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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악마보다
작성일 : 18-02-21 22:19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10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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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였으며, 자살을 강요하는 크로우였으며, 강제로 자살을 시키는 풋맨이었던 로봇이다. 이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유민태뿐이었다. 유민태는 PSWC의 초대 국장이며, 유찬의 할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가 나타날 때부터 실질적인 힘이 없던 사람이었다. 자살을 강요하는 크로우가 되었을 때는 스스로 서있기조차 어려워하던 분이다. 그리고 강제로 자살을 시키는 풋맨이 되었을 때는 인사불성으로 누워있었다.

 

 '그렇다면 누구가 이 모든 일을 했단 말인가?'

 

 할아버지를 지금의 상황으로 만든 것은 세월의 무게가 아니다. 할아버지를 지금의 상황으로 만든 것은 세 대의 휴고다. 세 대의 휴고는 할아버지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고 누군가의 명령에 복종하였다. 그들은 할아버지를 숨만 쉬는 식물인간으로 만들었다. 그들의 정체는 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위원회는 할아버지에게 정치를 배우던 사람이란다. 그들의 구성은 전현직 의원들이다. 위원회의 목적은 A.I에게 넘어간 정부 운영 권한을 인간에게 이양하기를 원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할아버지를 식물인간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와 크로우와 풋맨의 등장으로 이득을 볼 수 있는 세력은 도드라지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너무 이른 시기에 찬과 민희가 대응을 잘한 탓일 수도 있다. 그로 인해 그들 스스로의 본색을 드러내지 못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여도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그들이 얻고자 했던 이득은 무엇일까? 혼돈 시기의 죽음처럼 계속되는 사람들의 죽음이 무슨 이득을 주었을까? 이번 사태는 언젠가 다시 재발될 명분이 있다. 그들의 목적을 알지 못하면 다시 재발할 위험이 있는 일이다.

 

 '그들이 얻고자 한 이득은 무엇일까?'

 

 왜 할아버지는 예전 버전인 풋맨을 그대로 사용하고 계셨던 걸까?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특별 구역의 경비라는 사람들은 왜 할아버지의 휴고를 외부로 반출하는 것을 그렇게 두려워했던 것일까? 그의 예상처럼 그 휴고 안에 할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실체가 들어있는 걸까? 레드 스콜피온. 블랙 타이거. 이들은 누구인가? 둘은 서로를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들은 어떤 관계일까? 둘 중 어느 쪽이 착한 쪽이고, 어느 쪽이 나쁜 쪽일까? 휴고가 박살 났다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블랙 타이거나 그들이 돌아가자 아무 말도 없이 올 때처럼 사라지는 레드 스콜피온이나 그들은 무슨 관계로 맺어진 사이일까? 할아버지는 이들을 알까?

 

 '이 모든 일을 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할아버지뿐이다.'

 

 찬은 할아버지가 살고 있는 특별 구역에서 돌아온 이후 사흘 동안을 고민에 빠져 살았다. 뭔가 아주 중요한 일을 완수한 것은 맞는 것 같은데, 뒤가 개운하지 않는 것이 자꾸만 생각이 꼬리를 잡고 있었다. 여러 생각들이 뒤죽박죽으로 꼬여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무슨 생각해?"

 소파에 앉아 있던 민희가 물었다.

 

 그 말에 놀란 찬이 멍하니 있다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어? 어? 왜?"

 

 "무슨 생각하냐고?"

 

 "아! 그냥 이런저런 생각."

 

 "뉴스 좀 보라니까."

 

 "뉴스는 왜?"

 

 "지금 우리 이야기 나오잖아. 우리가 설치한 장치 덕에 자살을 유도하던 휴고가 다 정지됐다는 이야기 나오잖아."

 

 "에이 뭐라고. 그건 어제부터 나온 이야기잖아. 그렇게 자랑하고 싶어."

 

 "그럼 누구가 만든 것인데."

 

 "미안."

 

 "뭐가 미안이야?"

 

 "공개적으로 자랑할 수 없고. 이번 일에 대한 감사나 포상도 못 받아서."

 

 "에이 괜찮아. 그 덕에 자기와 같이 살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민희가 찬의 옆에 붙어 그를 안았다. 그에 찬이 그녀의 입에 키스를 했다.

 

  키스를 하고 난 민희가

 "우리 산책 갈까?"

 

 "산책?"

 

 "응, 여름이라 공기도 좋고 밤이 되어 산책하기도 좋은데."

 

 "그래! 가자."

 

 그렇게 하여 둘은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는 집을 나갔다.

 

 민희 집 앞은 앞에서 이야기를 했지만 호수 공원이라 산책하기 좋았다. 큰 호수를 따라 걸으며 한 바퀴를 돌면 산책 코스로는 그보다 더 좋은 곳도 없었다. 그래서 집을 나온 둘은 호수 가장자리 산책 코스를 따라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산책을 하면서 민희는 재잘재잘 말을 걸었다. 풋맨 이야기도 있고, 남지태 이야기도 있고, 그저께 그들이 송신기 장치를 달았던 이야기도 있었다. 특히 송신기 장치를 달았던 이야기를 다른 친구들이나 창동에게 들은 이야기까지 연신 들려주었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갑자기 투정을 부렸다.

 

 "뭐야. 나만 이야기하고. 자기도 이야기해 봐."

 

 "무슨 말하라고?"

 

 "자기 회사 직원들 공공 기관에 기계 설치한 것이나 지방에 배달한 이야기하면 되지."

 

 "별로 재미없는데. 그냥 공공 기관에 가서 붙이고, 지방은 기차 타고 가서 배달하고. 그게 전분데."

 

 "에이 시시하게 이야기를 뭐 그렇게 해버려. 그 사이에 재미난 이야기 없어."

 

 "모르겠는데."

 

 "치, 이래서 남자들은 이야기가 재미가 없어. 흥."

 

 "왜? 화났어?"

 

 "그래!"

 

 그때 찬은 자기 뒤를 따라오는 휴고를 한 대 봤다. 그런데 그 휴고는 분명 자신들이 막 출발할 때 자기들 집 앞에 서있던 휴고였다. 그게 왜 이상하냐 하면 그저께 식당에 갔을 때 사람이 드나드는 입구와 휴고가 드나드는 입구가 따로 있는 경우와 같았다. 지금 그들이 걷고 있는 길은 산책로다. 달리 말하면 사람들이 기분전환이나 운동을 위해 다니는 길이다. 따라서 이 길은 사람의 구역이다. 휴고가 혼자 다닐 이유가 없다. 사람과 함께 있다면 인정이 되지만 휴고 혼자서 산책을 한다는 것은 로봇 효율적 측면에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뭐지? 왜 저 휴고가 우릴 따라다니지.

 ...

  그렇다면 한 번 확인해 봐야겠다.'

 

 그 생각을 하고 난 찬이 갑자기 민희에게 말했다.

 "우리 한번 뛰어볼까?"

 

 "뛰자고?"

 

 "응, 뛰자."

 

 "응! 그래."

 

 그렇게 해서 둘은 뛰기 시작했다.

 

 

 그날 아침 의원 회관 안 윤이엽 의원 사무실에서는 윤이엽과 김중수를 비롯한 현직 의원들 10여 명이 보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화가 난 사람들처럼 서로 언성을 높이며 소리치고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풋맨들이 다 잡혀요?"

 

 "뭐가 문제였던 겁니까? 뭐가 문제요."

 

 "혹시 유민태 국장을 그렇게 만들어놓은 것 때문에 이렇게 된 거 아닙니까? 국장이 있었야 했는데 없어서."

 

 "말들 좀 해보세요. 말들. 대책이 뭡니까? 대책이."

 

 김중수 의원이

 "아아. 좀 조용해 보세요. 우리도 이렇게 될 줄 전혀 몰랐습니다."

 

 "뉴스 보셨습니까? 벌써 천 대 가까이가 정지되었다고 합니다. 이젠 남은 거 없죠."

 

 그 말에 김중수가 대답을 못했다.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멍하니 있다가 윤이엽을 봤다.

 

 윤이엽은 화가 난다는 듯인 인상을 찡그리며 고민에 빠진 모습이었다.

 '제길.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사람을 죽게 만들 풋맨이 남아 있지 않게 되는 거잖아. 어디서 문제가 있었던 거야. 정부 서밋은 어떻게 이걸 막은 거야. 분명히 유민태 국장이 정부 힘으로는 풋맨을 막을 수 없다고 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가 고민하고 있는 사이에도 다른 의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 어떻게 할 거냐고. 대책은 있냐고. 이런 식이면 분위기 다 가라앉아 아무 일도 못 할 거라고. 모두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쳤다.

 

 그 소리에 짜증이 난 윤이엽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고함을 질렀다.

 "나가요. 나가. 당장 나가세요."

 

 "아니 윤 의원. 왜 이러십니까?"

 

 "대책이 있느냐고요. 대책."

 

 윤이엽이 재차 고함을 질렀다.

 "당장 나가. 당장 나가라고.

  이번 일을 할 때 겁을 먹고는 꽁무니 뺄 생각이나 하던 자들이 어디서 고함이야.

  이 일이 당신들이 한 일이야.

  우리가 한 일이야. 우리가 다 만들어 우리가 분위기 잡아 놓으니까 이제 와서 뭐가 어쩌고 저째.

  당장 나가. 당장."

 

 윤이엽의 고함 소리에 의원들이 하나둘 슬금슬금 도망을 치듯이 방을 나갔다. 더러는 나가면서 윤이엽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다. 유일하게 남은 사람은 김중수 의원이었다.

 

 김중수 의원이

 "진정하세요. 흥분한다고 될 일입니까."

 

 "허 보좌관. 허 보좌관."

 윤이엽이 대뜸 큰소리로 허영헌을 찾았다.

 

 의원들이 나간 문으로 허영헌이 들어와서는 문을 닫았다.

 

 "부르셨습니까?"

 

 "어떻게 됐어. 알아보라는 건 어떻게 됐어?"

 

 "그게 워낙에 은밀하게 진행한 일이라 누구가 만들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거기 회사 다니는 친구는 뭐라고 해?"

 

 "그 사람 말도 그냥 시청 옆 휴고 공장에 가서 어떤 장치 받아 지방에 보급하라는 이야기만 듣고 거길 갔더니 그런 기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누구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젠장. 하늘에서 떨어진 것도 아니고. 어디서 그렇게 갑자기 나타난 거야.

 ...

  그저께 전까지는 없었잖아. 아무 대응도 못했잖아."

 

 김중수가

 "유민태 국장이 정신이 없어 그가 한 일도 아닐 거야. 그치?"

 

 그제야 허영헌이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게... 그저께 특별 구역에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윤이엽이

 "무슨 일인데?"

 

 "유민태 국장 집에 손자가 찾아왔는데 그가 가고 난 뒤에 주변에 있는 집들의 휴고가 작동을 정지하였다고 합니다."

 

 "작동을 정지해!"

 

 "예! 거기다 그 손자가 유민태 국장의 집에 있던 휴고를 특별 구역 밖으로 가지고 가려고 했답니다."

 

 김중수 의원이

 "뭐야 그럼 그 놈이 우리 풋맨을 움직이지 못하게 한 놈이야.

  그럼 안 되지. 막아야지."

 

 "그래서 블랙 타이거 대원들이 나가 막는 과정에서 레드 스콜피온을 만났다고 합니다."

 

 윤이엽이

 "레드 스콜피온을 만나! 둘 사이에 충돌은 없었어?"

 

 "다행히 유 국장의 휴고를 블랙 타이거 팀이 폭발 시키는 바람에 큰 충돌은 없이 마무리되었다고 합니다."

 

 김중수가

 "그건 잘 했네. 잘 했어."

 

 윤이엽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손자에게 풋맨을 정지시키는 무슨 장치가 있었다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강한 어투의 윤이엽 말에 김중수가 꼬리를 내리듯이 고개를 숙이고 조용해졌다.

 

 윤이엽이

 "그래! 박사는 뭐라고 해?"

 

 "박사 말로는 누군가가 유민태 국장의 목소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명령문을 만든 것 같다고 하였습니다."

 

 기죽어 있던 김중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다시 재설정해. 재설정하면 되잖아."

 

 "그런데 그게... 박사 말로는 불가능하게 설정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더 이상의 재설정이 안 되게 해두었답니다."

 

 윤이엽이

 "그게 무슨 말이야. 누가 그런 일을 해?"

 

 "그 또한 아직은..."

 

 윤이엽이 아무 말도 하질 않고 고민을 하더니

 "그렇다면 이 모든 일의 근원은 유민태 국장의 손자에게서 시작된 일이군.

  그 녀석 신상 조사하고. 풋맨 보내 없애버려."

 

 허영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없애라고요?"

 

 "그래! 위험한 싹은 미리 없애는 게 좋아."

 

 "하지만 유 국장이 알게 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에게서 더 나올 것도 없고, 기대할 것도 없잖아. 상관없어."

 

 "예! 그럼 작업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허영헌이 일어나 나갔다.

 

 

 달려가던 두 사람이 멈춰 섰을 때 그들 뒤에서도 따라오던 휴고가 어느새 달려와 뒤에 멈춰 서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찬이 속으로 생각했다.

 '내 예상이 맞다. 저 휴고는 우리를 따라오는 것이다. 대체 무슨 목적이지? 나야, 민희야?'

 

 막 뛰고 난 민희가

 "아아... 기분은 좋은 데 땀이 난다. 자기도 기분 좋지?"

 

 "응? 어! 기분 좋아. 우리 이왕 하는 김에 하나 더 할까?"

 

 "뭐?"

 

 "저기 분수대 보이지. 저기까지 서로 다른 길로 걸어서 누가 먼저 가는지 내기. 절대 뛰지 말고. 이 산책로 말고 다른 길로 가는 걸로 하고."

 

 민희가 찬이 가리키는 분수대를 한 번 보더니

 "그래! 좋아. 이기는 사람 소원 들어주기."

 

 "오케이."

 

 "그럼 시작한다. 시작."

 

 민희가 먼저 걸어가며 시작이라 외쳤다.

 

 찬이 이 경기를 하자고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뒤에 있는 휴고가 자기를 따라오는지 아니면 민희를 따라오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민희보다 조금 뒤에서 다른 길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하면 민희 뒤를 추격하는지 알 수도 있고 자기 뒤를 밟고 있는지도 알 수가 있었다.

 

 얼마 가지를 않아 결론이 났다. 앞에 보이는 민희 뒤에는 휴고가 보이질 않았다. 그와는 반대로 자기 뒤에는 휴고가 여전히 따라오고 있었다. 그는 단번에 판단이 세워졌다.

 

 '풋맨이다. 풋맨이 날 표적으로 삼고 있다. 어떻게 한다.'

 

 그 순간 그는 할아버지 집에 가지고 갔던 송신기 장치가 떠올랐다. 그래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 송신기 장치. 그것만 있으면 된다.

  마틴, 민희집 이브와 연결해 줘."

 

 "네."

 

 "예, 찬님. 무슨 일이십니까?"

 

 "이브, 휴고로 이 층 옷방에 가면 선글라스 보관함 안에 송신기 장치가 있을 거야. 그저께 내가 거기 두었거든. 그걸 가지고 지금 민희에게 가. 민희는 지금 분수대로 가고 있어."

 

 "예, 알겠습니다."

 

 "급하니까 바로 달려와야 해."

 

 "예."

 

 찬이 휴고를 민희에게 보낸 이유는 일단은 민희를 보호하려는 마음에서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갑자기 휴고가 자기에게 나타나면 의심을 한 풋맨이 도망을 치거나 반대로는 공격을 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 와중에 이브가 자기에게 송신기 장치를 건네주지 못하고 풋맨에게 당할 수도 있었다. 이미 휴고와 풋맨의 싸움을 본 그로서는 가정용 휴고로는 풋맨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결정적으로는 민희에게 휴고가 가서 송신기 장치를 보여주면 그녀가 지금 상황을 단번에 파악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 그가 민희에게 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녀가 스위치를 켜둘 테니까.

 

 세상 일이란 사람의 마음 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의 예상대로 된다면 뒤에 있는 풋맨은 쉽게 막을 수 있었다. 그걸 위해 그는 곧장 분수대로 가질 않고 민희집 휴고가 민희에게 갈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공원 안을 이리저리 꼬불꼬불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게 문제였다. 뒤에 있는 풋맨이 그의 반복적인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갔던 길을 다시 가려고 할 때 갑자기 풋맨이 그에게 달려왔다. 그 발자국 소리에 놀란 찬이 미친 듯이 앞으로 달려갔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도망을 치듯이 달렸다. 하지만 풋맨을 이길 수는 없었다. 얼마 가지를 않아 뒤에서 달려오는 풋맨의 발길질에 찬의 발이 걸려 넘어졌다.

 

 "으아..."

 

 찬이 뛰는 힘에 의해 앞으로 몇 바퀴를 구불며 쓰러졌다.

 

 바닥에 쓰러진 찬을 향해 풋맨이 그제는 뛰던 걸음을 멈추고 천천히 다가왔다. 그 모습에 황급히 자세를 바로 하고 앞을 보았던 찬이 경악했다. 그 모습은 분명히 민희를 향해 걸어오던 그 풋맨의 모습과 같았다. 그렇다면 저 풋맨은 그를 죽이기 위해 다가오는 것이었다.

 

 찬이 다급히 쓰러진 채로 뒤로 물러나며 소리쳤다.

 "왜 날 공격하는 거야. 왜 죽이려고 해."

 

 다가오던 풋맨이 말을 했다.

 "유찬씨. 유민태 국장의 손자 분 맞으시죠."

 

 '뭐야? 나를 알아. 거기다 할아버지와의 관계도 알고. 그렇다면... 혹시... 그때 그 블랙 타이거라는 경비대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풋맨의 모습에 찬은 죽음의 두려움에 빠져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밤이라 공원의 전등 불빛에 보이는 얼굴임에도 그의 백지장 같은 얼굴이 선명하게 드러날 정도로 그는 겁을 먹은 상태였다. 그제는 풋맨이 찬의 바로 앞까지 왔다. 그리고 그의 멱살을 잡으려는 건지 아니면 그의 목을 조르려고 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몸을 숙이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옆에서 붉은색 뭔가가 뛰어오는 형상이 보이는 것 같더니 이내 붉은색 물체가 풋맨을 덮치고는 옆으로 나뒹굴었다. 두 물체가 찬의 바로 앞에서 옆으로 함께 쓰러졌다. 그 모습은 마치 느린 그림처럼 그의 눈앞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찬은 자기 옆에 쓰러진 두 휴고를 보고는 외쳤다.

 

 "레드 스콜피온!"

 

 찬의 외침과 동시에 풋맨과 레드 스콜피온이 싸우기 시작했다. 로봇 격투기처럼 지지 않기 위해 싸우는 두 로봇의 충돌은 그야말로 과격하였다. 공원의 나무가 쓰러지고 바닥의 보도블록이 쏫아 오를 정도였다. 오죽하면 옆에 있던 찬이 다칠 것 같아 허겁지겁 엉금엉금 기어서 그 자리를 피했다.

 

 싸움은 과격하고 경렬하였지만 오래지 않아 레드 스콜피온 풋맨이 일반 풋맨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일반 풋맨의 왼쪽 가슴을 주먹으로 가격하였다. 첫 공격을 받고 난 일반 풋맨은 그제는 움직임이 아주 많이 느려졌다. 그렇게 되자 레드 스콜피온 풋맨이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곧바로 달려들어 연속으로 왼쪽 가슴을 공격하여 완전히 파괴하였다. 그때는 바닥에 쓰러트려 놓고 공격을 했다.

 

 일반 풋맨이 완전히 박살이나 움직이지 않자 레드 스콜피온 풋맨이 로봇 위에 있다가 일어났다. 그 모습을 보며 찬은 이제 안전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일어나는 레드 스콜피온 풋맨에게 아는 척을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뒤에서 다른 일반 풋맨이 나타나는가 싶더니 우측에서도 또 다른 일반 풋맨이 나타났다. 두 대가 동시에 나타났는데 레드 스콜피온 등뒤에서 나타난 풋맨이 포박을 하듯이 안아 버렸다.

 

 그 모습에 놀란 찬은 그저 탄식만 내뱉었다.

 "어어어."

 

 그제는 레드 스콜피온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을 이용해 우측에서 나타난 풋맨이 곧장 레드 스콜피온 풋맨의 좌측 가슴을 주먹으로 강하게 때렸다. 다행인지 아니면 다른 풋맨과 달리 강하게 만들어서 그런지 첫 방에는 크게 이상을 보이지 않았다. 레드 스콜피온은 빠져나오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뒤에 있는 풋맨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러자 우측 풋맨이 다시 가슴을 공격하였다. 두 번째 공격이 좌측 가슴에 충격을 주자 그제야 레드 스콜피온의 행동이 느려졌다.

 

 그렇게 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뒤에 있던 풋맨이 안고 있던 팔을 풀더니 다짜고짜로 레드 스콜피온의 머리를 손으로 잡고 뽑아버렸다. 머리가 뽑힌 곳에서 불꽃과 연기가 났다. 그때 우측 풋맨이 다시 레드 스콜피온의 좌측 가슴을 공격하였다. 세 번째 공격을 받고는 레드 스콜피온 몸이 바닥으로 통나무 쓰러지듯이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본 찬이 말했다.

 "제길 한두 대가 아니잖아."

 

 그리고는 도망 치려했다. 그런데 어느새 레드 스콜피온 뒤에 있던 풋맨이 그새 달려와 찬의 앞을 막았다. 앞이 막히자 뒤돌아서 뛰려고 했는데 그제는 레드 스콜피온 우측에서 가슴을 공격했던 풋맨이 다시 그가 가려는 앞을 막았다. 그제는 두 풋맨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제길. 벗어날 방법이 없어. 어떻게 하지..

  ...

  민희야.'

 

 두 풋맨이 찬을 죽이기 위해 점점 더 다가왔다. 찬은 그제는 둘 중 먼저 다가오는 풋맨의 손이라도 잡을 듯이 팔을 들고 싸울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게 최선의 방어가 아님을 그는 잘 알았다. 로봇을 상대로 인간이 힘 싸움을 하려고 하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특히 그에게는 민희가 있기에 포기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제길. 이렇게 된 이상 싸워보는 수밖에. 죽기 아니면 살기다.

 ...

  민희를 두고 죽을 수는 없어.

  절대 민희를 혼자 남겨 두지는 않을 거야.'

 

 그런 다짐을 하고 막 자기 앞에 다가온 풋맨을 잡으려 했다. 바로 그 순간 어디선가 민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찬아! 정지라고 외쳐. 정지라고 외쳐."

 

 그 목소리에 찬이 다급히 외쳤다.

 "정지. 풋맨 정지해."

 

 그 말에 앞뒤에서 바로 앞에 다가온 풋맨이 두 손을 찬을 향한 채 정지하였다. 두 대의 풋맨의 네 개의 손이 찬의 목 바로 앞에서 멈추었다.

 

 그 모습을 보고 찬이 안도의 긴 한숨을 쉬었다.

 "휴우우우... 살았다."

 

 그리고는 쪼그려 앉듯이 몸을 아래로 낮추어 팔을 들고 있는 풋맨의 손 사이를 빠져나왔다. 찬이 다 빠져나왔을 때 민희가 달려와 찬을 안았다. 달려와 와락 안는 민희의 포옹에 찬도 안도하며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그 순간은 살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바보. 이런 바보. 휴고를 나한테 보내면 어떻게."

 

 찬이 여전히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바로 대답을 못하고 몇 번이고 한숨을 쉰 다음에 대답했다.

 

 "사실은 스위치 버튼이 고장 났거든. 그저께 할아버지 집에서 나오다 떨어뜨리는 바람에."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사실은 3호 휴고가 총격을 받을 때 휴고의 파편이 찬의 다리 쪽으로 날아왔었는데 천운인지 때마침 송신기 장치를 넣어둔 곳을 때렸다. 그로 인해 송신기 장치는 고장이 났지만 그는 다치지 않았다.

 

 "내가 고칠 줄 알고 보낸 거야?"

 

 "그렇기도 하고. 내 쪽으로 오면 풋맨들이 알고 우리 휴고를 공격할 것 같아 미리 너에게 보내 작동시킨 다음에 유인하려고 했지."

 

 "하지만 조금만 늦었어도 큰일 날뻔했어. 바보. 정말 다행이다."

 

 그 말에 찬이 품에 안긴 민희의 고개를 들어 키스를 했다.

 

 "고마워. 네 덕에 살았다."

 

 민희가 다시 찬의 입에 키스를 하고는

 "앞으로 이 송신기 장치 꼭 가지고 다녀. 알았지."

 

 찬이 다시 몇 번이고 민희 입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며

 "예, 예. 누구의 명이라고."

 

 그제야 민희가 찬의 품에서 나와 그의 손을 잡고는 끌어당겼다.

 "가자. 가. 여기 무섭다. 어서 가."

 

 "알았어. 마틴, 여기 상황 시청에 신고해."

 

 "예."

 

 둘은 도망치듯이 집을 향해 뛰어갔다. 그들 뒤에 있는 풋맨들은 조각상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레드 스콜피온 다른 풋맨들이 나타나 바닥에 쓰러져 있는 파괴된 레드 스콜피온을 들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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