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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제4장, 길들여진
작성일 : 18-01-31 01:24     조회 : 290     추천 : 0     분량 : 1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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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4장, 길들여진 여우는 악마보다 잔인하다.

 

 혼돈 시기.

 스스로가 망각을 가동해야 할 만큼 그때는 무서운 때였다.

 4500만 명의 죽음.

 인구 90%의 사망.

 가족과 이웃과 동료의 죽음에도 침묵해야 할 만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간이었다.

 누구도 자기 사람을 지킬 수 없었다.

 오로지 무기력하게 사라져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는 수밖에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무섭고, 부끄럽고, 두려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뇌에서 기억을, 추억을 지워버렸다.

 오로지 머릿속에는 망각이라는 기능만 존재할 뿐 과거를 돌아보는 어느 것도 남겨두려 하질 않았다.

 

 지금 살아있는 자신이 부끄러웠고,

 자기만 살았는 것이 두려웠고,

 자기도 언제 그렇게 될지 몰라 무서웠다.

 그래서 과거를 지웠다.

 과거는 인간의 삶에서 새로운 세상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지름길이다.

 경험이라는 기억이 지름길인 것이다.

 삶에는 항상 과거에 경험한 일이 다시 재 반복되는 일을 맞이하게 된다.

 우리는 그걸 기억하면 학습에 의한 복습이라고 하고,

 기억되지 않으면 마치 데자뷔처럼 여겨 그 일을 처리한 자신을 놀라워한다.

 그게 기억이 우리에게 주는 큰 자산이다.

 경험이라는 자산.

 

 그런데 지금 시대는 기억이 사라져 경험이라는 지름길을, 자산을, 사람들은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이제는 사람이 스스로의 뇌에서 찾아야 할 경험이라는 큰 자산을 A.I에게 일임하고 있다.

 사람은 더 이상 경험이라는 과거가 주는 큰 지름길을 이용하지 않고 옆에 서있는 A.I에게 물어본다.

 이 모든 일의 첫 단초가 시작된 것이 자기 사람을 잃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자기가 보호해야 할 사람.

 자신을 보호해 줄 사람.

 자기와 같이 살아갈 사람.

 그들이 사라지므로 해서 그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마음에 기억을 모두 지웠던 것이다.

 

 그때 모두는 지켜야 할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

 

 * * *

 

 찬이 한 손에는 꽃을 들고 다른 손에는 와인을 들고 문 앞에 서있었다. 잘 차려입은 복장인데 조금은 긴장한 모습니다. 현관 문이 열리자 앞에 서있는 민희가 보였다. 그녀 또한 마치 외출복같이 잘 차려입은 예쁜 옷을 입고 있었다. 찬이 민희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잘 있었어."

 

 "응, 어서 들어와."

 

 찬이 민희에게 꽃을 건네주었다.

 "이거. 여자 친구 집은 처음이라 뭘 가지고 가야 할지 몰라 이걸 가지고 왔어. 그리고 네가 달달한 와인을 좋아하는 것 같아 그때 먹었던 스파클 와인도."

 

 민희가 꽃다발을 받으며 행복해했다.

 "어머. 이런 걸 다 가지고 오고. 고마워. 술은 우리도 맥주를 준비했는데."

 

 민희의 입에서 '우리'라는 말이 나오자 찬은 그들이 왔구나 생각했다.

 "왔어?"

 

 "응! 어서 들어와."

 

 찬이 내심 긴장했는지 현관 안으로 들어와 앞으로 나서려다 말고 주춤했다.

 

 민희가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했다.

 "괜찮아? 걱정할 거 없어. 옛날에 다 본 친구들인데. 보면 기억날 거야."

 

 민희가 앞장서고 찬이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자, 소개할게. 내 남자 친구 유찬."

 

 찬이 민희 옆으로 돌아 앞으로 나서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찬이라고 합니다."

 

 찬이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보고는 소파 앞에서 일어나 있던 두 명 중 설민이 먼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

 '어? 어디서 봤더라. 어디서 본 얼굴인데?'

 

 민희가 재미있다는 듯이 싱글벙글거리며 설민을 봤다.

 

 뒤이어 지현이 찬을 보고는 같은 표정을 지었다.

 "반가워요. 우린 민희 친구... 친구인..."

 '어? 어디서 본 얼굴인데. 어디서 봤더라.'

 

 민희가 찬에게 속닥거렸다.

 "설민이는 아직 기억 안 나는 모양이다."

 

 찬도 작은 소리로

 "아직 안 말했어?"

 

 "응, 오늘 애들 놀라게 만들려고."

 

 그때 설민이 소리쳤다.

 "아, 생각났다. 창동이 도와주신 분이시죠. 칠구역에서."

 

 그와 동시에 지현도 소리쳤다.

 "아! 기억난다. 공원에서 날 부딪치고 도망쳤던 사람. 맞네. 그 사람."

 

 그 말에 동시에 서로를 봤다. 서로가 아는 얼굴이라는 말에 놀란 표정이다.

 

 민희도 지현의 반응에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뭐야. 지현이 너도 이 사람 알아?"

 

 "그럼, 창동이 사고 치던 날 너희들 보러 가다가 부딪쳤던 그 사람이잖아.

  맞죠. 그날 날 부딪치고는 도망쳤던 사람."

 지현이 다급했던지 아예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

 

 찬이 이제야 기억이 나는지 연신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 아! 예. 예. 맞습니다.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어머, 이런 곳에서 다 만나네요. 언제 다시 만나나 벼르고 있었는데."

 

 "그때 많이 안 다치셨죠?

  워낙에 경황이 없던 때라. 그만..."

 

 설민이 소외된 기분이 들었는지 인상을 찡그리며 민희를 보았다.

 "야, 왜 내 이야기는 안 해."

 

 "그건 다 알고 있었어. 이 사람 만난 첫날 너희들 이야기를 하다가 그 사연을 서로 이야기했어."

 

 "뭐야. 그럼 다 알고도 그 사이 아무 말도 안 했던 거야. 요 얌체."

 

 민희가 미소를 지으며 찬을 소파에 안내했다.

 "자, 잘 됐지 뭐.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찬아, 저기 앉아. 서로 다 알았으니."

 

 찬의 옆에 민희가 앉을 사이 설민과 지현은 그를 마치 관찰하듯이 유심히 봤다. 그 눈길에 찬이 고개를 못 들 정도였다.

 

 민희가 친구들을 보며

 "남의 남자 친구를 너무 자세히 본다. 사람 민망하게.

  그래! 누군지 알겠어."

 

 지현이

 "익숙한 얼굴인 것 같은데. 그날 봐서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설민이

 "그렇지. 왠지 익숙한 느낌이야. 우리 민희 어떻게 만났어요?"

 

 찬은 여전히 고개를 바로 들지 못하고 엉거주춤한 모습으로 옆에 있는 민희를 봤다.

 

 민희가 웃으며

 "고개 들어 봐. 뭐가 부끄럽다고. 야, 자세히 봐. 누군지 자세히 봐."

 

 그 말에 찬이 고개를 들어 빙그레 웃으며 두 사람을 똑바로 봤다. 둘은 여전히 찬을 똑바로 보고 있었지만 모르는 모양새다. 민희는 연신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네 사람은 와인을 마시며 밝게 웃고 있다.

 

 "그 찬이 이 찬, 맞아? 너무 달라졌다."

 설민의 표현은 괜찮아졌다는 뉘앙스의 표현이었다.

 

 지현이

 "맞지! 그때는 옷 깔끔하게 차려입은 샌님 같았는데. 이렇게 변했네. 훨씬 괜찮아졌는데."

 

 찬이

 "그걸 다 기억하네. 대답하다."

 

 민희가

 "거 봐. 내가 그랬잖아. 애들 기억할 거라고."

 

 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민이

 "천생연분은 천생연분인 모양이다. 그때도 너희 둘 늘 같이 붙어 다녔잖아. 맞지."

 

 찬이

 "응, 내가 따라다녔지."

 

 지현이

 "맞아. 찬이 따라다녔어. 그때 왜 따라다닌 거야?"

 

 찬이

 "남동생이 따라다니는 걸 보고 누나 같아서. 거기가 무서웠는데 누군가를 누나처럼 따라다니면 안전할 것 같았어."

 

 찬이 남동생 이야기를 하는 순간 설민과 지현이 급작스럽게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특히 지현은 아예 찬의 입을 막을 기세로 일어나려고 했다. 그걸 막은 것이 민희다. 민희가 일어나려는 지현을 잡으며 고개를 가로저어 그러지 말라는 표시를 했다.

 

 아마도 민희에게 예전 동생 이야기는 금기시되는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민희는 처음 찬을 만났을 때부터 그걸 내색하지 않았다. 때로는 자기가 먼저 찬에게 동생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게 그때는 둘의 대화에 필요한 요소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자기 아픔을 참으면서까지.

 

 설민이 어색한 웃음을 웃으며 연신 민희 눈치를 보며 다급히 소리쳤다.

 "어떻게 만났어. 어디서 만난 거야?"

 

 민희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지난번에 이야기했잖아. 우리 구역에 와서 사람 구하던 대원. 그 사람이 찬이야."

 

 둘은 다시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서로를 봤다.

 

 지현이

 "그게 사실이야. 그때는 몰랐잖아. 이런 이야기 없었는데."

 

 민희가

 "그때는 나도 너희들처럼 몰랐지. 그냥 우연히 본 사람으로 생각했지."

 

 설민이

 "우연히 본 사람 좋아하네. 내숭떨기는. 얘가 널 그날 처음 보고는 마음에 들어 두고두고 너 이야기만 했다. 맞지, 지현아!"

 

 지현이 고개를 크게 흔들며

 "응응. 그랬지! 연락처를 받지 못해 아쉬워했다니까. 맹추같이 어릴 적 친군지도 모르고."

 

 둘의 이야기를 들으며 찬이 빙그레 웃으며 민희를 보다가

 "사실 나도 그땐 그걸 모르고 관심만 있어 연락처 못 받은 걸 후회했었는데."

 

 찬의 대답에 두 명이 동시에 야유를 보내듯이 '오우'와 '와우'를 내뱉었다.

 

 민희는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으며 찬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툭 쳤다.

 "자자, 괜한 소리들을 하고 있어. 자, 술잔을 듭시다. 이렇게 다시 만난 친구들을 위해."

 

 지현이

 "좋지."

 

 설민이

 "친구의 남자 친구를 본 기념으로 한 잔씩."

 

 찬이

 "만나서 반갑고 보게 되어 기쁘다. 우리 자주 보자."

 

 네 명은 술을 마시며 밝게 웃었다. 특히 민희와 찬은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해맑게 웃었다. 사랑이 가득한 표정들이었다.

 

 

 거실 분위기가 좀 전과는 달라졌다. 모두가 진지한 얼굴로 민희를 보고 있었다. 민희는 자신과 찬이 무슨 일을 했고, 그 일에 필요한 자료를 친구들에게 부탁했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찬이 연신 두 명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민희가

 "그렇게 해서 이렇게 모인 거야. 먼저 내가 조사한 것부터 말할까?"

 

 설민이

 "아냐. 내가 먼저 할게. 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그 해에는 대통령이 죽지 않았어."

 

 설민이 말에 따르면 한종채 대통령은 3년 뒤인 10살 때 죽었단다. 그해의 가장 큰 이슈는 혼돈 시기로 인한 사회 불안을 수습한다는 목적으로 솔저 휴머노이드인 풋맨을 사회 안전 보호를 위한 안보팀 솔저로 개편했다는 것이다. 대외 국방 담당 풋맨을 국내 사회 안전망 확보를 위한 안보팀 풋맨으로 개편했다고 했다.

 

 설민이

 "우리가 알고 있는 혼돈 시기가 그때가 가장 절정이었어. 뒤에 대통령이 죽을 때까지 최대치로 지속되었고."

 

 그녀의 말에 모두는 한동안 아무 말도 못했다. 혼돈 시기라는 말이 참으로 컸고 무거웠다.

 

 어느 정도 지나 마음들이 진정되자 지현이 말했다.

 "난 솔저 로봇들을 조사했는데. 설민이 말한 그해 군대 개념의 풋맨을 없애는 정책이 추진되었어."

 

 지현의 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 완성 단계가 되면서 새로운 이념과 사상으로 인해 패러다임의 변화로 국지전이나 국가 간 전쟁이 사라져 군대가 필요 없어졌다고 했다. 세상은 더 이상 전쟁을 통한 자원의 확보나 영토의 학대를 통한 국력의 증가나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동력원의 창출이 필요없어진 세상이 되었다. 전쟁과 군대가 사라진 세상이 된 것이다.

 

 이때부터는 A.I와 로봇을 통해 무한히 생산되는 자원을 어떻게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고 고르게 분배할 수 있느냐가 전쟁보다 더 큰 화두였다. 인간 노동력이 아닌 곳에서 생산되는 자원을 어떻게 분배를 하느냐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현은 말하지 않았지만 이 땅에 혼돈 시기가 존재했던 이유도 이 분배의 패러다임이 만들어낸 살물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했다.

 

 "그래서 군대는 소수 특수 부대만 남기고 다 없어졌어. 테러 같은 것을 막는 부대만 남겼데.

  그런데 좀 이상해."

 

 찬이

 "뭐가?"

 

 "내가 조사한 봐에 따르면 풋맨을 그때 재활용하지 않고 완전히 파쇄한다고 보도가 되어 있었는데.

  설민이 말은 다르네. 없앤 게 아니라 경찰처럼 만들었다는 거잖아. 맞지?"

 

 설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응, 맞아. 무슨 안보팀 어쩌고 하는 것으로 만들었데."

 

 안보팀이라는 말에 찬은 어제 민희가 크로우에서 찾은 PSWC 소속이 안보팀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민희가 놀란 눈으로 지현을 보며

 "그럼 우리가 본 풋맨들은 그때 은밀하게 다른 형태로 재생된 풋맨인 거네."

 

 지현이

 "그건 나도 모르겠어. 분명히 방송 보도 영상을 보면 풋맨들을 분쇄기로 파쇄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니까. 못 믿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엔디알로 그 영상 보여줄 수 있어."

 

 찬이

 "아니 됐어. 믿어. 민희 너는?"

 

 민희가

 "응, 나도 믿어. 어제 우리가 본 하드 안에도 그 비슷한 말이 들어있었잖아.

  안보팀 하는 소속.

 ...

  그럼 이제 내 이야기할까.

  난 하드 소스를 조사했는데. 아주 재미있는 걸 발견했어."

 

 지현이

 "그게 뭔데?"

 

 "풋맨이라 그랬는지 아니면 군대라는 특수한 조직이라 그랬는지 모르지만 명령문이 좀 특이했어.

  그게 뭐냐 하면.

  나 유민태가 명령한다. 풋맨은..."

 

 그때 민희의 말에 찬도 따라 말했다. 그로 인해 두 사람의 말이 동시에 같은 이야기를 같이 했다.

 

 "나 유민태가 명령한다. 풋맨은 내 명령에 따라 지금 시행 명령을 수행하라. 나 유민태의 명령이다."

 

 둘이 동시에 같은 말을 하자 지현과 설민이 무슨 일인가 싶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말을 하던 민희도 조금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찬을 봤다.

 

 민희가 말을 다 끝내고 나서 물었다.

 "넌 그걸 어떻게 알아? 난 휴고 속에 있는 말을 읽은 건데. 겨우 찾아낸 사실인데."

 

 "나도 어제 우연히 알게 되었어. 이게 그 열쇠가 맞는지 아닌지 몰랐는데. 네 말을 듣고 나서야 알았어. 열쇠라는 사실을."

 

 찬은 출처가 어딘지 말하지는 않았다. 아직은 그것까지 말할 수가 없었다. 비밀스럽고 은밀한 자신의 직업과도 관련이 있었고, 타인이 아니라 자기 할아버지 이야기라 더더욱 조심스러웠다. 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숨겨야 할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모습으로 보면 여자 친구인 민희부터 다른 두 명도 그 사실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설민이

 "뭐야. 그럼 이 명령문을 휴고에게 입력시키면 휴고가 자살을 유도하는 나쁜 휴고가 되는 거야."

 

 민희와 찬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지현이

 "그런데 여기서 유민태는 누구야?"

 

 할아버지 이름이 나오자 찬은 속으로 사뭇 놀라 자기도 모르게 지현에게로 고개가 급하게 돌아갔다.

 

 민희가 그 이름을 기다라고 있었다는 듯이 반가워하며 대답했다.

 "그건 내가 조사를 했는데. 전혀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야. 완전히 비밀에 가려진 인물이야.

  그런데..."

 

 민희가 말을 이어가려는 찰나에 설민이 모르고 불쑥 나섰다.

 "그럼 그걸로 나쁜 휴고를 막으면 되겠네."

 

 민희가 그 순간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

 ...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말은 명령을 수행하는 실행 명령문에 불과해.

 ...

  가장 중요한 하나가 빠졌어."

 

 지현이

 "그게 뭔데?"

 

 설민이

 "그거 혹시 네가 찾고 있다는 유민태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는 거야?"

 

 민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관련이 있어.

  이 실행 명령문을 휴고에게 입력시키려면 먼저 휴고를 예전 풋맨으로 변환시키는 또 다른 암호나 키가 필요해.

 ...

  암호나 키가 필요한데 난 찾지 못했어.

 ...

  휴고에서 풋맨으로 변환이 되어야만 이 명령문의 입력이 가능해."

 

 민희가 찾아내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는 듯이 마지막에는 풀죽은 소리로 말했다.

 

 민희가 말하는 사이에 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행동은 민희의 말이 맞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할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일을 떠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할아버지와의 마지막 순간에 그분이 하려고 했던 말을 떠올려 보았다. 그 집 휴고들로 인해 소리는 내질 못했지만 연신 입을 뻥긋거리며 뭐라고 말하려고 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아! 그거구나. 할아버지가 나에게 하려건 말씀이. 민희가 말한 암호나 키다. 할아버지는 그걸 말씀하시려다 크로우에 막혀 방에 들어간 거구나. 제길. 제기랄. 그때 들었어야 하는데. 이런 바보.'

 

 지현이

 "그럼 유민태란 사람을 꼭 찾아야겠네."

 

 설민이

 "혹시 그 사람이 이번 일 일으킨 사람 아닐까? 생각해봐. 그 사람밖에 모르는 암호 일거 아냐."

 

 그때 찬이 불쑥 대답했다.

 "아냐. 그분이 그런 거 아냐. 다른 세력이 한 짓이야. 그분은 지금 그럴 수 없어."

 

 그 말에 모두의 시선이 찬에게로 쏠렸다.

 

 "그분은. 그분은... 우리 할아버지야. 유찬, 유민태."

 

 결국 찬은 자기 입으로 할아버지 유민태의 존재를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세 명은 모두 놀라 찬을 봤다.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의 대상이 자기 앞에 있는 찬의 할아버지 이야기였다니. 믿기지 않는 말이었다. 그중 가장 놀란 사람은 민희다. 그녀 입장에서 유민태라는 인물은 그저 단순한 한 사람의 인물이나 찬의 할아버지로 끝날 인물이 아니었다. 지금에 일어나는 이 모든 현상과 문제를 다 만들었고 해결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람이었다.

 

 민희는 놀라 속으로 외쳤다.

 '맙소사. 찬이 할아버지라고. 내가 찾던 유민태라는 사람이 찬이 할아버지야.'

 

 찬은 모두에게 바로 말하지 않아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우리 할아버지는 어떤 회사를 만든 초대 국장이셨어. 그분은..."

 

 그는 그가 알고 있는 할아버지 유민태가 어떤 사람이라는 사실을 그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 말속에서도 PSWC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한다는 사실은 발설하지 않았다. 단지 혼돈 시기에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 곳이라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그에 비해 할아버지가 그 회사의 초대 국장이며 모든 일을 다 했다는 사실은 그대로 이야기했다.

 

 "아마도 우리 할아버지가 풋맨을 안보팀이라는 것으로 만드셨던 모양이야. 그래서 명령문 자체에 자신의 이름을 넣으긴 것 같아."

 

 민희가 찬의 이야기를 듣고

 "맙소사. 바로 앞에 열쇠가 있었네. 그걸 모르고 밤새 찾았는데."

 

 "미안."

 

 그녀는 찬에게 속삭이듯이

 "어제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어제는 확인이 필요해 섣불리 대답을 못했어. 미안."

 

 설민은

 "그럼 방금 같이 말한 명령어가 할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거야?"

 

 "응, 맞아. 어제 할아버지에게서 들었어."

 

 지현은

 "다른 이야기 안 하셨어. 민희가 찾는 암호나 키는?"

 

 찬이 고개를 저으며

 "없었어."

 

 민희가

 "그럼 할아버지에게 다시 찾아가 물어봐. 명령문을 실행할 암호나 키가 뭔지."

 

 찬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안 돼!"

 

 지현이

 "왜?"

 

 "사실 어제 할아버지 집에서 쫓겨났어."

 

 찬의 말에 세 명이 다시 놀랐다. 그래서 서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쫓겨났다는데?"

 

 "무슨 일 있었나?"

 

 "왜?"

 

 찬은 신경도 쓰질 않고

 "내 예상이 맞는다면...

  지금 할아버지는 휴고를 자살 도구로 이용하는 누군가에게 감금이 된 상태고.

  그런 할아버지를 감금한 것은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들이야.

 ...

  그 집에 휴고가 세 대 있는데 모두가 내 말을 안 들어.

  사실 지금 우리 할아버지 조금 위험한 처지에 빠져있어."

 

 민희가

 "어서 시청 에이아이 관리 담당에게 신고해. 그럼 바로 교체해 주는데."

 

 "해 봤는데. 정상이래. 교체할 수 없데.

  그런데 난 그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휴고들이 막아서."

 

 지현이 화가 난 듯이

 "뭐야? 뭐 그런 휴고가 있어. 사람을 막다니. 그럼 법 집행부에 신고를 해. 로봇이 반란을 했다고."

 

 "안 돼. 해봤는데 그렇지 않데. 휴고가 잘 작동되고 있데. 할아버지 신고도 없고."

 

 설민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그럼 찬이 할아버지는 어떻게."

 

 "나도 밤새 생각해 봤는데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민희야."

 

 민희가 놀라며

 "그게 무슨 소리야?"

 

 지현도

 "그래. 왜 민희야?"

 

 "민희가 프로그램을 완전히 해독해서 자살을 유도하는 휴고를 정지시킬 수만 있다면.

 ...

  그걸로 우리 할아버지를 구할 수 있어."

 

 설민이

 "아! 맞네. 그 방법뿐이네."

 

 민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아! 그렇구나. 그런데 어쩌지 난 아직도 명령문을 실행시킬 암호나 키가 없는데."

 

 지현이

 "찬아, 잘 생각해 봐. 할아버지 그때 또 다른 이야기한 것 없는지."

 

 찬이 고민하며 말했다.

 "그때 무슨 말씀을 하셨나 하면..."

 

 옆에 있던 민희가 말을 하려는 찬을 툭 치고는 대뜸 고개를 숙여 그의 왼 손목에다가 소리쳤다.

 "알티에프, 아니다. 찬아, 이름이 뭐라고 했지."

 

 "마틴."

 

 "그래! 마틴, 어제 할아버지와 찬이 대화 내용 재생해 줘."

 

 그녀의 말에 찬과 설민이, 지현이 몰랐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마틴이

 "이 집 엔디알 일레븐 스피커로 틀어드릴까요?"

 

 지현이 기뻐하며

 "그럼 좋지. 그렇게 해."

 

 민희가

 "이브, 찬이 마틴이 전송해주는 음성 파일 재생해 줘."

 

 이브가 중후한 여성 목소리로

 "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스피커를 통해 어제 할아버지 집에서 찬과 할아버지 유민태가 나누었던 대화 내용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대화 내용을 들으며 찬이 작은 소리로 민희에게 말했다.

 "이걸 어떻게 생각했어?"

 

 "당연하잖아. 주인의 일상 기록을 모두 기억하는 게 개인 에이아이 시스템 일인데. 그래서 이젠 누구도 과거를 굳이 기억하지 않아. 부르면 바로 나오니까."

 

 둘의 이야기에 진지하게 듣고 있던 설민이 조용하라는 신호를 주며

 "쉬, 쉬. 나중에 이야기해."

 

 그렇게 해서 네 명은 열심히 재생되는 대화 내용을 들었다.

 

 

 한참 뒤 재생이 끝이 났다. 처음으로 나온 말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휴고 이야기였다. 그들에게는 찬의 말을 듣지 않는 휴고들이 더 놀라웠다. 특히 무기력하게 집에서 쫓겨나야 했던 찬의 다급한 말을 들으며 그들고 그제는 할아버지 걱정을 했다.

 

 설민이

 "찬이 말이 맞네. 전혀 말을 안 들어."

 

 민희도

 "그러게?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저러면 절대 안 되는데."

 

 찬이

 "나는 처음에는 단순하게 나와 할아버지의 만남을 방해하려고 하나 했어. 그런데 집 밖으로 끌어내는 것을 보고는 이건 아니다 싶었지. 일반 휴고가 아니라고 생각했어."

 

 지현이

 "이건 그런 걸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반란인데. 반란.

  당장 이 파일 들고 시청에 다시 신고해."

 

 민희가

 "안 될 거야.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한 번 안 된다고 하면 다시 재 반복이 힘들어."

 

 찬이

 "맞아. 사실은 나도 이 음성 재 편집해서 오늘 아침에 시청에 신고도 했어. 그런데 안 된데. 무슨 이유인지도 말하지 않고."

 

 설민이 놀라며

 "민희, 넌 어떻게 알았어."

 

 "잘 들어보니까 그 집 휴고가 예사 휴고가 아냐. 우리가 아는 풋맨인 것 같아. 그래서 찬에게 대하는 태도와 시청 엠피아이 세븐에 대하는 태도가 다른 것 같았어. 내 예상이 맞았네."

 

 지현이

 "와! 그럼 에이아이가 에이아이를 속이는 거잖아. 대박이다. 대박."

 

 설민이

 "에이아이가 에이아이에게 주인을 죽게 자살을 유도하는 시대에 이걸 가지고 뭘. 세상이 이상해 지려고 해."

 

 지현이

 "아 그렇기도 하네."

 

 민희가 찬을 보며

 "혹시 할아버지가 휴고를 제어하시지는 않았어?

  할아버지가 직접 그만하라고 하시거나 중단하라고 하시지는 않았어?

  주인의 말에는 다른 반응을 보일 수도 있는데."

 

 찬이 고개를 저으며

 "너희도 들어 봤잖아. 없었어. 단지 나 보고 그냥 집에 돌아가라는 이야기만 하셨어. 나를 막아선 휴고 말고 다른 휴고에 의해 안겨 방에 갈 때까지 아무 말씀도 하시지 않았다."

 

 설민이

 "우리 다시 한 번 들어보자.

  이브! 다시 재생해 줘."

 

 스피커를 통해 찬과 할아버지 이야기가 재생되기 시작했다.

 

 한참 진행되고 있을 때 민희가 뭔가를 찾았는지 갑자기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잠깐, 정지. 정지해."

 

 지현이 놀라 민희를 올려다 보며

 "왜?"

 

 "방금 할아버지가 한 말씀이 뭐지?

  생소한 단어를 말씀하셨잖아."

 

 설민이

 "뭐?

  상명하복."

 

 민희가 설민을 보며 기뻐하며

 "응응, 그거. 그거. 상명하복."

 

 찬이

 "할아버지가 나 보고 가라고 하시면서 한 말인데."

 

 지현이

 "이브, 상명하복의 뜻이 뭐야?"

 

 이브가 바로 상명하복의 뜻을 인터넷에서 찾아 말하기 시작했다.

 

 뜻을 듣고 난 민희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는지 대뜸 명령했다.

 "이브, 어제 보던 프로그램 꺼내 봐."

 

 그녀의 말과 행동에 모두는 긴장하여 아무도 말을 걸지 않았다. 그저 지켜보고기만 했다.

 

 모니터에 어제 가지고 온 프로그램이 나타났다.

 

 "거기에 이 상명하복이란 말 넣어 봐."

 

 그 말에 모두가 다시 긴장하여 그제는 모니터를 봤다.

 

 "죄송합니다. 안 됩니다."

 

 그 말에 민희도 실망한 표정을 지었고 지현과 설민도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모두가 자기들이 잘못 생각했나 하였다.

 

 그때 찬이 뭔가 알았는지 바로 말했다.

 "그럼 할아버지 목소리로 넣어 봐. 음성 신호로."

 

 지현이 놀라워하며

 "그거 좋다. 그럴 수도 있겠다."

 

 그 순간 모니터의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명령 허가되었습니다.

  명령문을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유민태님,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 소리에 모두는 소파에서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됐다. 됐어. 찾았어."

 

 "와아. 저거다. 저거."

 

 "찾았네. 찾았어. 저거 네. 저거."

 

 "와아. 성공. 성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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