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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길들여진
작성일 : 18-02-04 17:29     조회 : 292     추천 : 0     분량 : 1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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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날 오후 3구역 관리자 사무실 안.

 

 찬이 A조 관리자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얼굴 표정이 사뭇 놀란 표정을 하고 한동안 아무 말도 못하고 듣고만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듣고 나서 A조 관리자의 말이 끝나자 찬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지금 그런 일을 하는 겁니까?

  그렇게 중요해서 보호해야 할 여자면서."

 

 "바로 그 이유 때문입니다. 보호해야 해서. 누군가에게 감추기 위해서."

 

 그 말에 찬은 다시 말을 못했다. 민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가 지금의 일을 하고 있는 이유를 말할 때가 떠올랐다. 자기 의지가 아닌 무언가에 의해 지금의 일을 하게 된 사연이 이제야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왜 그런 이야기를 저에게 하시는 겁니까?"

 

 "우리는 당신과 그분이 지금 하시는 일을 알고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무슨 말을 하려다 찬은 자기의 직업이 떠올랐다. 전 국민을 일 분 일 초도 빠트리지 않고 감시를 하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 지금의 세상을 떠올렸다.

 

 "우리는 당신들이 그 내용을 가지고 있으면 위험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에게 민희가 만든 알고리즘을 달라는 뜻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저희는 그것을 이용하여 크로우를 막을 것입니다."

 

 "관리자님, 제가 아무 조사도 하지 않은 것 같습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가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가 준비한 알고리즘을 준다고 하여도 여기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여기서 사용하면 기존의 할 나이 시스템이 다시는 정상 작동이 안 되게 되어 있더군요."

 

 "그걸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민희의 알고리즘을 가지고자 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안전을 위해서입니다."

 

 "안전! 그럼 저희에게 시간을 주십시오. 저희가 찾아보겠습니다."

 

 "찾다니요. 뭘 말씀하시는 겁니까?"

 

 "크로우를 막을 수 있는 방법 말씀입니다."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아무도 찾지 못한 크로우를 막은 알고리즘을 찾은 것이 우립니다.

  우리는 우리 이웃을 지키기 위해 뭐든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우리 이웃을 잃지 않을 겁니다."

 

 결국 그렇게 하여 A조 관리자에게 승낙을 받았다. 최대한 노력을 해보고 안 되면 도움을 요청하라고. 그리고 자신들도 지금처럼 감시를 통해 정보를 입수한 다음에 플렌 B를 준비하겠다고.

 

 민희에게서 설민이 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찬은 자기가 A조 관리자를 만나 했던 말이 떠올랐던 것이다.

 

 "더 이상은 우리 이웃을 잃지 않을 겁니다."

 

 

 특별 구역 안 유민태의 집.

 

 저녁으로 접어드는 시각까지 유민태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하루 종일을 환자처럼 침대에 누워서 생활하였다. 그가 일어난 것은 아침과 점심 사이에 죽과 같은 유동식 음식을 먹기 위해 잠시 일어나 전동 휠체어를 타고 주방까지 간 것과 방금 전 저녁때가 되어 조금은 영양이 있는 영양식을 먹기 위해 일어난 것이 전부였다. 그 외에는 모두 침대에 누워있었다.

 

 조금만 힘이 있고 정신이 멀쩡했으면 그는 찬에게서 무슨 연락이 오질 않았는지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력이 너무 없어 휴고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거기가 기억도 깜빡깜빡할 만큼 지속하지를 못하고 있어 좀 전에 찬이 소식을 물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가고 돌아서면 잊고 말았다. 그래서 그의 의지와 입으로는 손자에 대한 소식을 알아내지 못했다.

 

 그와는 달리 세 휴고를 통해 찬은 연신 연락을 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을 하고 브런치를 먹으면서 한 번을 했다. 회사에 와서는 더 자주 많이 했다. 회사에 도착해서 두 번을 하고, 회사 중간에 다시 한 번을 하고, 회사를 퇴근하기 전에 다시 두 번을 했다. 그 사이 지속적으로 마틴이 연락한 것은 제외한 수다. 오로지 자기 의지로 명령을 통해 연락을 신청한 수였다.

 

 집에 돌아와서도 지금까지 두서너 번은 충분히 했다. 그런데 전혀 연락이 되질 않았다. 세 휴고가 찬의 연락을 받을 때마다 연결 허락을 승낙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루 내내 철저히 할아버지와 손자 간의 통화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와는 달리 유민태에 대한 건강 체크는 철저히 하고 있었다. 그가 조금이라도 기침을 하거나 숨을 거칠게 내쉴 때면 어김없이 링거를 동원하여 영양제를 주거나 약을 먹였다. 거기다 한 시도 그를 혼자 두지는 않았다. 항상 세 대 중 한 대가 그의 옆에 붙어 있었다.

 

 어제에 온 정체불명의 누군가의 연락은 오늘은 없었다. 어제 연락 그게 전부였다. 그 뒤로는 집에 찾아오는 사람도 없었고 유민태나 유민태의 풋맨이 어디에 연락한 것도 없었다. 아주 조용한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은 방금 전에 기침이 계속 지속되어 풋맨이 주사를 놓고 영양제를 링거로 공급하고 있었다.

 

 누워있던 유민태가 갑자기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며 자기 상황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아마도 방금 전에 맞은 주사가 효과를 나타내는 모양이다.

 

 '찬이가 연락을 했을까?

  만약 그 아이가 내 말 뜻을 알았기만 해도 되는데.

  내 말 뜻을 알고 녀석이 말한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라는 풋맨을 정지시킬 수만 있다면...

 ...

  그 아이는 분명 나에게 올 것이다.

  그럼 이 족쇄에서 풀려날 수 있다.

 ...

  나쁜 놈들 저희들의 스승을 이제는 감금하고 통제해.

  나도 모르게 내 풋맨을 저희들 마음대로 사용을 해.

  어디 두고 보자.

  찬이가 이번 일만 성공하면 그 녀석은 내 대를 잊는 국장으로 만들 거다.

 ...

  내 모든 것을...

  어? 여기가 어디지.

 ...

  찬이에게 주어...

  내가 왜 여기 있지?

 ...

  여기는 어디야?

  누구 없어요. 거기 누구 없어요.'

 

 그렇게 길게 생각하던 유민태가 마지막에는 다시 정신을 잃고 딴 생각을 하거나 이상한 생각을 했다.

 

 

 다음 날 새벽.

 

 침대 위에서 잠이 들어 있는 찬이 뒤척이다 옆에 누군가가 없다는 걸 알고는 눈을 뜨고 옆을 봤다. 옆에 아무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누운 채 물었다.

 

 "이브, 몇 시야?"

 

 "여섯 시 십이 분입니다."

 

 "여섯 시! 민희는 어디 있어?"

 

 "1층 거실에 계십니다."

 

 "1층 거실에?

  언제부터 거기 있었던 거야?"

 

 "찬님이 주무시는 걸 보고 바로 내려왔으니. 새벽부터입니다."

 

 이브의 말에 놀란 찬이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황급히 덮고 있던 얇은 이불 하나를 들어 망토처럼 어깨에 걸치고는 손으로 앞쪽을 오므리고는 침대를 내려서 방문으로 걸어갔다. 방문을 열고 나와 2층 난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거실 모니터에 풋맨 알고리즘 그림이 있고 민희는 소파에 앉아 소파 앞 탁자에 놓인 조금은 커다란 뭔가를 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는 찬이 계단을 내려갔다.

 

 "뭐 하고 있는 거야?"

 

 그 말에 놀란 민희가 마치 죄인 같기도 하고. 달리 보면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부모님이 그만하고 자라고 할 때 그 말씀을 어기로 이불 속에서도 계속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들킬 때의 모습처럼 뒤에 있는 탁자를 감추기 급급했다.

 

 "어어어. 일어났어."

 당황한 모습이 영역했다.

 

 찬이 소파를 돌아 그녀 옆에 앉아서는 그녀를 안았다.

 "뭐 하고 있었던 거야?

  잠 안 잤다며."

 

 민희가 배시시 웃으며

 "잠이 안 와서. 그냥 두고 자려니까 머릿속에서 계속 아른거려서 도저히 잠이 안 오잖아."

 

 "야, 그렇다고 한 잠도 안 자고 이렇게 있었던 거야?"

 

 다시 민희가 배시시 웃었다.

 

 그런 민희가 춥지 않았느냐는 듯이 찬이 한 쪽 다리를 소파 뒤로 밀어 넣어 그녀를 발 사이에 오게 하고는 걸치고 있던 이불의 앞쪽을 열어 민희의 몸을 자기 앞쪽에 들어오게 하고는 다시 이불로 감쌌다.

 

 "너도 참. 어린애들도 아니고. 추웠겠다. 이리 와.

 ...

  그래! 뭐 하고 있었는데?"

 

 "아! 따뜻하고 좋다.

  히히히. 뽀뽀,"

 

 민희가 고개를 들어 뒤에 있는 찬을 보며 입을 내밀었다. 그에 찬이 몇 번의 입맞춤을 해주었다.

 

 "어젯밤에 우리 둘이 같이 만들어 두었던 알고리즘을 휴고에게 넣는 도구 만들고 있었어."

 

 찬이 민희를 더 꽉 자기 품에 안으며

 "그게 잘 안 됐어?

  위에서 보니까 화를 내는 것 같은데."

 

 민희가 다시 뒤돌아 보며 찬의 입술에 입맞춤을 하고는

 "휴고에게 입력 시킬 방법도 찾고 도구도 다 설계를 했는데..."

 

 뒷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했는데. 뭐?"

 

 "하긴 했는데. 장치가 너무 커. 큰 박스 같아.

  앞에 보이지. 너무 크지 않아.

 ...

  그리고..."

 

 "그리고 또 뭐?"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이 장치를 작동시킬 수 있는데. 그런 휴고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그럼 두 개가 문제네. 장치가 너무 크다는 것과 그런 휴고가 있는 곳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

 

 "응, 그래서 고민 중이야.

  참, 참. 내가 이걸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아.

 이걸 어떻게 만들었느냐 하면..."

 

 그렇게 해서 민희가 모니터의 도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설명하고 나서 입을 닫았다. 아마도 찬에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는 의도 갔다. 왜냐하면 그 사이사이에도 그녀는 이와 같이 공간을 주어 찬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었다. 그래서 찬은 그녀의 말을 듣고는 잠시 도면을 보다가 탁자에 놓인 장치를 보다가 했다.

 

 그때 민희의 머리가 자기 가슴팍에 올려지며 기대는 느낌이 왔다. 그 느낌에 고개를 숙여 바로 앞을 봤다. 그런데 이내 그녀의 머리가 순식간에 옆으로 기울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서둘러 오른손을 들어 쓰러지는 그녀의 머리를 받쳤다. 머리를 바로 세우며 보니 잠이 들어 있었다. 그 모습에 그가 밤을 새우더니 결국 잠이 들었구나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녀석, 잠이 들었구나. 피곤한 모양이네."

 

 그제는 다른 왼손까지 이불 속에서 꺼내 그녀의 머리를 받쳐 주고는 천천히 자기 몸을 뒤로 눕혔다. 그에 따라 이불 속에 있는 민희의 몸도 천천히 눕혀졌다. 둘은 소파 위에 누웠는데 민희가 찬의 위에 올라탄 형태가 되었다.

 

 그렇게 눕고 나자 찬이 손을 들어 신호를 주었다. 휴고에게 오라는 신호였다.

 

 이브가 작은 소리로

 "뭐가 필요하십니까?"

 

 "여기서 재워야겠어. 다시 일어나면 안 잘 것 같으니까. 휴고로 이불 하나 더 가지고 와줘."

 

 "예, 알았습니다."

 

 더 이상 흔들리지 않게 침대에 누운 찬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모니터를 봤다.

 

 '두 가지가 문제란 말이지.

 ...

  그렇다면 장치를 작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아야겠구나.

  누가 있을까?

 ...

  장소는 근방 떠오른 곳이 있는데. 그곳이면 충분해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때 2층에 갔던 휴고가 이블을 가지고 와 두 사람 위에 덮어주었다. 그러자 따뜻함을 느꼈는지 민희가 뒤척이며 몸을 돌려 찬이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뒤척임에 놀라 그녀를 본 찬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자기 얼굴 앞에 있는 민희의 머리를 오른손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녀석, 어린아이처럼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그간 못하고 있었느니.

  많이 참았네. 많이 참았어."

 

 그렇게 작은 소리로 말하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미소를 지었다.

 

 

 다음 날 오전, 마켓 안.

 

 지난주에 비하면 제법 많은 사람들과 많은 휴고들로 마켓 안은 복잡했다. 크로우 사태 첫 주만 하여도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이 외부로 나오질 않아 휴고만 있고 사람은 보이질 않았었다. 그러던 분위기가 2주를 넘기면서 다시금 예전의 상태로 돌아오고 있었다.

 

 가전제품 코너는 여전히 양분되어 있다. 영상 모니터와 오락 장치들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고, 세탁기나 청소기 또는 냉장고 같은 것이 있는 코너는 휴고들이 모여있다.

 

 주방 용품 코너 한 모퉁이에 찬과 민희가 구경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이 보고 있는 것은 가전제품이 아니라 휴고들이다. 두 사람의 뒤에는 PSWC 소속의 P-휴고 세 대가 사람 옷을 입고 있었다. 로이, 레온, 알파다. 특히 로이의 손에는 박스가 하나 들려 있었다. 그건 민희 집 소파 앞 탁자에 놓여있던 그 박스였다.

 

 민희가 놀란 얼굴을 하고 연신 구경하고 있다가 찬을 보며 말했다.

 "와! 이런 곳을 어떻게 알았어?

  휴고와 이런데 자주 와?"

 

 "아냐, 지난번에 크로... 아니 풋맨 첫 대면 장소가 여기였어.

  다 잡았다 생각했는데 여기까지 와서 놓쳤잖아."

 찬의 인상에서 안타깝게 놓쳤다는 걸 알 수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민희가 찬을 보다가 빙그레 웃었다.

 "그건 내가 왜 그런지 조금 있다가 알려줄게. 자기가 놓칠 수밖에 없었을 거야.

  자, 그럼 시작해볼까."

 

 그렇게 말하고는 로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로이가 민희 앞에 상자를 들고 왔다.

 

 "여기 내려놔."

 

 "내가 도와줄 건 뭐야?"

 

 민희가 상자 앞에 앉으려 했다.

 "그냥 있으면 데에에..."

 

 그때 레온이 어디서 작은 의자를 가지고 와 그녀의 엉덩이 아래에 밀어 넣었다.

 

 "어머. 고마워."

 

 찬이 그런 건 나에게 줬어야지 하며 레온을 째려보았다.

 

 그렇게 해서 의자에 앉으며 주머니에서 페이퍼 탭을 꺼내 펼쳤다. 탭을 다 펼치고 나서 상자 위에 그걸 올려놓았다. 그 모습을 찬은 보고만 있었다.

 

 "됐다!

  이렇게 하면 탭에 저장해 둔 명령어를 아래에 있는 전파 송신기가 전파로 변환해서 사방 10미터 안에 있는 휴고들에게 명령어로 보낼 수 있어."

 

 찬이 상자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스피커 같은 거 아냐?"

 

 민희가 미소를 지으며

 "그게 무슨 소리야. 스피커라니?"

 

 "아니, 할아버지 명령어도 그렇고 네가 어제까지 이야기할 때 그 프로그램된 명령어를 휴고들에게 들려주면 된다고 하기에 난 또 스피커로 방송하면 되는 줄 알았지.

  말로 듣는 거 아니었어?"

 

 "호호호. 아냐, 그것도 몰랐어.

  휴고가 사람이냐 로봇이지. 사람처럼 말로서 알릴 필요 없어. 휴고들이 수신할 수 있는 주파수로 우리 명령어를 전자 신호로 만들어 보내면 되는 거야.

  말이 필요 없지."

 

 찬이 이제야 뭔가를 알았다는 식으로 탄성을 지르며

 "아! 그래서 그 휴고가 다른 사람 집 앞에서 그냥 서있기만 했던 거구나. 난 또 모든 사람들이 다 듣게 알리는 줄 알았지."

 

 민희가 신기하다는 듯이 자신의 옆에 막 앉아 상자를 보는 그의 머리를 살짝 툭 치며

 "로봇에 대하여 전혀 모르는구나. 잘 사용하기만 하고. 이러니까 나 같은 전문가가 필요한 법이야. 나 어때 대단하지."

 

 "예, 예. 최고십니다. 최고."

 그렇게 말하고는 입맞춤을 하더니 갑자기 일어났다.

 

 "민희야, 잠깐. 잠깐만 기다려. 작동하기 전에 먼저 나도 준비 작업 좀 하자."

 

 "무슨 준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우리 휴고들 배치 좀 시키고."

 

 "응, 그렇게 해. 나도 프로그램 명령어를 재 확인할 테니."

 

 찬이 민희와의 이야기를 끝내고 뒤에 있는 P-휴고를 돌아보았다.

 "큐브, 로이는 저기 좌측 지점 중간에 서있게 하고, 알파는 이쪽 우측 끝 지점 중간에 서있게 해. 그리고 레온은 우리 앞 중간에 서있게 해.

  각자 자리 지키고 있다가 풋맨이 나타나면...

  참, 민희야. 풋맨 어떤 반응을 보인다고 했지?

  어제 비밀이라고 했잖아."

 

 탭을 보다가 고개를 들어 대답했다.

 "그건 아직도 비밀. 뒤에 봐. 단번에 알 수 있을 거야."

 

 찬이 자신을 보며 장난스럽게 웃는 민희를 보고 나서 다시 고개를 돌려 휴고를 봤다.

 "어떤 특별한 행동을 하는 모양이다. 그 행동을 하는 휴고가 우리가 찾는 풋맨이야. 그 휴고를 우리 앞에 세워놓는 일이 세 휴고가 해야 하는 일이야.

 ...

  다른데 가지 못하게 보는 즉시 여기로 끌고 와. 알았지."

 

 큐브가 로이를 통해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대답이 끝나자 세 휴고가 각자 지시한 곳으로 이동했다.

 

 찬이 그 모습을 보고 나서 다시 민희 옆에 쪼그려 앉으며

 "다 됐다. 이제 시작하자. 그런데 대체 무슨 명령어를 넣어 둔 거야?"

 

 민희가 찬을 보며 웃더니

 "조금만 기다려 네가 단번에 알 수 있는 모습일 테니."

 

 민희가 여전히 재미있다는 듯이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찬을 봤다.

 

 

 같은 시각 PSWC 3구역 관리자 사무실 안.

 

 모니터에 마켓 모습이 재생되고 있는 영상 여러 개가 보인다. 그중 서너 개에는 찬과 민희의 모습이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영상에는 세 P-휴고가 다른 휴고들 사이에 서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 주변에는 많은 휴고들이 오고 가고 있다.

 

 찬과 민희가 서있는 모습이 정면으로 보이는 화면이 메인 화면처럼 다른 화면보다 조금 더 큰 화면으로 중앙에 자리하고 있다. 지금 영상에서는 찬과 민희가 마치 연애를 하듯이 웃으며 장난을 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사무실 스피커를 통해 두 사람의 대화 소리가 나왔다.

 

 "하하하. 그만 장난쳐. 곧 알 수 있다니까. 이제 시작한다."

 

 "정말 안 가르쳐 줄 거야. 대체 뭔데? 뭐기에 숨겨."

 

 "조금만 참아. 근방 알 수 있다니까. 작동시킨다."

 

 "그래, 보자. 봐. 어떤 모습인지 보면 알겠지. 시작해."

 

 민희가 탭을 손가락으로 터치했다. 잔뜩 기대를 한 찬이 열심히 휴고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냥 보통 때의 휴고처럼 가전제품을 구경하고 다니거나 서서 구경하는 모습들뿐이었다.

 

 찬이 한참을 멍하니 앞을 보고 있다가 민희를 보며 물었다.

 "시작한 거야? 시작했어? 에이, 말소리가 안 들리니 시작된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잖아."

 

 "기다려 봐. 아직은 여기 풋맨들이 없는 모양이네. 있으면 나타나야 하는데."

 

 민희가 갑자기 앞에 있는 상자를 들려고 했다. 그 모습을 본 찬이 상자 위에 있던 탭을 민희에게 주고는 자기가 들었다. 들어서는 팔을 뻗어서 움직여 보기도 하고 머리 위로 들어서 좌우로 흔들어 보기도 했다. 그 사이 민희는 주변을 보기 위해 연신 고개를 앞으로 내밀고 이리저리 살폈다. 그 모습에 찬도 두 팔은 만세를 하듯이 장치를 들고 있으면서 덩달아 머리를 더 높은 곳에서 보기 위해 위로 빼려고 애를 쓰며 주변을 보는 모습이다.

 

 그때 다른 영상에 이상한 행동을 하는 휴고가 나타났다. 그 영상의 휴고는 다리는 구부려 둥근 형태를 만들고 팔은 머리 위로 들어 만세 자세를 하였다. 그리고 좌우로 뒤뚱거리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원숭이 춤 같았다. 곧이어 다른 영상에서도 그와 같은 춤을 추는 휴고가 또 나타났다. 그 휴고 또한 원숭이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외 다른 휴고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단 두 대만이 이상 행동을 했다.

 

 새로운 명령이 있었은 모양이다. 모니터의 영상이 이동식으로 변경되었다. 다른 영상들이 순식간에 중앙의 메인 영상으로 나타나 영상을 보여주고는 이동하는 식으로 교차되어 변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많은 곳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영상에서는 풋맨 행동을 하는 휴고가 보이질 않다가 앞에서 본 두 휴고가 있는 영상에서만 원숭이 춤을 추는 휴고가 보였다. 원숭이 춤을 추는 휴고가 있는 곳에서는 다른 휴고들이 아무 반응도 하질 않고 그냥 그 옆을 자연스럽게 지나쳐갔다. 이상 행동을 하는 휴고에 대하여 별 관심이 없는 모습 같았다. 너무나 태연하게 받아들였다.

 

 마지막으로 나타난 영상은 찬과 민희가 정면으로 보이는 처음 영상이다. 두리번거리던 두 사람의 눈에 이상 행동을 하는 풋맨이 보였던 모양이다. 각자 다른 방향을 손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다 저기. 저기 있다."

 

 "어 저기도 있는데... 저건... 저건. 하하하. 저거였어, 저거. 하하하."

 찬이 이상행동을 하는 휴고를 보더니 크게 웃기 시작했다. 웃는 모습에서 영상이 고정되었다.

 

 

 다시 같은 마켓 안.

 

 춤추는 휴고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너무 재미있다는 듯이 크게 웃던 찬이 민희를 보았다.

 "하하하. 뭐야 저 춤은?

 하하하. 왜 저렇게 만들었어? 원숭이 춤 같은데.

 하하하. 눈에 확 들어오기는 들어온다.

 하하하. 잘 했다."

 

 민희도 연신 웃다가

 "재미있어. 정말 재미만 있는 거야.

  혹시... 혹시 말이야. 혹시, 기억 안 나. 잘 좀 봐. 혹시 기억나는 거 없어. 무슨 춤인지 모르겠어?"

 

 민희의 말에 찬이 뭔 소리야 하는 식으로 어리둥절하여 다시 춤추는 휴고를 봤다.

 "무슨 소리야. 저 춤이 왜에에...

 ...

  가만. 가만있어 봐. 그러니까...

 ...

  그게... 그리고 보니 저 춤이..."

 

 찬이 뭔가를 알았는지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그러다 갑자기 놀란 얼굴을 하고 획 고개를 돌려 민희를 봤다.

 

 "너 기억한 거야. 기억하고 있었어?"

 

 민희가 빙그레 웃었다.

 "그럼 기억하지. 우리 1년째 되던 날 장기자랑 시간에 네가 춘 춤이잖아. 그때 얼마나 귀여웠는데."

 

 "그걸 기억했구나. 그걸 기억했어..."

 

 "그럼 기억하지. 저게 마지막 너의 모습이었... 는데."

 

 "맞다. 그리고 며칠 뒤에 우리 모두 뿔뿔이 헤어졌지. 그때..."

 

 둘은 순간 혼돈 시기 때를 떠올렸다. 그러자 민희가 다급히 말했다.

 "그런데 왜 넌 저 춤 춘거야? 다른 거 없었어?"

 

 "응,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자꾸 나오라고 해서 그냥 나가서 막춤을 춘 게 저거야."

 

 "아! 막춤. 그래도 귀여워."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는 사이 로이가 원숭이 춤을 추는 휴고를 번쩍 들고 그들 앞에 왔다. 들린 채로 휴고는 춤을 추고 있었고, 그들 앞에 세워졌어도 여전히 춤을 추고 있었다. 그 모습에 둘은 재미있다는 듯이 보며 웃었다.

 

 그런데 다른 휴고가 나타나질 않았다. 분명히 두 대였는데 한 대만 앞에 도착하고 다른 한 대는 도착하질 않았다. 그게 이상해 찬이 다른 휴고가 있는 곳을 봤다. 그때 그들 앞쪽에 있다가 다가온 레온을 통해 큐브가 말했다.

 

 "알파입니다. 알파가 풋맨으로 만들어진 휴고입니다."

 

 그 소리에 놀란 찬이 알파가 있는 쪽을 보았다. 그제야 옷을 입은 알파가 우측 중간에 서서 원숭이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시 PSWC 3구역 관리자 사무실 안.

 

 이제는 모니터에 영상이 두 개로 줄어들어 있다. 다른 영상은 다 사라지고 두 개의 화면만 확대된 채 보이고 있다. 하나는 두 사람이 정면으로 보이는 모습의 영상이고, 다른 하나는 알파 휴고가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의 영상이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의 영상에서 찬이 민희에게 하는 말소리가 들렸다.

 "우리 휴고가 풋맨이었어. 난 저기 가볼 테니까 넌 어떻게 할래?"

 

 "난 앞에 있는 휴고 춤 중지시키고 중앙 하드 확인 좀 해야지."

 

 "그럼 큐브, 로이는 여기 남기고 레온이 날 따라와."

 

 큐브가 로이를 통해

 "예, 알겠습니다. 회사에 다른 지원 요청은 없으십니까?"

 

 찬이 순간 로이를 봤다. 그리고 아무 말없이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저었다. 아마도 민희에게 숨긴 채 없다는 표시를 하는 것 같았다.

 

 찬이 고개를 흔들고 나서 민희를 보며 말했다.

 "춤 이제 중단시켜라. 두 대만 해도 충분하지."

 

 "응, 알았어. 충분해."

 

 "정말 확실하게 나타나기는 나타난다. 명령어가 완벽했어. 그런데 저번에 풋맨이던 휴고가 어떻게 우리 시선에서 도망을 쳤지."

 

 "참, 그거 가르쳐준다고 했지.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

  휴고를 풋맨으로 만든 누군가가 그 명령어를 다시 삭제하고 기존의 휴고로 복귀시킨 거야.

  그럼 풋맨에서 일반 휴고가 되는 거야. 어디에도 일반 휴고로 나타나지 풋맨으로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그제야 알았다는 듯이 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식이였구나. 그래서 우리 시야에서 사라진 거야. 우리는 이상 신호를 보내는 풋맨을 찾고 있었으니까."

 

 "그렇지! 그건 그렇고 어서 P-휴고에게 가 봐. 지금은 두 대 모두 작동 중지 상태로 만들었으니 혼자서는 여기 오지도 못 해."

 

 "알았어. 레온 가자."

 찬이 알파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민희는 찬이 알파에게 가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바로 앞에 있는 휴고를 봤다.

 "큐브라고 했지."

 

 정지되어 있는 휴고 뒤의 로이가 대답했다.

 "예, 큐브입니다.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십니까?"

 

 "내가 지금 이 휴고 하드를 잠시 보려고 하거든. 그렇게 되면 다른 시선들이 방해가 될 것 같은데. 여기 이렇게 이 휴고 바로 옆에 서서 가리개가 되어 줄래."

 

 "예, 알겠습니다."

 

 로이가 이동하여 휴고 옆에 바짝 붙어 섰다. 그러자 민희가 들고 있던 탭을 주머니에 넣고는 휴고의 왼쪽 가슴 부위를 버튼을 작동시켰다. 그리고 휴고 가까이 다가가 속삭였다.

 

 "풋맨, 명령이다. 하드 장치를 보여 줘."

 

 민희 명령에 휴고의 왼쪽 가슴에서 커버가 열리더니 안에 있는 하드 장치가 보였다. 민희가 서둘러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탭을 다시 꺼냈다. 탭을 중앙 처리 장치 가까이하자 탭 모니터에 알고리즘 언어가 나타났다.

 

 다른 영상에서는 찬이 알파 앞에 도착하였다. 그는 알파 앞에 도착해서는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함께 도착한 레온이 알파 뒤에 섰다. 바로 들고 갈 수 있을 준비를 했다.

 "알파, 내 말 들려. 알파, 알파. 큐브, 큐브."

 

 레온을 통해 큐브가 말했다.

 "저와도 알파가 연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완전히 통제 밖이라는 소린데. 휴고가 크로우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군."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민희에게 가지고 가서 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알파로 돌려놓아야지."

 

 그렇게 말하고는 고개를 돌려 민희 쪽을 봤다. 그런데 그 순간 찬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뭔가 위험한 것을 본 얼굴이 되었다.

 

 "어어어. 어어어. 위험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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