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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WIND, 너를 부르는 소리
작가 : 파샾
작품등록일 : 2016.9.8

열여덟, 순수했던 우리들의 달콤쌉싸름한 첫 사랑. 순정만화 느낌의 사랑 이야기.

 
01. 또 보자, 예쁜이
작성일 : 16-09-08 23:35     조회 : 437     추천 : 1     분량 : 5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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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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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물이 빠질 무렵의 비는 유난히 상쾌하다. 새벽부터 내리던 비엔 싱그러움이 섞여 있었다. 유리창을 치는 물방울 소리에 지윤도 잠이 깨진다. 내리는 비가 기뻐 지윤은 일어나자마자 곧장 창을 열었다.

 

 

 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봄자락을 깊게 들이마셨다. 지나고 있는 봄에 섞여 때 이른 여름향도 난다. 작은 손으로 노크를 하듯 내리는 봄비가 반가워 지윤은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아파트 현관 앞에 서서 올려다 본 구름에선 남은 봄을 떨구듯 꽤 굵은 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커다란 빗방울이 우산을 치며 내는 투두툭- 소리가 왠지 모르게 지윤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학교에 빠르게 갈 수 있는 길이 있음에도 지윤은 공원을 지나 먼 길로 돌았다. 오늘은 발끝으로 튀어 오르는 물방울도 나쁘지 않다. 정말로 이상할 정도로 기분 좋은 아침이다.

 

 

 이유 없이 신이 난 걸음은 어느새 학교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제 이 앞의 골목을 지나면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이 나올 것이다. 오를 때마다 다리도 아프고 숨이 차기도 해 짜증스럽기만 하던 길도 오늘은 가뿐히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다.

 

 

 학교 교문까지 약 5분 정도 걸어야 하는 언덕길 양옆으론 벚나무가 쭉 늘어서 있다. 4월도 막바지에 달한 지금, 한참 피어있던 벚꽃들은 모두 지고 여린 향기가 날 것 같은 연초록 잎이 가득하다.

 

 

 비를 맞고 있는 벚나무들은 꼭 소란스럽지 않은 여름의 예고편 같다. 그 모습이 보고 싶어 지윤은 일부러 평소보다 이른 등교를 하고 있었다.

 

 

 곧 만날 풍경에 대한 기대감이 실려선지 걸음은 경쾌하기만 했다. 가벼운 허밍과 함께 들떠 있던 발은 모퉁이를 돌자마자 길을 막고 있는 반짝이는 커다란 물체를 만났다. 멈춰야 된다 생각을 했지만 이미 늦었다. 생각도 못한 장애물이 너무 갑작스러워 지윤은 걷던 그대로 몸을 쾅- 하고 부딪치고 말았다.

 

 

 뭐야, 이 좁은 골목에 누가 이런 걸 세워둔 거야. 딱 봐도 엄청나 보이는 은색의 커다란 오토바이가 골목을 가로로 막고 서 있다. 부딪친 반동으로 넘어진 몸을 일으키며 지윤은 짜증이 났다.

 

 

 땅에 닿은 교복 치마에 흙물이 잔뜩 묻어 버려 아침의 산뜻했던 기분도 엉망이 되고 말았다. 뭐야 진짜. 인상을 잔뜩 쓰고 교복을 탁탁 털고 있는 지윤의 앞에 갑자기 쓱, 하고 검은 그림자가 생긴다.

 

 

 오토바이 주인이 나타난 것 같아 구겨진 표정 그대로 고개를 들다 지윤은 순간 깜짝 놀란다. 무심하게 눈을 맞춰오는 같은 교복을 입은 소년을 보고 치마를 털던 손도 느려진다. 헐, 한이준이잖아.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아는 학교의 유명인사가 갑자기 나타나자 지윤의 눈이 댕그래진다.

 

 

 오토바이 탄다는 소문이 진짜였나 보네. 분명이 교칙에 오토바이는 금지였-. 하긴, 소문대로라면 한이준이 그걸 지키는 게 더 이상하긴 할 것 같다. 느닷없는 이준의 등장에 놀라 지윤은 이렇게 골목을 막으면 안 된다고, 뭐라 하려던 말까지 속에서 그대로 멈춰 버린다.

 

 

 가만히 마주하고 있는 시선으로 이준의 눈이 들어왔다. 지윤은 순간 이준의 눈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납다는 소문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크고 예쁜 눈이다. 안으로 난 진한 쌍꺼풀 덕에 눈만 보면 오히려 조금 순해 보일 정도다.

 

 

 또래에 비해 키도 크고 전체적으로 골격도 큰 탓에 한이준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이렇게 눈을 마주하고 보니 알음알음으로 듣던 것과는 영 다른 사람 같았다.

 

 

 엄마가 늘 사람이 눈까지 꾸며내기는 어렵다고 했는데. 지윤이 느끼기에 이준의 눈은 선한 빛을 담고 있었다. 한이준을 둘러싼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은 적도 없지만 이렇게 만나고 보니 아무래도 소문대로는 정말 아닐 것 같았다.

 

 

 생각에 빠져 느리게 움직이는 지윤의 손끝으로 아무런 표정 없이 보고만 있던 이준의 시선이 닿는다. 마주하고 있지 않았다면 눈을 돌리는지도 몰랐을 만큼 짧은 움직임 뒤에, 이준이 바이크의 수납공간을 열어 티슈를 건넨다. 큰 눈을 껌뻑이며 조금 당황해 하던 지윤은 넘겨주는 티슈를 받아 털던 치맛자락을 다시 말리기 시작했다.

 

 

 "근데 너, 사람 다니는 골목에 오토바이를 이렇게 세워두면 어떡해. 너 땜에 넘어졌잖아. 치마도 다 젖고."

 

 

 꽤 엄청난 소문들 속 주인공의 뜬금없는 등장에 잠시 당황했던 지윤은 닦으라는 듯 휴지가 건네지자 긴장이 풀리며 쌓여 있는 말을 쏟아내게 된다.

 

 

 “이렇게 길이 꺾이는 부분에 세워두면 보이지가 않잖아. 초등학교 애들이 뛰어오다 크게 부딪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래. 이런 거 아무데나 주차하면 안 되는 거 몰라?”

 

 

 치마를 적신 빗물을 마른 티슈로 꾹꾹 눌러 없애면서 짜증이 섞인 말이 또랑또랑 이어졌다. 아까부터 한 순간도 지윤에게서 시선이 떨어지지 않고 있던 이준은 계속되는 잔소리에 갑자기 픽- 하고 웃는다.

 

 

 "너, 이름이 뭐냐."

 

 

 그 말에 지윤은 손이 완전히 멈춰버렸다. 뭐야, 얘. 지금 이 휴지 몇 장으로 잘못 인정, 사과 끝? 사실 지윤은 이준이 말도 없이 보고만 있기에 젖은 치마 따윈 신경도 쓰지 않는 줄 알았다.

 

 

 그냥 가버릴 줄 알았던 이준이 의외로 휴지를 건네자 지윤은 역시 소문은 믿을 게 못 되는 것 같단 생각을 하며 제대로 된 사과를 기대했다. 그런데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해도 그 비슷한 제스처는 보일 줄 알았던 이준은 잘못을 지적하는 말에도 입술을 올려 빙글빙글 웃기만 한다.

 

 

 “이름. 너 이름이 뭐냐고.”

 

 

 정작 해야 하는 말은 하지 않고 생뚱맞은 질문만 계속 던진다. 답을 하라는 듯 보는 시선에 지윤은 안 그래도 짜증이 나 있던 속이 발칵 뒤집혀 버린다. 뭐야 이건 진짜.

 

 

 지윤이 이준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미간을 확 찌푸리며, 뭐 이런 게 다 있냐는 눈빛만 건넸다. 그 표정에도 이준은 피식 웃으며 귀엽네, 혼잣말 같은 말을 흘린다.

 

 

 지윤의 눈빛이 조금 더 매워지자 이준도 굳이 더는 알고 싶지 않다는 듯 어깨를 가볍게 으쓱한다. 오토바이를 길이 난 방향으로 돌리곤 시동을 건다. 바이크에 타 그대로 출발할 듯 핸들을 돌리던 이준이 갑자기 몸을 뒤로 휙- 젖힌다.

 

 

 노려보고 있던 지윤의 교복 니트 아래 작은 주머니로 커다란 손이 닿았다. 삐뚤하게 튀어나와 있는 명찰을 막을 새도 없이 채가서는 이름을 확인한다.

 

 

 “흐음-. 송, 지, 윤.”

 

 

 갑자기 일어난 일에 멍해졌던 지윤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읽히는 이름을 듣고 다시 이마에 주름을 만든다. 돌려 달라 내민 손을 보고도 이준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싱글 웃기만 한다. 도로 가져가려 다가오는 손을 피해 이름이 적힌 플라스틱 조각을 비가 내리는 하늘로 올린다.

 

 

 잡고 있던 우산에 시야를 가려 지윤은 반응이 조금 더딜 수밖에 없었다. 우산을 뒤로 하고 지윤이 얼굴에 닿는 작은 빗방울을 피하며 위로 톡 뛰었지만 이준이 한 발 빨랐다. 허공에 떠 있는 명찰을 재빠르게 잡고는 이준이 다시 핸들을 요란스럽게 돌린다.

 

 

 "뭐, 니 이름 아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었던 것 같다. 또 보자, 예쁜이."

 

 

 앞으로 껑충 달려 나가 거리를 벌이고서는 뒤를 돌아 씨익- 크게 웃으며 인사 같은 말을 한다. 탁 트인 것처럼 활짝 웃는 그 웃음에 지윤은 순간적으로 시선을 빼앗겨 버린다. 기쁜 듯 시원하게 웃는 웃음에서 천진난만한 소년스러움이 묻어난다.

 

 

 순진해 보이기도 한 그 미소는 지윤을 조금 더 지켜보다 요란한 모터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지윤도 은색의 반짝임이 골목 저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눈만 깜빡이며 서 있었다.

 

 

 “..뭐야, 잰. 완전 황당해. 어이없어..”

 

 

 예쁜이가 뭐야, 오그라들게-. 소음의 잔상 속에서 깨어난 지윤이 들을 사람이 없는 타박을 드문드문 뱉는다. 다시 학교를 향하는 걸음이 어쩐지 박자가 어긋나는 느낌이다. 아까 본 그 웃음이 머리에 붙어버린 것처럼 생각이나 지윤은 자꾸만 멍해졌다.

 

 

 새벽 내 걷길 바랐던 길을 오르면서도 여름을 향하는 나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머릿속에서 맴도는 모습을 없애 버리려는 듯 걷는 내내 지윤의 머리가 작게작게 옆으로 흔들린다. 밤새 내리던 비가 어느새 그쳐 샹그러운 바람이 등 뒤를 어르며 지나갔지만, 어깨에 기댄 연노랑 파스텔 톤 우산은 접힐 줄을 몰랐다.

 

 

 ***

 

 

 텅 빈 교실로 들어가던 지윤은 우산이 문에 걸려 통, 발이 뒤로 이끌리고서야 정신이 돌아온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괜스레 드는 민망함에 우산을 접는 손이 급해진다. 탁탁, 흔드는 손에 맞춰 떨어지는 물방울에 복도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닿는다.

 

 

 그 반짝임에 지윤은 또 다시 멍해진다. 시원스러웠던 웃음이 옆으로 튀는 방울에 맞춰 자꾸만 떠올라 지윤이 머리를 크게 한 번 흔들고는 급하게 정리를 마무리 한다.

 

 

 아무도 없는 아침 교실은 비에 젖은 나무 냄새가 눅눅하게 퍼져 있다. 환기를 시키기 위해 1분단 쪽으로 난 창문을 열던 지윤의 눈에 운동장을 걸어오는 사람이 보였다. 두근-. 어느새 개어 버린 하늘 탓에 진청색 우산을 접어들고 오는 사람을 보고 지윤의 심장이 처음 듣는 소리를 낸다.

 

 

 나보다 먼저 갔는데, 그것도 오토바이를 타고. 근데 왜 이제야-. 창을 열던 손은 목적을 잊은 듯 틀 위에 놓여만 있다. 물이 찬 흙을 느긋하게 밟으며 이준은 싱글 웃음을 띤 채 손에 든 걸 톡톡 위로 던졌다 잡았다 하고 있다.

 

 

 보고 있는 시선을 느꼈는지 이준의 눈이 위를 향한다. 의식도 하지 못하고 보고만 있던 지윤은 갑자기 고개를 드는 이준 때문에 깜짝 놀랐다. 여전히 기분이 좋아 보이는 그 웃음을 피해 지윤은 후다닥, 옆으로 숨게 된다.

 

 

 갑자기 만날 뻔한 시선 탓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벽에 붙은 초침소리가 지윤을 놀리듯 요란스레 귀에 울린다. 흰 커튼에 붙어 있던 지윤은 삼십을 세고도 남을 법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살짝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헐-.”

 

 

 다시 급하게 숨는 지윤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놀란 소리가 뛰쳐나왔다. 빼꼼 내민 얼굴이 이준과 만나 버린 것만 같았다. 당연히 갔을 거라 생각했는데. 누군가를 기다리듯 이준은 올리고 있던 시선을 여전히 떨어뜨리지 않고 있었다. 당황스러움에 지윤은 다시 흰 천 사이로 숨어버렸다.

 

 

 커튼에 잠긴 지윤은 다시 고개를 내밀어 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쿵쿵-. 고요한 교실 안을 심장이 요란스레 뛰어다니는 것 같다. 전혀 진정이 되지도 않고 이유도 알 수 없는 이 두근거림 때문에 지윤은 계속해서 심호흡만 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위로 높게 뜨는 플라스틱 조각이 듬성듬성 난 물웅덩이에 비친다. 어느새 맑아진 하늘 위로 이준의 손에서 벗어나 이름이 설렘 가득한 봄 햇살이 닿아 반짝, 빛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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