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판타지/SF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작가 : 지나다가
작품등록일 : 2017.10.30
네트레시아 : 이계의 방문자 더보기
이 작품 더보기 첫회보기

격변을 앞둔 네트레시아를 방문하게된 현실의 주인공. 그의 귀환은 이 이상한 세계의 앞날과 밀접하게 연관이 되어 있다. 과연 주인공은 이 이상한 세상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자신에게 주어진 숙제를 해결하고 다시 돌아오는 길을 찾을 수 있을까.

 
46. 구원
작성일 : 18-01-31 10:39     조회 : 264     추천 : 0     분량 : 453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성내에는 먹을 것이 없었다. 예상했던 대로 쿠르즈족들은 성안에 있는 먹을 것을 모조리 가지고 나간 듯 했다. 기사들과 민병들이 그나마 군량이라고 찾아온 것은 아무리 아껴서 먹는다고 해도 일주일도 버티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프린은 성급한 자신의 처신을 후회했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남쪽 성벽 너머의 벌판에는 야만인들이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그들에게는 군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그냥 벌판에서 나뒹굴고 있는 난민의 집단이었다. 개중에는 술판이 벌어져 대낮부터 술을 퍼마시는 무리도 있었고, 아예 따뜻한 양지에 등을 깔고 잠만 자는 무리도 있었으며, 개중에는 병장기를 들고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는 자들도 있었다.

 

 간혹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벌판을 순시하곤 했지만 널브러져 있는 야만인중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보이는 자가 없었다. 하지만 식사시간이 다가와 식량을 보급하는 시점이 되면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몰려갔다. 나눠주는 자와 가져가려는 자가 얽히고설키어 난장판이 벌어지곤 했다. 배급을 하는 자들 또한 식량이 골고루 돌아가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듯 가져온 군량을 손에 잡히는 데로 나눠주고 다시 홀연히 사라지곤 했다.

 

 프린은 그 오합지졸의 무리에게 포위되어 오도 가도 못하고 고립되어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기사들을 앞세워 길을 뚫기에는 그 야만인들의 수는 너무 많았다. 전 군대가 그들에게 돌진한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그 무리에 겹겹이 에워싸여 모두 황천길로 갈 것임이 틀림없었다. 이튿날 정오부터 그 야만인의 무리들은 어떤 포로들을 플로나성 남문 앞으로 끌고 나와 공개처형을 하기 시작했다. 처형되는 사람들의 숫자는 삼십여 명이 넘어갔는데 복색을 보아 모두 플로나의 귀족들로 보였는데, 아마도 미드라스 성채가 함락된 이후 거기에서 끌고 온 자들로 보였다. 그 중에는 성인남자는 물론 여자와 노인, 심지어도 어린 아이들도 있었지만 야만인들은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명씩 질질 끌고 나와 목을 베었다.

 

 그들은 그 처형식을 매우 천천히 진행했기에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처형을 시작한 정오부터 해질 무렵까지 플로나성 남문 앞에는 비명소리, 울음소리,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이 소리는 처형장을 빙 둘러싸고 이 모습을 구경하던 다른 야만인들의 환호소리와 뒤섞여 뭐라 말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비명소리와 높았고 환호소리는 낮았는데 높은 비명소리가 낮은 환호소리를 뚫고 나오다가 비명소리가 그치고 환호소리가 낮아지면 그 뒤로 깊은 울음소리가 물결처럼 치고 나왔다. 성안에 있었던 프린 휘하의 군사들도 고스란히 그 공포를 함께 느끼고 있었다. 일부 무력감에 빠진 기사 중 공포를 못 견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도 있었다.

 

 프린은 가급적 군대를 북쪽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언제 야만인이 총공세를 이어올지 몰라 그러지도 못하고 그 아비규환의 소리들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그 야만인은 프린의 군대가 그 잔인한 광경에 참지 못하고 성문을 열고 뛰쳐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다음날에도 정오가 되자 어김없이 야만인들은 또다시 한 무리의 처형자들을 끌고 왔다. 끌려온 처형자들은 벌판에 목과 몸이 따로 흩어져 있는 전날 처형된 자들의 흔적들을 보자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다.

 

 그 무리 중 익숙한 복색의 한 사람이 눈에 띠어 프린이 자세히 살펴보니 자신을 배신한 플로나의 순찰대 케오리스 더 메츠였다. 그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끌려와 무릎을 꿇고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의 가족들로 보이는 여인과 아이들이 그를 붙잡고 흐느끼고 있었다. 그 울음소리는 처형의식이 계속되면서 점차 잦아들어지고 그 울음소리를 내던 자들은 밤이 되면 어김없이 또 다른 시체가 되어 플로나 남쪽 벌판을 뒹굴었다.

 

 사흘째 되던 날 결국 일이 벌어졌다. 롤스이스트 아르멜 영지의 영주 네드가 자신에게 소속된 여섯 명의 기사들을 이끌고 성문을 열고 뛰쳐나갔다. 아마도 그들은 그 처형의 참혹함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을 것이었다. 완전 무장하고 말을 타고 성문을 바람처럼 빠져나간 그들은 수십 명의 야만인들을 베는 듯싶더니 야만인의 갈고리에 말에서 떨어진 후에는 어김없이 그 처형자들과 운명을 같이 해버렸다. 다행히 남작 헥터가 곧바로 성문을 걸어 닫아 적들의 침입은 없었지만 아무런 대책 없이 성문을 나가면 어떻게 되는 지를 성내의 모든 군사들에게 알려준 꼴이 되었다. 프린은 그 일이 있은 후 각 성문을 방비하는 군사들을 별도로 세워야 했다.

 

 다섯째날 밤에 프린은 홀로 성루에 올랐다. 이제 성안에는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었다. 휘하의 많은 영주들은 야만인들과 싸우다 죽기를 원했고, 민병들은 이 배고픔이 더 지속되면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 더 이상 성안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 프린은 다음날 새벽에 모든 군사들을 모아 성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다짐했다. 더 이상 무고한 플로나의 사람들이 성 밖에서 차례차례 공포에 질려 목이 잘려나가는 것을 프린 또한 지켜만 보고 있을 수 없기도 하였다.

 

 프린은 각 진영의 대표 영주들을 불러 모았다. 십여 명의 영주들이 프린의 곁에 모였다.

 

 - 더 이상 성안에 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결정했소.

 

 프린의 말을 들은 영주 중 누구도 프린의 말에 대꾸하는 자는 없었다. 당연히 성 밖을 나가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 그리고 브리스톨의 에르윈 백작이 플로나 성으로 서신을 전달한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들을 구하기 위해 정예 기사단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자도 없었다.

 

 - 벌써 며칠 전에 내렸어야 하는 결정입니다.

 

 프린의 자조 섞인 말을 듣고 있던 롤스이스트의 영주 헤롤드가 말했다. 그는 야만인의 잔인한 처형식에 분노해 나가싸우자고 항상 프린을 다그쳤던 자였다.

 

 - 어차피 우리가 플로나를 막지 못하면 롤스이스트 또한 바람 앞의 등불이니 여기서 살아나간들 무얼 할 수 있겠습니까.

 

 네드브랜드의 한 기사가 프린을 지지하며 이같이 말했다. 기다리자고 했던 자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들도 더 이상 기다리는 것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공작 전하! 성 밖에서 불길이 올라옵니다.

 

 남쪽 성루에서 망을 보던 민병하나가 쫓아와서 급히 아뢰었다. 모여 있던 영주들이 모두들 놀란 토끼눈이 되었다.

 

 - 브리스톨의 원군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누군가 반가운 목소리로 이야기 했다. 원군이 도착했다면 나가 싸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며칠을 불안과 공포 속에서 기다리던 원군이 도착했던 말에 프린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프린이 옆에 던져두었던 레이피어를 집어 들었다.

 

 - 군사들을 대기시켜주시오. 언제라도 성문을 열고 나갈 수 있게 말이오.

 

 프린은 군령을 영주들에게 전하고 급히 뛰어나가 남쪽 성루에 올랐다. 과연 남쪽의 네트로커스 산맥 쪽에서 시뻘건 화염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그 곳은 숲이나 초원이 있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불길이 일어나기 어려운 장소였다. 특히, 화염과 함께 야만인들의 비명소리는 멀리서 들려오고 있었지만 그가 알고 있는 전쟁의 소리는 아니었다. 프린은 순간적으로 브리스톨에서 온 원군은 절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둠속으로 그 화염을 계속 지켜보았다. 불길은 벌판 가득 넓게 퍼져 있었고 군데군데 폭발하듯이 시뻘건 화염이 공중으로 솟았다. 야만인의 비명소리이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야만인의 적인 것은 분명하였으나 자신들의 아군인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었다.

 

 … 지옥의 악귀인가. 프린은 밤하늘을 가르는 적막한 비명소리와 함께 성 앞으로 다가오는 그것은 마치 지옥의 불길과도 같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불길을 점점 성을 향해 다가왔다. 다가오는 불길과 함께 야만인들의 대 탈주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자기들끼리 머라고 소리치면서 서쪽으로 달아났는데 서로 앞 다투어 가려다 엉키고 넘어지고 밟히고 아수라장이 벌어졌다.

 

 불길이 점점 성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지만 실체는 아직 보이지 않았다. 화염은 성난 파도처럼 벌판을 반복해서 휩쓸고 지나가며 도망가지 못하고 있는 야만인을 태워 죽였다. 온 몸에 불이 붙은 야만인은 땅에 몸을 구르며 불을 끄려고 온갖 짓을 했지만 불은 절대 꺼지지 않았고, 타오르는 자의 생명이 끊어지고 나서야 서서히 사그라졌다. 낮에 플로나의 선민들의 시신으로 가득했던 벌판은 밤이 되자 시뻘건 불길과 함께 새카맣게 타죽은 야만인의 시체들로 덮여갔다.

 

 프린은 그제야 저 멀리서 느릿느릿 걸어오는 사람의 형체를 볼 수 있었다. 단 한명의 사람이었다. 그 자가 걸어오는 방향을 따라 화염의 물결이 벌판을 가르며 요동쳤다. 야만인들은 도망가기에 바빴고, 누구도 그 자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동쪽하늘이 밝아오자 프린은 그 남자의 얼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 자는 브리스톨의 원군도 아니었고 지옥에서 온 악귀도 아니었다. 그 자는 프린도 이미 알고 있는 방문자 제이슨이었다. 글로엔에서 암살자의 칼을 맞고 죽었다는 그 방문자가 다시 살아나와 자신을 구하러 온 것이었다. 프린은 성루를 내려가 출격준비를 마친 영주들에게 말했다.

 

 - 브리스톨에서 방문자를 보내 우리를 구원하였으니 어서 나가서 맞이하라.

 

 프린의 음성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지옥 속에서 얻은 구원 때문인지 그렇게 말한 자신이 생소해서인지는 프린 그 자신도 알지 못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51 50. 에필로그 2018 / 2 / 8 245 0 1747   
50 49. 함락 2018 / 2 / 7 233 0 4413   
49 48. 동문 2018 / 2 / 5 275 0 4193   
48 47. 분노 2018 / 2 / 2 256 0 8944   
47 46. 구원 2018 / 1 / 31 265 0 4534   
46 45. 화공 2018 / 1 / 29 261 0 3604   
45 44. 초조 2018 / 1 / 26 250 0 3618   
44 43. 여정 2018 / 1 / 24 264 0 5767   
43 42. 출정 2018 / 1 / 22 246 0 3443   
42 41. 함정 2018 / 1 / 19 254 0 4806   
41 40. 달의 여신 2018 / 1 / 17 264 0 5255   
40 39. 기다림 2018 / 1 / 15 279 0 5775   
39 38. 유서 2018 / 1 / 12 233 0 4584   
38 37. 침략 2018 / 1 / 9 270 0 6240   
37 36. 죽음 2018 / 1 / 4 277 0 4804   
36 35. 어둠의 왕 2018 / 1 / 2 268 0 4920   
35 34. 반역 2017 / 12 / 29 262 0 4517   
34 33. 격문 2017 / 12 / 26 253 0 4993   
33 32. 지혜의 서 2017 / 12 / 21 252 0 4503   
32 31. 검은 안개 2017 / 12 / 19 257 0 4636   
31 30. 스트렌 마법대학 2017 / 12 / 14 268 0 4153   
30 29. 장례식 2017 / 12 / 12 225 0 3892   
29 28. 배신 2017 / 12 / 6 240 0 5430   
28 27. 왕의 씨 2017 / 12 / 4 246 0 5251   
27 26. 뱀의 길 2017 / 11 / 30 257 0 7169   
26 25. 마르테스 영지 2017 / 11 / 27 247 0 5217   
25 24. 케른 수도원 2017 / 11 / 27 237 0 4668   
24 23. 중재 2017 / 11 / 27 248 0 5616   
23 22. 처형 2017 / 11 / 27 245 0 5243   
22 21. 구출 2017 / 11 / 24 249 0 4233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