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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여우는
작성일 : 18-02-08 12:15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9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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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여 명의 죽음이 있었다. 그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은 입시 비리 저주다. 500여 명의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저질러진 입시 비리로 대학을 간 자들이 짊어지고 살아가는 죽음의 저주가 죄 없는 만여 명의 일반 시민들을 희생시켰다.

 

 500여 명이 입시 비리로 죽음의 저주를 떠안고 살았다. 그 죽음의 저주에 숨겨진 진실은 남을 욕하기 위해 타인의 물건을 도둑질하고 그를 감시하던 불법이다. 10여 명의 잘못된 생각과 악한 마음이 만들어낸 도둑질과 험담을 위한 감시가 마침내는 500여 명에게 죽음의 저주를 안고 살아가는 괴물이 되게 하였다.

 

 그대는 어떻게 하겠는가?

 누구를 위해 선택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다시 돌아보자.

 10여 명의 도둑질을 좋아하고 남을 험담하기 위해 타인을 감시하고 말을 만들어내는 자들이 있었다. 이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타인의 물건을 도둑질하였다. 그럼에도 법과 정의와 사회는 침묵하였다. 지금에 와서 그때를 두고 왜냐고 묻지는 마라. 그때 세상은 그게 정의로운 것으로 포장된 세상이었으니.

 

 10여 명의 불법과 범죄가 만들어낸 괴물은 500여 명의 입시 비리로 대학을 간 저주받은 세대다. 작은 시골 마을이라 한 해에 고작 50여 명에서 70여 명이 졸업한다. 그 졸업자를 대상으로 10여 명은 자신들이 도둑질한 타인의 글로 대학을 가면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고 현혹하였다. 그때부터 10여 년 동안을 타인의 글을 도둑질하여 입시 비리로 대학을 가는 죽음의 괴물을 만들었다.

 

 여우는 길들여지기를 두려워했다. 하지만 입시 비리로 대학을 보내는 곳은, 도둑질과 불법이 용인되는 곳으로 길들여진 여우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래야 자신들의 도둑질과 불법이 은폐될 수 있고, 조작될 수 있었으니까. 그걸 위해 그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하나를 숨겼다.

 

 도둑질로 대학을 간 학생이 자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게 될 것이라는 저주.

 

 도둑질과 불법이 만들어낸 저주였다. 지독한 저주였는데. 그 저주조차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는 도둑질과 불법을 저지르던 10여 명의 말에 속아 스스로의 저주를 스스로가 쟁취하려 하였다. 길들여진 여우는 악마보다 더 잔인하여 스스로 사람들을 죽이는 괴물이 되기를 자처했다.

 

 10여 년을 그렇게 만들어진 입시 비리의 저주를 안고 살아가는 저주받은 괴물들이 세상에 나왔다. 500여 명, 그들에 의해 우리는 만여 명의 희생자들을 만들었다. 10여 년의 도둑질이 만들어낸 500여 명의 괴물들. 다시 10여 년 동안 그들의 죽음들 속에서 그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일을 했다.

 

 스스로가 입시 비리로 대학을 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그게 타인의 죽음보다 소중했고, 자기 주변 사람들의 죽음보다 귀중했다. 그래서 그들은 부모를 죽이고, 자식을 죽이고, 형제를 죽이고, 가족을 죽이고, 이웃을 죽이고, 동료를 죽이고, 주변 사람들을 죽게 만들면서도 입시 비리로 대학을 갔다는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는 일에 매달렸다. 그 모든 죽음보다 입시 비리로 대학을 간 사실을 숨기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었다.

 

 길들여진 여우는 악마보다 잔인하다. 10여 명의 도둑질하는 자들에 의해, 10여 년 동안 500여 명의 저주받은 괴물을 만들고, 10여 년 동안 만여 명의 죽음을 만들어내면서도 그 모든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하기에 급급하였다. 죽음을 막지 못한 채 죽음의 원인을 숨기려고만 했다.

 

 당신은 누구를 지키겠는가?

 나는 누구를 지켜야 하는 것인가?

 우리는 누구의 생명이 더 소중했던 것인가?

 

 10여 명의 불법인가?

 500여 명의 입시 비리인가?

 만여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의 희생인가?

 

 

 원준과 수여가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앞에 앉은 수여가 연신 원준의 얼굴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이상했다. 뭐랄까 눈치를 본다고 할까 아니면 그의 얼굴 표정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고 해야 할까. 여하튼 뭔가 이상하다는 듯이 연신 상대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왜요?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아니오. 그게 아니라..."

 

 연신 원준의 얼굴을 보고 있던 수여가 조금은 민망하고 죄송스러운지 바로 대답을 못했다.

 

 그제는 원준이 들고 있는 수저를 놓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그게 사실은 원준씨 인상이 달라졌어요."

 

 "인상이 달라져요?"

 

 "네! 지난번 C 시에 가기 전하고 지금 C 시에 갔다 온 뒤하고."

 

 "어떻게 달라졌습니까?"

 

 "조금 어두워지고 까칠해졌다고나 할까?

 ...

  처음 보았을 때 원준씨 인상은 참 선해 보이고 포근한 그런 모습이었어요.

 그런데.

 ...

  지금은 그래요...

  변한 것 같아요.

  거기서 무슨 일 있었던 겁니까?"

 

 수여의 말에 원준은 며칠 전 상민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야, 왜 이래? 왜 갑자기 이 난리야?"

 

 "야, 더 없어. 너희들 이야기 더 없느냐고."

 

 "더 없어. 네가 다 가지고 갔잖아. 그게 전부야. 더 없어."

 

 "정말 없어. 정말로 없는 거야. 어디 숨겨 놓은 것은 아니지."

 

 "너 왜 이래. 거기서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상민의 말과 수여의 말이 같다는 생각을 하며 그는 스스로에게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대뜸 상대에게 질문을 하였다.

 

 "수여씨, 500여 명의 죄있는 자들이 있고. 만여 명의 희생자가 있어요.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우리는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요?"

 

 고민을 하지도 않고 바로 수여가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사람을 어떻게 저울에 올려 저울질을 해요?"

 

 그 말에 원준이 조금은 놀란 눈을 하고 그녀를 봤다. 그리고는 밝게 웃었다.

 "참 좋은 분이시네요."

 

 "네?"

 

 "수여씨 마음이 참 좋은 분이라고요."

 

 "아! 그 말씀 칭찬이죠."

 

 "네! 사실 지금 제가 그 고민에 빠졌거든요.

 ...

  500여 명의 죄있는 자들을 지키기 위해 만여 명의 죄 없는 사람들을 희생 시킨 세상과 부딪치며 어느 것이 옳은 선택인가에 대한 싸움을 하고 있는 중이라."

 

 원준의 말에 그제야 수여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참 복잡한 선택이네요. 겉으로 보이는 선택은 극명해요. 죄있는 자와 죄 없는 자들의 선택이니. 누가 봐도 죄 없는 사람을 선택하겠죠.

 ...

  그런데 선택이 누구냐에 달렸겠네요.

  일반 대중이라면 저울질의 기울어진 무게나 사회적 통념에 따른 선악의 선택에서 너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선택이에요.

  누가 봐도 죄 없는 만여 명을 선택하지 죄있는 500여 명은 선택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하지만.

 ...

  죄있는 500여 명과 관련이 있는 사람이라면... 선택은... 달라지겠죠. 무게감이나 선악의 통념을 무시한 선택을 할 수도 있겠죠."

 

 다시 그날 상민이 말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래! 우리가 그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었다.

  그래! 우리가 죄인이다.

 ...

  왜 못 막았냐고. 왜냐고.

  그때는, 그때는. 그 선택이 옳다고 생각했으니까.

  남의 글을 도둑질해서라도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모든 사람들이 원했던 삶이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스스로 죽음의 저주가 씌워진 남이 쓴 글을 도둑질하여 그 글로 대학을 가냐?

  죽으려고!

  죽이려고! "

 

 "길들여져 봐. 길들여지면.

 ...

  그 모든 것이 절대로 죽으러 가는 길이 아니라 꽃길이고. 죽이려고 가는 길이 아니라 꽃가루가 날리는 길처럼 보이지.

 ...

  어린이집 다니기 전부터 그걸 보며 배웠는데.

  어른들이 도둑질하여 떠드는 소리와 남을 험담하기 위해 엿들은 소리를 들으며 자랐는데.

 ...

  머리가 굵어지고는 도둑질해서 남의 글로 좋은 대학을 갔다는 사실을 매년 들으며 자랐는데.

  그렇게 길들여진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이 뭐겠냐?

  오직 하나뿐이지."

 

 "내 미래의 꽃길을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겠다는 마음이.

  그게 길들여진다고 길들여지는 거냐."

 

 "그래! 길들여져. 충분히 길들여져. 난 봤어. 난 봤다고.

  그냥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더 잔인하게 길들여져버리는 괴물들을 다 봤다고.

 ...

  만약 그때 네가 거기 있어 더 이상 그와 같은 방법으로 대학 가지 말라고 했으면.

  고등학생들이, 아니다. 중학생이나 초등학생들이 널 죽이겠다고 난리를 쳤을 거다.

  아니, 죽이려고 달려들었을 것이다.

 ...

  저희들이 더 좋은 대학 가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고.

 ...

  길들여진 악마였다. 그곳의 우리는..."

 

 "도둑질로 남이 쓴 글을 자기 글로 속여 대학가는 입시 비리야."

 

 "길들여진 우리에게 도둑질한 글은 중요하지 않아.

  내 가족을 죽이고, 내 이웃을 죽인다고 해도 서슴없이 이용한 글이야.

  그 글에 아무리 지독한 저주가 씌었다 해도 우리는 그때 도둑질한 그 글로 대학을 갔어. 아니 갔어야 했어. 그게 그곳에서는 옳은 삶이니까.

 ...

  지금 이 모양, 이 꼴이 될지라도.

  그렇게... 그렇게... 대학을 갔어야만 했다고. 기어코..."

 

 상민과의 일을 생각하느라 멍해 있는 원준을 보며 수여가 정신을 차리라는 듯이 말했다.

 "무슨 생각하세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원준이 다시 질문을 하였다.

 "혹시 수여씨, 태솔씨 이야기 아세요?"

 

 "태솔이 이야기? 어떤 이야기요?"

 

 "저주에 관한 이야기."

 

 "아! 조금. 조금 알아요.

  그런데... 왜 그건... 혹시... 좀 전에 하신 이야기가..."

 

 "네, 방금 이야기가 우리 친구 상민이까지 함께 덮어쓰고 있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멍에입니다."

 

 "아! 그래서 선택을 못하신 거군요. 친구 일이라."

 

 수여의 말에 대답은 하질 않고 다른 질문을 했다.

 "겁나지 않으세요?"

 

 "겁이오?"

 

 "네! 그들에게 지워진 멍에가 참으로 잔인한 저주인데."

 

 "입시 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주위에 사람들을 죽게 만들 것이라는 저주 말입니까?"

 

 "다 아시네요. 그래요! 그 저주가 겁나지 않으세요?"

 

 "전 모르겠어요. 친구가 괜한 소리를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직은 경험이 없어서 겁이 나지는 않아요.

  왜요? 원준씨는 겁나세요."

 

 "네, 겁납니다."

 

 "에이 겁쟁이 시네. 친구 일을 가지고."

 

 "내가 겁나는 것이 아니라 내 침묵과 무시로 인해 또 다른 만여 명이 죽게 될 것이 겁납니다."

 

 원준의 대답에 웃으며 이야기를 했던 수여가 더 이상 말을 못했다. 그녀의 표정에서 웃음기도 사라졌다.

 

 "수여씨의 선택이 앞으로 더 이어질 더 많은 죽음을 은폐하는 일이 된다면. 지금 선택에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세요."

 

 여전히 수여가 말을 못했다.

 

 "내 선택이 우리 친구들의 부모나 고향 어른들처럼 자신들이 저지른 불법과 탈법과 입시 비리를 은폐하던 것과 같은 것이 된다면...

  지금의 침묵이 옳은 것일까요?"

 

 "그분들은 어떤 선택을 했어요?"

 

 "그분들은 은폐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조작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주받은 학생들을 십여 년 동안 만들어 냈고요."

 

 "그 결과는요?"

 

 "다른 십여 년 동안 만여 명의 희생자를 만들면서도 침묵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다시 수여가 말을 못했다. 그 모습에 원준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이 흐른 뒤에 수여가 입을 열었다.

 

 "안 무서운 것이 아니라 무서워해야 하는 일을 친구라고 안 무섭다고 했군요.

  지금 다시 물어봐 주세요."

 

 원준이 수여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았는지 다시 물었다.

 "친구의 일을 아시고 무섭지 않았습니까?"

 

 "무서워요.

 ...

  무서워해야 할 일이에요.

  정말 무서운 일이에요."

 

 

 며칠 전.

 

 상민과 원준이 H 강변 주차장에 세워진 차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거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네가 말한 그들이 있는 것 같다."

 

 "그들이라니?"

 

 "감찰관과 PS 뭐라는 곳."

 

 상민이 놀라 원준을 똑바로 보며

 "어떻게? 어떻게 알았어?"

 

 "첫 재판이 있기 전에 피의자 가족들을 몇 명 만났는데. 모두가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여유가 있었어. 처음에는 자기들 자식이나 가족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던 사람들인데. 그제는 그런 절박함이 없었어."

 

 "무슨 일 있었구나."

 

 "성추행 이슈."

 

 "뭐야? 그럼 처음부터 누군가의 기획에 의해 그렇게 만들어졌단 말이네."

 

 "바로 그거야. 가족들이 나에게 도리어 다른 내용은 절대 조사하지 말라고 당부를 하더군.

  처음에는 진실을 밝혀 달라고 그렇게 애원하던 분들이. 그제는 그 사건을 과거 성추행에 대한 복수가 만들어낸 부득이한 사건이라고 날 설득하는 거야."

 

 "도둑질한 자료로 대학을 간 입시 비리를 덮으려는 속셈이구나."

 

 "그냥 덮은 것이 아니라 흥정을 한 것 같아. 가족들 말에 따르면 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있더군."

 

 "그들 개입 맞네!

  우리 고향에서 민간인을 감시하고 도둑질한 것을 숨겨주면 좋은 대학을 들어갈 수 있는 도둑질한 글을 주겠다고 한 것처럼.

  입시 비리로 인한 저주를 숨겨주는 대가가 형량의 감소네."

 

 "응, 누군가가 그 내용으로 가족이나 피의자들과 합의를 봤나 봐."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 사람들이 맞다. 그들이다. 감찰관. PS 뭐라는 곳. 그들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료가 필요해. 너희들이 모아놓은 자료를 다시 보고 싶어."

 

 "맞잖아.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분명히 우리 일은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이 개입된 일이라니까.

  알았어 내가 다 줄게. 전부 다."

 

 

  타인을 이간질하기 위해 했던 감시나 도둑질에는 단순한 개인적 차원의 문제 그 이상이 있었다. 도둑질한 자료를 가지고 자신들이 쓴 글로 속여 대학을 간 입시 비리에는 집단적 차원의 문제 그 이상이 있었다. 두 사건에서 가장 큰 문제는 죽음의 저주였다. 타인을 반드시 희생시켜야 한다는 조건.

 

 그 조건이 조사를 하는 원준에게 자꾸만 갈등에 빠지게 하였다. 왜냐하면 조사한 내용은 모두가 저주의 대상인 장본인들이 모은 자료였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피해자가 된 피의자 입장에서 모아놓은 희생의 자료였다. 그런데 이게 제삼자의 눈에 의해 읽히면 양상은 달라진다.

 

 서류에 적힌 누군가가 억울하게 죽었다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그 속에 들어있는 사건으로 인해 죽은 타자가 보였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그 사건의 부수적인 희생자가 수없이 많았다. 결국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희생당한 사람은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다. 그런데 그걸 돌려보면 죽음의 저주받은 사람이 있는 사건에서 타인이 여러 명 희생되었다는 말이 된다.

 

 그런 식으로 따지고 들어가니 희생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500여 명의 불법 입시 비리로 대학을 간 사람들과 함께 희생된 사람이 만여 명을 넘어서면서 원준의 생각이 변하기 시작했다. 시선의 관점이 친구를 기준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죄 없이 희생된 제삼자들을 기준으로 하여 보기 시작했다.

 

 그 사건들은 누군가의 개인적 희생이 아니라 죄 없는 대중들의 희생이었다. 특히나 죄 없이 죽어간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희생이다. 억울한 희생의 뒷면에 숨어있는 이야기 하나가 저주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만약. 만약에. 그들이 거기 없었다면.

 만약. 만약에. 그들이 그와 같은 저주를 스스로 얻지 않았다면.

 만약. 만약에. 그와 같은 일이 생겼을까?

 

 상민은 자기가 아는 사람들의 희생을 억울하다며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그 자료를 읽으면 그들을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죽은 사람과 같은 사람을 찾아야 했다. 저주받은 글로 입시 비리를 저지른 죽음이 예고된 사람들을 찾아야 더 이상의 죽음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을 찾는 것은 죽음의 저주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을 지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그들을 찾아서 저주받은 사람들을 살려놓으면 다른 희생자들은 누구가 살릴 것인가?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으로부터 살아남은 사람은 입시 비리로 저주받은 사람이 아닌 것이 되는가? 그건 아니다. 그들에게 올려진 멍에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찾아야 할 존재는 누구가 되는 것인가. 그건 바로 남이 쓴 글을 도둑질하여 자신들의 글로 속여 대학을 간 입시 비리를 저질렀던 사람들이다. 자기 주변 사람들을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존재들인 것이다.

 

 "뭔가 잘못된 일이다.

  내가 잘못된 길에 들어섰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게 아니라 오백여 명 중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백 명 못 되는 인원이 만들게 될 새로운 죽음을 막는 일이다."

 

 

 앞에 앉은 수여가 말했다.

 "그래서 그 사람들을 찾기로 했습니까?"

 

 "아니오."

 

 "왜요? 그 사람들을 찾아야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막을 수 있다고 했잖아요."

 

 "네!"

 

 "그런데 왜 안 찾는다고 했습니까?"

 

 "안 찾는 것이 아니라 순서를 바꾼 겁니다."

 

 "순서를 바꿔요?"

 

 "네, 그들을 찾기 보다 그들이 찾는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을 먼저 찾기로 했습니다."

 

 "왜요? 방금 전까지는 그들보다 저주받은 사람이 먼저라면서요."

 

 "네! 그렇게 말했죠."

 

 "그런데 왜 지금은 다르게 말하세요?"

 

 "우리가 찾고 있는 그들이 저주받은 사람을 만든 장본인이니까요."

 

 "태솔의 저주를 그들이 만들었다고요?"

 

 "그들이 만들었다가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지게 지켜주었다, 아니면 묵인하고 눈 감아 주었다가 맞겠네요.

  그들이 존재하므로 해서 태솔씨나 상민이 같은 존재들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거니까."

 

 "그래서 그들을 찾으려고 하는 거군요."

 

 "네, 그 괴물을 만들어낸 이유가 알고 싶어졌습니다.

  대체 사회 혼란과 붕괴의 원인을 왜 세상에 내어놓았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저주를 퍼부은 사람의 입을 통해서요."

 

 "그럼 그 글을 도둑맞았던 사람이 그렇게 말했단 말입니까?"

 

 "네, 그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괴물을 세상에 내놓았다고 했습니다."

 

 "그럼 알고도 타인을 죽이는 저주받은 사람을 풀어놓은 그곳의 문제를 풀면 좀 더 이 사태의 진실을 볼 수 있겠군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은 뭐 하세요?"

 

 "자료를 통해 그때 그곳에서 민간인 사찰을 한 사람을 알아내 그와 지금 접촉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민간인 사찰?"

 

 "혹시 그때 생각나세요. 촛불 이후 새로운 대통령 시대가 되었을 때."

 

 "아! 생각나죠.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때였는데."

 

 "그럼 그때 민간인 사찰이나 댓글 이야기 기억하시겠네요."

 

 "그럼요. 인터넷 댓글 이야기는 잘 기억하죠."

 

 "그전 정부 때 그와 같은 일을 그 동네에서 했던 사람을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다음에 그 사람 만난 이야기 꼭 들려주세요."

 

 "예? 아! 아! 네! 그러죠.

  그런데 제 이야기 재미없지 않았습니까?"

 

 "네! 재미 하나도 없었어요."

 

 정색하며 말하는 수여의 말과 태도에 원준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다음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겁니까?"

 

 "그래야 핑계로 원준씨하고 계속 만나죠."

 

 "아! 아! 하하하.

  안 그르셔도 되는데. 도리어 제가 지금까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그럼 이제는 갑자기 C 시에 가는 일은 없겠네요?"

 

 "네? 아! 예! 다음에는 꼭 허락 맡고 가겠습니다."

 

 "약속한 겁니다."

 

 "네에에."

 

 

 겨울이 끝나고 봄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던 어느 날.

 

 원준의 전화기가 울렸다.

 "여보세요. 유원준입니다."

 

 "접니다."

 

 "저라면 누구신지?"

 

 "당신이 찾는 그 사람."

 

 "아! 예. 안녕하십니까? 어디십니까. 만나고 싶었는데."

 

 "당신 그걸 꼭 알아야겠소?"

 

 "예! 주변 사람들 말을 들어보니 그쪽 분께서도 그 사실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신다고 하던데. 저를 통해 알리십시오. 제가 도구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당신 정말 할 자신 있어."

 

 "그러니까 선생님 찾은 거 아닙니까? 한 번 들려라도 주십시오. 무슨 내용인지 듣고 싶으니까."

 

 "그럼 이번 주 토요일 H 강 강변 나비 문화제 장소로 와."

 

 "H 강 강변 나미 문화제요! 거기면... 이번에 새 정부 들어서면서 한다는 에이아이 갈등 집회 장소 아닙니까."

 

 "그래! 거기로 와요. 사람이 많은 곳이 안전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거기 어디로 갈까요?"

 

 "거기 오면 내가 장소 그때 알려주겠소."

 

 "예, 예. 꼭 나오셔야 합니다."

 

 원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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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제4장, 길들여진 2018 / 1 / 31 290 0 11421   
50 재회 2018 / 1 / 29 300 0 9494   
49 재회 2018 / 1 / 27 270 0 10732   
48 재회 2018 / 1 / 25 279 0 10177   
47 재회 2018 / 1 / 23 298 0 11482   
46 악연적 2018 / 1 / 21 278 0 10719   
45 악연적 2018 / 1 / 19 281 0 11650   
44 악연적 2018 / 1 / 17 286 0 11062   
43 악연적 2018 / 1 / 15 270 0 11402   
42 재회 2018 / 1 / 13 283 0 9514   
41 재회 2018 / 1 / 11 260 0 9406   
40 재회 2018 / 1 / 9 281 0 9764   
39 필연적 2018 / 1 / 7 276 0 11938   
38 필연적 2018 / 1 / 5 277 0 11738   
37 필연적 2018 / 1 / 3 296 0 9641   
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4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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