 같이 나가자!"

 

 

    ‡   ‡   ‡   ‡   ‡

 

 

 조용히 그 붉은 옷자락을 펄럭이며 서서히 해가 저물어갈 때, 마을을 떠났던 토벌대가 돌아왔다. 떠났을 때보다 현저히 줄어든 인원으로. 가서 병사들도 용병들도 꽤 많이 죽은 것인지 100명 이상이었던 인원은 거의 3분의 2가 줄어들어 있었다.

 

 채 40명도 안 되어 보이는 현저히 줄어든 인원수에 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경악한 것도 잠시, 토벌대 지휘를 맡은 자가 토벌에 성공했음을 알리자, 모두 기뻐하며 저마다 감사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유일하게 미소 짓지 못하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다.

 

 "피에르! 피에르는요?"

 

 루나였다. 루나가 뛰어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기사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현저히 줄어든 인원에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그녀는 혹시나 피에르가 스프링 몽키들에게 죽은 것은 아닐까. 걱정이 들었다. 기사는 힐끗- 턱짓으로만 옆을 가리켰고, 기사보다 조금 뒤쪽에서 오고 있는 한 남성이 피에르를 업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라 다가갔다.

 

 "걱정 마렴. 죽지 않았으니까."

 

 피에르를 업은 채 오고 있던 남성, 드로벨이 다가오는 루나를 보며 그렇게 얘기했다. 아아, 다행이다. 죽지 않았다는 말에 루나의 표정이 한 층 밝아졌다.

 
작가의 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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