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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유일한 희망
작성일 : 18-02-14 12:00     조회 : 70     추천 : 1     분량 : 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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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가 말을 잇지 못하자 에반젤린 공주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리처드 경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제의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요. 내 친구는 못생겼지요. 잘생긴 리처드 경이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당연해요."

 

  잠시 말을 멈춘 에반젤린 공주는 마치 호소하듯한 눈빛으로 리처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처드 경에게 내 친구와의 혼인을 제의한 이유는 오직 리처드 경만이 내 친구를 신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예요."

 

  호소하듯한 말이 가슴에 강렬히 와 닿았지만, 리처드는 이 혼인 제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내 마음엔 오직 공주님 뿐인데, 어찌 다른 여인과 결혼할 수 있단 말인가!'

 

  리처드가 침묵하자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리처드 경의 심정 이해해요. 리처드 경이 일편단심으로 나를 사랑해 왔었다는 사실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내가 리처드 경에게 내가 아닌 내 친구와의 혼인 제의를 했으니 무척 실망했을 거예요."

 

  에반젤린 공주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자 리처드는 크게 당황해 무릎 꿇었다.

 

  "아닙니다. 공주님의 호위기사인 제가 어찌 감히 공주님께 사적인 감정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제가 공주님께 실망을 끼쳤다면 용서를 구할 뿐입니다."

 

  이때까지 의자에 앉아있던 공주는 리처드가 무릎 꿇자 벌떡 일어나 그를 일으켜 세운 후 손을 맞잡은 채 그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용서를 구하다니요, 리처드 경은 내 유일한 희망이예요."

 

  에반젤린 공주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 한마디에 리처드는 귀가 번쩍 뜨였다.

 

  '내가 공주님의 유일한 희망이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일까?'

 

  순간, 리처드의 눈이 에반젤린 공주의 눈과 마주치고 말았다.

 

  '어머나! 내가 리처드 경의 손을 맞잡고 있다니!'

 

  이때서야 리처드와 손을 맞잡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공주의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에반젤린 공주는 재빨리 리처드의 손을 놓은 후 마치 해명하듯 한마디 덧붙였다.

 

  "제 말은, 리처드 경이 아니면 그 누구에게 못생긴 내 친구와의 혼인을 제의할 수 있겠냐는 뜻이었어요."

 

  에반젤린 공주와 리처드는 자칫하면 서로의 코가 부딪칠 정도로 아주 가까이 마주보고 있었다.

 

  공주와 리처드 모두 서로의 매력적인 얼굴에 시선이 사로잡혀 정신 줄을 놓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에반젤린 공주는 생전 처음으로 심장이 방망이질하듯 쿵쿵 뛰었다.

 

  '리처드 경의 얼굴이 어쩜 이렇게 잘생겼을까? 에메랄드빛 초록눈, 오똑한 코, 도톰한 입술, 바로 코앞에서 보니 정말 잘생겼네.'

 

  '이런! 내가 공주님과 코가 맞다을 정도로 가까이 있구나!'

 

  공주의 심상치 않은 시선을 느낀 리처드는 서로 너무 가까이서 마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몇 걸음 물러선 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께서 저를 높이 평가해 주시니 참으로 감사할 뿐입니다."

 

  심장이 두근두근 떨리니 목소리도 떨릴 수 밖에.

 

  리처드의 말은 우회적으로 거절하는 말이었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리처드 이외엔 대안이 없다는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리처드 경에게 생각할 시간을 줄 테니, 레이디 제인이 스코틀랜드를 다녀오기 전까지 답변해주겠어요?"

 

  리처드는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떨구었다.

 

  "곧바로 답변드리지 못해 참으로 죄송합니다. 공주님의 말씀대로 레이디 제인이 스코틀랜드를 다녀오기 전에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리처드가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는 생각에 잠겼다.

 

  '리처드는 내 제안을 받아들일 마음이 없는 것 같은데 어쩌지? 레이디 제인이 스코틀랜드를 다녀올 때까지 리처드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이 없을까?'

 

  한참 생각한 끝에 에반젤린 공주는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손뼉을 치며 중얼거렸다.

 

  "그래, 리처드 경에게 내 친구가 태어날 때부터 못생긴 것이 아니라 원래는 나에 못지 않게 아름다웠지만 병으로 얼굴이 못생기게 변했다고 말하자. 그럼, 리처드 경의 마음이 움직일지도 모를 거야."

 

  리처드의 마음이 움직일 가능성보다는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을 것 같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집으로 돌아간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의 저의에 대해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공주님께서는 나의 일편단심을 잘 아신다 하시면서도 어째서 내게 공주님의 친구와 결혼할 것을 제의하신 것일까?'

 

  리처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에반젤린 공주의 저의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에반젤린 공주에게 숨겨진 저의가 있음을 추측할 수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1주일에 걸쳐 생각한 끝에 리처드는 이렇게 추측했다.

 

  '공주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지만, 스코틀랜드 왕자와 결혼할 수밖에 없게 되자 대신 공주님의 친구를 나와 맺어주려 하시는 것이 아닐까?'

 

  리처드의 추측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것이지만, 에반젤린 공주의 친구가 변장한 에반젤린 공주임을 꿈에도 모르는 리처드로서는 이렇게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어 중얼거렸다.

 

  "공주님의 뜻을 알려면, 공주님께서 나와 레이디를 짝지어 주시려는 이유를 여쭈어 보는 수밖에 없겠구나."

 

  레이디 제인이 토마스와 함께 에든버러 궁전에 당도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레이디 제인은 세상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라는 로버트 왕자를 접견할 생각을 하니 가슴이 뛰었다.

 

  "아무래도 로버트 왕자는 저 혼자 접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로버트 왕자의 성격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레이디 제인의 간악한 성격을 전혀 모르는 토마스는 별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책임자니 좋을 대로 하시오."

 

  얼마 후 로버트 왕자를 접견하는 순간, 레이디 제인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어머나!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남자가 있다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가 에반젤린 공주라면, 로버트 왕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남자였다.

 

  황금관을 머리에 쓴 듯 빛나는 황금빛 금발, 초롱초롱 반짝이는 사파이어같은 푸른눈, 신이 직접 조각칼로 조각한 듯한 오똑한 코, 쳐다보기만 해도 심장을 뛰게 만들 정도로 매혹적인 도톰한 분흥빛 입술.

 

  마치 화가가 미인도를 그린 것처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로버트 왕자의 얼굴은 아름답다는 말 이외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에반젤린 공주와 로버트 왕자를 맺어주고 자신이 리처드와 결혼할 생각이었던 레이디 제인은 완벽하게 잘생긴 로버트 왕자를 보자 생각이 달라졌다.

 

  '완벽한 내 이상형인 로버트 왕자를 에반젤린 공주와 맺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차라리 내가 로버트 왕자와 결혼하고, 에반젤린 공주는 다른 나라의 왕자와 결혼하면 그만이 아니겠는가!'

 

  이런 생각에 레이디 제인이 로버트 왕자에게 말했다.

 

  "저는 잉글랜드 왕국의 시녀장 레이디 제인인데, 먼저 제가 스코틀랜드 왕자님께 양해를 구해야겠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양해를 구한단 말이오? 당신은 잉글랜드 공주와 나와의 혼담을 제의하기 위해 온 것이 아니오?"

 

  레이디 제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먼저 왕자님께 여쭈어보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무엇이오?"

 

  "만약 우리 공주님께서 왕자님과의 결혼을 달가와하지 않으신다해도 우리 공주님과 결혼하시겠습니까?"

 

  로버트 왕자는 조금도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잉글랜드 공주가 날 달가와하지 않는다해도 결혼할 생각이오."

 

  로버트 왕자는 대답하고 나서 의문이 들어 물었다.

 

  "그렇다면, 잉글랜드 공주가 나와의 결혼을 달가와하지 않고 있단 말이오?"

 

  레이디 제인은 일부러 주저하는 척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로버트 왕자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듯 말했다.

 

  "공주가 타국의 왕자와 결혼하는 것을 달가와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이해하오."

 

  레이디 제인은 로버트 왕자의 마음을 떠보기 위해 운을 뗐다.

 

  "혹시 제가 왕자님께 개인적으로 한가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로버트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보시오."

 

  "만약 우리 공주님께서 왕자님과 결혼하지 않으시겠다면, 잉글랜드의 다른 여성과 혼인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

 

  이 말을 듣자 로버트 왕자는 갑자기 고개를 젓히고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레이디 제인은 로버트 왕자가 웃는 이유를 알 수 없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어째서 웃으시는 것입니까?"

 

  로버트 왕자는 계속 웃기만 했다.

 

  "하하하......"

 

  레이디 제인이 무안해 고개를 숙이자 로버트 왕자가 웃음을 멈춘 후 말했다.

 

  "나는 에반젤린 공주 이외에 다른 여자와는 결혼할 생각이 없소. 당신은 그 점을 명심해야하오."

 

  로버트 왕자는 레이디 제인이 자신과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엉뚱한 질문을 한 줄 눈치채 웃음을 터뜨린 것이다.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어찌 얼굴도 예쁘고 마음씨도 천사같다는 에반젤린 공주를 두고, 그대처럼 영악한 여인과 결혼할 생각을 하겠소? 당신은 참 바보같군. 하하하......'

 

  레이디 제인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꽁무니를 뺐다.

 

  "왕자님의 뜻을 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레이디 제인이 떠나려 하자 로버트 왕자가 봉투 하나를 내밀었다.

 

  "나의 청혼장이니, 에반젤린 공주에게 전해주시오."

 

  "왕자님의 청혼장을 공주님께 전해드리겠습니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레이디 제인은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로버트 왕자가 에반젤린 공주와 결혼하지 못하게 막고 말겠어.'

 

  1주일이 지나서야 리처드가 찾아오자 에반젤린 공주는 궁금해 견딜 수 없어 대뜸 물었다.

 

  "나의 제안에 대해 생각해 봤나요?"

 

  리처드는 일단 에반젤린 공주의 저의를 알아야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말문을 열었다.

 

  "참으로 죄송하지만, 공주님의 제안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리처드가 정중히 거절하리라 예상했던 에반젤린 공주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는 말이 오히려 반가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언제까지 답변해 줄 건가요?"

 

  "공주님께서 무엇 때문에 제가 공주님의 친구 분과 결혼하기를 원하시는지 말씀해 주신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숙고해 본 연후에 답변드리겠습니다."

 

  "좋아요."

 

  에반젤린 공주는 잘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기 시작했다.

 

  "내 친구는 원래 나에 못지않게 아름다웠지만 병으로 얼굴이 변했어요. 비록 얼굴은 못생기게 변했지만, 마음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친구지요. 난 리처드 경처럼 진실한 마음을 가진 남자는 비록 얼굴이 못생겨도 마음만 진실되면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 분신과도 같은 내 친구와의 결혼을 제안한 것이예요."

 

  리처드는 에반젤린 공주의 설명을 듣자 가슴이 뭉클해졌지만, 여전히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공주님의 친구 분이 예전에는 공주님에 못지 않게 아름다웠다니, 참으로 안 되었구나. 하지만, 공주님 이외에 다른 여자와의 결혼을 생각할 수가 없구나.'

 

  에반젤린 공주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심한 리처드는 용서를 구하듯 무릎을 꿇고 말했다.

 

  "참으로 죄송하지만, 저는 공주님의 친구 분을 행복하게 만들 자신이 없으니, 공주님께서는 부디 저보다 나은 사람을 공주님의 친구 분과 짝지어 주시길 간청드립니다."

 

  에반젤린 공주를 일편단심으로 사랑하는 리처드로서는 자신의 친구와 결혼하라는 공주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리처드의 말을 듣는 순간 에반젤린 공주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아, 리처드 경......"

 

  유일한 희망이 사라졌다는 생각에 에반젤린 공주는 서글퍼져 말문이 막혔지만, 곧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이었다.

 

  "리처드 경의 뜻을 잘 알았으니, 이만 물러가보세요."

 

  리처드가 떠나자 에반젤린 공주는 간신히 참았던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리처드가 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이제 유일한 희망이 사라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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