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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여우는
작성일 : 18-02-10 15:38     조회 : 281     추천 : 0     분량 : 9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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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임을 져야 했다.

 설령 그 일들이 죽음을 부르는 저주가 아니었다 해도 책임을 져야 했다.

 그 일은 도둑질이라는 범법 행위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일이었고.

 입시 비리라는 불법 행위를 바탕으로 해서 일어난 일이니까.

 누군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했다.

 

 책임질 사람들이 나서 저주에 따른 죽음을 막았어야 했는데.

 그들은 그렇지 않고 숨기기 급급하여 죽음을 은폐하기 바빴다.

 수많은 죄 없는 사람들이 죽어가는 앞에서도 과거에 한 일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막는 것에만 바빴다.

 새로운 죽음이 계속 이어질 것임을 알면서도 그 사실을 덮기 바빴다.

 죽음을 은폐하는 일만 했다.

 

 그렇게 하여 우리 사회는 십여 명이 오백 명의 괴물을 만들어 가는 것을 지켜보았고.

 오백 명이 죄 없는 시민들을 죽이게 될 괴물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았고.

 그렇게 해서 지금 우리 사회는 만 명이라는 희생자가 괴물들에 의해 희생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3월이 되면서 한 달을 원준은 사회부 기자로 대통령 선거에 매달려 있었다. 선거의 결과는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고 진보 쪽 인사가 당선되었다. DA 대교 사건 때 그곳에서 연설을 했던, 그리고 C시 사건으로 그곳에 내려왔던 한종채 후보는 많은 표 차이로 낙선을 하였다.

 

 이게 왜 예상을 뒤집는 일이 되었느냐 하면 이 선거 앞에 치러진 의원 선거에서는 보수 쪽 의원들이 압도적으로 승리하여 의회를 장악하였다. 기존의 대통령이 진보 쪽 인사라 레임 덕 현상까지 가세하면 누가 봐도 보수 쪽 후보가 당선될 줄 알았다.

 

 특히나 이슈도 한종채 후보 쪽에 아주 많이 유리해 보였다. 일어나지는 않았지만 DA 대교 사건이나, 송해동 사건이나, 그중 가장 대표적으로는 선거를 두 달도 채 남겨 두지 않고 일어난 C 시 일가족 살인 사건, 등등이 기존 정부보다 반대 세력에 유리해 보였다. 한종채 후보는 이들 사건들을 이용하여 인간성 상실과 인성 회복 운동을 기치로 내걸었기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해도 보수 후보인 그에게 이득이 되는 이슈였다.

 

 하지만 모든 인위적인 이슈도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A.I와 로봇의 보급으로 생겨난 사회 갈등을 덮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봇에 의해 길로 내몰린 사람들이 거리로 나왔고, 그들은 현재의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는 정치에 대하여 혐오를 느꼈다.

 

 혐오는 이상한 방향으로 표출되어 한 번은 보수를, 다음은 진보를, 하는 식으로 매번 바꾸어 가며 새로운 돌파구를 원했다. 그 결과가 앞선 의원 선거에서는 보수 의원들을 선택하고. 이번 대선에서는 진보 후보를 선택하는 돌발적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고작 1,2년 사이에 민심의 파도가 요동을 쳤다. 어느 쪽이든 지금의 사회 현상인 4차 산업혁명으로 일어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이와 같은 일들이 끊이질 않고 계속 반복될 것임을 모두는 대선을 통해 보았다.

 

 하지만 어느 정당도, 어느 기관도, 어떤 정부도 대안이 없었다.

 인간 노동력이 필요 없는 사회에서 인적 기반을 통해 사회와 정치와 정부를 이끌어가고 있는 현실에서는 찾을 수 있는 대안이 나올 수가 없었다.

 

 선거가 끝나고 두 달이 지난 5월의 어느 날.

 

 원준은 방금 그 기간 동안 찾고 있던 사람과 전화 통화를 했다. 대선 이후에는 방송국도 급속도로 A.I화 되어가고 있는 중이라 인간인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로봇 A.I가 취재해온 내용을 카메라 앞에서 방송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시간의 여유가 많아 그가 잡고 있었던 것이 상민이 늘 말하는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을 찾는 일이었다. C 시 사건 이후 열심히 조사를 하다가 대선으로 잠정 중단했던 일을 다시 끄집어 냈다.

 

 그 과정에서 그가 찾아낸 인물은 두 명이었다. 그 당시, 그러니까 10년에서 15년 전에 그곳에서 민간인을 사찰하던 일을 했던 사람들이었다. 정확하게 그가 어떤 지위와 어떤 직장에서 일한 사람인지는 알아내지 못했다.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난 일이라 단지 민간인을 사찰하던 사람이라는 정보만 알고 찾았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 동네의 일은 지금에 와서도 은폐되고 조작되는 일이라 그 일을 했던 사람을 찾기는 더 힘들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는 와중에도 그곳 출신의 사람들은 과거를 은폐하고 있었다. 오죽하면 C 시 사건 이후에 친구 상민이 찾아낸 저주받은 사람들의 일에서 수백 또는 수천 명의 죽음이 이어지고 있었는데, 어느 누구 하나 입을 열지 않고 있었으니까.

 

 찾고 있던 사람의 전화를 받고는 그가 기뻐하고 있을 때 여자 친구 수여에게서 전화가 왔다.

 

 "어어. 왜?"

 

 "목소리가 오늘따라 밝네.

  무슨 좋은 일 있었어?"

 

 "응! 좋은 일 있었어. 그런데 왜?"

 

 "자기 토요일 뭐 해?"

 

 "모레? 모레면..."

 

 그 순간 방금 통화를 했던 사람과의 약속이 떠올랐다.

 "약속이 있기는 한데..."

 

 "약속 취소할 수 없어?"

 

 "왜?"

 

 "나하고 같이 꼭 가야 할 장소가 있는데."

 

 "가야 할 곳? 안 되는데... 꼭 지켜야 할 약속인데..."

 

 "응응. 나도 자기와 꼭 가야 하는 곳인데."

 

 "아이 참... 큰일이네. 거기가 어딘데? 몇 시에 가야 하는데."

 

 "H강 강변. 오후에 행사 전에."

 

 H강 강변이라는 말에 원준은 방금 통화를 했던 사람의 약속 장소가 떠올랐다.

 "어! 너도 거기야."

 

 "뭐야. 이 기뻐하는 목소리는. 그럼 자기도 거기에 약속 있는 거야? 혹시 취재야?"

 

 "취재는 A.I가 하니까. 그건 아냐. 그냥 누구를 만나기로 했어."

 

 "와아. 잘 됐다. 그럼 같이 가면 되겠네.

  자기는 언제 만나기로 했어?"

 

 "거기 도착하면 상대가 연락하기로 해서 시간은 정하지 않았어."

 

 "그럼 됐네. 같이 가서 내가 가는 곳에 있다가 그 사람 연락받고 가면 되겠네."

 

 "응, 그렇게 하자. 그럼 내가 토요일 아침에 너희 집에 갈게."

 

 "아냐. 내가 자기 집에 갈게. 내가 가."

 

 "그럼 그래."

 

 그렇게 해서 둘은 H강 강변 나비 문화제에 가기로 했다.

 

 

 토요일 아침.

 

 한수여가 원준의 집을 찾아왔다. 집에 와서는 대뜸 평상복이나 캐주얼 복을 입으라고 강요하였다.

 

 "자기 약속이 격식을 차려야 하는 곳이야?"

 

 "아닌데."

 

 "그럼 평상복 입어."

 

 "왜?"

 

 "그냥 그래. 그래야 해서."

 

 "무슨 이윤데?"

 

 "상대들이 다 평상복 입었을 거야."

 

 결국 수여가 골라주는 옷을 입었다. 그리고 나니 시간이 촉박해 집을 나오는 그 순간부터 그녀는 연신 늦었다며 독촉까지 했다.

 

 오피스텔 지하에 있는 주차장에서 차를 타고서야 원준은 어디에 가는지 물어볼 수 있었다.

 "어디에 가는데 캐주얼하게 입으라는 거야?"

 

 "H강 강변."

 

 "거긴 이미 말했잖아.

  오늘 A.I와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사람에게 인간으로서의 권리를...'이라는 주제로 집회가 계획된 곳이잖아.

  그것 말고 구체적으로 누굴 만나느냐고."

 

 "기자라서 잘 아네. 맞아. 우리 거기 갈 거야."

 

 "또, 또."

 

 사실 원준은 그곳 취재를 가려고 했었다. 사회부 기자라면 누구나 다 그곳에 가서 취재를 하고 방송에 나오고 싶어 하던 곳이었다. 그런데 데스크에서 다른 기자와 A.I 로봇에게 맞기라고 했다. 그에게는 느닷없이 이틀 휴가를 주어 어제부터 오늘까지 비번이었다.

 

 "누구 소개해 주려고."

 

 "누구?"

 

 "우리 회사 같은 시민단체 일하는 사람들인데. 이번에 거기서 부스 하나를 열어 작은 이벤트 행사를 열기로 했거든."

 

 "아! 그래서 캐주얼 하게 입으라고 했구나. 기자같이 보이지 않게."

 

 수여가 미소를 지었다.

 

 H강 강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마치 축제장처럼 왁자지껄했다. 어디에서도 긴장된 모습이 보이질 않았고, 뭔가와 싸우려는 비장한 모습도 보이질 않았다. 이곳은 그야말로 축제 장소와 같이 흥겨움이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나와 구경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나 곳곳에 마련된 작은 행사들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흥겹게도 하고 때로는 이슈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하게도 하였다. 집회의 의사 표현이 집단을 이루어 일방적인 자기들 주장을 과격하고 폭력적으로 주장하던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와 다양한 모습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대중에게 알리고 표출하는 축제장이었다.

 

 원준과 수여는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하듯이 축제 같은 집회 현장을 구경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모임이 있는 곳에 와서 수여가 원준을 세워 구경하게 했다.

 

 그곳에서는 A.I와 로봇에 의해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대한 이야기를 마임으로 공연하고 있었다. 내용은 경제적인 측면의 어려움이나 생활고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직업 활동이나 사회 활동을 통해 얻어지는 사회의 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직업 활동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나 직업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인해 사회에 미치는 개개인들의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며 관람객들과 토론을 하였다.

 

 한 타임의 공연이 끝나고 나자 수여가 원준의 손을 잡고 그 공연을 기획한 사람들에게 인사를 시켜주었다.

 

 수여가 젊은 남녀 두 사람 앞에 원준을 세워 놓고는

 "자기야 인사해.

  이쪽은 이 모임의 회장님이나 다름없는 오준혁 씨.

  그리고 그 옆에 있는 분은 우리 회사 동료 언니이며 오준혁 씨 여자친구인 김선애 씨."

 

 "안녕하십니까. 한수여 남자친구 유원준입니다."

 

 "예, 안녕하세요. 오준혁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방송국 기자시라고."

 

 "오늘은 비번이라 일반인이야. 그래서 내가 티 안 내려고 이렇게 입게 했어."

 

 그렇게 해서 네 사람은 그곳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두 남자는 이번 대통령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두 여자는 공연에 대한 이야기와 이곳 집회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따로 이야기를 하고 나서는 네 명이 모두 지금 사회에 A.I와 로봇이 미칠 영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느 누구도 긍정적이거나 미래가 밝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현실의 지금 모습처럼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만 나왔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가 어느새 한 시간 가까운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이 다시 공연을 해야 해서 원준과 수여는 인사를 하고는 그곳을 떠났다.

 

 다른 곳에 가며 수여가

 "저 두 사람 곧 결혼할 거야. 선애 언니는 벌써 애들 이름도 만들어 두었다니까. 아들이 태어나면 오민동, 딸이 태어나면 오민희. 괜찮지."

 

 "응, 괜찮네. 그럼 우리 사돈 맺을까? 우리 애들 이름은 뭘로 지을까?"

 

 수여가 대뜸

 "유찬"

 

 "왜 아들 이름이야? 딸 이름은?"

 

 "난 무조건 아들 낳는다고 했거든."

 

 "욕심은 많아서. 그럼 거기는 무조건 딸을 낳아야겠네. 오 뭐라고 했더라."

 

 "오민희."

 

 "응, 그럼 오민희가 내 며느리네."

 

 "내키지는 않지만 그렇게 약속을 했어."

 

 "왜 내키지 않아?"

 

 "난 우리 아들에게 부모가 미리 인생을 정해주는 거 싫어. 그 애 스스로가 인생을 찾아가기를 원하지. 우리 마음대로 그 애 인생을 만드는 것이 싫어."

 

 "오우, 멋진 엄만데."

 

 그 말을 하고는 원준이 오늘 만나기로 한 사람을 떠올렸다. 스스로가 인생을 찾아가야 할 나이에 남이 쓴 글을 도둑질하여 더 좋은 미래를 만들려고 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 일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동반하게 될 것임을 다 알고서도 그 일을 했다. 도둑질한 글로 대학을 가는 저주를 스스로 자식에게 남겨 주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뭘 하는가?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자식의 죽음까지도 은폐하고 있다. 과거에 한 일을 어떻게든 숨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들은 알까? 자신들의 그 행동들이 자식을 죽이고, 죄 없는 선량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사실을. 아마 모를 것이다. 그들에게는 오로지 과거에 저질렀던 불법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지 않기만 하면 자식까지도 이웃까지도 죽일 사람들이었으니. 오로지 은폐만이 전부였다.

 

 그 생각이 들자 그만 잊고 있었던 연락이 떠올라 다급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을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수여가

 "왜? 전화 왔어."

 

 "아니.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확인 중이야."

 

 "전화 온 거 있어?"

 

 "없네. 분명히 여기 도착하면 연락한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좀 늦는 모양이지. 여기 이 정도의 군중이 모였으면 사방이 정체 중일 거야."

 

 "그런가! 그럼 좀 더 기다려 보지 뭐. 이제 어디 갈까?"

 

 "다른 부스 구경 가. 재미있는 게 많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자."

 

 둘은 장난을 치며 군중들 사이로 걸어갔다.

 

 

 그 시각 H강 강변 다른 곳에서는 상민과 태솔이 구경하며 걷고 있었다. 둘도 이곳저곳을 구경도 하고 모임이 있는 곳에 끼여서 참여도 하며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행동으로 봐서는 상민이 누군가를 찾는 것 같았다. 행사를 구경하면서도 시선은 고정하지 못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하는 모습이었다.

 

 다시 다른 곳을 구경하기 위해 걷다가 태솔이

 "원준씨 하고 너무 붙어 다녀. 선거 기간 동안은 좀 뜸하더니. 왜 그래?"

 

 "아! 그거. 원준이 녀석이 이상해졌어."

 

 "뭐가?"

 

 "이번 선거 전부터 나보다 더 열심히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을 찾아."

 

 "정말? 그런 사람 아니잖아."

 

 "응, 그전에는 그런 말만 나와도 아니라는 듯이 우릴 설득했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완전히 반대야."

 

 "혹시 C 시 일가족 사건 때문인가?"

 

 "나도 그쪽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 그 피의자들을 성추행에 대한 복수 범죄로 회유한 뒤에 사라진 사람을 감찰관이나 PS 뭐로 보는 것 같아."

 

 "이게 잘 된 일이야 아니면 안 좋은 일이야?"

 

 "찾고 있는 우리로 보면 좋은 일이지. 원준이까지 가세하면 좀 더 쉬워질 테니. 그런데."

 

 "그런데 뭐?"

 

 "그런데. 자칫하면 그때 우리가 한 일들이 너무 많이 드러나고 알려지게 되어 친구 사이가 서먹해질 것 같아 걱정이야.

  사실은 전 달에 그런 일이 있었는데... 그게...

 ...

  아니다.

  여하튼 누가 봐도 남의 글을 도둑질하여 그 글로 대학을 간 우리 행위는 나쁜 짓이잖아. 거기에 포함된 수많은 은폐와 조작과 죽음들..."

 

 "많았기도 했지. 누가 봐도 욕을 할 일들이지."

 

 "그래서 마구 달려드는 친구가 한편으로는 고맙고, 다른 한편으로는 부담스러워 걱정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입장이라서."

 

 "우리 운명이 참..."

 

 그때였다. 앞쪽에서 사람들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아아."

 

 "엄마 아아아."

 

 "사람이 죽어 있다. 사람이 죽었다."

 

 그 소리에 둘은 무슨 일인가 싶어 앞으로 달려갔다.

 

 

 데이트를 하며 걷던 원준과 수여는 노랑나비 모양의 날리는 종이비행기를 파는 곳에 서서 그걸 사고 있었다. 조금 있다가 밤이 되면 집회가 열릴 것이고 그때 사람의 마음을 담아 노랑나비 모양의 비행기를 하늘 높이 날리는 이벤트가 있었다. 둘이 마음에 드는 노랑나비 비행기를 사고 있을 때 앞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그 말의 중간에 누군가가 죽었다는 소리도 있었다.

 

 원준이 놀라

 "가 봐야겠다. 무슨 일 있는 모양이다."

 

 "응, 어서 가보자."

 

 둘은 달려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여자들은 두려워 도망치고 있었고 남자들 몇 명이 앞을 에워싸고 있었다. 원준이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앞을 보니 앞에는 천막이 있었고 그 천막 안에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남자인데 나이가 있어 보이는 노년에 막 접어든 사람이었다.

 

 원준이 미리 와서 보고 있는 옆 사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천막이 내려진 닫힌 부스였는데. 쓰질 않는 것 같아 다른 기획자가 공연을 하기 위해 천막 가리개를 들어 안을 보았더니 사람이 죽어 있었어요."

 

 "다른 사람은 없었고요?"

 

 "아무도 없었던 것 같던데. 없었어요."

 

 그 말을 듣고 원준이 기자의 본능이 발동하여 천막 안과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때 천막 바로 옆에 서있는 상민과 태솔을 보았다. 그런데 둘의 표정이 하얗게 질려 놀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의 얼굴과 표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원준은 단번에 둘에게 무슨 일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뭐야? 왜 저렇게 사색이 되어 있어."

 

 그때 수여가 옆에 와서

 "어떻게 됐어요? 무슨 일이에요?"

 

 원준이 대뜸 수여의 손을 잡고 사람들 뒤로 다시 빠져나왔다.

 "따라와 봐. 저기 상민이랑 수여가 있어."

 

 사색이 된 얼굴로 천막 가까이에서 안을 보고 있던 태솔이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그 그 사람 맞지. 그 사람!"

 

 넋이 나간 얼굴로 서있던 상민이

 "엉. 맞아. 그 사람이야."

 

 그때 두 사람의 옆에 원준과 수여가 다가왔다.

 

 "태솔아! 너 여기 왜 있어?"

 

 "어머. 수여야!"

 

 "상민아! 무슨 일이야."

 

 "원준이 네가 여긴 어쩐... 아! 맞다. 기자지. 기자가 취재 안 하고 데이트냐."

 

 "군소리 말고 어떻게 된 일이야?"

 

 그때 태솔이 시무룩해서 울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본 수여가 이해를 못해

 "너 왜 이래. 왜 울려고 해."

 

 수여의 말을 들은 원준은 단번에 죽은 사람과 무슨 관련이 있음을 알고는 상민을 똑바로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안에 죽은 사람 알아?"

 

 상민이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고 원준은 단번에 죽은 사람이 A 마을과 무슨 관련이 있음을 알았다.

 "또 무슨 일이야? 고향 사람이냐?"

 

 상민이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지 대뜸 고개를 숙이고 있는 태솔의 손을 잡으며

 "다른데 가자. 여기서는 안 되겠다. 다른데 가."

 

 결국 그렇게 하여 사망 사고로 군중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네 사람은 도망치듯이 빠져나와 한적한 곳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

 

 

 잠시 뒤, 인적이 드문 강둑 바로 아래 벤치 앞.

 

 놀란 태솔을 수여가 달래고 있다. 연신 품으로 안아주기도 하고 등을 토닥여 주기도 하며 그녀를 진정시키려 했다. 그제는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울고 있었는데 슬픔을 소리 내 울음으로 표출하지는 않고 눈물만 계속 흘리고 있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의 앞에 원준과 상민이 서있었다.

 

 원준이 상민에게 생수병을 건네며 물었다.

 "아는 사람이구나."

 

 "응, 아는 사람."

 

 "그 일과 무슨 관련이 있는데."

 

 "우리 동네 예비군 중대장."

 

 "예비군 중대장? 야아... 정말 오랜만에 듣는 말이네. 예비군 중대... 허허허."

 

 원준의 웃음에 상민이 아무 말도 하질 않고 뒤에 있는 태솔을 잠시 봤다.

 

 "그 사람이 왜 여기 죽어 있는 거야?"

 

 "그게 일이 좀 복잡해."

 

 "무슨 사연인데?"

 

 "이 사람 얼마 전까지 감옥에 있었어."

 

 "왜?"

 

 "저번에 한 번 이야기했는데...

  저주를 퍼부었던 사람이 했다는 말 중에 사람을 감시하는 저주로 인해 죽게 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경고."

 

 "아! 기억나. 뭐라고 했느냐 하면...

  이 모든 일을 처음에 만들었던 사람들을 죽이면 피할 수도 있다고 했어."

 

 "맞아.

 ...

  이 사람이 그 회사 직원 셋을 자동차 사고로 죽였어."

 

 "뭐? 그게 사실이야. 정말? 왜?"

 

 "자기 부인과 딸이 저주로 인해 죽었거든."

 

 "그렇다고 그 회사 직원을 죽이냐! 말도 안 돼."

 

 "말이 돼. 유일하게 살아남은 다른 딸을 위해서도 저주를 풀어야 했으니까."

 

 "오백 명이나 되는 저주받은 학생들을 잘만 지켜줬으면서 자기들 가족을 지키겠다고 그런 짓을 해. 말도 안 되잖아."

 

 "그러니까 거기만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잖아.

  여하튼 그렇게 하여 감옥에 있다가 얼마 전에 나온 사람이야."

 

 "그럼 혹시 이 사건도 C 시 사건처럼 복수.

  그때 죽은 사람의 가족들이 저지른."

 

 "아닐걸. 그전에 죽은 세 명의 가족들은 다 죽었을 거야.

  그래서 그때 그 사고를 단순 운전 미숙으로 종결되고 다른 일가붙이와의 합의가 안 돼 감옥에 갔어.

  동네 어른들 말로는 저 사람이 스스로 합의를 포기했다고 하더군.

  가족 죽인 놈들과는 합의를 보지 않겠다고 했다나 어쨌다나.

  여하튼 그랬던 사람이야."

 

 "군인 신분인데. 거기서 무슨 일을 했는데?"

 

 "너도 알 걸.

  뒤에 대통령 된 분으로 인해 검찰 조사도 받았던 일들.

 ...

  민간인 사찰.

 ...

  그 사람이 그 일을 했어.

  도둑맞은 사람 사찰하는 일."

 

 그 순간 옆에 있던 원준의 태도가 급변하였다. 방금 전까지 원준의 태도는 앞쪽에 모여있는 사람들을 보며 구경만 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저 모습이 자기가 만나려고 하는 사람을 돌아서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을 했다. 그랬던 그였기 때문에 상민의 이야기에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민간인 사찰 이야기에 깜짝 놀라 다급히 고개를 돌려 친구를 봤다.

 

 뒤에 있던 수여도 같았다.

 "자기야. 저번에 이야기했던 그 사람 아냐. 대선 이전에 찾고 있던 사람."

 

 그 말에 이번에는 상민이 놀랐다. 놀라 바로 원준을 봤다. 그제는 둘이 놀란 얼굴을 하고 서로가 서로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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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여우는 2018 / 2 / 18 273 0 9947   
57 여우는 2018 / 2 / 12 283 0 9656   
56 여우는 2018 / 2 / 10 282 0 9728   
55 여우는 2018 / 2 / 8 292 0 9407   
54 길들여진 2018 / 2 / 6 287 0 12067   
53 길들여진 2018 / 2 / 4 293 0 11955   
52 길들여진 2018 / 2 / 2 279 0 10573   
51 제4장, 길들여진 2018 / 1 / 31 290 0 11421   
50 재회 2018 / 1 / 29 301 0 9494   
49 재회 2018 / 1 / 27 271 0 10732   
48 재회 2018 / 1 / 25 279 0 10177   
47 재회 2018 / 1 / 23 298 0 11482   
46 악연적 2018 / 1 / 21 279 0 10719   
45 악연적 2018 / 1 / 19 281 0 11650   
44 악연적 2018 / 1 / 17 286 0 11062   
43 악연적 2018 / 1 / 15 271 0 11402   
42 재회 2018 / 1 / 13 284 0 9514   
41 재회 2018 / 1 / 11 260 0 9406   
40 재회 2018 / 1 / 9 281 0 9764   
39 필연적 2018 / 1 / 7 276 0 11938   
38 필연적 2018 / 1 / 5 277 0 11738   
37 필연적 2018 / 1 / 3 297 0 9641   
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4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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