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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악마보다
작성일 : 18-02-22 22:34     조회 : 274     추천 : 0     분량 : 10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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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윤이엽의 사무실 문이 다급히 열리며 허영헌이 들어왔다.

 

 윤이엽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왜 이렇게 바빠. 무슨 일 있어?"

 

 "그게... 그게..."

 

 허영헌이 바로 이야기를 못하자 윤이엽이 짐작해서 말했다.

 "참! 어제 유 국장 손자 죽이라고 했지. 그거 어떻게 됐어?"

 

 "그건 실패하였습니다."

 

 "실패를 해. 왜?"

 

 "그게... 그 손자라는 사람이 거기 사람이었습니다."

 

 "거기라니?"

 

 "피에스더블유씨!"

 

 "손자가 거기 다녔던 거야!"

 

 "예!"

 

 그 대답에 윤이엽이 크게 웃었다.

 "하하하. 그 영감탱이 늘 거기 회사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더니 결국은 손자도 거길 보냈군. 유 국장에게는 거기가 꿀단지야 꿀단지.

 ...

  그래서 실패한 거야?"

 

 "세 대를 보냈는데. 한 대는 파괴되었고 두 대는 지금 풋맨들처럼 정지해 버렸습니다."

 

 "그럼 그 회사가 이번 일 한 거 맞네. 그래서... 영감이 회사를 입에 달고 살았던 거구나. 뭔가가 있기 때문이야."

 

 그 말을 하고는 윤이엽이 됐으니까 나가 봐 하는 표정을 지으며 허영헌을 봤다. 그런데 그런 그의 눈길에도 허영헌은 나가질 않고 있었다.

 

 "더 할 말 있어?"

 

 "예, 그게..."

 

 "뭔데?"

 

 "방금 특별 구역 블랙 타이거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거기서 왜?"

 

 "그게..."

 

 "왜 이래. 뜸 들이지 말고 어서 말해 봐."

 

 그제는 윤이엽이 화가 난 투로 소리쳤다.

 

 "우리 풋맨이... 우리 풋맨이...

  모두 제거되었다고 합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특별 구역을 제외한 모든 곳에 있는 풋맨이 오늘부로 전원 작동 중지되었다고 합니다."

 

 그 말에 버럭 화를 냈던 허영헌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의자에 털썩 등을 기대었다.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맥이 풀린 모습이거나 좌절한 모습이었다.

 

 "그게... 그게... 그게 사실이야?"

 

 "예! 이젠 어느 곳에서도 풋맨을 찾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끝난 거야?"

 

 "그런 것 같습니다."

 

 마지막 허영헌의 대답에 윤이엽은 아무 말을 하지 않고 그냥 의자에 온몸을 기댄 채 멍하니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는데 내부 스피커를 통해 사무실 NDR-11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중수 의원이 방문하셨습니다."

 

 허영헌이 대신 대답했다.

 "문 열어 드려."

 

 문이 열리자 김중수 의원이 들어왔다.

 

 그는 들어서면서 다짜고짜로 소리쳤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나머지는 감추지 못한 겁니까?"

 

 그렇게 말하다가 의자에 몸을 기대고 그제는 눈을 감고 있는 윤이엽을 보자 그는 말을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대신에 옆에 있는 허영헌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식으로 몸동작으로 물었다. 허영헌이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이 양팔을 벌리며 모른다는 시늉을 했다.

 

 그제야 윤이엽이 기대고 있던 몸을 일으키며

 "끝났습니다. 이제 다 끝났습니다."

 

 그의 말에 김중수가 물었다.

 "이걸로 끝나면 우리가 하려던 일을 못하는 것 아닙니까?"

 

 "예, 못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우리가 너무 약한 마음으로 일을 했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처음부터 피에스더블유씨에 등록된 위험군을 자살 유도할 것이 아니라 아예 풋맨으로 직접 사람들을 공격하게 했어야 했습니다."

 

 허영헌이

 "그건 테러가 아닙니까!"

 

 "그래! 테러를 해서라도 목적을 이루었어야 하는데. 우린 너무 인간적으로 일을 추진했어."

 

 김중수가

 "그럼 처음부터 혼돈 시기처럼 일을 추진했어야 한다. 그 말씀입니까?"

 

 "예, 이제 와 후회하며 생각해보니 우리가 왜 진작에 그런 식으로 하질 않았나 후회가 막심합니다."

 

 허영헌이

 "지난번 말씀처럼 그건 유민태 국장의 스타일입니다."

 

 "그래! 유 국장 스타일. 그 덕에 유 국장은 그 어렵다는 혼돈 시기를 완성한 거 아냐.

 ...

  휴...

  우리가 유 국장의 그 잔인성을 배웠어야 하는데. 그걸 못 배웠어. 그걸 진작에 알았으면..."

 

 허영헌이

 "그랬으면 지금 인구의 절반이 다시 죽어야 했을 겁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권력을 잡는 것이 중요했어. 지금을 봐. 이것도 제대로 못하고 풋맨은 풋맨대로 모두 잃었잖아. 우리 손에 가진 게 하나도 없어.

 ...

  이제 다 끝났어."

 

 윤이엽의 허망한 듯한 마지막 말에 김중수가 안타까운 듯이 물었다.

 "정말 이걸로 끝나는 겁니까?"

 

 "예, 이젠 달리할 방법이 없습니다. 다 끝났습니다."

 

 윤이엽이 마지막 말을 하고는 의자를 회전시켜 돌아앉아버렸다. 그 모습에 김중수와 허영헌이 멍하니 보기만 했다.

 

 

 송신기 설치 닷새 뒤.

 

 민희 집 거실에 파티가 열렸다. 그곳에는 민희와 찬이, 지현과 설민이, 그리고 창동과 혜정이 있다. 소파에 앉아 있는 손님으로는 남지태 부부가 있었다. 모두가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찬이 술잔을 들며 건배사를 하듯이 말했다.

 "자, 오늘 이 시각 전국 어디에서도 풋맨은 없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찬의 말에 모두가 술잔을 들어 환호하였다.

 

 "와아."

 

 "이제 끝났다."

 

 "와아아."

 

 찬이 다시 술잔을 들며

 "이 모든 일이 다 여러분의 노력 덕분입니다.

  풋맨을 없앤 영웅들을 위하여."

 

 그 말을 하고는 잔을 높이 들었다. 그에 따라 다른 사람들도 자기들 잔을 높이 들었다.

 

 "승리를 위하여."

 

 "더 이상의 죽음을 막은 일을 위하여."

 

 "우리를 위하여."

 

 그리고는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나서는 서로 악수를 하거나 포옹을 하였다.

 

 "수고했다. 민희야."

 

 "너도 수고했어. 찬아."

 

 "수고했네. 찬군."

 

 "수고하셨습니다. 다 아저씨 덕입니다."

 

 "맞아요. 아저씨가 만들어 주신 송신기 장치 덕이 커요. 그렇지 않았으면 한 달은 족히 걸렸을 거예요."

 

 "수고했다. 민희야."

 

 "너도 수고했어. 지현이도 같이."

 

 "그거 잊으면 안 된다. 우리가 도와준 거 맞지."

 

 "응, 맞아. 지현이도 설민이도 다 도와줬어. 내가, 나 찬이가 인정한다."

 

 "형, 형. 나도 있는데."

 

 "이 씨, 나도가 아니라 우리도 야. 우리도. 저 혜정이도 거들었습니다."

 

 "네에 네. 창동이도 혜정이도 수고했어."

 

 "창동이 혜정이 너희들은 사고만 안 치면 그게 잘하는 일이야. 알지."

 

 "민희 누나는 이런 자리에서 또 그런 이야기야. 그만하세요."

 

 "야, 오죽하면 그런 이야기를 하겠냐. 너희 누나 옆에서 보고 자란 우리 아니냐."

 

 "언니는 왜 우리 자기와 이야기를 할 때면 폭력을 쓰세요. 때리지 마세요."

 

 "아이고. 네에 네. 알았습니다. 누구 자기 없는 사람 서러워 살겠나."

 

 "그래, 우리 창동이 때리면서 이야기하지 마라."

 

 "왜 이래. 이젠 편들어준 누나까지 날 타박이야. 모두 합심했어."

 

 그 말에 모두가 웃었다.

 

 웃음이 어느 정도 끝나자 찬이 다시 샴페인 병을 들고 다니며 잔에 술을 따라 주었다. 술을 다 따르고 나서 그가 말했다.

 

 "여러분이 수많은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셨는데.

  부득이하게 아직은 풋맨을 만들어낸 뒤에 숨은 자들을 찾지 못해 포상을 하거나 공을 치하할 수 없음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조금 서운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생각하시고 이해해 주십시오."

 

 창동이 불쑥 손을 들며 말했다.

 "형, 형. 그럼 다음에 포상을 하는 거야?"

 

 그 말에 옆에 있던 설민이 괜한 소리를 한다는 듯이 동생을 툭 쳤다.

 

 그 질문에 찬이 조금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아마도 말만 그렇게 했지 후일에도 포상이 없을 것 같았다.

 

 그의 마음을 알았는지 민희가 대신 대답을 했다.

 "포상 원하냐. 내가 줄 게. 뭐 받고 싶은데?"

 

 "에이 그렇게 딱 잘라 대답하면 답하기가 그렇지.

 ...

  어어... 사실은 받고 싶은 게 있는데.

 ...

  어떻게... 대놓고... 우리 누나에게 나 혜정이 집에 가서 살아도 되도록 허락해 달라고 해."

 

 그 말에 모두가 웃었다. 단 한 사람 웃지 않고 바로 행동을 했던 사람이 있었다. 옆에 있던 설민이 듣자마자 창동에게 달려들었다. 그로 인해 그녀가 들고 있던 샴페인을 쏟았다.

 

 남지태 부인이

 "다 큰 사내가 그런 말을 못해 남에게 도움을 받아. 그리고 내가 살다 살다 포상으로 그런 걸 요구하는 사람은 처음 봤네. 그건 포상 품목이 아니지."

 

 민희가 웃다가

 "맞죠. 그런 포상은 없는 거죠. 야, 그건 안 된단다. 그리고 난 너희 누나에게 그런 말 못한다."

 

 "아아아, 누나. 누나. 왜 이래 사람들 보는 앞에서.

  그리고 찬이 형이랑 민희 누나도 같이 잘 사는데.

  왜 우리는 안 돼. 우리도 성인이야. 왜 이래."

 

 "이게 아직도 덜 맞았어 그런 소리하지. 이리 와."

 

 "그래! 설민아, 아예 혼을 단단히 내서 다신 그런 소리 못하게 해라."

 

 "언니, 언니. 왜 이러세요. 우리 창동이 그만 때리세요."

 

 그제는 혜정이 설민과 창동이 사이에서 말리자 모두가 그 모습을 보며 박장대소를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웃다가 찬이 민희에게 속삭였다.

 "네가 제일 많이 수고했다. 이번 일의 절반 이상은 다 네 덕이야."

 

 "너도 수고했어. 할아버지 일도 잘 됐고."

 

 찬이 잠시 주변 사람의 눈치를 보다가 모두가 창동과 설민을 보고 있자 민희에게 입맞춤을 했다. 그러자 민희가 떨어지는 찬의 입술에 다시 따라가 입맞춤을 했다.

 

 그걸 창동이 보았는 모양이다.

 "누나, 누나. 방금 찬이 형과 민희 누나 키스했어. 내가 봤어. 둘이 키스했다. 키스했어."

 

 그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려 둘을 봤다. 그런데 둘은 전혀 그런 적 없다는 듯이 아니라는 행동을 했다. 그 모습을 본 지현이 그제는 설민과 가세하여 함께 창동을 때렸다.

 

 "이게 어디서 거짓말이야."

 

 "너 또 이런 식으로 도망치려는 거지."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분명히 봤다고."

 

 "언니들. 그만하세요. 왜 두 사람이서 우리 자기 괴롭히세요. 그만하세요."

 

 그 모습을 보며 찬과 민희는 해맑게 웃었다. 웃으며 찬이 입술을 내밀어 입맞춤하는 시늉을 했다. 민희도 입술을 내밀고 입맞춤하는 시늉을 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소파에 앉아 있는 남지태 부부가 보고 부인은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하였고, 남편인 남지태는 부인에게 그만 보라는 듯이 고개를 돌리게 하려고 했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밤이었다.

 

 

 환희의 축배를 들고 한 달 뒤.

 

 찬은 그제야 할아버지 집에 갈 수 있었다. 올해 초부터 관리가 들어간 할아버지라 회복되는데 제법 많은 시간이 걸렸다. 거기다 할아버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한 주 동안은 찬이 찾아오는 것을 거부하셨다. 휴고에게 물어보니 할아버지의 명령이라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명령을 듣지 않던 풋맨에서 명령을 듣는 풋맨으로 된 이후라 찬은 그들의 말을 믿었다.

 

 할아버지 집에 도착하여 처음 느낀 감정은 기쁨이었다. 그가 지금까지 할아버지 집에 오면서 이런 마음이 든 적은 없었다. 이전에 할아버지 집에 올 때는 마치 의무적인 것처럼 방문했었다. 그래서 그때는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건강하신 할아버지를 보자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이 나려고 했다.

 

 "뭘 그렇게 보는 것이냐. 어서 와서 앉지 않고."

 

 할아버지는 여전히 무뚝뚝하게 말씀하셨다.

 

 찬이 그제야 눈에 눈물이 조금 어려있는 모습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젠 괜찮으시죠."

 

 "어서 앉아. 올려다보기 힘들어."

 

 찬이 소파에 앉으며

 "식사는 하세요?"

 

 "한다. 고기도 먹고, 밥도 조금씩 먹는다."

 

 "잘 됐습니다. 큰 걱정을 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

 

 "뭐가요?"

 

 "풋맨을 막은 거."

 

 "생각 안 나세요. 할아버지는 잘못 하셨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거 말고 풋맨 어떻게 막았느냐고?"

 

 "그게 왜 중요한 겁니까?

 ...

  제가 보기에는 할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의 이유가 더 중요한 것 같은데."

 

 "그런 건 없었다. 그냥 내 몸이 안 좋아 그렇게 된 거다."

 

 유민태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자신이 정신이 없을 때 위험까지 무릎 쓰고 구했던 손자인데 그런 일이 없다고 하신다.

 

 "정말로 몸이 안 좋으셨어 그러신 겁니까?

  그럼 왜 그 말씀을 하신 겁니까?"

 

 "무슨 말을 했다는 것이냐?"

 

 "상명하복."

 

 찬의 말에 유민태가 헛기침을 몇 번 할 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저는 할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데.

 ...

  할아버지는 다른 것이 궁금하신 모양이네요.

 ...

  그럼 또 예전처럼 싸우게 되겠죠."

 

 "하기 싫으면 됐다. 나도 듣기 싫다."

 

 "아니요. 정말 오랜만에 건강하신 할아버지와 같이 있는데, 이렇게 있으면 또 예전 모습처럼 되잖아요.

  할아버지가 궁금해하시는 것부터 해결하는 게 좋겠죠.

  다시 물어봐 주시겠습니까?

  대신에 할아버지도 저에게 분명하게 대답을 해 주셔야 합니다.

  뭐가 궁금하세요?"

 

 찬의 말에 유민태가 그를 한참 똑바로 보았다.

 

 "음음... 풋맨을 어떻게 막은 것이냐?"

 

 "방금 말했듯이 할아버지가 가르쳐주신 것으로 했습니다."

 

 "내가 뭐라고 했던 것이냐?"

 

 "못 보셨습니까?"

 

 "그걸 어떻게 봐?"

 

 찬이 뒤에 있는 휴고를 향해 고개를 들어 보며 말했다.

 "휴고, 한 달 전에 내가 이 집에서 쫓겨났을 때 찍어 둔 영상 보여 줘."

 

 그제야 유민태가 그게 있었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찬과 휴고를 번갈아가며 봤다.

 

 잠시 뒤, 모니터에 과거 영상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상에서 찬의 부축을 받은 유민태가 자기 이름을 부르며 했던 명령문을 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그 장면을 보고 나서야 유민태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상명하복은 어떻게..."

 

 다음 순간 영상에서 휴고들이 유민태를 강제로 안고 가는 모습이 보이면서 그가 안긴 채 외치던 소리가 들렸다.

 

 "됐어. 그만해."

 영상을 보다가 유민태가 무뚝뚝하게 외쳤다.

 

 "이제 됐습니까?

 ...

  그럼 이제 제가 질문해도 됩니까?"

 

 "아니. 아직 더 있다."

 

 "또 뭐가 궁금하신 겁니까?"

 

 "내가 가르쳐 준 것으로 풋맨을 바꾸려면 기존 풋맨의 명령문을 해독해서 명령문을 입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유민태의 말에 찬이 내심 놀랐다. 그 말은 일반인은 절대 그걸 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너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보통 전문가도 불가능한 일이다. 특별한 전문가만 가능하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사람은..."

 

 찬이 할아버지가 이야기를 더 못하게 하기 위한 의도처럼 말을 자르고 나섰다.

 "우리 에이아이가. 우리 회사 에이아이가 했습니다."

 

 그 말에 유민태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 말고 잠시 찬을 봤다.

 

 "그 에이아이가 무슨 에이아이냐?"

 

 "그냥 할 나인요."

 

 그 말에 유민태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다. 할은 그걸 못한다."

 

 "..."

 

 "넌 범브를 아느냐?"

 

 "범브?

  그게 뭡니까?"

 

 "범브를 몰라!

  너... 혹시 오 아무개라는 여자는 아느냐?"

 

 찬이 오 아무개가 누구인지 알았다. 하지만 예전 B조 관리자 추상민이 했던 말이 있었기 때문에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특히 풋맨을 만들어 냈던 할아버지이기에 더더욱 조심을 해야 했다.

 

 "그게 누구입니까?"

 

 "모르는 것이냐?"

 

 "모르겠습니다."

 

 "그럼 넌 내 말을 누구에게 준 것이냐?"

 

 "관리자에게 주었습니다."

 

 "관리자? 그럼 국장은 누구냐?"

 

 "저희는 국장 자리가 없습니다."

 

 "국장이 없어?"

 

 "예!"

 

 "그럼 추상민은 아느냐?"

 

 "추상민! 그를 어떻게 할아버지가 아십니까?"

 

 "아는구나. 그놈이 국장이 아니냐?"

 

 "지금은 국장이란 지위가 없습니다."

 

 "그럼 넌 오 아무개 여자도 모르고. 범브도 모른단 말이지."

 

 "예!"

 

 "추상민은 알고!"

 

 "예, 알기는 아는데. 잘은 모르고 그냥 이름 정도만 아는 사람입니다."

 

 "그놈에게 내 말을 준 것이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까?"

 

 "하나만 더 물어보자.

  풋맨을 어떻게 막은 것이냐?"

 

 찬이 그 말씀에는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다.

 "할아버지 말씀을 새로운 명령어로 만들어 풋맨에게 전달할 수 있는 송신기 장치를 만들어 중요 지점에 설치해 두었습니다."

 

 "송신기 장치?...

  그럼 에이아이가 명령어를 가정용 에이아이나 공공용 에이아이에 배급한 것이 아니라 장치를 이용한 것이냐?"

 

 "예! 새로운 에이아이 시스템은 더 이상 외부 에이아이가 강압적으로나 인간이나 에이아이에게 위험한 내용을 입력하게 명령할 수는 없습니다."

 

 "그게 사실이냐?"

 

 "예! 그래서 장치가 필요했습니다."

 

 "나에게 거짓말하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다 알려드렸습니다."

 

 "정말 오 아무개라는 여자를 모르는 것이냐?

  예전 오 박사라는 사람 집에 있던 여자인데.

  그 여자가..."

 

 유민태가 집요하게 오민희를 물었다.

 

 찬이 서둘러 할아버지 말을 자르며 말했다.

 

 "전 그런 여자 모릅니다.

  할아버지!

 ...

  이제 제가 물어보겠습니다."

 

 자신의 말을 막는 손자의 행동에 유민태는 속으로 생각했다.

 '녀석은 분명히 알고 있다. 녀석의 말이 사실이면 범브는 이제 그야말로 무용지물이다. 더 이상의 킬 스위치는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범브를 두려워하여 아무것도 못했는데, 세월이 날 도와주었구나. 그렇다면 오 아무개라는 여자만 찾으면 된다. 그 여자만 없으면 우릴 막을 힘은 어디에도 없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나 귀 안 먹었다. 그래! 말해 보아라. 뭐가 궁금한지."

 

 "할아버지를 누가 그렇게 만든 겁니까?"

 

 "그런 거 없다."

 

 "아니요. 있습니다. 지금 할아버지 집에 휴고가 두 대 뿐이죠. 한 대 어디 갔는지 아세요. 한 대가 나에게 말을 하려고 하다가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에 의해 파괴가 되었는데. 그때 조금은 들었습니다.

 ...

  위원회.

  휴고가 말한 위원회는 무슨 위원회입니까?"

 

 그 말에 유민태가 대답 대신에 그를 다시 똑바로 보았다.

 

 "무슨 위원회가 있고. 그 위원회가 전현직 의원들로 이루어져 있다 했습니다. 그들이 왜 할아버지를 그렇게 만들려고 했던 겁니까?"

 

 "에이치. 피. 알 위원회다."

 

 "에이치 피 알? 그게 무슨 뜻이죠?"

 

 "휴먼 파워 리턴. 사람의 힘을 다시 돌려놓자는 위원회다."

 

 "아! 의원들이 늘 하는 그 말이군요. 에이아이에서 인간으로 정부를 이양하라는 그 말."

 

 "그렇다."

 

 "그들을 할아버지가 가르치신 겁니까?"

 

 "예전 정부에 있었다고 하여 정부 운영에 관하여 배우러 왔었다.

  인간 정부를 세우려면 정부 운영 방식을 알아야 하니까."

 

 "그랬던 그들이 왜 할아버지 휴고를 마음대로 컨트롤하여 할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겁니까?"

 

 "그중에 누군가는 더 큰 권력을 가지고 싶어 했다.

 ...

  더 큰 권력이 필요한 사람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자기 뜻대로 통제하려고 하지. 그걸 위해 내 입이 필요했다. 누군가를 최고 권력으로 옹립할 수 있는 보증할 수 있는 사람을 원했다."

 

 "그렇다면 더더욱 할아버지를 건강하게 모셔야 하지 않습니까?"

 

 "그 반대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독점적 권력이 아니라 집단적 권력을 내가 좋아한다면. 그는 날 어떻게 했을 것 같으냐?"

 

 "입을 막아야겠죠."

 

 "그렇다. 그래서 그들이 날 이렇게 만들었던 것이다."

 

 "누구입니까?"

 

 "휴고 지난주 영상 보여 줘."

 

 유민태의 말에 앞쪽 모니터에 다시 영상이 나타났다. 뉴스 영상으로 전직 의원 세 사람이 자살했다는 보도였다. 그 영상을 보자 찬은 지난주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전직 의원 세 명이 일주일 사이에 자살을 하게 되면서 회사가 잠시 난리가 났던 적이 있었다. 당시 자살을 유도하는 뭔가가 다시 나타난 것이 아닌가 하고 특별 조사를 했었다. 세 명의 명단에는 윤이엽과 김중수는 없었다.

 

 "저들은 자살한 의원들 아닙니까!"

 

 "맞다. 그리고 날 그렇게 만들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혹시... 설마... 지난주에 오지 말라고 한 이유가... 혹시... 자살이 아니라. 할아버지가..."

 

 "그냥 그들이 죽었다고 알면 된다."

 

 찬은 속으로 예전에 할아버지가 떠올랐다. 강인하고 근엄하며 위협적이던 큰 산과 같은 모습이 떠올랐다.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두려워했던 그 이유가 그제야 뭔지 알 것 같았다.

 

 "그럼 이제는 더 이상 그와 같은 일은 안 생기는 겁니까?"

 

 "그럴 거다. 특히 네가 아주 특별한 명령어를 만들어 넣었더구나. 나와 너 외에는 어느 누구도 우리 휴고를 변경할 수 없도록."

 

 "그때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제 된 것이냐?"

 

 "예!"

 

 "그럼 점심이나 먹자. 말을 많이 했더니 배가 고프다."

 

 "예! 그런데 이 말씀을 못 드렸네요.

  건강해지셨어 너무 고맙습니다."

 

 "됐다. 다 네 덕이지. 네 덕을 이번에는 보기는 했다."

 

 찬이 빙그레 웃으며

 "처음에는 아니라고 하시더니.

  흐흐흐.

  휴고, 우리 점심 준비 좀 해줘."

 

 휴고 1호가

 "주인님이 미리 주문하셨어 이미 식탁에 차려 놓았습니다."

 

 "그래! 할아버지 좀 달라지셨네요.

  그럼 할아버지 일어나세요. 제가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됐다. 네 손길보다 휴고가 더 부드럽고 익숙해. 어서 자리에 가서 앉아."

 

 찬은 휴고가 할아버지를 부축하여 식탁에 갈 동안 계속 옆에 붙어서 같이 갔다.

 

 

 그날 윤이엽의 사무실.

 

 허영헌이 다급히 열린 문안으로 들어왔다.

 

 "의원님, 의원님."

 

 "왜?"

 

 "지난주에 죽은 전직 의원 세 분."

 

 허영헌의 말에도 윤이엽은 궁금해하거나 놀라는 기색이 아니었다. 그의 그런 모습을 보고 허영헌이 그제는 다급하게 말하지 않았다.

 

 "그 세 사람이 사실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죽임을 당한 것이라고 합니다. 방금 특별 구역에 있는 블랙 타이거 대원에게 들었는데, 자신들이 한 일이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도 윤이엽은 별 반응이 없었다.

 

 "그게 유민태 국장이 시킨 일이라고 합니다."

 

 그제야 윤이엽이

 "알아. 지난주에 그 사건 있기 전에 연락받았어."

 

 "연락을 받다니요. 누구 연락을..."

 

 "유민태 국장."

 

 허영헌이 놀라며

 "예! 그럼 혹시 그 일을 의원님이 하신 것을 아시고..."

 

 "다 알고 있더군."

 

 "그런데 왜 그 사람들을... 그들은 이번 일에 그리 크게 개입을 하지 않았는데."

 

 "바로 그래서 죽은 이유야."

 

 "예?"

 

 "이런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질 않을 인물이면 대업에 동참할 인물이 안 된다고."

 

 "대업이라면...?"

 

 "유 국장이 무슨 일을 꾸미기 위해 우릴 살려 놓았어. 자기를 그렇게 만든 우리가 꼭 필요한 뭔가가 있는 것 같아."

 

 "그럼 잘 되질 않았습니까! 풋맨을 잃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는 줄 알았는데."

 

 "모르는 소리.

  유민태 국장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야.

  우리가 왜 그 인간을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두었는데.

 ...

  그는 아주 위험한 인물이야.

  사신과 같고, 악마와 같은 인간이야.

 ...

  그가 우리를 길들여진 여우는 악마보다 잔인하다고.

  이번에 우리가 한 일을 두고 그렇게 말하던데.

 ...

  내가 알기로는 정말 악마는 바로 그 유민태야."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누군가가 악마를 다시 깨워 놓았다.

  잠재워 놓았던 사람들 잡아먹는 악마를 깨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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