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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THE LAST SIRIO
작가 : 죽군
작품등록일 : 2016.8.24

입시준비생 도승한은 잠자리가 불편하여 오랫동안 사용해 낡은 베개를 바꾸게 되는데, 그 베개를 베고 잘 때마다 항상 같은 꿈을 꾸게 된다.

여러 사람이 모인 넓은 공간에서 한 명의 소녀와 마주보는 꿈. 그 꿈이 너무나 신경 쓰인 승한은 한동안 고민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 고민 속에 공포가 싹트려는 그 순간. 마침내 승한 앞에 나타난 꿈속의 소녀.

꿈이 아닌 현실에서 두 명이 만나는 순간, 이야기의 첫 페이지가 펼쳐진다.

 
LAST SIRIO - 4
작성일 : 16-09-09 22:17     조회 : 319     추천 : 1     분량 : 5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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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

 

  이 땅의 주인은 누구인가?

  아주 오래된 질문. 그리고 이것에 대답하는 것처럼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여러 주체들.

  시험관 아기, 유전자 복제 등 과거에는 신의 영역이라 믿었던 것까지 간섭하게 된 인간이 이 땅의 주인인가. 그렇지 않으면 아직까진 쓰나미나 화산폭발과 같은 현상으로 인간을 굴복시키며 언제나 ‘대’라는 접두사가 붙기 십상인 자연이 이 땅의 주인인가.

  정답을 찾는 것은 시간낭비. 이미 이 땅의 주인은 아주 먼 옛날부터 정해져 있었다.

  요괴, 귀신 어쩌면 도깨비나 몬스터. 그리고 아주 가끔 요정. 시대와 장소에 따라 여러 명칭으로 불리던 그들. 그들이야 말로 조물주가 만들어낸 만물의 관리자. 그러나 그들 역시 만물의 일부.

  세상 모든 것들 중 유일하게 조물주가 이름을 지어줬다는 그들의 이름은….

  “시리오.”

  “시리… 오…?”

  난생 처음 듣는 생소한 단어에 미간을 찡그리는 승한. 인시스는 손가락으로 그의 미간을 찌르며 재밌어했다.

  “응. 그것이 흔히들 말하는 오컬트라고 부르는 현상의 총체(總體)야.”

  점점 템포를 올리는 인시스의 삿대질을 승한은 짜증스럽게 뿌리치며 말했다.

  “그래. 당신의 장황한 헛소리는 잘 들었어. 그래서?”

  쏜 살같이 뻗어진 손가락은 방금 전 인시스를 흉내 내듯 그녀의 미간을 향했다. 찌르지 않은 것은 그의 소심함 때문이리….

  “그래서 이 오밤중에 4층이나 되는 높이를 힘겹게 올라와 날 찾아온 이유가 뭔데?”

  인시스는 의외로 터프하게 나온 승한의 반응에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곧바로 평소의 여유 가득한 표정을 되찾고, 자신에게 뻗어 나온 승한의 손가락을 감싸 쥐었다.

  “너. 내말 하나도 안 들었구나?”

  놀고 있는 다른 손이 승한의 미간을 튕겨냈다.

  “아! 뭐하는 거야!”

  보기보다 아팠는지 미간을 비비는 승한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당연히 인시스는 그런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신경 쓰지 않고 튕겨낸 손가락을 승한의 침대 쪽으로 향해 가리켰다.

  “말했잖아? 오컬트 현상의 총체라고.”

  “아….”

  그제야 승한은 떠올랐다. 지난 일주일동안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그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오컬트라 불리기 좋은 현상이었다.

  “설마….”

  “설마는 무슨!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눈치를 못 채다니… 얘! 너처럼 둔한 애는 또 처음 본다.”

  인시스의 손가락으로 또 한 번 느껴지는 미간의 뜨거움은 아마도 그녀의 답답함의 표출이었을 것이다.

  “둔한 것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다른 것도 아니고, 시리오를 인지하는데 이렇게 느릴 수 가 있지? 보통 사람이라면 첫째 날에 꿈에서 날 만났을 때, 바로 눈치 챘을 거라고!”

  인시스는 냉큼 승한의 침대로 다가가 문제의 검은 베개를 낚아챘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 베개는 몰수합니다!”

  “무, 무슨! 잠깐!”

  쭈그려 앉았던 것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은 아니었지만, 승한은 평소보다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손에서 자신의 침구를 빼앗았다. 이때 승한은 인시스가 일부러 뺏겨준 것이라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이건 내가 돈 주고 산거야! 그런데 네가 뭔데 이걸 가져가려고 해?”

  승한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매서운 눈빛으로 인시스를 노려보았다. 인시스는 지금의 상황이 정리가 잘 안 되었는지 한참을 멍한 표정으로 승한을 바라보았고, 제법 길게 느껴진 시간이 지나고서야 박장대소를 하였다.

  누군지 잘 모르는 금발벽안의 소녀가 자신의 침대에 드러누워 배를 잡고 웃었다. 그 모습을 보자 승한은 나름대로 진지했던 경계태세를 느슨하게 할 뻔 했지만, 이윽고 다시 태세를 갖추었다.

  “뭐, 뭐가 그렇게 웃긴대!”

  마치 자신을 무시하는 듯 한 태도가 승한의 침구를 투척도구로 바꾸었다.

  승한은 흥분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한 채 제법 세게 던졌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베개가 떨어지자마자 아차 싶었지만, 이는 곧 불필요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짧은 거리인데도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날 정도로 빠르게 날아간 베개를 인시스는 한손으로 보기 좋게 잡아냈다. 방이 떠내려갈 것 같은 큰 웃음소리 역시 유지하면서 말이다.

  혼자 웃다가 지쳐버린 인시스는 그대로 승한의 침대에 자리 잡고 누워버렸다. 물론 베개를 베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때 승한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잠자코 그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말하길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기다림 끝에 들려온 그녀의 말은 외모와 매칭이 되지 않는 코골이 뿐이었다.

  “무시냐!!”

  그렇게 승한의 인생 첫 이성과의 자의적 스킨십은 멱살 잡기로 카운트되었다.

  “음냐, 음냐….”

  “먹지마! 아니, 그보다 뭘 먹는 거야?!”

  3평 남짓 작은 방에서 설산을 방불케 하는 과도한 액션으로 그녀를 깨우는 승한.

  처음엔 연기인 줄만 알았던 인시스의 잠꼬대가 사실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눈망울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보여준 표정이 그녀의 성격상 도저히 제정신으로 보여줄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옅은 신음소리. 힘겹게 졸음을 떨쳐내는 인시스의 모습을 보고 승한은 그녀가 자신과는 확실히 염색체가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뒤늦게 당황하며 거리를 벌렸다.

  “음냐… 내 핫도그… 어디 갔어?”

  “…없어!”

  그 순간 승한은 자신의 얼굴을 숨길 수 있는 모든 것에 감사했다. 방이 어두운 것과 그녀가 졸음에 취해있다는 것 따위들을 말이다. 그 모습은 인시스를 흔들어 깨우던 것과는 너무나 상반되는 소심한 모습이었다.

  “아!”

  순간의 사백안이 승한을 소스라치게 했다.

  그녀의 두 뺨이 자신의 고사리 같은 손과 만나 경쾌한 소리. 그것이 바로 장대한 헛소리의 원점회귀를 알리는 소리였다.

  헛소리의 이어지는 이야기는 이러했다.

  시리오를 가지고 있다 보면 소유주는 시리오의 기운을 느낄 수 있게 되는데, 그 기운은 각각의 시리오마다 다르며, 그것에 응하는 순간 시리오는 응한 자를 자신이 깃들 대상으로 정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때부터 소유주는 물리적 법칙을 무시하는 신비로운 능력을 갖게 되는데, 그러한 사람들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알레프.

  ‘평범’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자들. 특별하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들. 인시스의 말에 경청하던 승한은 뒤이어 나오는 얘기에서 모든 것의 주제를 캐치했다.

  알레프들은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약 100여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숫자가 곧 시리오의 숫자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야.”

  승한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묻기도 전에 그녀가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녀의 등 뒤에서 갑자기 여성 같은 것이 두 개나 나타났다. 다행히 승한은 그것을 보고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저능아는 아니었다.

  인시스는 두 팔을 저울과 같이 벌리며 말했다.

  “소개할게. 왼쪽이 언니인 장화. 오른쪽이 동생인 홍련이야. 어때? 둘 다 미인이지?”

  낯익은 이름인데도 좀처럼 보기 쉬운 외관은 아니었다. 필시 거기에는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인시스. 질문.”

  “오! 좋아! 뭐지? 승한학생?”

  인시스의 그런 리액션은 바로 그 순간으로 하여금 질문을 하나 더 낳아버렸다.

  “…그럼 먼저 지금 막 생긴 질문부터. 너, 내 이름은 어떻게 안거야?”

  “음? 뭐야? 그게 궁금해? 좋아. 알려줄게.”

  인시스의 헛기침. 그 뒤를 이어 그녀의 입에서 나열되는 것들. 그것은 소름을 초월한 소름. 소름의 원액. 그것이 승한의 체내에 모든 감각을 통해 스며들었다.

  “이상. 지금까지 말한 곳 말고도 네가 간 곳이 더 있으면 지적해줘~”

  “너… 스토킹이 범죄인 건 알고 있어?”

  애써 침착한 척하며 승한은 또 한 번 그것을 숨길 수 있는 현재의 모든 것에 감사했지만, 이번엔 감사할 필요가 없었다.

  “키킥. 이게 그렇게 떨 정도로 놀라운 일인가? 너무 놀라지마. 네가 좋아서 미행한 건 아니니까.”

  아. 조금은 그랬던가? 라고 조용히 이어진 그녀의 말이 등골을 한 번 더 서늘하게 한다.

  “…좋아. 그건 아무래도 좋으니, 나머지 질문에 대답해.”

  승한은 인시스의 면전에 삿대질을 하였다. 상당히 무례했지만, 인시스는 이유 없이 마냥 좋아했다.

  “먼저, 너는 몇 살이지? 나랑 비슷해 보이지만, 확실히 짚지 않고 이렇게 반말하는 것은 불편해서 말이지.”

  “뭐야? 그런 것도 궁금한 거야? 피곤한 성격이네….”

  갑자기 승한의 코앞에 나타난 두 손가락. 비누가 무슨 향인지 알 정도로 가까웠다.

  “직접과 간접. 설명방법을 골라봐.”

  “그럼 직….”

  “설마 레이디한테 나이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라는 것은 아니겠지?”

  승한의 말소리를 잡아먹어버린 그녀의 말은 승한의 머릿속으로 파고들어 그곳에 경솔함이라는 것을 토해냈다. 승한의 머리에는 그런 개념이 없었는지, 인시스의 말이 토해낸 것을 그대로 수용했다.

  “미안… 생각이 짧았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부탁할게.”

  인시스는 만족한 표정으로 말랑말랑해 보이는 입술의 끝을 살짝 올렸다.

  “밭에서 입을 뺀 나이와 여덟을 먹은 나이를 더해.”

  “…뭐어?”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었지만, 승한은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만화 속에서 깨달음의 순간을 전구의 점등으로 표현하는 이유와 그것이 어떤 기분인지 알 수 있었다.

  오래된 기억 속 한편. 한문 수업시간에 분명히 배웠던 표현이었다.

  “밭(田)에서 입(口)를 뺀 나이는 10(十)이지? 거기에 여덟(八)을 먹어야 하니 입(口)에 넣어야겠지? 그럼 그 숫자는 4(四)! 그 말은 즉,”

  14. 무려 15세 이상 관람가에 제한되는 나이다.

  “한참 동생이잖아!”

  승한은 벌떡 일어나며 화냈다. 자신보다 어리면서 버릇없게 행동한 것이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러나 인시스에겐 그 화가 전달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 그녀가 지내던 언어권에서는 이 땅의 빛나는 족쇄 같은 유교사상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의 모습이 그저 신기할 뿐이었다.

  “나이가 그렇게 중요한 거야?”

  “물론!”

  잠깐의 고민도 없이 대답한 승한의 그 한마디가 그의 생각이 얼마나 짧은지를 대변했다. 승한이 이 날의 기억으로 이불의 먼지를 터는 것은 좀 더 후의 일이다.

  “으음… 그렇구나. 나이는 어릴수록 좋다고 알고 있었는데….”

  인시스는 뒷머리를 멋쩍게 긁으며 새로운 쓸모없는 지식을 얻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인시스의 담담한 반응에 승한도 민망했는지, 성냥 같았던 흥분은 거기서 빛을 잃었다.

  “후우… 그럼 마지막으로, 네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국인은 아니겠지? 그런데 어떻게 조선시대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인물을 시리오로 가지고 있는 거지? 아, 오해하지 말아줘. 절대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네가 시리오를 입수하게 된 경위가 궁금한 것뿐이야.”

  마지막 질문이라 그랬는지, 좀처럼 보기 드물게 길게 말한 승한은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쉬었다. 그리고 그때 인시스의 얼굴에 몇 초전까지 가득하던 장난기는 눈곱만큼도 찾을 수 없었다.

  그토록 생각을 읽기 힘들었던 그녀의 얼굴에 망설임이 가득했다. 승한은 자신이 무언가 건드려선 안 될 것을 건드렸다 생각했다. 그래서 뒤늦게라도 수습하려 조심스레 손을 뻗었다. 그때였다.

  “정말… 궁금해…?”

  다소곳한 그녀의 대답이 그녀의 성별을 재각인 시켜주었다.

  승한은 제도 모르게 침을 삼켜버리고 말았다. 아뿔싸. 뒤늦게 후회해 본들, 이미 그녀도 들은 뒤. 마음속에선 열심히 쥐구멍을 찾는 중이었다.

  정적. 제법 긴 정적. 마침내 이야기 가득하던 승한의 방에 현재시각과 어울리는 분위기가 찾아왔는데, 승한은 그것이 너무나 불편했다.

  차라리 똥을 싸고 닦지 못하게 해주세요. 승한은 머리인지, 가슴인지 조차 모르는 어딘가의 신에게 열심히 빌고 빌었다. 그러자 승한의 기도가 간절했던 것일까? 신은 그의 애절함을 포용해준 것처럼, 인시스가 먼저 정적을 깨고 나왔다.

  “그럼 내 부탁을 들어줘.”

  그때 승한은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어디계신지 모를 신에게 감사함을 전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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