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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잔인하다
작성일 : 18-02-27 16:26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9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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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의 잘못은 항상 발목을 잡게 되어 있었다. 그게 불법이고 사회 통념에서 금기된 일이라면 더더욱 벗어날 수 없는 족쇄와 같은 것이 과거의 일이었다. A 동네에서 자라 학교를 다닌 세대들에게도 같았다. 동네 안에서 행해지는 남이 쓴 글을 도둑질하는 행위를 통해 도둑질한 글로 대학을 갔다. 그게 소설이나 시나 논평들과 아무 관련이 없는 학과일지라도 그들은 엄연히 불법인 입시 비리를 통해 대학을 간 것이다. 그게 지금에 와서 그들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진실이 세상을 향해 손짓하고 있는 것이 그들에게는 고통이었다.

 

 반 년 전 나주는 아는 친척의 주선으로 맞선을 봤다. 상대는 주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법원에 다니는 사람이 아니라 법원 앞 변호사 사무실에 다니는 사무장이었다. 그녀보다 4살이 많은 사람으로 둘은 호감을 가지고 만나다가 지난달에 남자가 프러포즈를 하여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다.

 

 프러포즈를 받고 얼마 안 된 어느 날 부모님에게 전화 연락이 왔다.

 

 "그 사람이 벌써 출감했단다."

 

 "무슨 소리 하세요. 누구 말하는데."

 

 "고향 동네에 있을 때 예비군 중대장 하던 사람."

 

 "그 사람이 왜?"

 

 "거기가 예전에 그 사람 민간인 사찰하던 곳 아니냐. 그 사람 컴퓨터에 글 쓰면 바로바로 감시해서 동네 사람들에게도 주고. 사찰한다는 말이 있거나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갔다는 말이 있으면 내용 조작해서 그런 일 없는 것처럼 만들었던 곳이잖아."

 

 "그걸 왜 내게 말하는데요."

 

 "그 사람이 그 사실 폭로하겠단다."

 

 "폭로를 해? 뭐를 요?"

 

 "그 사람 민간인 사찰한 일하고, 그 사람의 글로 대학 간 일."

 

 "미쳤어. 미친 인간 아냐. 지금 와 왜?"

 

 "모르겠다. 저희들 가족들 그 일로 저주받아 죽었다고 앙갚음하려나."

 

 "우리도 오빠 죽는 저주받았는데도 가만 있는데. 왜 그 사람은 그렇게 설친데."

 

 "이제 어떻게 하냐?

  김 서방이 깐깐하고 바른 사람이라며. 그 사실 알면 안 되겠지."

 

 "안 되지. 절대 안 돼.

 ...

  엄마, 엄마. 그 사람 사진 구할 수 있으면 좀 보내죠."

 

 "왜? 뭐 하려고."

 

 "그냥 보내 주세요."

 

 통화 이후 며칠 뒤에 나주의 메일로 사진 한 장과 신상 기록이 도착하였다. 예비군 중대장을 했던 사람의 사진과 최근 활동 무대와 앞으로의 일정이었다. 맨 마지막에 적힌 일정은 모월 모일 토요일 나비 문화제에 방송국 기자와 인터뷰 예정이라 적혀 있었다.

 

 그 내용을 보며 나주는 한편으로는 걱정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정보를 보낸 부모님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뭔가를 결정해야 함을 마지막 예정 계획을 읽으며 생각했다.

 

 "이대로 있으면 안 돼. 막아야 해. 반드시 막아야 해."

 

 

 같은 시기에 학교 다닐 때부터 단짝으로 붙어 다녔던 세 사람이 모임을 가졌다. 은진, 혜주, 경호였다. 이들의 모임을 처음 연락한 것은 은진이다. 모임에서 은진에 의해 출감한 예비군 중대장 이야기가 나왔다. 그가 과거의 일을 들추려고 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 이야기에 먼저 놀란 것은 혜주다

 "안 돼. 큰일 나."

 

 경호도 놀란 얼굴을 하며

 "안 돼"

 큰 소리로 말하고는 주변을 의식했다.

 

 은진도

 "누구는 되냐. 나도 안 돼. 공무원이 대학을 남의 글을 도둑질한 것으로 내가 쓴 글로 속여 입시 비리로 대학 갔다고 해 봐. 난 어떻게 하라고."

 

 혜주가

 "나도 나도야. 난 결혼 앞두고 있는데 신랑이 학교 선생님이야. 부인이 입시 비리로 대학에 들어갔다고 난리 나 봐. 결혼하려고 하겠어."

 

 경호는

 "난 스물일곱 먹을 동안 직장도 못 구하고 알바로만 살았다. 이제 겨우 친척 동원해서 빽 쓰고 한 덕에 취직을 했는데. 입시 비리 터져 봐. 단칼에 싹이야. 난 절대 안 돼."

 

 은진이

 "어떤 방법 없을까?"

 

 경호가

 "그 사람 얼굴 아는 사람?"

 

 혜주가

 "난 몰라."

 

 경호도

 "나도. 우리 누나 대학 갈 때 그곳 예비군 중대가 그 사람 민간인 사찰하고 정보 빼낸 때지. 우리 때는 촛불 이후 대입 세대라 거기서 민간인 사찰 못 했잖아. 그래서 잘 몰라."

 

 은진과 혜주는 경호의 누나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누나도 그들과 같은 방법으로 대학을 간 사람이었고 작년에 사고로 인해 죽었다. 하도 기괴한 형태의 죽음이라 그때 경호네를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가 뒤로는 저주 때문이라 하였다. 그래서 그의 입에서 누나라면 알 텐데라는 의미의 말이 나왔지만 다른 말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은진이

 "그런데 말이야."

 

 혜주가

 "뭐?"

 

 "사실은 나 얼마 전에 누군가에게서 메일을 하나 받았어."

 

 경호가

 "무슨 메일인데?"

 

 "그 사람의 사진과 지금 활동하고 있는 정보에 대한 자료."

 

 그 말에 경호가 사뭇 호기심이 있는 얼굴을 하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거 어디 있어? 한 번 봐."

 

 그의 말에 은진이 가방에서 사진과 함께 종이 한 장을 꺼냈다. 혜주는 사진을 보았고 경호는 종이를 받아 읽었다.

 

 경호가 종이를 다 읽고 나서 아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이번 주 토요일 나비 문화제에 가네."

 

 혜주가 사진을 은진에게 건네며

 "거기는 왜 간 데?"

 

 경호가

 "거기서 기자를 만나기로 되어 있어."

 

 경호의 말에 혜주가 자기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안 돼."

 

 깜짝 놀란 은진이 경호에게 사진을 건네다가 황급히 손을 들어 그녀의 입을 막으려 했다.

 "조용해. 뭐하는 거야."

 

 그제야 정신을 차린 혜주가 다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 미안. 나도 모르게. 야, 안 돼! 기자 만나 인터뷰하면 큰일이잖아."

 

 은진이

 "그러니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경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가자. 우리가 가서 그 사람 말리자."

 

 혜주가

 "그래! 기자 만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만나 설득하자."

 

 세 명은 식탁에 내려놓은 예비군 중대장의 사진을 보며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그 사진의 모습이 묘했다. 마치 그 사진은 사고가 터진 뒤에 원준의 회사가 입수한 피해자의 사진과 같은 모습을 한 사진이었다.

 

 

 나비 문화제에 갔던 나주는 예비군 중대장의 사진을 들고 다니며 그 사람을 찾아다녔다. 그를 찾아 어떻게든 설득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람이 많아 아무리 찾아도 그를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먼 발치에서 사진과 같은 사람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군중들을 헤집고 그 사람을 보았던 곳으로 갔다. 그곳은 아직 부스가 열리지 않은 빈 부스 앞으로 천막이 내려진 곳이었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여 보니 사진 속의 인물은 보이질 않았다. 아무리 돌아다니며 찾아봐도 과거 고향 마을에서 예비군 중대장을 했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를 찾겠다고 그 앞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살피기도 했다. 그러다 결국 다른 곳을 찾기 위해 그곳을 떠났다.

 

 나주가 그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다음 날인 일요일 오후였다. 뉴스에서 나비 문화제 기간에 사람이 죽었다는 짤막한 보도가 나왔지만 그녀는 대충 듣고 넘겼다. 그러다 부모님에게서 연락이 와서야 그 죽은 사람이 자기가 찾던 사람임을 알았다. 그때는 너무 기뻐 자기 방에서 깡충깡충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야호. 야호. 됐어. 됐다고. 이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이젠 결혼할 수 있어."

 

 그랬던 그녀가 다급해진 것은 다시 자기 메일로 사진과 자료가 오면 서다. 사진은 그 사람의 집 앞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으로 국가 기관의 지시를 받고 앞집 사람을 도청하고 사찰하던 사람이다. 이 사람을 나주가 단번에 기억하는 이유가 오빠 때문이다. 오빠가 대학을 갔을 때 글을 빼앗겼던 사람이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을 갔다고 인터넷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촛불 집회 이전이기도 해서 나주의 부모님은 자식 걱정에 사진 속의 사람이 하는 가게에 찾아가 괜찮으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괜찮단다. 정보기관에서 무조건 막을 수 있단다. 혼자 떠들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니까. 걱정하지 말란다."

 

 그때 그 사람이기에 나주는 사진을 보는 순간 사진 속 인물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았다.

 

 "왜 이 사진을 보냈지. 내 기억에는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그리고 나서 종이를 보니 그가 살아 있었다. 자기가 지난주에 갔던 나비 문화제에 이 사람도 예비군 중대장을 만나기 위해 왔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뒤에 이어진 내용은 사진 속 인물 또한 예비군 중대장처럼 과거의 일을 폭로하려고 한다는 내용의 두 사람 통화 자료가 있었다. 그 내용을 읽으며 나주는 다시 큰일이라 생각했다. 마지막에는 또다시 이번 주 토요일에 만나지 못한 기자를 만나기 위해 다시 나비 문화제에 간다는 글이 있었다.

 

 "또 나비 문화제에 간다고. 기자를 잘 모르는구나. 아니면 만나지 못했던지."

 

 그런데 한참 자료를 보고 있는 사이에 노트북이 다시 메일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가 왔다. 다급히 메일을 열어보니 한 문장의 글이 보였다.

 

 [지금 당신의 동영상을 경찰이 입수하였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당신이 사건 현장에 있던 영상입니다. 곧 경찰이 당신을 찾을 겁니다. 피하십시오.]

 

 그제는 이 메일을 누구가 보냈는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잡히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하고, 거기 간 이유가 뭔지를 어떻게 말할 건지 생각해야 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다시 사진 속의 인물을 만나던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 길만이 자기가 살 길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결국 다급히 집을 도망쳤다.

 

 집을 도망쳐 아는 집에 있던 나주는 고민을 한끝에 금요일 자기 차를 몰고 카센터에 갔다. 그리고 거기서 충돌 방지 안전장치들을 정지시켰다.

 

 

 천막 안에서 대화를 하려고 했던 세 사람은 상대가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막무가내로 과거 A 마을에서 일어난 일을 폭로하겠다 하고 있었다. 결국 듣고만 있던 경호가 준비해 간 쇠막대를 꺼내 그를 내리쳤다. 그와 동시에 은진과 혜주도 가방에서 숨기고 갔던 방망이와 돌을 꺼내 같이 내리쳤다.

 

 세 사람은 서로 합의를 하여 무기를 들고 갔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가 안 된다면 이렇게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에 개인적으로 은밀하게 숨기고 갔던 무기였다. 그랬던 무기가 동시에 나와 예비군 중대장을 가격하는데 사용되었다. 죽이고 나니 그제는 서로 죄책감이 없었다. 세 명이 함께 한 일이라 죄의식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그 일이 모두를 살리는 일이라 생각되면서 정의로운 일을 했다 생각했다.

 

 "잘했어. 우린 좋은 일을 한 거야."

 

 "맞아! 이 사람은 입을 닫고 살아야 했어."

 

 "그래!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문제이기도 했어. 모두를 위해 우리가 나선 거야."

 

 그 사건 이후 세 명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적인 생활을 했다. 어느 누구 하나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나 죄의식을 가지고 걱정을 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랬던 그들이 그때의 일을 다시 돌아보게 된 것은 친구 태솔 때문이다.

 

 사실 세 명이 처음 모이던 날 태솔에게 연락을 해야 하나로 그들은 고민을 했었다. 살아있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이라 태솔도 그 일에 동참시킬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걸 막은 사람이 경호였다.

 

 "안 돼. 태솔이 남자 친구는 상민이 형이잖아. 그 형 우리가 이 일로 태솔이 끌어들이면 엄청 화낼 거야. 잘못하면 우리 일에 방해만 돼."

 

 그래서 제외를 하였던 태솔이 주 중에 갑자기 전화를 하여 나주 이야기를 했다. 은진은 나주 상황을 모른 채 전화를 받았다가 많이 놀랐다. 그녀가 할 수 있는 대답이라고는 그 사건과 나주가 무관하다는 내용뿐이었다. 태솔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은진은 다급히 다른 두 명에게 전화를 걸어 태솔이 이야기를 했다. 그 덕에 나머지 두 명은 자연스럽게 태솔과 나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태솔과 전화 통화를 하고 나서 대책 회의를 하기 위해 세 명은 다시 모였다. 그런데 그 장소에 은진이 다시 사진과 종이를 가지고 왔다. 사진 속 인물은 그 사람의 집 앞에서 장사를 하던 사람으로 이들 세 명도 그가 어떤 일을 했는지를 잘 알았다. 촛불 집회가 막 일어나기 전에서부터 한참 일 때와 촛불 이후 새 정부가 들어섰을 때 그 사람은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간 일이나 민간인 사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그야말로 동네가 큰일이 날 줄 알았다. 저마다 또 다른 자식들을 대학에 보냈던 부모들이 정부의 허락을 받고 그 사람을 사찰하던 사진 속 인물을 찾아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자식들의 불법적 입시 비리를 정부 명령을 받고 민간인 사찰을 하던 사람의 입을 통해 정당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그래서 세 명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경호가 놀라며

 "이 사람 살아 있었어?"

 

 은진이

 "응, 이 자료에 보면 숨어 살고 있었어."

 

 혜주가

 "그런데 왜 이 사람이 이제 나타나."

 

 은진이

 "나도 이상해서 알아봤더니 이 사람도 민간인 사찰을 했다고 그 사람의 저주를 받았잖아. 그래서 이 사람 자식에서부터 사촌들까지 아래 세대는 누구도 이들 부모가 살았던 나이보다 더 많이 살은 자식들이 한 명도 없데."

 

 경호가

 "그럼 부모 나이만큼도 못 살고 자식들이나 조카들이 다 죽었단 말이야."

 

 은진이

 "그래! 그래서 이 사람도 예비군 중대장처럼 폭로를 하려고 하나 봐."

 

 혜주가

 "여기 보면 이 사람도 죽은 예비군 중대장이 만나려 했던 기자를 다시 만나려고 하는데."

 

 은진이

 "응! 이번 주 토요일 이 차 나비 문화제에 가려고 한데. 어떻게 할래?"

 

 경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또 죽이자!"

 

 은진이 겁이 났던지

 "또 죽이자고?"

 

 혜주도 단호하게 말했다.

 "그래. 그 길 밖에 없다. 이 인간들 아무리 말해도 안 들을 거야. 지난주 토요일 봤잖아. 저들 마음대로야. 죽이자. 죽여."

 

 경호가

 "그래! 그 방법 밖에 없다."

 

 은진이

 "하지만 경찰이 조사도 하고 있고, 나주도 찾고 있는데에에에..."

 

 혜주가

 "우리 중에 그날 나주 본 사람? 나주와 마주친 사람?"

 

 "없어."

 

 "난 아냐."

 

 혜주가

 "그럼 됐네. 그럼 나주 잡게 놔 둬. 우리가 아니면 되잖아. 다시 하자."

 

 그 말에 경호가 은진을 봤다. 그의 눈빛은 죽이는 일을 하자는 의미였다.

 

 은진이

 "그럼 하자. 이번에는 계획 잡고 하자."

 

 경호가

 "어떤 방법이 좋을까?"

 

 그렇게 하여 다시 세 명은 머리를 맞되고 이야기를 했다. 탁자에 놓인 사진의 인물은 원준이 사건 현장에서 감식 반원에게 부탁하여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과 같은 모습의 인물 사진이었다.

 

 

 사건 당일.

 

 나주는 자동차를 강변 주차장에 주차시키 위해 강변으로 들어가는 도로 입구에 서있었다. 그녀의 예상은 자기가 찾는 사람이 기자를 만나는지 아닌지를 살핀 다음에 그의 뒤를 따라가 그날 밤에 뺑소니 사고를 낼 생각이었다. 그렇게 해서 사진 속 인물을 죽이고 나면 모든 일이 끝난다 생각했다. 전 주의 일은 자기 일이 아니었으므로 경찰에 출두해도 곧 오해를 풀고 풀려나리라 생각했다.

 

 막 진입 도로 앞에서 신호가 보행자 신호로 바뀌기에 정차를 하고 서있었다. 그녀의 차 앞으로 건널목을 건너는 사람들이 많았다. 정면으로 보기에 조금은 쑥스러운 것 같아 고개를 돌려 강변 쪽을 보려고 했다. 그때 그녀의 눈에 자기가 찾고 있는 사람과 아주 흡사한 사람이 지나갔다. 그리고 그의 바로 뒤로는 방송국 기자와 카메라 로봇이 따라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에 열이 올라왔다. 당황해서 그럴 수도 있고 겁이 나 그럴 수도 있었다. 열이 올라오자 눈까지 흐릿해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행동은 그 반대로 명확했다. 자기 손이 어느새 핸들을 잡고 있었고 고개를 돌려 앞을 보고 있었다. 다음 순간 오토 변속기의 레버를 D에 옮기더니 브레이크를 밟고 있던 발을 가속 페달로 옮겨 놓았다.

 

 그 뒤로는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다. 그녀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교각 입구 교차로였고 의무적으로 우회전을 하고 있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

  내가 무슨 짓을 했지?"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뒤에서 그녀의 차를 쫓아오는 차들의 요란한 경적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알아채자 자기도 모르게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왜 이렇게 삶이 고달픈 거야."

 

 그렇게 말하고는 급브레이크를 잡고 교각 중간에 차를 세우고는 바로 차에서 뛰어내렸다. 그리고는 무작정 달렸다.

 

 

 금요일 경호가 대포차 한 대를 구해 왔다. 그날 바로 차 앞 유리까지 찐한 선팅을 하여 밖에서는 안이 보이질 않게 하였다. 그리고 은진과 혜주가 그곳에 칼과 줄을 미리 준비해 두었다.

 

 다음 날, 세 명은 새벽에 일찍 집을 나섰다. 그 덕에 차를 강변 주차장 안에 주차할 수 있었다. 차를 주차한 세 명은 그제부터 나비 문화제가 열리는 곳을 돌아다니며 사진 속 인물을 찾아다녔다. 오전 내내 찾다가 못 찾은 인물을 찾은 것은 점심을 먹기 위해 간이 음식점 앞에 서있을 때다. 그때 이들 세 명 앞으로 사진 속 인물이 지나갔다.

 

 세 명은 그 사람을 불러 세워 이야기를 하며 자기들 차로 유인을 하였다. 처음에는 아는 척을 하였고 다음에는 차에서 점심을 먹자고 했다. 제법 늦은 시각임에도 그 사람도 점심을 못 먹었고 그들도 점심을 못 먹었다. 아마도 그 사람은 기자를 찾느라 못 먹었고, 세 명은 그를 찾느라 못 먹은 것 같았다.

 

 차 안에 와서 점심을 먹는 사이 세 명은 때를 기다렸는데 알맞은 시기를 찾기가 힘들었다. 주차장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고 있어 안에서 사람을 죽이기가 그리 쉽지가 않을 듯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차 밖이 소란스럽더니 사람들이 일제히 주차장 위 강변 진입도로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주차장 안이 조용해졌다. 그때를 같이 하여 세 명은 서로를 봤다. 지금이 그때라 생각했다.

 

 차 안에서 그 사람을 죽일 동안 세 명은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랐다. 범행을 저지르고 나서 집에 돌아와서야 그들은 그 시각에 강변 진입 도로 인도에서 큰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 사건의 범인이 나주라는 사실도 알았다.

 

 "맙소사. 나주가 왜 저기?"

 

 "어머머머. 나주였어."

 

 "우리가 나주 덕에 그를 죽일 수 있었구나!"

 

 다음날 일요일 오후에 혜주와 경호에게 은진의 다급한 연락이 왔다.

 

 "야, 방금 메일이 왔는데. 우리 신상이 경찰에 알려졌데."

 

 경호가 놀라 소리쳤다.

 "어떻게 하다가?"

 

 혜주는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우리 이제 어떻게?"

 

 은진이

 "우리 지문이 차에서 나왔데."

 

 경호가

 "말도 안 돼. 사건 후에 우리가 물티슈로 다 닦았잖아. 그럴 순 없어."

 

 혜주가

 "어디 숨어야 하는 거 아냐?"

 

 은진이

 "도망치자고."

 

 경호가

 "그럼 잡힐 래?"

 

 혜주가

 "우리 만나자. 만나서 대책 세워보자."

 

 그렇게 하여 세 명은 만나기 위해 각자의 집을 나섰다.

 

 

 토요일 아침.

 

 3차 나비 문화제가 열리는 날이다. 지난주 교통사고로 인해 문화제 열리는 것이 말이 많았는데 사고와 문화제가 별개의 일이라 하여 다시 열리게 되었다. 원준과 상민은 그 문화제에 와있었다. 원준은 자기 모습 그대로였지만 상민은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눈은 선글라스로 가리고 있었다.

 

 걷던 상민이 물었다.

 "정말로 세 명이 여길 올까?"

 

 원준이

 "그들은 나를 만나려고 했던 사람들을 다 죽였어. 그렇다면 분명히 나도 죽이려 할 거야."

 

 "그런데 왜 태솔이 동기들일까?"

 

 "그게 무슨 뜻이야?"

 

 "우리 고향 학교 출신들 중에 그런 식으로 대학 간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아.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왜 태솔이 동기들이 그런 일을 했느냐고. 다른 사람들도 그와 같은 입장이었을 텐데."

 

 "아마 다른 사람들보다 더 다급했던 모양이지. 과거를 숨길 필요가 다른 사람보다 더 절박하던지."

 

 "그리고 그들은 죽은 두 사람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건 또 무슨 뜻이야?"

 

 "태솔이 학번은 촛불 이후 입학한 세대야. 그리고 죽은 두 사람은 촛불 이전 정부에 비호를 받아 민간인 사찰을 했던 사람들이고."

 

 "그럼 뭐야? 누군가가 알려주었단 말이야."

 

 "그렇지 않고서야 우리도 못 찾았던 사람들을 직접 대면한 세대도 아닌 이들이 어떻게 찾아서 죽여."

 

 "하기야 나주 차 안에서 사진이 나온 것으로 보면 어떤 도움이 있기는 있었겠지.

  너희들 부모 세대들!"

 

 원준의 말에 상민이 아무 말을 못했다. 부모들이 알려 주었다는 말에 할 말이 없었다.

 

 원준이 그런 상민을 보며

 "길들여진 여우는 악마보다 잔인하다."

 

 3차 나비 문화제가 끝날 때까지 찾아다녔지만 세 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음 날 일요일 오후.

 

 S 시 근교의 어느 교외에서 대포 차 한 대가 발견되었다. 그 차 안에는 세 명의 시체가 있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었다. 경호, 은진, 혜주였다. 그리고 차 안에서는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무기들이 나왔다. 그 외에는 어떤 증거도 없었다. 그 차량의 내비게이션은 토요일 아침에 설정되었는데 목적지는 H 강 강변 주차장으로 되어 있었다.

 

 - 끝 -

 

 2018년 2월 27일.

 

 이상으로 혼돈 제1편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를 마칩니다.

 

 그동안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혼돈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집니다.

 

 3월에는 [혼돈 제2편 예지몽에 보인 내일]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2편도 많이 성원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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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악마보다 2018 / 2 / 19 274 0 8421   
58 여우는 2018 / 2 / 18 273 0 9947   
57 여우는 2018 / 2 / 12 283 0 9656   
56 여우는 2018 / 2 / 10 281 0 9728   
55 여우는 2018 / 2 / 8 291 0 9407   
54 길들여진 2018 / 2 / 6 287 0 12067   
53 길들여진 2018 / 2 / 4 293 0 11955   
52 길들여진 2018 / 2 / 2 278 0 10573   
51 제4장, 길들여진 2018 / 1 / 31 290 0 11421   
50 재회 2018 / 1 / 29 300 0 9494   
49 재회 2018 / 1 / 27 270 0 10732   
48 재회 2018 / 1 / 25 279 0 10177   
47 재회 2018 / 1 / 23 298 0 11482   
46 악연적 2018 / 1 / 21 278 0 10719   
45 악연적 2018 / 1 / 19 280 0 11650   
44 악연적 2018 / 1 / 17 285 0 11062   
43 악연적 2018 / 1 / 15 270 0 11402   
42 재회 2018 / 1 / 13 283 0 9514   
41 재회 2018 / 1 / 11 259 0 9406   
40 재회 2018 / 1 / 9 280 0 9764   
39 필연적 2018 / 1 / 7 275 0 11938   
38 필연적 2018 / 1 / 5 276 0 11738   
37 필연적 2018 / 1 / 3 296 0 9641   
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3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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