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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재회
작성일 : 18-01-29 15:11     조회 : 300     추천 : 0     분량 : 9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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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54년.

 유원준의 아들 유찬이 아버지의 기록을 보고 궁금증이 생겨 아버지 사후 일들을 조사하였다.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아 이렇게 기록에 남긴다.

 

 * * *

 

 아버지는 C 시 일가족 살인 사건의 진범이 잡히고 나서 며칠 되질 않아 S 시로 올라왔다. 그제는 더 이상 그곳의 일이 뉴스가 되질 않았다. 다시 최 기자가 그 사건의 담당자가 되었다. 그렇게 잊히는 사건으로 되어 가고 있었지만 아버지 유원준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맡은 단독 뉴스라 잊지 못했던 모양이다.

 

 1심 공판이 있고 다음 날 피의자들에게서 단독 면담 신청이 왔다. 아버지는 바로 C 시에 내려갔고 5일에 걸쳐 매일 한 명씩 면담을 하였다. 그 기록을 아버지는 자세히 남겨 놓으셨다.

 

 "기자분 같으면, 저희들 입장이면, 어떻게 하셨겠어요?

  우린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잃었는데."

 

 가장 먼저 만난 것은 정소정이었다. 남동생을 통해 면담을 하겠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그래도 그녀를 먼저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어떤 아픔이고 두려움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제 친구가 당신과 같은 처지라. 그도 어떤 곳에 집착을 하고 있고, 어떤 대상을 향해 원한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아버지,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이런 이유가 있을 줄 정말 몰랐어요. 그런데 뒤에 그 사실을 알고 나니까 미칠 것 같았어요. 내 때문에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하루아침에 죄인이 된 것 같았죠.

 ...

  그런데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 거예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타인이 쓴 글을 도둑질한 사람이 되고, 그의 글을 가지고 대학에 들어간 입시비리 학생이 되었던 거예요.

 ...

  내가 한 일이 아닌데. 내가 한 일이 아니잖아요. 내가 원했던 일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나는 남이 애써 쓴 글을 도둑질한 사람이 되었고, 남이 쓴 글을 내 글로 조작하여 입시비리를 저지른 사람이 된 거예요.

 ...

  가장 끔찍한 것은 그 일들로 인해 죽음의 저주를 안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는 거예요.

 ...

  그런 생각이 드니까 억울하고 화가 났어요. 우리 부모님을 죽인 자가 따로 있다고 생각되면서..."

 

 뒤에 이야기는 그렇게 하여 5명이 모이게 된 사연을 말했다. 다섯 명이 모여 자신들의 억울함을 이야기하다가 최종 결론은 그 저주받은 글로 대학을 보낸 김종상에게로 향했다. 김종상으로 인해 자신들이 불행해졌다는 사실에 모두가 분노하였다고 했다. 결국 그 분노는 찾아가 잘못을 사과받아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것이라 했다.

 

 "그런데 이곳에 들어와 생각해보니 조금 변했어요.

 ...

  만약... 만약 그때... 그때 우리가... 그 처지에서 그런 글이 있어 우리를 좋은 대학에 보내 준다고 하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하고요.

 ...

  기자분은 우리보다 나이가 조금 더 적은 것 같은데, 그쪽은 어떤 선택을 했을 것 같아요?

 ...

  저는 도망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어요.

  십이 년 동안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공부한 거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공부하고도 부족해 자신의 꿈대로 갈 수가 없었어요.

 ...

  그런데, 그런데. 남이 쓴 글이 있으면 좀 더 쉽고 안전하게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데요.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 시점에서 과거를 돌이켜 보면 된 것으로 보이니 된다고 생각하면... 저희들이 도망칠 수 있었으리라 생각되세요?

 ...

  제가 우리 부모님을 죽인 겁니다.

  우리 부모님을 죽인 것은 접니다."

 

 면담을 한 정소정은 그날 아파트를 나설 때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랐다고 한다. 그날 승합차 안에서 숨어서 볼 때의 그녀는 포동포동한 얼굴이었는데, 그제는 며칠을 굶은 사람처럼 얼굴에 살이 하나도 없는 조금은 앙상하고 야윈 모습이었다고 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일 심이 십삼 년 형이 나왔지만 재심을 한다고 하니 재심에서는 형량이 낮아질 겁니다. 어차피 재판의 주제는 김종상의 성폭행과 의도되지 않은 범죄이니. 마음을 굳게 가지고 잘 이겨 내셔야 합니다."

 

 몇 년 뒤 대법원에서도 고등 법원 판결이 합당하다며 고등 법원 판결을 확정하였다. 고등 법원에서는 1심 판결에 가중되었다. 15년 형이다. 범죄 모의가 명확하고, 살인의 도구인 칼이 김종상의 집에 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구입하여 가지고 갔다는 것에서 계획 살인의 명백한 증거라는 것이다.

 

 그 다음날, 정소정이 교도소에서 자살을 했다. 재판을 받고 난 다음부터 심경에 변화가 일어난 모양이다. 동료 죄수들 말에 따르면 재판을 받고 와서는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것도 먹질 않더니 결국은 자살을 했다고 한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말은 "후회"라는 단어였다. 자살을 하기 위해 가다가 동료를 보고 후회라는 말을 뜬금없이 했다고 한다. 그 후회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모른다. 누군가는 살인을 후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지만, 그녀의 동생은 누나가 대학 들어갈 때 그 일을 후회한다고 알고 있었다.

 

 아마도 아버지 유원준도 동생과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정소정에 대한 마지막 글에 아래와 같이 적어 두셨다. 자기 힘으로 쓴 글이 아니라 남이 쓴 글, 그때는 김종상이 쓴 글로 생각했겠지만. 그렇게 불법으로 얻어진 글로 좀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입시비리를 저질렀다는 걸 후회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글이 뒤에 저주받은 글임을 알았을 때부터 그녀는 후회라는 말을 달고 살았을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노력하는 선량한 학생의 자리를 빼앗은 것에 대한 후회일 것이다.]

 

 

 "어떻게 알았습니까? 그때 그분 맞죠!"

 

 이병효를 둘째 날 만났는데 그는 아버지 유원준을 보자마자 바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아마도 자신들이 잡히던 그날 그곳에서 들었던 말이 인상에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그럼 우리 같은 사람이 많단 말이네요.

 ...

  그렇구나.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구나.

 ...

  그런데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마음을 먹을 수가 있어요. 저주받은 글이잖아요. 저주받은 글임을 알고 있었네요. 그런데도 그런 글을 도둑질하여 대학을 갈 생각을 했어요? 그곳 학교 선생님이나 학원 강사들은 제자를 죽이기 위해 가르치시는 겁니까.

 ...

  아니죠. 그때는 아니고 지금은 맞는다는 말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입니다. 지금이 잘못이면 그때도 잘못이죠. 스스로 그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은폐하고 조작했다면서요. 그럼 그때도 잘못이고 지금도 잘못인 겁니다. 그런 잘못을 은폐하고 조작하여 감추었기 때문에 지금 우리 같은 선량한 피해자가 생기는 겁니다.

 ...

  저 때문에 동생이 죽었다고 부모님은 생각하세요. 저와 같이 나갔다가 그 일을 당했거든요. 동생은 저보다 공부도 더 잘하고 부모님 말씀도 더 잘 들었죠. 그래서 우리 부모님에게는 집안의 기대였는데... 두 분은 저로 인해 동생이 죽었다고 생각하세요.

 ...

  그런데 김종상이 대학을 보낸 방법을 알고는 돌아버리는 줄 알았어요. 내 동생도 그 사람이 대학을 보냈거든요. 부모님은 나 같은 꼴통도 대학에 보낼 수 있다고 큰 기대를 품고 동생을 그 사람에게 보냈어요.

 ...

  그런데, 그런데. 그게 알고 보니 저주받은 글인 거예요. 그 저주받은 글로 우리 형제 모두를 대학에 보낸 겁니다. 지금까지 난 내가 내 동생을 죽인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 그가... 그가 제 이익을 위해 우리를 죽음의 저주에 빠트린 거였습니다.

 ...

  그걸 아는 순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친구들을 만나기 전부터 저는 이미 칼을 구입해 있었죠. 오로지 복수하고 싶은 일념뿐이었습니다.

 ...

  우리 친구들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제가 먼저 죽였던 겁니다. 제가! 친구들은 죄가 없습니다. 제가 먼저 한 겁니다."

 

 일주일 뒤에 정소정의 자살 소식이 이병효에게 알려진 모양이다. 그 소식을 듣고 난 그가 교도소 안에서 난동을 부렸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 말에 따르면 그야말로 실성한 사람 같았다고 했다. 피가 철철 흐르는 와중에도 전혀 아픔을 모르고 날뛰는 바람에 그 일대가 온통 피바다로 난리였다고 했다.

 

 결국 그는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호송되었는데, 호송된 병원에서 다시 인질극을 벌였다. 간호사를 인질로 삼고 누군가를 불러 달라고 몇 시간을 대치했다고 한다. 그 누군가가 정소정이란 이름은 아니었다.

 

 두 시간 가까이 대치하다가 어느 순간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인질을 풀어주면서 동시에 스스로 자결했다. 같이 있었던 인질 간호사의 말에 따르면 마치 미친 사람처럼 뭐라고 계속 중얼거렸는데, 그 말 중에는 "후회한다"라는 말이 많았다고 했다. 마지막에는 정소정을 비롯한 네 명의 친구 이름을 불렀다고 한다.

 

 병원에서 누구를 찾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냥 그가 병원에서 인질극을 벌렸다는 소식만 전해졌다. 아마 아버지 친구인 추상민씨가 들었다면 그 말은 분명 감찰관이나 PS 뭐라는 곳을 지목했을 것이다. 사건 배경을 돌아보거나 사건의 흐름을 보면 상민이 아저씨가 아버지에게 말 한 것처럼 그들은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 꼴이었다. 전혀 죄가 감면되지를 않았다.

 

 

 "소정이 만났습니까?

  소정이 잘 있죠. 건강한 거죠.

  다음에 소정이 만나면 저 잘 있다고 좀 전해 주세요."

 

 김정윤은 만나기가 바쁘게 정소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후에도 정소정의 소식에만 관심이 있었지 아버지 유원준과의 인터뷰는 관심이 없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를 통해 어떤 사실을 알기 위해 다른 두 명과는 달리 이 사람과는 아버지가 더 많은 질문을 했음을 자료를 통해 알 수 있다. 항상 아버지 질문에 답하는 형태의 면담을 하였다.

 

 "왜 그 일을 하신 겁니까? 그쪽은 김종상에 대한 원한이 그리 없는 것 같은데?"

 

 "사실 부모님과 사이가 안 좋았어요. 그래서 두 분이 돌아가셨을 때도 별로 슬퍼하지도 않았던 불효자인 걸요.

  혹시, 제가 부모님 죽음을 저주와 결부시켜 그런 일을 했다고 생각하세요?

  그럼 잘못 본 겁니다.

 ...

  네, 맞습니다. 사실은 소정이 때문입니다.

  원래 소정이 남자 친구가 저고 병효는 집 사정이 어쩔 수 없어 그렇게 조작한 겁니다.

 ...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잘 생각해 보세요.

  집이 병효네 집과 형섭이 집인데. 나와 소정이가 둘만 누구 집에 있고, 집 주인이 다른 집에 있으면, 모두 의심을 하잖아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잠시 떨어져 있었던 겁니다.

 ...

  김종상요...

  지금 보면 참 나쁜 사람이죠. 자기 이익을 위해 남의 글을 도둑질하여 그걸로 우리를 대학에 보냈으니까.

  도둑질이라는 불법을 저질렀지. 우리를 입시비리로 대학에 보냈지. 거기다 우리를 저주받게 만들었지.

  어떻게 보면 죽어 마땅한 사람이었습니다.

 ...

  그 가족들요...

  죄 없는 사람들이 맞죠. 부인도 그렇고 아들도 그렇고. 그래서 지금은 후회합니다. 그렇게 원한을 풀면 안 되는 일이었는데. 다 과거의 일인데.

 ...

  아니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병효가 거짓말한 겁니다. 그때 다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김종상이 그때 자기 잘못을 모르고 있었거든요. 전혀 반성하지를 않았어요. 그렇게 되자 친구들이 홱 돌아버렸죠.

 ...

  저주로 인해 고통을 당한 친구들의 남겨진 삶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그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던 친구들에게 그가 크게 말을 잘못 했죠. 자기는 아무 잘못이 없다고 했으니. 자기 때문에 대학을 간 것이 아니냐고 했으니.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일이었습니다."

 

 김정윤은 정소정이 죽고 3년이 지났을 때 모법 죄수로 있다가 큰형의 사망으로 가석방되어 장례를 치르기 위해 나왔다가 교통사고로 죽었다. 장례식장에서 누군가에 의해 정소정의 죽음과 이병효의 죽음을 들었다는 말이 나왔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진술에 의하면 장례를 끝내고 돌아오다가 스스로 자동차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마지막 자살하기 전에 아무 말없이 하염없이 울기만 했다. 그리고는 정소정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부르더니 차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녀의 이름을 왜 그렇게 여러 번 불렀는지 아무도 모른다. 마지막 말이 "돌아갈 수 있다면 절대로 그렇게 안 갔을 거야."라고 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아마도 그도 도둑질한 저주받은 글로 대학 들어간 것을 후회했던 모양이다.

 

 저주받은 글로 그도 모든 것을 잃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여자 친구를 잃었다. 그들이 19살이던 그때는 그걸 몰랐을 것이다. 12명이 김종상에게 수업을 받고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을 때는 모두가 기뻐하고 즐거워했을 그 일이 그제는 지울 수 없는 저주가 된 것이다.

 

 

 "이 면담 절대 방송에 나가거나 공개하면 안 됩니다. 아셨죠. 약속한 겁니다.

  우리 친구들 죄는 있어도 이렇게 살면 안 되는 사람들입니다.

  김종상 그 사람으로 인해 너무 많은 고통을 당했던 사람입니다."

 

 정형섭은 스스로에게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병효가 면담 때 당당했었는데 그보다 더 당당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데 제가 조사한 내용에 의하면 다른 사람들과 친구가 아니었던데. 죽은 사람들이 친구던데."

 

 "맞아요. 죽은 일곱 명이 가장 친한 친구였습니다. 한 명씩 죽어갈 때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아세요. 아직은 젊고 어린 나이에 죽어가는 친구를 보게 된다는 것이. 아무 죄 없는 친구들이 어느 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그건 당사자가 아니면 모를 겁니다. 지옥이었습니다.

 ...

  그런데 어느 날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정소정을 통해 들은 겁니다. 그때 저는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친구들을 보낼 때 내가 흘렸던 눈물을 그때만큼 후회하며 울었던 적도 없었습니다. 피눈물이 날 만큼 후회하며 울었습니다.

 ...

  내 눈물이 김종상이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알았으니까요.

  하늘의 선택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눈물이었으니까요.

 ...

  아니요. 병효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제가 칼을 사서 애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제게 그 모든 책임이 있는 겁니다.

 ...

  집 때문에 찾아왔더군요. 김종상 집에 들어가려면 숨을 집이 필요하다며. 그래서 그 이유를 듣게 된 겁니다. 친구들이 죽은 이유.

 ...

  후회 안 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후회를 했다면 그 친구들은 저만큼 고통스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친한 일곱 명의 친구들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겁니다. 저처럼 되었다면 그들도 후회하지 않았을 겁니다. 저는 그게 최선이라 생각합니다. 그 사람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

  우리 친구들이 죄 없이 죽어간 것처럼. 다른 죄 없는 사람들이 그의 욕망에 의해 죽어간 것처럼. 친구들의 부모님들이 고통을 받은 만큼. 그도 그런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라 생각했습니다.

  그게 옳은 일 아닌가요.

 ...

  이 사실 방송하면 재판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변호사 가요. 그러니 절대 방송하거나 이슈로 만들면 안 됩니다. 아셨죠.

 ...

  은폐고 조작이라고요. 그곳 사람들이 이런 은폐와 조작을 하는 바람에 우리 같은 피해자가 생겼다고요. 그러니까 은폐하고 조작하면 안 된다고요.

 ...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왜 우리가 그 희생자가 되어야 합니까?

  그 저주를 만든 것은 거기 일입니다. 그곳 사람들이 도둑질을 하였고, 불법을 저질렀고, 입시 비리를 저질렀던 겁니다.

 ...

  왜 우리가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합니까.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처음 그 일을 만든 사람들에게 책임지라 하십시오. 우리 친구들 정말 죄 없이 살았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새로운 희생자로 만들지 마세요.

 ...

  친구들을 이렇게 만든 것이 그곳 아닙니까!"

 

 정형섭은 정소정이 죽고 5년 뒤에 교도소 안에서 병으로 병사했다. 병명은 심장마비에 의한 사망이었다. 그런데 병원에 이송되어 부검을 해보니 이미 몸 안에는 암이 퍼져 있어 살았어도 몇 달을 못 살았을 거라고 한다.

 

 그가 죽은 뒤에 그의 유품 중에서 교도소에서 쓴 일기가 나왔는데. 그 속에는 대학 가던 때의 후회가 담긴 글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먼저 죽은 일곱 명의 친구들 이야기를 하나하나 적어가며 후회를 하고 있었다. 그 일만 아니면 더 아름다운 세상을 살았을 것이라 했다.

 

 또한 그 글에는 여전히 도둑질한 저주받은 글로 자신들을 대학 보낸 김종상에 대하여 억울한 감정을 적은 글들이 많았다. 죽을 때까지 그는 그 일을 후회하지 않았다.

 

 

 "저는 할 말 없습니다. 저로 인해 피해를 보는 친구들에게 죄송합니다. 모두 저 때문입니다."

 

 오대윤은 만나서 한 첫 마디가 모두 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도 이들 다섯 명 중에서 가장 큰 피해를 본 사람이 그 자신이기에 친구들이 자기 때문에 이런 무모한 짓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요. 저마다 원한이 많더군요. 그게 원인이지 오로지 당신을 위해 그 일을 한 것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처음 소정이에게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저와 소정이 남자 친구 정윤이 세 사람이었습니다. 그날 그 이야기를 듣고 며칠 동안 잠을 못 잤습니다. 제 주위에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그 저주 때문이란 생각이 들어 잠을 잘 수가 없더군요. 꿈에서 죽은 모든 가족들이 나타나.

 ...

 그래서 제가 이병효를 끌어들인 겁니다. 우리 과외 받을 때 제일 우락부락하고 성격이 거칠었던 병효를 끌어들여 자신감을 가지려고요.

 ...

  윤섭이도 제가 찾아냈습니다. 네 명이 김종상 집에 쳐들어갈 생각을 하고 나서 도망칠 방도를 찾다가 그가 거기 사는 걸 알았습니다.

  모두 제가 끌어들인 겁니다.

 ...

  왜 가족 이야기를 하지 않느냐고요.

 ...

  못합니다. 할 수가 없습니다. 모두 저 때문에 죽었는데 어떻게 합니까. 부모님도 아... 아내도... 우리... 우리 아이도... 모두... 모두 저 때문에 죽었는데. 어떻게 다시 떠올립니까. 어떻게...

 ...

  후회요.

  후회는 늦은 뒤에 나오는 말이라고 하더군요. 후회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걸 만들지 말라고 하던데.

  지금 보면 그 말이야말로 참으로 현명한 말 같습니다.

  만약 그때 김종상이 준 글이 그런 글인 줄 알았으면 저는 절대로 그 글로 꿈을 이루려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

  소정이가 그런 소리를 했어요? 그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했을 거라고.

  나는 아닙니다.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

  내 두 손으로 보낸 내 가족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일을 합니까.

  저는 절대 그런 짓 못 합니다. 안 합니다.

 ...

  밤마다 꿈에 나타나는 가족들을 만나며 얼마나 후회를 하는데 그런 짓을 합니까.

  당신은 꿈을 꾸며 지금 현실이 꿈이었으면, 그도 아니면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런 꿈을 꾼 적이 있습니까?

 ...

  저는 김종상이 우리에게 준 글이 저주받은 글임을 알고는 매일 꿈을 꾸었습니다.

  이게 꿈이기를, 제발 나에게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

  후회 이전에 그들을 다시 볼 수만 있어도 좋겠습니다."

 

 유일하게 만기 출소한 사람은 오대윤이다. 감형을 받아 10년 만에 교도소를 나왔는데 나오고 몇 년 뒤에 사람들이 흔하게 말하는 혼돈 시기의 광풍을 벗어나지 못해 'DA 대교 붕괴 사고' 현장에서 사망했다. 다리 붕괴로 수천수만 명이 죽는 곳에 그도 거기 있었다고 한다.

 

 그가 거기서 어떻게 죽었는지는 전해지질 않는다.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고 혼돈 시기의 죽음은 모두 그러했기 때문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이러니 한 것은 그가 죽은 DA 대교 붕괴 사고는 민희에게도 아픔이었다. 그녀의 두 부모님도 그 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이 자료를 보면서는 민희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가 죽음으로 해서 C 시 김종상 일가족 살인 사건의 피의자는 모두 죽었다. C 시 김종상 일가족 살인 사건은 피해자도 불행한 죽음을 맞았지만, 피의자들도 불행한 인생을 살다가 죽어갔다. 욕심과 탐욕이 모두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든 사건이었다.

 

 아버지 유원준의 말씀처럼

 "고작 긴 인생의 한 부분에 불과한 대학 들어가는 것 때문에 자기 운명을 바꾸어 스스로 고통의 삶을 얻은 우매한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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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제3장, 필연적 2017 / 12 / 30 254 0 1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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