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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재회
작성일 : 18-01-27 10:30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1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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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차량 앞 유리로 아파트를 빠져나가는 연인의 어색하고 경직된 모습이 보인다. 이병효와 정소정이 아파트 단지를 나서며 슬쩍 뒤에 남겨진 아파트를 확인하듯이 고개를 돌려 보았다. 그리고는 도망치듯이 빠른 걸음으로 어디론가 갔다. 취재 차량이 연인의 뒤를 따라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자기들 뒤에 차량이 붙었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 했다. 아파트 단지를 나와 대로변에서 둘은 택시를 탔다. 택시 뒤에 취재 차량이 따라가고 있었다.

 

 한참 뒤, C 시 중심가의 어느 커피숍에 연인이 들어갔다. 원준과 최 기자도 얼마 간의 시차를 두고 뒤따라 들어갔다. 커피숍 안에 들어와서 그들이 본 것은 방금 들어온 이병효와 정소정이 다른 세 명, 김정윤, 정형섭, 오대윤을 다정하게 만나는 장면이었다.

 

 최 기자가 그 모습을 보고는 기뻐하며 속삭였다.

 "저 세 명 기억하지죠."

 

 원준이 빈 테이블에 앉으며

 "예! 모두 우리가 확인한 그들이 맞습니다."

 

 "출근을 한다며 나간 녀석이 여기 있네요."

 

 "피시방 간다는 두 명도요."

 

 "둘 중 체육복 입은 녀석은 이제 확실하게 기억납니다."

 

 "저도요. 제일 많이 목격된 입주민 아닙니까. 들락날락했던 모습이 자주 보였던 인물이죠. 매번 쇼핑 봉지를 들고 다녔고요."

 

 "네,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저놈은 처먹기만 하고 사냐고 했죠. 그게 아마 두 집 사이를 오가야 해서 많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이병효와 정소정은 아예 얼굴도 못 봤으니까요."

 

 "이렇게 되면 카메라 들어오게 할까요?"

 

 "그렇게 합시다. 은밀하게."

 

 그때 커피숍 안으로 한 무리의 사복 경찰과 정복 경찰이 들어왔다. 그 모습에 놀란 것은 원준과 최 기자이기도 했지만 더 놀란 것은 한쪽 구석에 앉아 있던 5명이다. 그들은 경찰을 보자 단번에 도망 치려했다. 안으로 들어온 경찰이 바로 5명이 앉아 있는 곳으로 달려가 도망치려는 그들을 제압했다. 뒤이어 원준의 방송국 카메라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와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원준이 당황하여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 기자님이 신고하셨습니까?"

 

 최 기자도 몰랐다는 듯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아니요. 경찰이 어떻게 알았지?"

 

 원준이 안 되겠다는 듯이 경찰에 의해 잡힌 범인들에게 달려가 질문을 했다.

 "왜 예전 과외 선생님을 죽여야 했습니까?"

 

 때마침 원준이 질문을 한 범인은 이병효였다. 그를 잡은 경찰이 질문하는 원준의 말에 당황하여 물었다.

 "당신 뭐야? 누구야?"

 

 다른 곳에서도 최 기자가 정형섭에게 질문을 했다.

 "대입 원서 때문에 일어난 일이죠. 그때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죠?"

 

 정형섭을 잡은 형사는 최 기자를 알아보았다.

 "아니 최 기자가 언제 여기 온 거야?"

 

 원준이 기자증을 보이며 계속 질문을 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그 불법으로 대학 간 것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과외 선생을 죽여야 했던 겁니까?"

 

 경찰이 원준이 이병효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으며

 "어허. 왜 이래요. 저리 비켜요. 인터뷰는 다음에. 다음에 합시다."

 

 최 기자도 정형섭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무슨 일이 있었죠. 그래서 죽이게 된 거죠. 무슨 일입니까?"

 

 하지만 두 사람이 선택한 범인은 아무 말도 하질 않았다. 거기다 그들을 잡은 경찰이 막무가내로 끌고 가기 바빠 취재를 도와주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원준은 정소정에게 뛰어갔다.

 

 "그때 알고 입시 비리 저지른 거예요? 몰랐죠. 그게 도둑질한 자료인지 전혀 몰랐던 거죠."

 

 원준의 질문에 정소정이 잡혀서 울고 있다가 놀라서 고개를 들어 그를 봤다. 그건 그녀만의 반응이 아니었다. 잡혔던 모든 범인들이 원준의 질문에 고개를 들거나 돌려 그를 봤다. 그들의 표정은 당신이 어떻게 그걸 알아 하는 얼굴이었다.

 

 최 기자도 잡혀가는 오대윤에게

 "그게 저주가 되었다는 사실은 언제 알았던 겁니까?

  당신은 어떤 피해를 본 겁니까?

  무슨 저주가 생겼습니까?"

 

 오대윤이 원준을 보다가 자기 앞에서 질문을 하는 최 기자를 급하게 보며

 "당신들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걸 어떻게 알았어."

 

 "김종상이 도둑질한 자료로 당신들을 대학에 보낸 것이 맞군요."

 

 그때 그를 잡은 경찰이 다급히 오대윤의 말을 못하게 입을 막았다. 말을 못하게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는 걸 어떻게든 알리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제는 원준이 끌려가는 범인들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

 "죽은 김종상이 당신들을 속인 거죠. 자기가 쓴 소설이고 글이라고 속여 원서에 넣게 한 거죠. 그것 때문에 죽이게 된 것이고요. 맞죠."

 

 그때 한 경찰이 나서 원준의 앞을 막았다.

 "에헤이. 왜 이러세요. 다 알만한 사람들이. 조금 있다가. 조금 있다가 우리가 따로 사건 개요 발표하겠습니다."

 

 그의 모습을 보고는 원준은 어제 자기가 만나 아파트 주민에 대한 신상 정보를 얻었던 경찰인 걸 알았다.

 

 "저 아시죠. 어제 제가 아파트 안에 범인이 아직 있는 것 같다며 주민 조사한 자료 부탁한 사람인데. 기억하시죠. 김종상 주변 인물 중 과거의 인물이 범인이라고 했던 기잔데. 제가 알려주었지 않았습니까."

 

 앞에 있는 경찰이 얼굴을 숨기듯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때 달려온 최 기자가

 "에이 강 형사. 맞네. 우리 유 기자님 정보 듣고 범인을 잡을 수 있었네. 그럼 좀 도와죠. 우리가 벌써 찾은 거잖아. 자네들은 그야말로 숟가락 걸친 꼴이야. 우리 이대로 방송 보내? 그럼 곤란해질 텐데."

 

 "어허 어이. 최 기자님 왜 이러세요. 나이도 있으신 분이. 이러면 큰 실수하시는 겁니다. 이러면 안 되죠. 그런데... 뭘 원하세요?"

 

 그는 처음 말과는 달리 마지막 말은 작은 소리로 그렇게 하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우리야 단독 인터뷰. 강 형사가 하던, 반장이 하던, 상관없어. 여기서 단독 인터뷰."

 

 최 기자가 그렇게 말하고는 원준에게 윙크를 했다.

 

 잠시 뒤, 원준은 특종으로 범인을 체포하는 경찰의 모습과 함께 출동한 경찰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원준이 옆에 있는 경찰에게 물었다.

 "어떻게 범인을 잡을 수 있었습니까?"

 

 사복 경찰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딱딱한 어투로

 "입주민 전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찾았습니다. 피해자 김종상 부부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추려가던 중에 두 명과의 과거 관계를 발견하였습니다. 그들을 조사하다가 한 명의 집에는 친구가 두 명. 다른 한 명의 집에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특히 이들은 모두 같은 나이였습니다."

 

 "여기서 체포한 용의자 말씀인 거죠?"

 

 경찰이 카메라가 아닌 원준을 보며

 "예, 이들입니다. 이들이 사건 당일부터 지금까지 사건 현장 아파트 안에 있었습니다. 그들을 확인하고 소재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여기 모여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긴급체포하게 된 것입니다."

 

 원준이 카메라를 보며

 "이번 C 시 살인 사건은 과거 과외 강사였던 선생님에 대한 제자들의 집단 공격으로 인해 일어난 사고였음이 드러났습니다. 한때 제자였던 다섯 명이 어떤 원한으로 인해 선생님 가족을 공격하여 사망하게 한 사건이었습니다. 아직은 자세한 이유가 발표되지 않았으나 그 당시에 어떤 일로 인하여 살인이라는 극단적 방법이 동원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 범인 체포 현장에서 유원준이었습니다."

 

 TV에서는 실시간 특종으로 원준 일행이 촬영한 영상과 인터뷰가 나오고 있었다.

 

 그날 오후 5시에 모든 방송국이 생방송으로 C 시 지방 경찰청 청사 안 브리핑실에서 경찰의 브리핑 내용을 방송하고 있었다. 경찰 간부가 대략적인 사건 경위와 범인을 체포하는 과정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다.

 

 "범인들의 사건 동기는 피해자 김종상이 과거에 과외 수업을 하며 피의자 정소정을 성추행 한 것에 대한 복수로 같이 수업을 받던 친구들과 함께 벌인 복수극이었습니다."

 

 그 발표에 나란히 앉아 있던 원준과 최 기자는 놀랐다. 자기들이 알고 있는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이유로 범행을 했다는 발표였다.

 

 최 기자가 작은 소리로

 "지금 거짓말을 하는 겁니다."

 

 "은폐하고 조작하고 있습니다."

 

 "왜 내용을 저렇게 조작하죠."

 

 그제야 자기가 알고 있던 A 마을의 저주가 그 오랫동안 꼭꼭 숨겨져 왔던 이유가 떠올랐다. 상민의 입을 통해 나온 말. "진실이 세상에 나올까 봐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사실은 은폐되고 조작되었다." 그 말이 떠오르며 경찰 발표가 조작되고 있음을 알았다.

 

 "그 저주를 숨기기 위해서요. 과거에 저질러진 모든 불법을 감추기 위해서요."

 

 "그게 무슨 말도 안 되게...

  아!!! 그래서 서른 살이나 먹은 제자들이 20년 가까이 된 과거의 일로 복수를 했군요.

  진실을 밝힐 수 없으니."

 

 원준이 대답 대신에 고개만 끄덕였다.

 

 경찰이 발표한 조작된 사건 결론은 대략 이러했다. 과거 죽은 남편 김종상이 가르치던 과외 학생들이 범인이다. 그중 여학생인 정소정이 수업 도중에 강사인 김종상으로부터 수차례 성추행을 당했다. 성추행 당하는 것을 보았던 친구 4명이 시간이 흐른 후에 그중 한 명이 정소정의 남자친구가 되면서 복수를 하기로 모의를 했다.

 

 정소정은 고등학교 시절 그 성추행으로 인하여 정신적인 충격을 받아 사회 활동에 지장이 많았다고 피의자들은 진술하고 있다. 여자 친구의 일과 같은 시기 그 사건을 목격했던 당사자로서 5명이 합세하여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처음에는 죽일 생각 없이 자백을 받으려 했으나 피해자 김종상이 극구 부인하는 바람에 살인에 이르게 되었다. 다른 가족은 증거를 없애기 위해 함께 죽인 것으로 진술하였다.

 

 "일 차 조사는 이것으로 끝났으나, 우발적인 사건인지 계획적인 사건인지는 차후 더 조사해서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발표를 보던 최 기자가 버럭 화를 냈다.

 "저건 모두 조작입니다. 성추행이라니요. 유 기자님 조사와는 전혀 다르지 않습니까."

 

 원준이 아무 말도 하질 않고 계속 보고 있다가

 "한 번 싸워 볼까요?"

 

 "그러시겠습니까? 한 번 삽질 제대로 해 보실래요."

 

 그때 그들 옆에서는 모든 방송국이 전국에 걸쳐 실시간 특종으로 C 시 일가족 집단 살인사건을 과거 성추행에 대한 복수극으로 결론지어 방송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S 시에서는 상민과 태솔이 속보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속보는 브리핑 룸에서 있은 경찰 발표였다. 마지막에 원준이 나와 살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서 말하는 것으로 속보는 끝이 났다.

 

 경찰 발표가 끝나고 원준의 얼굴이 TV에 나올 때부터 상민은 고함을 치고 있었다.

 "또 조작이야. 또 조작하고 은폐하고 있어. 저건 성추행이 원인이 아니라 도둑질한 것으로 대학 간 것이 원인이야."

 

 그와는 달리 태솔은 원준의 방송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저렇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그럼 저들 다섯 명이 저지른 범행의 진실은 감춰지는 거잖아."

 

 "그저 복수만 한 꼴이지."

 

 "저들은 대체 어떤 고통을 당했기에 그 과외 선생을 죽인 걸까?"

 

 "우리하고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하고 비슷하다면 다른 친구들도 죽었겠네."

 

 "그뿐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형제, 아니면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겠지."

 

 "그렇겠지. 오죽 화가 났으면 이십 년 전의 일을 복수하겠다고 그 집을 찾아가 가족을 죽였겠어."

 

 "아마 우리처럼 하루하루 다가오는 죽음이 두려웠을 거야. 저주로 인해 죽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테니까."

 

 "그게 과외비 더 받고, 과외 학생들 더 모으겠다고, 저주받은 죽음이 예고된 도둑질한 자료를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는 더 했겠지."

 

 "그렇지. 자기 주변의 모든 불행이 그 저주가 원인이라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쏟는 기분이었을 거다."

 

 "이제 어떻게?"

 

 "원준이에게 전화해서 저 발표가 조작이고 은폐라고 알려야지."

 

 "원준씨도 이미 알 걸. 그걸로 범인을 잡는 특종을 얻었는데."

 

 "맞다. 알겠구나. 오후에 단독 특종이 원준이였지."

 

 "자기야. 난 무서워. 우리 고향 동네가 만들어놓은 일들이 대체 어디까지 퍼지게 될지 정말 무서워."

 

 그때 무슨 생각을 하던 상민이 다급히 말했다.

 "너 그거 기억나?"

 

 "뭐?"

 

 "권상웅이 예전에 했다는 말."

 

 "무슨 말?"

 

 "놀이공원에 가서 만났던 일. 거기서 고등학교 선생을 만났는데 그분이 자기들을 보고는 도망쳤다고 했던 이야기."

 

 "아! 그거. 그건 자기가 나에게 했던 이야기잖아."

 

 "그래! 그거."

 

 "그건 왜?"

 

 "느낌이 안 좋아. 그 선생님 좀 찾아보자. 왠지 이번 일 보고 나니 기분이 영 찜찜해. 무슨 일이 있었을 것 같아."

 

 "어서 조사해 보자. 어서."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이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 한 명은 연락처를 확인했고 한 명은 자기 카페를 들어갔다.

 

 

 다음 날, 원준과 최 기자가 방송국 안 회의실에서 단둘이만 회의를 하고 있다. 그들이 있는 회의실 벽에는 사건의 개요가 도표처럼 그려져 있었다.

 

 원준은 지금 막 경찰서 건물 안으로 들어가던 죄수복의 5명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수많은 취재진과 몰려있는 사람들의 모습에 잔뜩 겁먹은 그들의 얼굴 표정은 나약해 보이고 어려 보였다. 아무 죄 없이 살았을 것 같은 순수한 얼굴들이 한순간의 죄로 인하여 고개를 들 수 없는 입장이 되어 이제는 사람을 겁내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극악한 살인을 저질렀는데 그 이유가 과거의 성추행이 원인이라고 결론지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다. 그게 사실은 도둑질로 대학 간 저주 때문이라는 사실을. 그걸 밝히기 위해 지금 고민을 하고 있었다.

 

 원준이 갑자기 뜬금없이 말했다.

 "그들을 그와 같은 현실로 내몰았던 것은 무엇일까요?"

 

 그딴에는 애잔한 생각이 들어 감성적이게 말했다.

 

 최 기자가 서류를 보며

 "그걸 찾고자 우리가 여기 있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사무적이었다.

 

 최 기자가 다시

 "이 다섯 명과 같이 과외를 받던 학생들이 모두 열두 명입니다."

 

 그제는 정신을 차린 원준이 서류를 보며

 "열두 명 중에 일곱 명은 이미 죽었고요."

 

 "이것도 큰 충격이었겠네요. 아직은 젊은 나이인데. 친구들을 그렇게 보내야 했으니."

 

 "몰랐다가 알게 되면 더 큰 고통이었을 겁니다. 뒤늦게 알았다면."

 

 "부모님 쪽은 어떻습니까?"

 

 "정소정의 기록을 보면 몇 해 전에 두 분이 모두 사망했습니다."

 

 "원인 미상의 사고에 의한 사망이라 적혀 있네요. 이런 사고는 대체 뭡니까?"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병호는 동생 한 명이 뺑소니로 죽었습니다."

 

 "범인도 못 잡았고요."

 

 "김정윤도 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셨습니다."

 

 "그쪽도 너무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네요."

 

 "정형섭은 그나마 가족은 괜찮네요. 모두 살아계십니다."

 

 "하지만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형섭이 이들과 친하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친구들이 그가 이 무리에 끼인 것을 이해 못하더군요. 그래서 자세히 알아보니 죽은 일곱 명과 단짝이었더군요."

 

 "음... 그렇다면 가까운 친구 모두를 잃은 친구네요."

 

 "그렇죠. 마지막이 오대윤인데. 이 친구가 가장 비극적이네요."

 

 "그렇죠. 저도 이 친구의 가족사를 보며 이렇게 불행할 수 있나 싶을 만큼 온갖 불행을 다 겪은 친구더군요."

 

 "단 한 명도 없죠!"

 

 "예,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은 고아 신세가 되었습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장가를 갔는데 부인과 자식까지 죽었습니다."

 

 "이쯤 되면 원한도 그냥 원한이 아니었겠네요."

 

 "왜 김종상의 몸에 수많은 좌상이 있었는지 이제 알겠습니다."

 

 "아! 큰일이다. 자료는 이렇게 많은데 진실은 성추행으로 몰고 가고 있으니.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저번에 조사를 했다면서요. 그때는 어떻게 풀었습니까?"

 

 "못 풀었습니다. 허황된 이야기라고 방송도 못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된 거군요. 이렇게 나가면 이 사건도 그렇게 되는 것 아닙니까?"

 

 "피의자를 만나 어떻게든 스스로의 입으로 진술을 번복시키게 해야죠. 그래야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 겁니다."

 

 "그렇게 하겠다 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도리어 가중처벌을 받을 수 있는데. 살인 공모와 계획 살인으로. 지금은 거의 우발적 살인으로 몰고 가는 분위긴데."

 

 "또 그렇게 되나요. 허 참."

 

 두 사람 모두 동시에 보드판의 도표를 보며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질 않고 긴 한숨만 쉬었다.

 

 

 최 기자의 말이 맞았다. 사건 초기에는 가족들 모두가 하나같이 자기 자식들은 그런 잘못을 저지를 자식이 아니라고 소리 높여 주장하던 사람들이었는데, 시간이 지나서는 완전히 달라졌다. 모두가 입을 닫았고 취재를 허락하지 않았다. 겨우 들을 수 있는 대답이 김종상이 성추행을 하는 바람에 일어난 사고라고 할 뿐이었다. 그제는 가족들 스스로가 성추행에 대한 사과를 받다가 일어난 우방적 사고라고 했다.

 

 원준이 인터뷰를 할 수 있었던 유일한 가족은 정소정의 남동생이었다. 남동생을 어느 커피숍에서 만났다.

 

 남동생이 힘들다는 듯이 인상을 찡그리며

 "우리 가족들 그만 괴롭히세요. 그만큼 몰아세웠으면 됐지 않았습니까."

 

 원준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게 아니라 이번 사건이 좀 이상해서 다시 조사를 하는 겁니다."

 

 남동생이 원준의 말에 사뭇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뭘 알고 싶으신 겁니까?"

 

 원준이 남동생의 눈치를 자세히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혹시 누나 대학 갈 때 죽은 김종상이 쓴 글을 이용해 대학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예전에 학종이나 자소서라고 하는 방식이 있었는데."

 

 원준의 말에 남동생의 얼굴이 급작스럽게 놀라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의 얼굴에는 그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그 표정을 읽고 원준이 이거다 하는 얼굴로 흡족해하며 다시 물었다.

 

 "맞죠. 김종상이 썼다는 글을 이용해 원서 넣은 거죠."

 

 남동생이 한참 동안 대답을 못하다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숨기기 위해 김종상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원준이 알고 있다는 듯이 너그러운 표정을 지으며

 "알아요.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그것도 아세요. 김종상이 그 글을 다른 곳에서 빼내와 자기가 쓴 글로 속였다는 것도."

 

 남동생이 놀랍다는 듯이 원준을 봤다.

 "어! 그걸 아시네요."

 

 원준이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남동생이 긴장이 풀린 것처럼 한숨을 내쉬더니 숨기지 않겠다는 듯이 긴 이야기를 했다.

 

 "그 나쁜 놈이 자기가 쓴 글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자기가 쓴 글이라고. 모두를 속였어요. 그것도 남이 쓴 글을 도둑질하여 빼돌린 글을 가지고. 도둑질한 글이잖아요. 남이 쓴 글을 다른 곳에서 훔친 글인 거잖아요. 그런 글을 자기 글처럼 속였던 겁니다. 우리 부모님은 그것도 모르고 좋은 글로 누나 대학 보내 주었다고 그때 얼마나 고마워하며 보답을 했는데. 우리 모두를 속인 겁니다."

 

 원준은 상대가 어느 정도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바로 직접적인 질문을 했다.

 "그 글이 저주받은 글이라는 사실도 아셨어요?"

 

 남동생이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며

 "얼마 전에요. 얼마 전에야 그 사실을 알았어요. 제가 먼저 알고 누나에게 알려주었어요."

 

 "그쪽이 어떻게 먼저 알아요? 그쪽도 혹시."

 

 남동생이 고개를 저으며

 "아뇨. 전 아닙니다. 제가 아니라 우리 친구들이 누나 때 대학 잘 보내는 걸 보고 김종상 강의를 들었죠. 대학 갈 때 그가 썼다는 글을 이용하기도 하고. 그래서 알게 된 겁니다."

 

 원준이 말하는 남동생의 표정에서 그제는 급격하게 변하여 침울해짐을 알고는 근방 뭔가가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혹시 그 친구들이 사고나 다른 문제로 인하여 죽었나요."

 

 남동생이 대답 대신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준이 재차 빠르게

 "그 죽음에 관한 저주를 그때 알았던 거군요. 혹시 어디서 알게 된 겁니까?"

 

 "진찾사라고. 어느 카페에서."

 

 '진찾사. 이게 여기서 또 나오는구나.'

 "누나에게도 그 이야기를 하고요."

 

 남동생이 눈물이 그렁그렁 한 얼굴을 하고

 "예, 그걸 보고서야 알았죠.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는걸. 제가 바보였습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아무 말도 안 해야 하는 건데. 제가 잘못했던 겁니다. 다 제 잘못입니다."

 

 "왜 누나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겁니까? 재미로요. 아니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몇 년 전에 우리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어요. 사고가 안 나야 할 지점인데 사고가 나서 돌아가셨어요. 의심을 품다가 그만."

 

 원준이 무슨 말인지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최 기자와 조사한 내용이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거기다 대부분의 A 마을 사건들도 이와 비슷했다. 사고가 나고 사고에 대한 의심을 품다 보면 어떻게든 원인의 하나로 귀결되는 주제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저주에 대한 이야기였다.

 

 과거의 잘못에 대한 보답.

 도둑질한 것에 대한 대가.

 남의 글로 대학 간 것에 대한 저주.

 

 정소정 동생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허탈한 생각이 밀려왔다. 고작 좀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자기 노력이 아니라 남이 쓴 글을 도둑질하여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자들이 있더니. 이제는 그 꿈을 이용해 남의 글을 도둑질하여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저주임을 알고, 죽음이 예고된 도둑질임을 알고도 타인에게 그 저주를 팔았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 건지. 금전을 위해 타인의 생명을 빼앗은 격이다.'

 

 정소정 동생과 인터뷰를 끝내고 났을 때 상민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상민이 다짜고짜로

 "그런 사고가 더 있었다."

 

 "그건 무슨 소리야? 더 있다니."

 

 "우리가 이상해서 조사를 해 봤는데, 더 있었어."

 

 "어떤 거?"

 

 "너 혹시 내가 작년에 이야기한 권상웅이 놀이공원에서 만나 선생님 이야기 기억해?"

 

 "놀이공원에서 만난 선생님 이야기면... 아! 기억해. 대학을 보낸 선생님들조차 대학 들어가고 나면 제자들의 저주를 두려워했다는 그 이야기."

 

 "그래! 그 이야기. 그런데 그 이야기 속 선생님이 죽었어."

 

 "죽어? 어떻게."

 

 "이번과 똑같이."

 

 똑같다는 말에 원준은 많이 놀랐다.

 "그게 사실이야. 정말로 똑같이 됐다고?"

 

 "응, 그 선생님 일가족 모두가 살해당했어. 그런데 거기는 아직 범인을 잡지도 못했어."

 

 "제길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여긴 그나마 모르고 당해서 억울해 그랬다고는 하지만. 거기는 다 알고서 스스로 저희들 부모가 도둑질한 자료잖아. 그런데도 선생님을 죽였어."

 

 "그러니까 여기 사건이 더 어처구니없고 황당해. 누가 그랬을까?"

 

 "혹시 죽은 권성동이 그런 거 아냐? 그 이야기 자주 했다며. 비애를 느끼며. 그게 이유가 아닐까?"

 

 "설마.

  참, 그건 그렇고 조사 어떻게 됐어. 경찰 성추행 뒤엎을 수 있겠어?"

 

 "아니. 힘들 것 같아. 우리 쪽보다 그쪽 죄가 형량이 더 낮았어. 그런 상황에서 진실을 이야기하라고 할 수가 없더라."

 

 "그렇구나. 하기야 그들도 어떻게 보면 또 다른 가장 큰 피해자이니까.

  언제 돌아오냐 수여씨 기다리던데."

 

 "곧 올라가야 할 것 같다. 이제 이곳 뉴스도 끝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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