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을 돌려, 볼품없이 넘어진 검문관을 바라보던 소유가 도로 베타, 그리고 베타의 공격을 신중하게 막아 내는 유렌 카스테야를 바라보았다.
"그래? 그럼 우리가 먼저 가도 상관은 없다 이거지?"
넋이 나간 얼굴로 자신의 주인을 훔쳐보는 검문관을 대충 아무렇게나 붙잡아 한쪽 구석으로 던져 버린 알파가 곧장 입을 열었다.
"특별한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렇습니다."
캉! 캉!
서서히 베타의 움직임에 익숙해진 모양인지, 유렌 카스테야는 아까보다 한결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자신의 급소 여기저기를 목표로 날아오는 베타의 검을 모조리 튕겨 내었다. 동시에 뱀의 몸뚱이를 쭉쭉 늘려 베타의 몸 여기저기에 날카로운 송곳니를 박아 넣었다.
설마하니 반격을 당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모양인지, 베타가 급히 팔을 거두어들이며 목, 복부, 옆구리, 나아가 안면 전체를 노리고 날아드는 시커먼 뱀의 송곳니를 신속하게 막아 내었다.
카앙! 카앙!
맑은 감은빛의 불꽃이 여러 차례 튀겨 나왔다.
생각보다 빠르게 자신의 움직임에 적응한 유렌 카스테야의 반격에 베타가 잠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사이, 그렇게 발생한 소음에 내뱉은 말 대부분이 갈가리 찢어발겨졌음을 눈치챈 것인지, 거리낌없이 검문소 안에 발을 들인 알파, 아니, 어느새 알파의 몸에서 빠져나간 마더가 잇따라 소유의 머릿속에 속삭였다.
-특별한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베타는 무사히 합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별한 일? 드래곤이나 신들의 방해가 있을 거란 소리야?"
-그들은 저희들과의 약정 때문에 쉽게 개입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대신 아이테눔 기사단의 일원들이 개입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 기사단원들은 다 떨어져 있다 하지 않았어?"
검문소 이곳저곳을 꼼꼼히 둘러보다, 이내 반대편 입구로 향하는 두 개의 커다란 나무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알파의 행동에 거듭 그쪽으로 시선을 보내던 소유가 말꼬리를 끊지 않고 물었다.
그러자 소유의 원피스 가슴골 부분에 매달린 하얀 구슬이 즉각 푸른빛을 뿜어 내었다.
-예. 하지만 그렇기에 '특별한' 일이라는 겁니다, 소유 님. 아이테눔 기사단원들의 위치는 전부 파악하고 있지만, 테론은 '마법'이란 초현상적인 학문이 존재하는 곳이니만큼 쉽게 예측을 할 수가 없습니다. 또 유렌 카스테야가 어떻게 연락을 할지 알 수 없기에,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합니다.
"꽤 귀찮은 일이 얽혀 있구나. 그럼 마더가 베타를 도와줘."
다시 베타, 헌데 이번엔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유렌 카스테야를 몰아붙였던 모습과는 달리, 거세게 이어지는 유렌 카스테야의 반격에 겨우 방어의 자세만 계속해서 유지하며 버티는 베타를 물끄러미 응시하던 소유가 말하자, 마더의 대답은 즉시 퍼져 나왔다.
또다시 하늘을 물들이는 백색의 광채가 넋이 나간 얼굴의 방문객, 그리고 검문소의 얼기설기한 외벽을 하얗게 물들이는가 싶더니, 소년의 몸을 잘게 분해해 버렸던 것과 똑같은 굵기의 광선이 그야말로 벼락처럼, 방어에만 치중하던 베타가 급히 유렌 카스테야를 튕겨 냄과 동시에 재차 베타에게 달려들 자세를 취하던 유렌 카스테야의 머리 한가운데 부분에서부터, 흡사 아무렇게나 널브러지게 내동댕이친 잡동사니들이 그러하듯, 순간 무분별하게 살덩이를 폭파시키며 그 안의 피, 뼈, 그리고 새카맣게 타들어간 눈알과 시신경, 나아가 불사의 몸이라도 일반인과 그다지 다를 바 없는 굴곡진 뇟조각, 또 주먹만 한 심장을 비롯한 온갖 내장들을 사방으로 터뜨려 낸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