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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찰스네 서점
작가 : 정지민
작품등록일 : 2018.1.12

시장 옆 골목에 위치한 기묘한 공간 찰스네 서점에서 시작되는 초현실적인 일들의 사건들, 쌍명(雙名)을 가진 이현수 형사, 서점주인 이현수(찰스)의 이야기.

 
카톡할 때, ㅇㅇ거리는 건 비호감.
작성일 : 18-02-01 03:24     조회 : 257     추천 : 0     분량 : 4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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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우의 사건 파일을 뒤진다.

 처음 보는 건 아니지만 빠진 게 있는지 다시 확인한다. 포스트잇을 붙여가며 다른 자료들을 뒤져가며 만들어 놓은 것이지만 다시 한 번 더 확인한다. 원래 알고 있던 정보와 지금의 정보가 다른 건 없는지. 약간의 초현실적인 이야기처럼 연우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어쩌면 연우의 죽음도 누구에, 무엇에 의한 소행은 아닐지의 기대를 담으며, 나의 분노를 한 때는 집어삼키던 자료들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한다.

 

 최초 발견자는 가정부.

 병원에서 만난 것으로 아직도 일을 하고 계시는 걸 확인했다. 돈이 오고가서 입을 맞춘 분위기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진즉에 그만뒀을 테니, 내연관계로 인한 연적의 제거라는 생각을 하기엔 어른에게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나이도, 얼굴도 시영의 취향과는 맞지 않았고, 가족들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어머니상이었다.

 

 “전형적인 어머니상이라, 엄마도 없는 내가 얘기하니 웃기군.”

 

 집에 있던 사람은 죽은 연우와 시우뿐, 사인은 지병으로 인한 호흡곤란 그로 인한 질식 쇼크사, 평소 먹던 약이 근처에서 발견되었고, 성분도 혈액 속에 존재 했지만 평소보다 발작이 심했던 것으로 결과가 났다.

 어릴 적부터 그 약을 먹는 모습이 익숙했기 때문에 나도 의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랐다.

 ‘왜 하필 그 때 심했을까? 우연이었을까? 다른 흔적은 없었지만 누군가 분명 어떠한 행동을 했다면 남았을 텐데, 부검은 왜 깔끔할까? 혹시 정말...’

 찰스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며 머리를 두 대 치고는 헛웃음을 뱉고는 다시 자료를 본다.

 2층 시우 방으로 향하는 계단, 그 위에서 하얀 슬립드레스를 입고 하얀 피부가 더 하얗게 변해서는 햇빛을 받은 달처럼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누워있는 연우의 사망 사진.

 

 쿵.

 

 뭔가 울컥하며 가슴을 울려온다.

 

 나만의 상상이었지만, 연우는 죽음을 예측하고, 스스로나 미지의 무언가로부터 듣고, 마지막으로 아들을, 시우를 보기 위해 기어서 2층으로 가기 위해 계단위에 올라서는 숨을 쉴 수 없는, 그 고통 속에서 아들을 보기 위해 그렇게 간절했던 그녀를 다시 또 떠올리며, 눈물이 흘러왔다. 자료실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너무나 자연스럽게 눈물은 흘렀다. 울음이 입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비명이 대신하던 그 때와는 다른 이유로 성숙한, 어쩌면 숙성이 된 좋게 표현하자면 그런 느낌의, 나쁘게 표현하자면 이미 죽은 지나간 짝사랑, 첫사랑을 생각하며 소리 내어 울 정도의 마음은 나에게 여유를 내어 볼 시간도 없이,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개소리를 사실로 만들며 사라졌다. 어른들은 눈물이 줄어든 것을 성숙해졌다고 말하지만 개소리지. 살려고, 세상에 순응한 것이다.

 ‘난 비겁하다.’

 민중이 지팡이니, 정의의 사도니,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경찰이 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살기가 힘들었고, 가진 머리로 급하게 학비 따위는 없는 학비를 구하는 법조차 가르쳐 주는 이도 없는,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이 경찰학원. 하지만 경찰학원도 다닐 수 없었고, 손에 쥐어진 몇 푼의 돈으로 헌 책이 가득한 책방에서 걔 중에서 가장 싼 책으로 공부해서 들어온 경찰직.

 거기서 하필이면 다시 그 집안이랑 엮이며, 다시 시작된 알 수 없는 상하관계가 만들어진 친구 사이.

 세상은 항상 그랬다.

 누가 아래, 위라고 정해주지는 않지만 이미 정해져있는 상하관계, 누구는 줄을 잘서야 한다고 하지만 그런 것보다 탯줄로 스타트를 잘 끊은 사람들, 그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신의 앞에서 그 돈에 의한 부조리가 싫어 도망친 사람에게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그런, 하지만 분명 좋은 순간도 있었다.

 연우가 살아있고, 시영이 나보다 좋지 않은 사람이란 걸 확인 할 때마다, 나름의 우월감은 승리감은 있었다.

 하지만 광속으로 돌아오는 현실과 연우의 위치, 아이의 존재.

 그런 것이 나를 성숙. 아니, 숙성보다 진한 썩음의 경지로 이끌어 갔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럴 때마다 찰스는 나를 도와주었다.

 아무 것도 없는 내 앞에 나타난, 아무 것도 없는 고등학교 동창.

 여전히 이상했고, 이상했다고 느끼던 내 세계가 좁았다는 알려주는 과정에서 본 것만이 아닌 찰스는 깊은 얘기를, 대화를 나와 해주었다.

 민담, 귀담, 설화, 전설, 종교, 예술, 철학, 심리, 인간, 언어 기타 등등.

 그런 모든 것들에 알고 있는 그의 능숙함은 성숙을 넘어 썩은 단계에 도달한 나의 정신을 죽지 못하는 시체의 방향이 아닌, 썩었지만 살아있는 자로 만들었다.

 물론 그런 것 같다는 나의 고백은 없었지만 한 번은 찰스는 말했다.

 

 “그런 상태에서 귀신이 들지 않은 걸 보면 자네 마음도 완전히 죽은 건 아닌가 보이.”

 

 그렇게 나는 삶을 유지하고, 우리는 공생하고 살아가고 있었다.

 분명, 오늘까지도.

 그런 우리와 달랐던, 연우와 시영의 사건을 조사하며 떠오른 생각은 어쩌면 찰스도 나와는 다를지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자신의 서점을 가지고 있는, 나와 같은 입장의 남자.

 과거에 대해서는 묻는 것도, 물으려는 의지조차 생기지 않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 분위기는 그런 세상이 정한 현실적인 기준의 범주에서는 생각도 못할 다름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흔하게 아는 니체의 그 말처럼 나는 찰스라는 심연을 들어보며, 심연이 나를 볼까봐, 묻지 못하는 비겁자일지도 모른다.

 

 “나는 항상 비겁자였으니.”

 

 혼잣말을 중얼 거리고 생각을 정리한다.

 눈꺼풀로 끊어낸 눈물이 무색하게 자료가 젖어있는 것을 보고 옷으로 스윽 닦아본다. 어떤 의미나, 변화를 가져올 것은 아니지만, 연우의 남은 흔적이기 때문에.

 이제는 시영의 자료를 비교해 본다.

 살펴보는 것이 아니라, 비교다. 자세히 시영에 죽음에 대해서는 알기도 싫다.

 불편, 불쾌한 존재이다.

 선천적 부조리를 떠나서, 후천적인 인간으로의 관계나, 첫사랑을 빼앗아간 연적까지 추가되며 최악의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뭐 어쩌겠는가, 난 비겁자인데.

 자료를 나의 최선을 ‘비교’로 정해, 내 기억과 대조해 본다.

 시영은 자주 가던 술집과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신 뒤, 집에서 샤워를 하고 방에서 가운만을 입고, 또 술을 마시다 쓰러진 것 이었다.

 연우처럼 먹던 약이 있던 것도 아니고, 마약을 한 것도 아니고, 그저 자주 마시던 와인과 함께 붉게 물들어 쓰러졌다. 심장마비지만 와인이 쏟아지며, 침대와 바닥의 카펫, 가운과 시영까지 적셔 마치 처음에 봤을 때는 누군가의 장난처럼 보였지만, 사인은 단 하나의 의심을 가질 필요도 없는 급성심근경색의 골든타임을 넘겨 쓰러진 채로 심장마비로 연결된 사망.

 집안에는 역시나 시우뿐이었다.

 차이점은 연우가 죽었을 때, 가정부가 발견한 시우는 울고 있었고 시영이 죽었을 때는 울고 있지 않았다고 한다.

 

 “정말 이 녀석 뭔가 느끼는 건가? 아니면 혹시나 범인을 보거나 죽는 과정을 지켜 본 충격 때문인 건가?”

 시우를 다시 만나봐야겠다고 떠올리지만, 바로 가서는 안 될 일이기에 지난번 병원에서 받은 번호에 문자를 남긴다.

 - 현수입니다. 뵐 수 있을까요?

 

 답은 바로 오지 않는다. 답을 기다리기 보다는 일단 시영의 집을 가보기로 한다. 아니, 연우가 죽은 장소로 출발한다.

 연우의 집이나, 시영의 집은 자주 갔었지만 둘의 결혼한 뒤의 집은 그렇게 자주는 가지 않았다. 은영의 초대나, 시영의 끈질긴 초대로, 가끔 둘의 기념일에 들러리처럼, 천만 영화에는 빠지지 않는 엑스트라처럼, 그들의 행복의 증인으로 함께하는 것 말고는 방문을 하지 않았다. 연우와 시영은 나를 친구 이상, 가족처럼 대해주려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시영은 나에게 다른 속내를 비추면서 나는 더 발걸음을 꺼리기 시작했다. 시우의 출생이 후 더 스스로 시영과 연우에게서 멀어지려 노력했고, 연우가 죽고 시영에게 더 심하게 대했다. 그렇기에 연우의 집은 정확히 둘의 집은 어색하고 불편한 공간이었다.

 경찰서에서 나와서 시영의 집으로 향한다.

 출입통제 라인이 설치되어있지만 지키는 이는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살인 사건도 아니니.

 

 “그래도, 높으신 분들이 관심 많은 사건인데, 안본다고 이런 데는 신경도 안 쓰는 군.”

 

 연우의 사건 때에 가지던 반감처럼, 약간의 구역감을 대신해 투덜거림이 올라온다.

 들어가자 며칠 동안 청소도 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조금 쌓여있다, 시영의 방으로 가자 와인으로 붉게 얼룩진 침대 위 이불이 조금 당겨져 내려와 있고, 시영의 흔적이 카펫 위에 그대로 남아있다. 붉은 무늬가 시영을 뺀 만큼 남아있다.

 시우의 방으로 간다. 당연하지만 시우는 없다. 몇 년 전에 왔을 때는 시우가 태어나기 전이라 그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행복한 가정의 아이의 방이란 것이 이런 느낌일까?

 둘러보던 시선 위에 액자 속 그림 하나가 올려 진다.

 위화감을 느끼지만 예전에 봤던, 어떤 천재 아동의 거대한 고래처럼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검게 한 장을 모두 칠하고, 그 속에 들어난 하나의 눈.

 뭐, 옷장을 열어서 즐비한 아동을 위한 명품들을 보니, 위화감은 싹 사라진다.

 

 “이런 애가 뭐가 아쉬워서, 어디에 문제가 있다면 그 전에 발견했겠지. 연우가 얼마나 사랑했는데.”

 

 ‘아, 부럽다.’

 

 아 젠장, 이제는 모성애에까지 부러움을 느낄 정도라니.

 

 민망한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방에서 나오며 시우와 만날 방법을 떠올려 본다.

 

 “생각 해, 생각 해.”

 

 이내 은지가 저번에 준 번호가 떠오른다.

 전화를 걸며 내려오다, 계단에서 멈칫한다.

 아무 것도 없지만, 무엇이 있었던 그 자리를 문지방을 피하던 어린 시절처럼 피해 내려온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익숙한 여자의 목소리가 반긴다.

 

 “하, 참.”

 

 이내 문자가 온다.

 

 - 수업 중입니다.

 

 “이거, 적은 것도 아니라.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답변 아닌가?”

 

 딸뻘의 아이에게 이런 취급을 당하다니 세상 아버님들의 노고가 어떨지 생각이 들지만, 있지도 않은, 되지도 않을 아버님들의 대한 걱정이라 생각하고 집어치운다.

 

 - 아저씨다.

 

 - 누구?

 

 - 형사 아저씨

 

 - 아 현수 아저씨? 저 수업 중, 나중에 문자할게요. 아니, 톡할게요. 요즘 누가 문자 보내요. 놀랬네. 피싱인줄? 번호 저장했어요.

 

 - ㅇㅇ

 

 - 헐 아저씨 비호감.

 

 - 응? 왜?

 

 - 몰라서 더 문제. 일단 수업. 빠염.

 

 
작가의 말
 

 어머니를 사랑하듯 모음을 사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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