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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얼어붙은 태양과 달을 품은 자.
작가 : 에이지
작품등록일 : 2018.1.25

태생부터가 남들과 달라, 불행했던 그녀.
배신의 배신, 절망의 절망 끝에 누군가의 고의가 담긴 교통사고로 죽었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완벽히 끝났다고 생각했더니 전혀 다른 이세계에 태어났다.
하지만 다시 태어나도 그녀는 여전히 태생부터가 남들과 다르다
눈처럼 새하얀 머리칼. 붉은 눈동자와 금색 눈동자를 지닌 그녀는 귀족을 포함한 제국민들에게 괴물이라 불리는 데….

단순히 결혼이 싫다는 이유로 황실 근위 기사단에 들어가 제 4기사단의 단장이 된 그녀, 아스타냐.
어릴 적, 그녀의 손에 구해지고, 그녀의 손에 버려졌다, 그녀의 곁에 다시 나타난 그녀의 번견, 노아.

다른 사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고, 그래서 신경 쓰이고 또 쓰이다 어느새 그녀에게 사랑을 품게 된 남자, 마족의 후손이라 불리는 공작 가문의 가주, 요하네스 루제 아인하르츠.

'나의 태양. 나의 달. 그대를 사랑한다. 오로지, 그대만을.'

[환생물/사이다여주/걸크러시여주/잔혹남/집착남/순정남/]


 
1. 마수 수색. (1)
작성일 : 18-01-25 05:42     조회 : 252     추천 : 0     분량 : 8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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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아 오르는 시간. 창문 유리 사이로 비춰 들어오는 햇빛과 짹짹 소리를 내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와 자연히 눈이 떠졌다. 나른히 하품을 하며 어기적 침대에서 일어난 그녀는 잠시 제 뒷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온전히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를 하고, 머리를 감는 등 깨끗이 씻은 후 대충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방에 들어온 그녀는 작은 옷장을 열어 옷을 꺼냈다. 빳빳하게 다려져 각이진 목 카라가 있는 하얀 와이셔츠에 무릎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는 짙은 검은색 치마. 허벅다리까지 오는 검은색 비단 스타킹을 신고, 굽이 낮고 종아리까지 와 다리에 꼭 달라붙는 검은색 피트 부츠를 신었다.

 

 하얀색 크라바트를 단단히 맨 후, 그녀는 아직 젖은 긴 머리칼을 수건으로 탈탈 털며 물기를 제거한 후 거울 대 앞에 있는 빗으로 빗었다. 엉켜진 거 하나 없이 부드럽게 빗질 된 머리칼을 몇 번 만지작거리며 눈대중으로 대충 세 갈래로 나누어 느슨하게 땋아 묶고 난 후, 금색 단추와 더불어 어깨 부근에 금장식이 달린 검은색과 붉은색이 스며든 재킷을 여며 입은 마지막으로 검은색과 붉은색이 섞인 코트를 걸쳐 입었다.

 

 재킷과 마찬가지로 금색 단추에 오른쪽 가슴팍에는 황실 소속 기사단임을 알려주는 금술로 새겨 넣은 문양이 그러져 있다. 그녀는 거울 속의 제 모습을 보며 실없이 웃어버렸다.

 

 눈처럼 하얀 머리카락. 하얀 속눈썹. 붉은 눈동자와 황금색 눈동자.

 

 어디를 봐도 참으로 이질적인 모습.

 

 

 황실 소속 근위기사단. 제 4기사단 단장. 아스타냐 일리야 아덴리스.

 

 아스타냐는 가만히 거울 속의 자신을 보다 벽에 세워 둔 제 두 자루의 도검(刀劍)을 허리츰에 채우고서 방을 나섰다. 계단을 타고 1층까지 내려가 현관문을 열자, 자신과 같은 검은색 제복에 코트를 걸친 연갈색 머리칼의 남자가 서 있었다. 생긋 웃으며 반듯하게 허리를 굽혀오는 남자를 향해 아스타냐가 미간을 찌푸렸다.

 

 

 

 “좋은 아침입니다, 단장님.”

 

 

 “…정말 말 안 듣는 군.”

 

 

 “당연하지요. 단장님을 홀로 보낼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함께 사는 것도 허락해주지 않는 마당에 단장님을 홀로 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노아 알펜.”

 

 

 “예, 단장님. 하명하십시오.”

 

 

 “하. 됐어. 간다.”

 

 

 “예!”

 

 

 기쁘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어대는 얼굴을 뒤로 하고 아스타냐는 뒤쪽에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거리가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가깝지도 않다. 그래서 언제나 말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마구간에는 그녀의 애마, 윤기 나는 검은색 털을 가진 말이 있었다. 아스타냐는 한 걸음에 그 말에게 다가갔다.

 

 

 “좋은 아침, 레이븐.”

 

 

 - 푸릉!

 

 

 손을 뻗어 갈기를 매만지자 기분 좋다는 듯 얼굴을 내밀어 가슴팍에 부비적거리는 레이븐을 보며 아스타냐가 작게 웃었다.

 

 

 “오늘도 잘 부탁한다, 레이븐. 금방 헤어져야 해서 아쉽지만, 점심시간 때 찾아 갈게.”

 

 

 갈기를 만지고, 콧등을 쓰다듬자, 그쯤 아무렇지도 않다고, 기다리겠다는 듯이 푸르릉 콧소리를 내는 레이븐에 아스타냐는 웃으며 마구간에서 레이븐을 꺼냈다. 안장을 채우고, 훌쩍 그 위에 올라타고서 뒤에서 이미 출발 준비를 하고 있는 노아를 한 번 보고 난 뒤, 한 번 갈기를 매만져 주며 가자, 하고 말하자 레이븐이 기쁜 듯 소리치며 움직였다. 일정 속도를 내며 거리를 달린다.

 

 얼마 달리지 않아서 황궁에 도착했다. 기사단 쪽으로 가, 기사단 전용 마구간에 레이븐을 놓고, 근위기사 제 4기사단으로 향했다. 황실에는 근위 기사단과 황실 직속 기사단. 이렇게 두 개의 기사단이 있고, 두 군데 다 제1부터 10까지 있다. 그들이 지내는 곳도 따로. 연무장도 따로 있다. 황궁이 워낙 넓고 넓기에 가능한 것이다.

 

 

 아스타냐는 제 4기사단 건물로 들어가 집무실로 향했다.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두 칼자루를 빼내어 옆에 책상 옆에 세워 둔 후, 의자에 앉았다. 하루 사이에 책상에 어느 정도 쌓여 있는 서류를 한 번 보고 깃펜을 잡았다. 처리해야 될 서류는 그렇게 많지 않다. 다른 기사들보다 먼저 출근했으니, 그들이 올 때쯤이면 전부 끝나있으리라.

 

 

 “차를 가져 왔습니다, 단장님.”

 

 

 어느새 집무실 안으로 들어온 노아는 빙긋 웃으며 쟁반을 든 손에서 모락모락 김이 나는 하얀 찻잔을 책상에 내려놓았다.

 

 이건 기사인지, 집사인지, 하녀인지 모르겠다.

 

 아스타냐는 서류를 보던 시선을 올려 노아를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하자 기쁜 듯 웃는, 마치 칭찬을 바라는 개처럼 활짝 웃으며 보이지 않는 꼬리까지 흔드는 게 보였다. 머리가 지끈 거린다.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

 

 

 1년 전, 제 4기사단에 신입이 들어왔다. 4기사단은 다른 기사단들 보다 인원이 작았고, 누구도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 꺼려하는 기사단이었다. 그렇기에 자신해서 입단했다는 신입기사에 단장인 아스타냐는 물론이고 몇 없는 기사들도 호기심에, 입단시기에 우르르 집무실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나타난 신입기사는 호리호리한 체구와는 다르게 딱 달라붙은 제복 위로 보일 정도로 단단하지만 흉하지 않고 보기 좋게 자리 잡은 근육을 지닌, 연갈색 머리카락과 연갈색 눈동자에 남자다운 선을 가진 한마디로 잘 생긴 사내였다.

 

 그리고 그 사내는 그녀가 아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4년만의 재회.

 

 반 년만에 부기사단장이 된 노아는 작정하고 그녀의 뒷바라지를 했다. 잔심부름마저 부러 하려고 했고, 사소한 것까지 나서서 아스타냐의 손발이 되려고 했다. 개라고 하면 네, 갭니다! 하고 멍멍 짓을 기세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기사단 전원이 알아서, 알게 모르게 노아는 아스타냐의 번견이라는 소문이 났다.

 

 물론 그 소문은 아스타냐도, 노아 본인도 들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아.”

 

 

 “예, 단장님.”

 

 

 “너는 내 개인 집사가 아니야. 하인도 아니야.”

 

 

 “물론이죠. 하지만 저는 단장님의 것입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고.

 

 

 조금의 틈도 없이 치고 들어오는 대답에 아스타냐가 한숨을 삼키며 깃펜대로 자신의 이마를 쿡쿡 쳤다. 이걸 어떻게 할까 잠깐 고민하다가 아스타냐는 그냥 이대로 두자며 다시 서류를 보며 깃펜을 쥔 손을 움직였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아침 7시가 되자 서류 정리를 다한 아스타냐는 때마침 복도 밖에서 들려오는 시끌벅적한 소리와 유쾌하다 못해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발소리를 들으며 픽 웃었다. 제 4기사단들은 아스타냐와 노아를 포함해 전부 10명이다. 즉, 8명의 기사들이 우르르르 집무실로 달려 들어오더니, 책상에 앉아 서류 정리를 끝난 그녀와 그 곁에서 대기하고 있던 노아를 보더니 이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한 명이 울분을 터트리듯 제 머리를 감싸 쥐며 소리쳤다.

 

 

 “크아악! 이번에도 늦었어! 대체 잠은 주무시는 겁니까, 단장님?!”

 

 

 “…이번에 말로…라고 생각했는데… 흐윽!”

 

 

 “이번 내기는 내가 이겼군요. 역시 단장님. 오늘도 일찍 출근하시리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부단장님도요. 후후후, 감사합니다!”

 

 

 “으흐흐흐흐흑… 내 도오온…”

 

 

 

 매번 이른 아침에 출근하는 덕분에 그들은 내기를 했다. 이번에도 과연 단장님은 먼저 출근 해 있나, 안 해있나! 이번에야말로 단장님보다 일찍 출근하리라! 하고 마음먹은 김에 심심풀이로 시작 된 내기는 두 달 내도록 이어지고 있다.

 

 아스타냐가 한숨과 함께 말했다.

 

 

 “아직도 그 시시한 내기는 그만두지 않았나.”

 

 

 심드렁한 말투에 기사들이 발끈 소리쳤다.

 

 

 “시시하다니요! 이건 피 같은 돈을 걸고 하는 신성한 내기입니다!”

 

 

 피 같은 돈을 거는데, 신성한 내기라니. 말이 안 맞지 않나?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맞장구치는 놈들이 있다.

 

 

 

 “맞아, 맞아! 내일은 반드시 단장님보다 일찍 나오겠습니다!”

 

 

 “우오오오오! 내일은 반드시 이긴다!!”

 

 

 이상한 열정이다. 저 열정과 오기를 검술에 나타내면 좋을 텐데. 아스타냐는 한숨을 내쉬며 책상 옆에 세워 둔 두 자루 검을 챙기고 일어났다.

 

 

 “아침 훈련이다. 오늘은 가볍게…. 연무장 300바퀴 뛰어라.”

 

 

 “으아아악!”

 

 

 “귀신!!”

 

 

 “도깨비! 쉴 시간은 주고 훈련합시다, 단장님!”

 

 

 “이제 막 출근했는데!”

 

 

 우우 하고 아우성을 보내는 기사단들을 향해 그저 말없이 쳐다봤다. 그러자 알아서 입을 다물고 투덜거리면서 집무실을 빠져나간다. 아스타냐는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그들을 따라 집무실을 나왔고, 노아 또한 그 뒤를 따랐다.

 

 

 제 4기사단에 입단한지 3년. 입단 하자마자 기사단 단장이 됐고, 반년이 됐을 때는 기사단들 전원이 불만을 토했으며, 1년이 됐을 때 몇몇 다른 기사단으로 옮겨갔고, 몇몇은 남았다. 실력으로 인정받고, 실력만으로 그녀를 존중하고 존경하고 경외하는 이들만이 그녀의 곁에 남은 것이다.

 

 

 아스타냐는 연무장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기사단들을 보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기울였다.

 

 

 그녀의 곁에 남은 8명의 기사단원들. 불만 없이, 자신을 보며 매일 싱글벙글 웃으며 고된 훈련에도 진지하게 임하고, 조금씩 늘어가는 검술에 기뻐하기도 하는 녀석들. 전부 그녀보다 나이가 많다. 가볍게 4살 연상에다, 많게는 10살 연상도 있다.

 

 아스타냐에게 무자비하게 깨지고 나서, 그녀의 검술과 그녀 자체에 존경심과 동경, 경외를 품게 된 기사단들이다. 되려 아스타냐는 자신의 곁에 남아 준 이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때가 종종 있다. 진심어린 말투와, 눈빛. 대련을 형식으로 개개인에 맞는 검술과 자세를 가르쳐 줄 때의 존경스런 눈빛은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의 감정이었다.

 

 그리고 다른 기사단들이 그녀에 대해 수군거리거나 욕을 하기라도 하면 금세 발끈해서 달려들어 싸우기도 했다.

 

 

 ‘정말 이상한 놈들이야.’

 

 

 건장한 사내놈들이기에 300바퀴는 금방 다 돌았다. 20분의 휴식시간이 주어지고, 본격적인 훈련시간이 다가왔다.

 

 아스타냐가 직접 그들을 하나하나 가르치는 것이다.

 

 

 연무장의 한 중간에 선 아스타냐가 손을 뻗어 자신의 허리 츰에 걸린 검 집에서 검을 빼내 들었다. 스르릉 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 베아트리체의 검은 다른 일반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검과는 틀렸다. 일반 기사들이 가지고 있는 검은 누구나 그렇듯 양날 검이다.

 

 베기도 베지만 갑옷도 꿰뚫는 찌르기에 적합한 양날 검.

 

 금속을 사용하여 만들기도 하지만 그 금속에 단단한 고래 뼈나 늑대의 이빨. 특이하게는 마물의 뼈로 만드는 것도 있다. 굵기도 하고, 얇기도 하고, 다양한 종류의 양날 검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스타냐의 검은 양날 검이 아닌 외날의 검. 한 쪽에면 날카로운 날이 서 있는 도(刀)검이다. 베기에 더 유용한 도.

 

 검 자루부터 시작해서 그 모형과 날까지 새까만 도검은 금속도 보통 금속이 아닌 흑요석이라는 보석을 가지고 만든 것이다. 일자 형태가 아닌 가늘고 부드럽게 살며시 휘어져 있는 칼날의 끝은 보석처럼 반짝였다.

 

 양날 검에 비해 얇고, 잘못 세게 치면 부러질 것 같으나, 그녀의 도는 부러진 적이 없다. 어떤 화려한 기술과 그에 마땅한 힘을 불어 넣어도 그 검은 부러지지 않았다. 흑요석을 가공한 도는 무척이나 단단했다.

 

 

 

 “와라, 제인.”

 

 

 초반부터 아스타냐와 대련 방식의 가르침을 받게 된 기사단 일원 중 제인은 검을 꺼내 들며 긴장어린 표정을 하며 꿀꺽 마른 침을 삼켰다. 두 손으로 검을 움켜쥐고 다리를 살짝 벌렸다. 긴장으로 어깨가 좁아지며 호흡이 조금 빨라졌다. 아스타냐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기울였다.

 

 

 “제인. 호흡이 빠르다. 심호흡하며 안정시켜라. 어깨와 팔, 손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 가있다.”

 

 

 “네, 네!”

 

 

 

 제인은 잠깐 눈을 감았다. 대련식인 가르침을 받을 때는 항상 긴장 된다. 제인은 나름 견습 기사시절부터 타고난 재능이 있다며 칭찬을 받아왔다. 물론 그 재능이라는 게 천부적으로 가지고 태어난 검술 재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냥 기본적인 탄력이 있고, 악력, 기초체력이 있었을 뿐이다.

 

 거기에 끈기가 있었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소릴 들었다.

 

 천재(天才)가 아닌 범재(凡才)인 것이다. 여기 있는 기사단일원 전원이 그랬다. 우여곡절 끝에 범재의 재능이 발휘되어 무사 견습 기사시절을 졸업하고, 근위기사대로 입단했지만 처음 제 1기사단이 아닌 4기사단이라는 사실에 실망했고, 거기에 갑자기 나타나서 갑자기 제 4기사단장이라는 사람이 나타났으며 그게 여성이고 소문만 들었던 하얀 머리와 이색안의 공작 영애라는 사실에 놀랐고, 기분도 나빴다.

 

 여성의 몸으로 기사단에 입단했고, 그것도 무려 기사단장이라는 직책에 앉았다. 실력이 아닌, 공작가의 입김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했다. 기사단 전원이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곧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지 몸소 깨달았다.

 

 척 보기에도 가녀려서 툭 건드리면 부러질 것 같았던 그녀는 누구보다 강했다. 내내 불만을 가지고 있었던 기사들이 여자 주제에, 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다. 그녀는 잠자코 그들의 원성을 듣다가 이내 가만히 검을 뽑아 들었다.

 

 

 ‘그렇다면 대련을 하도록 하지. 그대들 전부와 나. 한 사람씩 차례대로 덤벼도 좋고, 다 같이 작정하고 덤벼도 좋다. 요는 내가 강한가, 약한 가, 실력이 있는 가, 빽인가. 그거지. 덤벼라.’

 

 

 그리고 그녀는 그 모두를 이겼다.

 

 30명이나 되는 기사단을 홀로 상대했고, 그리고 30명의 건장한 사내들을 단 일합(一合)에 이겼다. 한 번 휘두르는 검에 검이 날아가고, 부러졌다. 상대는 물론이고 그녀 자체도 상처 하나 없이 승리를 거둬냈다. 믿기지 않았지만 현실이었다.

 

 그녀는 그 누구보다 월등히 강했다. 범재를 능가하는 천부적인 재능. 하지만 오로지 재능만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의 노력까지 있었기에 그녀는 누구보다 강한 것이었다.

 

 그 뒤로 몇 몇 기사단들은 여성에게. 그것도 하얀 괴물이라 소문이 무성한 여성에게 진 것에 자존심이 상해 기사단을 나갔다. 다른 기사단으로 이적한 것이고, 아스타냐는 그것을 허락했다. 제인을 비롯한 몇몇 기사단들은 그녀의 밑에 있기를 자청했고, 남았다.

 

 그녀는 누구보다 강했다. 고고했고, 고결했다. 그 단 일합에 그녀를 향한 존경심이 생겨났다. 기사는 강함이다. 강함으로 비롯된다. 그녀는 강하고, 또 강했기에 강한 사람을 향한 자연적인 존경심이었으나, 그녀를 지켜본 결과 기사단들은 자신들의 단장인 아스타냐에게 존경심을 비롯한 동경과 경외를 가졌다.

 

 그녀만큼 강하고 아름다운 사람은 본 적도 없고, 앞으로 없으리라.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제인은 처음보다 한결 낳은 자세를 취하며 아스타냐를 바라봤다. 한 손으로 검을 쥔 채 여유로운 자세를 취하고 있던 아스타냐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인이 한 발 움직였다.

 

 

 채앵!

 

 

 검과 검이 마주쳤다.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자세가 흐트러졌다. 어깨가 너무 벌어졌어. 팔을 좁혀라.”

 

 

 “네, 네!”

 

 

 - 챙, 챙!

 

 

 

 “파고들 때 멈칫하는 버릇은 아직도 못 고쳤군. 틈이 생긴다. 다리의 간격을 더 둬. 멈추지 마라. 치고 들어오면 그 반동을 이용해 노려. 간격이 좁다. 봐라, 빈틈이 생긴다.”

 

 

 “으앗!”

 

 

 

 검을 맞대며 하나하나 지적하고, 하나하나 교정해준다. 어느 기사단에서도 그런 가르침은 받지 않는다. 마치 개인 지도 교수같이 일일이 가르쳐주진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들을 한 명, 한 명 상대하며 부족한 점, 고쳐야할 점. 잘 못 된 버릇. 그런 것을 일일이 가르쳐 준다. 제인을 비롯한 기사단들은 그녀의 가르침이 너무도 좋았다.

 

 2시간이 지난 후. 아스타냐와 노아를 제외한 기사단들이 땀에 흠뻑 젖어 거친 숨을 내쉬며 연무장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럭저럭 보완됐군. 아직 멀었지만. 아, 기본 체력은 좀 더 쌓을 것. 형편없다.”

 

 

 “가, 감사…합니다.”

 

 “노, 노력하겠습니다.”

 

 

 기진맥진하고 있는 가운데 아스타냐와 노아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고, 숨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떻게 땀 한 방울, 호흡 하나 흐트러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혼자서 8명을 상대했는데!

 

 

 ‘진, 진짜 괴물이야…’

 

 

 외모가 아니라, 그녀의 괴물 같은 체력이 괴물이다. 몇 번을 보아도 그녀의 체력은 어마무지해서 괴물 같았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무표정으로 검을 도로 검집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오늘 아침훈련은 이걸로 끝이다. 다른 건… 그렇군. 오늘은 수색 팀과 가담해야했지. 씻고 준비하고 있어라. 오늘은 제 1, 2기사단과 함께 서쪽 외각 숲으로 간다. 마수가 출몰한 소문이 흉흉하니 단단히 준비하고 대기하도록. 노아는 따라와라.”

 

 헐레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기사단들이 건물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 아스타냐는 걸음을 옮겼다. 노아가 그 뒤를 조용히 따랐다.

 

 최근 갑자기 마수가 출몰한다는 소문이 났다. 원래 서쪽 외각에 있는 숲에는 육식 계의 야생동물이 많이 살고 있고, 대부분 몬스터들이 터를 잡고 있어서 사람들이 다가가기에는 꺼려하는. 그러나 사냥꾼이라든지, 그러한 직업을 지닌 이들은 자주 그 숲에 들어갔다. 하지만 몬스터도 무서운 와중에 몬스터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마수가 나타났고, 이어 나름 실력 있다고 자부하는 사냥꾼들이 그 숲에 들어간 순간 소식이 끊어지고, 갑자기 마수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무성하게 부풀어졌다. 그에 황제는 이에 따른 조사를 행하도록 명했으며, 마수가 있다면 그 마수를 퇴치(退治)하라는 황명이 내려진 것이다. 그 조사 겸, 퇴치에 행하는 기사단은 제 1기사단과 제 2기사단. 그리고 아스타냐가 소속된 제 4기사단이다.

 

 ‘하지만 마수라. 그럴 리가 없는데. 그런 낌새도 못 느꼈고.’

 

 

 아스타냐의 집은 서쪽 외각에 있다. 말하자면 마수가 출몰한다는 숲 바로 앞에 그녀의 집이 있다. 그런 터라 아스타냐는 자주 숲 안으로 들어가 산책을 즐겼고, 나름의 수행도 거기에서 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 숲에 갔었기에 고개를 갸웃거려야만했다.

 

 

 ‘뭐, 가보면 알겠지.’

 

 가볍게 어깨를 으쓱이다 문득, 하늘을 바라봤다. 청푸르게 빛나는 하늘을 무척이나 밝았다. 뜨거운 태양. 둥실둥실 떠 다니는 하얀 구름과 푸른 하늘. 아스타냐는 작게 웃으며 다시 앞을 바라봤다.

 

 대 제국, 샨 리야드. 태양신 칸 샤이 이프리엔의 대지라 불리는 곳.

 

 

 그녀가 태어난 세계. 다시 한 번 삶을 부여받은 세계. 아스타냐는 저도 모르게 씁쓸히 웃으며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어째서 다시 태어난 건지 모르겠다. 전생에, 죽기 진적에 무슨 말을 들은 것 같으나 그것만은 기억나지 않는다. 전생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으면서. 어떻게 죽었는지까지 기억하면서, 그것만은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이왕 다시 태어난 거.

 

 그냥 살아가면 되는 거니까.

 

 물이 흐르는 것처럼,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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