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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여름 눈
작가 : 육일육씨
작품등록일 : 2018.1.17

단편으로 격주에 한번씩 업로드 하겠습니다.

 
진흙에도 꽃은 피나요(2)
작성일 : 18-02-04 19:13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2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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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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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드름이 조금씩 올라오지만 까무잡잡한 피부 덕에 눈에 띄이지 않고, 새하얀 치아와 누가 억지로 넣은 것 같은 보조개가 돋보이던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는 응옥씨도 그런 17살이있었다.

 

 베트남에는 공부를 하러 왔다며, 처음에 인사만 하러 온 아파트 옆집에 살던 남자가 장진수다.

 

 키가 크지도, 그렇다고 잘생기지도 않았었다. 얼굴은 둥글고 코는 매부리에 뻐드렁니까지 갖춘 그런 남자였으니까.

 

 그럼에도 항상 웃으며 인사도 잘 해주는게 그런 한국남자의 인상이 이곳 사람들에게 나쁘지는 않았다.

 

 언제 한번 반찬을 했다고 한국 음식이라며 가져 온 팟타이 같은 노란 국수 접시를 손에 든 현관문 앞에서의 그 장면이 그와의 첫 만남이었다.

 

 마침 집에 아무도 없고, 어떻게 먹어야 할 지도 몰라, 자기가 알려주겠다며 집 안으로 그를 들인 게 큰 잘못이었다.

 

 장진수는 내게 이건 이름이 '잡채' 라며 내 이름은 ‘장진수’ 라고 천천히 입을 때며 손 모양까지 동원해서 내게 응옥씨에게 말해주었다. 자기가 쌀면으로 만들었다고 7-8살 수준의 말로 설명하고는 괜스레 머쓱한 지 혼자 깔깔 웃었다.

 

 자기의 나이는 20대 중반이고, 한국에서 부모님은 큰 사업을 하시고 있으며, 베트남 공기가 마음에 들어서 공부하러 오고 싶었다고 했다.

 

 학교 끝나고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응옥씨에게, 그가 자주 놀러 오는게 마냥 싫지 만은 않았다.

 

 어느 날, 이거 너 주려 사왔다며 건내 준 음료를 마시고, 눈을 떴을 때 그의 집 같은 이불 속이었다.

 

 그쯤 자라난 내 가슴의 두근거림이 이 몹쓸 한국남자를 용서 한 건지, 이게 큰 일인지도 몰랐다.

 

 그는 '또이 예우 엠' 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게 되었고.

 

 그에 입에서 그런 간드런 말이 나올 때면, 정말 누군가 귀를 깃털로 간지럽히는 기분이 들어 얼굴을 붉힐 수 밖에 없었다.

 

 그가 그런 직접적 애정행세를 들어 낸 이후에 틈이 나면 밥을 먹자며 자기 집에 부르는 시간이 많아졌었고. 우리는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나는 그와 입맞추는 순간이 서로의 체온을 느끼는 시간이 내게 점점 스며드는 독인지도 몰랐다.

 

 애를 가졌다.

 

 나보다 내 몸을 먼저 눈치챈 건 엄마였다.

 

 한달마다 찾아오던 내 몸의 생활 중 일부가 나사가 빠져나가 고장이라도 난 듯, 나조차 눈치 못 챈 걸 엄마는 바로 알아챘다.

 

 내게 사용해 보라고 준 자그마한 장난감 같은 기계는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듯 자기가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많은 선의 개수를 선물해줬다.

 

 그날 옆집 남자의 집에선 큰 싸움이 있었다.

 

 생전 화를 낼 줄도 모르는 바보라고 엄마가 늘 놀리던 아빠는 의자를 집어 던지고, 금방 누구라도 정말 죽일 듯한 얼굴로, 얼굴에 핏기와 근육이 가득 한 채 그에게 소리지르고 있었고.

 

 엄마는 현관문 앞에서 그저 무릎 꿇고 울고있을 뿐이었다.

 

 장진수는 내내 '씬 로이' 라며 반복했다.

 

 그리고 나와 결혼을 하겠다고 말을 한 후, 1시간 반 정도의 일어났던 이곳의 지진의 진도는 점점 줄어드는 듯 했다.

 

 그는 한국은 전통적으로 부모님의 동의 하에 결혼을 할 수 있다고, 집의 승낙도 얻고 함께 살 금전도 가져오겠다며 동네 슈퍼라도 가듯 잠깐 들리는 거라는 가벼운 인사만 남긴 채 떠났다.

 

 그의 이름이 뭔 지는 모른다. 애초에 장진수가 정말 본명인지도 정말 승낙을 받으러 갔는지도.

 차라리 한국행 비행기가 사고가 나서 비행기의 승객 모두 추락사 해 죽었다 라고 믿고 싶었다.

 물론, 추락사나 비행사고 같은 게 있었는 지는 모른다.

 알 수 있는 건 어리지만 사랑이란 감정이 무엇인지 깨달었다는 것 뿐이였다.

 그리고 그 사랑이라는 감정이 자라는 대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그에 비해 소문은 좋은 비료라도 매일 섭취하듯 더 빨리 더 크게 자랐다.

 일이 소문이 나 동네 아줌마들 사이에선 한국에서 온 배우처럼 잘생긴 20대 남자, 또는 30대 어쩔 땐 40대의 남자가 애 낳고 도망갔다고 소문이 났다.

 

 경찰에서도 이미 한국으로 떠나 행방을 찾기 힘들 뿐 더러, 이런 일은 잦은 일이라고, 길을 가다 새로 산 신발에 진흙이라도 묻은 마냥 말을 했다.

 

 밖에는 나가지도 못했다. 주변에서의 '쟤야?' 라는 시선이 죽을 만큼 견디기 힘들었다.

 

 바람을 안고 계절이 바뀌는 사이 배 속의 작은 지진은 점점 진도가 커졌고.

 

 다행인지 그가 아닌 응옥씨를 꼭 닮은 아이를 낳았다.

 

 아무 때 타지 않고 만지기만 해도 ‘부드럽다’ 라는 생각이 들던 아기는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 들던 마음도 애초에 내 감정이 아니라는 듯 너무 예뻤고, 그에게 느낀 감정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했다.

 

 아이는 바깥의 공기를 맡기 무섭게 아빠로 인해 아이와 이별 할 수 밖에 없었다.

 

 응옥씨가 할 수 있는 건 그날의 현관문의 엄마처럼 그저 우는 것뿐이었다.

 

 아기에게 바깥의 공기가 숨을 들이쉬고 내 쉴 때면 폐 속 가득 주는 느낌이 상쾌함 인지, 파란 하늘은 가슴이 뻥 뚫어질 만큼 시원한지도 묻지 못했다. 뱉고 싶은 말이 생기면 이불 속에 숨어 울고는 했다.

 

 ㅡ에이, 언니 쉬는 날 마다 보육원 전화 한다며.

 

 응옥씨도 한국에 와서 희망을 완전히 놓지 않은 건 사실이다. 고아원이나 보육원 실종아이까지 찾을 수 있는 건 다 찾아 봤으니 말이다.

 

 ㅡ이모, 여기 계산이요.

 ㅡ아이고, 응옥언니 저기 계산좀.

 

 ㅡ감사합니다.

 

 ㅡ안녕히 잘 가세요.

 

 여전히 티비속의 나온 사람들은 서로를 껴 안고 폭포수 같은 눈물이 흐르지 않고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제 울 힘 조차 없어 보이지만 그들은 남은 힘을 쥐어 짜듯 더 격하게 서로를 안고있었다.

 이 손을 놓으면 영영 끝이라도 나듯.

 더이상 떨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서로 통한 게 아닐까 싶다.

 
작가의 말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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