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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의 꿈이 보여
작가 : Mirr
작품등록일 : 2018.1.27

"난 절대로 아버지처럼 살지 않을 거에요.'
이십 년 전 이 말을 남기고 집을 떠났다. 그리고 이십 년 후. 세계 최고의 디자이너가 된 나는 이십 년 전으로 다시 돌아갔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인 진실......

 
이십 년 만의 방문
작성일 : 18-01-27 21:32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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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저 멀리 조그맣게 보이던 불빛들이 점점 커지더니 이내 대강의 형체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손님, 죄송하지만 곧 착륙할 예정이니 안전벨트를 매 주시겠습니까?”

 “아, 이런. 미안합니다. 잠시 딴 생각을 좀 하느라.”

 

 좀 전에 기내 방송이 나왔건만 비행기 창 너머로 보이는 야경에 취해 그만 깜빡 하고 말았다.

 이십여 년 만에 방문하는 한국땅. 세월의 깊이 만큼이나 그 안에 담긴 많은 상념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저, 그리고 착륙하고 나면 사인 하나만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네. 그러시죠.”

 

 남자는 이런 요청이 익숙한 듯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브라이언 정. 한국명 정민수.

 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브라이언 정. 지금 그가 이십 년 만에 모국인 한국을 방문하러 오고 있었다.

 

 

 비행기가 점점 땅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마음 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피눈물을 흘리며 떠난 이 땅. 두 번 다시 돌아올 일이 없을 줄 알았던 이 땅에 몇 분 후면 발을 디디게 된다.

 민수는 핸드폰을 꺼내 메시지를 열어 보았다.

 

 [부친 사망. 급히 연락 바람.]

 

 아버지의 부음을 알리는 짧고도 강렬한 메시지. 이것이 그를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만들었다.

 한국을 떠나면서 단 한 줌의 인연 조차 남기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건만, 다시는 아버지를 찾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건만...... 천륜은 저버릴 수 없는 법.

 몇 날 며칠을 고민하다 결국은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말았다.

 

 아버지의 죽음.

 그러나 결코 슬프지도 눈물이 나지도 않았다. 그만큼 아버지란 존재는 그에게 미움으로만 기억되는 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기억 자체를 지워버리고 싶은 그런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가친척 하나 없는 그의 집안 내력으로 인해 누군가는 아버지의 죽음을 수습해야 되었다. 그에게 아버지의 부음을 알린 오랜 지인이 한 분 계셨지만 그 일까지 맡길 수는 없는 거니까.

 

 

 “자, 여기 있습니다.”

 “어머, 너무 감사합니다. 여기서 브라이언 선생님을 직접 뵙게 되다니 너무 영광이었어요.”

 “별 말씀을요. 제가 뭐 그리 대단하다고.”

 “무슨 말씀이세요? 너무 겸손하시네요. 선생님이 대단하지 않으면 이 세상에 대단한 사람 아무도 없게요? 호호호.”

 

 어느 덧 착륙을 마친 비행기. 스튜어디스에게 사인을 건네주고는 곧장 공항 수속장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가급적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얼굴을 푹 숙이고 서둘러 입국 수속을 마쳤다. 누구에게도 자신이 한국에 왔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았던 탓이리라.

 아무리 유명하다고는 하지만 디자이너라는 특이성 때문에 그의 얼굴을 알아보는 일반인들은 다행히(?) 그리 많지 않았다. 오죽했으면 입국 심사하는 사람조차도 알아보지 못 했을까? 간간이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긴 했지만 그의 명성에 비하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편으론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슬쩍 서운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민수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택시 기사의 뒷통수를 바라 보며 혼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세브란스 병원 장례식장으로 가 주세요.”

 

 지인에게는 아버지의 시신을 일단 병원 영안실에 모셔 달라고 부탁을 했다. 자신이 도착하는 대로 뒷수습을 할 테니 거기까지만 부탁드린다고.

 병원에 도착해 보니 이미 소박하나마 빈소가 차려져 있었다. 그가 도착하는 것을 안 지인이 시간에 맞춰 미리 준비해 놓은 것이었다.

 주변의 다른 빈소들에 비하면 정말 초라하기 그지 없었다. 조문객은 커녕 그 흔한 조화 하나 보이지 않았다. 모니터에 명패가 쓰여 있지 않았다면 아마도 빈 방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민수 마저도 처음에는 그 곳이 아버지의 빈소인지 몰랐으니까.

 

 빈소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한동안 망설이고 서 있었다.

 아버지와 얼굴을 마주칠 용기가 나질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영정사진이라 하더라도 아버지의 얼굴을 다시 본다는 것은 그에겐 정말이지 크나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난 절대로 아빠처럼 살지 않을 거야. 아빠와 얼굴을 마주 하는 건 지금이 마지막이라고!!]

 

 집을 떠나기 전 아버지에게 던졌던 마지막 말. 그리고 정말 그것이 아버지의 얼굴을 본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슬픔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슴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치밀어 오르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본 순간 가진 그 느낌. 그건 절대로 슬픔 따윈 아니라고 민수는 스스로에게 굳이 확인을 해주고 싶었다.

 

 ‘정민수, 이건 슬픔이 아니야. 절대로, 절대로......’

 

 ***

 

 아버지를 화장하고 받아 든 유골함을 화장터 근처에 있는 납골당에 모시고 나서 서둘러 발걸음을 돌렸다. 더 이상 이 곳에 있고 싶지 않았다. 나머지 정리를 빨리 끝내고 어서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고 싶은 마음 밖에는 들지 않았다.

 납골당을 나서기 전 잠시 발걸음이 멈춰졌다. 뒤에서 아버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민수야. 미안하다.]

 

 민수는 그 말에 대답이라도 하듯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 말을 하기엔 너무 늦은 것 같네요.”

 

 

 택시를 타고 도착한 이 곳은 방학동의 한 골목길. 한참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서인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어지러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의 어린 시절 기억이 배어 있어야 할 이 곳. 하지만 더 이상 어디에도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 올릴만한 장소는 남아있질 않았다. 딱 한군데만 빼고는.

 그의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어느 초라한 양장점 앞이었다.

 

 [희망 양장점]

 

 페인트가 다 벗겨져 나간 간판에는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로 희미해진 글씨가 한 때는 이곳이 양장점이 있던 자리였음을 알려 주었다.

 전단지들이 잔뜩 붙여져 있는 쇼윈도에는 언뜻 보기에도 몇 십년 전에나 입었을 법한 구닥다리 스타일의 양복 한 벌이 색이 바랜 채 초라하게 걸려 있었다.

 

 “이게 아직도 여기 걸려 있는 거야? 기가 막혀서.”

 

 그랬다. 그것은 자신이 집을 뛰쳐나가던 그 날도 바로 이 자리에 걸려 있었다.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 전 자신이 기억하고 있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 양복은 여전히 이 자리에 걸려 있었던 것이다.

 민수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이 양복은 우리 집안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증인과도 같은 존재라는 생각에. 자신이 태어난 것도 지켜 보았을 것이고 마지막으로 이 가게의 주인이 떠나는 순간까지도 지켜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기억까지 담은 채 여전히 이 자리를 지키고 서 있다니.

 

 지인에게 받은 열쇠를 꺼내 문을 열려고 했을 때 민수의 손은 잠시 부르르 떨려왔다.

 

 [더 이상은 일을 할 수가 없을 것 같군요. 다들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문에 붙여져 있는 종이 한 장. 그리고 그 안에 반듯하게 손으로 잘 쓰여진 글씨.

 아버지의 필체다. 분명 아버지의 필체가 맞다.

 당신의 죽음을 예상하셨던 것일까? 마치 작별 인사와 같은 이 말투.

 민수의 눈에 이 글을 쓴 후 여기다 붙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 비춰지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면서 코끝이 찡해왔다.

 

 ‘아버지. 이게 당신이 그토록 원하던 그런 삶인가요? 가족까지 버려가면서 말이에요.’

 

 손잡이를 있는 힘껏 붙잡고 고개를 떨군 채 잠시 숨을 고르던 민수.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는 좀 전보다 더 무덤덤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가게 문을 열고 있는 그의 눈만큼은 벌겋게 충혈이 되어 있었다.

 

 

 끼이이익.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출입문은 뻑뻑하기 이를 데 없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곰팡이 냄새와 오래된 원단 냄새 그리고 수북이 쌓인 먼지 냄새가 확 풍겨오며 민수의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사용을 안하고 있었던 거야?”

 

 단순히 며칠 사용하지 않은 걸로는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꽤 오랫동안 이 양장점은 사용을 하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녹이 슬어 제대로 작동이나 될까 의심이 들 정도로 오래된 구식 재봉틀. 그 옆에 바늘이며 가위, 줄자 등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는 작업대. 오른쪽 선반엔 뽀얀 먼지와 함께 켜켜이 쌓여 있는 원단 꾸러미들. 그리고 바닥엔 잘려진 천쪼가리들이 잔뜩 떨어져 있어서 원래 바닥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민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하나 있었으니, 바로 가게 구석에 놓여있는 구식 연탄 난로였다.

 

 “너, 너 아직도 여기 있었구나. 세상에나.”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민수는 감격에 젖은 얼굴로 난로를 어루만졌다.

 

 “너가 아직 여기 있을 줄이야.”

 

 그렇다. 그 난로는 차갑기만 하던 자신의 기억을 따뜻하게 데워 줄 수 있는, 이 가게에서 유일한 친구였다.

 예전에도 그랬듯이 이 난로엔 연통이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난로는 단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민수의 기억으로는 아무리 추운 겨울에도 이 난로에 불을 피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버지는 이 난로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손도 대려 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이 난로는 어린 민수의 보물 창고 역할을 해 주었다. 그는 소중히 여기는 물건이나 숨기고 싶은 것들이 있을 땐 늘 이 난로에 있는 화덕 안 쪽에 고이 감춰두곤 했었다. 아무도 건들지 않았다면 혹시 그 때 자신이 감춰 두었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몇 십년 전의 일, 무엇을 감췄는지 조차 기억이 나질 않을 정도로 먼 옛날의 일인데...... 참으로 무모한 기대임에 분명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난로의 뚜껑을 열고서 들여다 보려는 순간.

 

 

 끼이이익.

 갑자기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민수가 문 쪽을 바라보자 그 곳엔 말끔하게 차려 입은 노신사가 한 명 서 있었다.

 

 “마침 사람이 있었군요.”

 “누, 누구신지?”

 “몇 날 며칠을 계속해서 찾아 왔었습니다. 혹시나 다시 가게 문이 열릴까 하는 기대감에 말이에요. 그런데 오늘 드디어 가게 문이 다시 열려 있더군요. 너무나 반갑게도.”

 “실례지만 무슨 일 때문에 오셨죠? 혹시 저희 아버지한테 무슨 볼 일이라도 있으신 건가요?”

 “아~ 이 곳 사장님이 그 쪽 아버님 되시나요? 그럼 아버님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좀 뵐 수 있을까요?”

 “그게...... 저.”

 

 민수는 잠시 망설였다. 처음에는 분명 빚쟁이일 거라고 생각했었으나 말하는 걸 들어보니 돈을 받으러 온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만일 빚쟁이라면 이렇게 점잖게 나올 리가 없었으니까.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양복을 맞춘 손님인가?’

 

 아마도 그럴 확률이 높았다. 나이 드신 분들 중에는 아직도 이런 양장점이나 양복점에서 옷을 맞추는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까. 어찌 됐든 아버지가 돌아가신 사실을 알려드릴 필요는 있었다.

 

 “무슨 일 때문에 오신 지는 모르겠으나, 실은 저희 아버님께서는 얼마 전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노신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민수의 팔을 붙잡으며 되물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오? 돌아가시다니.”

 

 노신사의 갑작스런 반응에 당황한 민수는 몸을 움찔했다.

 

 “저도 외국에서 갑자기 연락을 받았습니다. 오늘 아침 아버지를 화장하고 나서 유품을 정리하러 좀 전에 이 곳에 도착한 거구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던 노신사는 결국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리고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민수는 지금 이 상황이 몹시 당혹스럽기만 했다.

 노신사가 한동안 흐느낌을 멈추지 않자 민수는 안 되겠다 싶어 그를 부축해서 옆에 있는 의자에 앉혀 주었다. 그러자 여전히 울먹이는 목소리로 노신사는 민수의 손을 꼭 붙잡았다.

 

 “미안합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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