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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렌 드레야
작가 : 아이스티
작품등록일 : 2018.2.2

고아원에 사는 작은 소녀 렌 드레야. 그녀는 꿈에 그리던 입양을 가지만 그 곳에서 조차 사랑 받지 못 한다. 사랑 받고 싶은 작은 소녀의 성장 이야기.

 
9화
작성일 : 18-02-04 00:09     조회 : 287     추천 : 0     분량 :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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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이익-

 니콜라스 백작 저택의 거대한 문이 열렸다. 먼지로 가득한 어두운 복도를 한 여인이 걸어갔다. 그녀가 계단을 올라가 작은 방 앞에 섰다. 아주 작은, 어두운 방. 루벤의 방.

  “...안녕. 루벤.”

 그 방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하다 못해 작은 침대도, 작은 책상도. 감옥 처럼 어두운 작은 방. 렌은 방의 벽에 기대었다. 당신은 이 곳에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원망? 분노? 좌절? 당신이 보고 싶다. 당신의 아름다운 붉은 눈동자가. 당신의 따스한 손길이. 그녀는 허공에 손을 가져다 댔다. 아프다. 가슴에서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 렌은 한참 동안 그 방안에 머물렀다. 그리고 해가 저물 무렵 그 방을 떠났다. 사람의 온기가 사라진 방 안에는 작은 밀짚으로 된 작은 갈색 인형과 하얀 종이조각만이 남겨져 있었다.

 -사랑 받고 사랑했던 소녀는 이 곳을 떠납니다. 더 이상 소녀로 남지 않기 위해서. 소년인 채로 사라졌고 남자가 되었을 당신을 위해서. 안녕, 루벤-

 종이조각이 바람에 조금 나부꼈다.

 

  기차역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렌과 소피는 손을 잡고 기차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배웅하고 있었다. 눈물을 찍어내는 그들의 모습을 렌은 그저 바라보았다.

  “렌.”

 소피가 멍하니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렌을 불렀다.

  “아무 걱정 마렴. 다 괜찮을 거야.”

  “네, 소피.”

 렌은 빙그레 웃어보였다. 기차는 덜컹거리며 출발하기 시작했다. 마치 제임스와 처음 파란색 대문 집으로 왔을 때처럼. 그 때의 작은 소녀는 여인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름을 다정히 불러 주던 이는 떠났다. 아주 멀리.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배웅하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내 기차는 역을 떠났다. 아주 빨리. 저 멀리 작은 파란색 대문 집이 보였다. 안녕, 안녕. 나의 집.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이제는 멀리 사라져 버린, 다정한 미소를 짓던 노인과 그가 함께 했던 작은 공간. 잘 가요. 안녕.

 

 “여기가 우리 집이란다, 렌.”

 새로운 집은 무척 작고 아담했다. 복합 주택이어서 마당은 없었지만, 햇빛이 잘 들어왔고 창을 열면 수도의 풍경이 잘 보였기에 렌은 이 집이 마음에 들었다. 창을 열자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 왔다. 시골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도에는 사람들이 북적였다. 마차가 지나다니는 소리도 들렸다. 소피가 그 모습을 보고 미소 지었다.

  “렌.”

 소피의 부름에 렌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았다. 소피를 보던 렌의 눈이 점점 커졌다.

  “소피.. 이건..”

 소피는 하얀색 와이셔츠에 갈색 채크 무늬 치마. 그리고 제누아르 아카데미의 표식이 그려져 있는 갈색 자켓을 들고 있었다. 이건..

  “..제누아르 아카데미의 교복이잖아요..”

 제누아르 아카데미의 교복은 제국에서 제일가는 아카데미인 만큼 아주 고가였다.

  “이걸... 언제..”

  “놀래켜 주려고 몰래 주문해 놨단다. 어때? 정말 예쁘지 않니?”

 소피의 얼굴에 미소가 활짝 펴져 있었다. 마치 자신이 더 설렌다는 듯이. 그녀가 교복을 렌의 손에 쥐여 주었다.

  “네. 너무 예뻐요...엄마.”

  “하하, 정말로...뭐?”

 렌의 말에 소피가 눈을 크게 떴다. 소피의 얼굴에 홍조가 떴다.

  “바, 방금.. 뭐라고..”

  “어서 서둘러야겠어요. 엄마. 내일이 입학식이라고요.”

 렌의 아름다운 미소에 소피가 물기를 머금은 눈을 휘며 말했다.

  “그러자꾸나. 내 딸.”

 그래, 조금씩은 나도 달라질 수 있을까. 렌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을 바다보던 다정한 눈빛의 노인이 떠올랐다. 안녕, 제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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