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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니콘의 뿔
작가 : 앙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0

남방 최고의 국가 카프래이스....그들의 성곽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도로 강대한 공격에 맞서 무너지는 순간, 한 자루의 창날이 그들을 구원하고자 나섰다. 유니콘의 뿔을 찾아야만, 이들의 도시는 구원될 수 있을 것이다.

 
008-메고델
작성일 : 18-01-24 14:20     조회 : 221     추천 : 0     분량 : 9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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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숲은 꽤 넓어요. 여정에서 대부분을 이 숲에서 보내게 될겁니다."

 

  베어르가 결론내렸다. 마침 은빛섬광이 베어르의 말을 가로막던 장애물을 발로 차서 길을 연 참이었다. 베어르의 말은 자기가 길을 뚫기라도 한 듯 기세등등하게 내 말을 앞지르려고 했다. 당연히, 내 말은 그리 쉽게 선두를 내주지 않았고, 베어르의 말은 앞으로 치고 나오는 걸 포기했다.

 

 "그건 좀 곤란한데. 생각해보라고, 이런 숲에서 우리가 묵을 곳이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단 말이지. 게다가, 방금 봤잖나, 그 표범 말야. 숲에 들어오자마자 그런 녀석이랑 마주칠 정도면 이 숲은 위험으로 수두룩 빽빽할거란 소리야.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고 싶군."

 

 "뭐, 위험이 와도 못 이겨낼 위험이 있을까요."

 

  아까부터 '자신만만 태세'에 들어선 리드라가 자신 있게 말했다.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방금 전 그 표범만 해도, 만일 내가 불침번을 서고 있는 상황에서 습격한 거였다면 굉장히 끔찍한 결말을 맞았을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드라의 말이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우선은 최대한 빨리 숲을 통과하는 게 중요하지요. 게다가, 이 숲에서는 황무지와 달리 우리의 이동속도가 상당히 제한을 받게 될 거에요. 마음을 넉넉하게 잡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어찌되었든 방금의 일 이후로 마음에 들지 않는군. 이 숲은 말이야."

 

 "그렇다고 여기를 나갈 순 없어요. 말씀드렸잖습니까. 이곳은 메고델들의 영역이에요. 입구로 되돌아나가다간 큰 화를 입게 됩니다. 우리가 안전하게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반대편으로 나가는 것뿐이에요."

 

  메고델... 나는 그 이름을 다시 곱씹었다. 메고델들의 숲에 대해서는 일찍이 읽어본 적이 있었다. 호전성과는 거리가 먼 도시였던 레셈블에서는 언제나 관리들, 설사 군에 종사하는 관리라 할지라도 정기적으로 교육을 시켰고, 메고델들의 숲이 남부와 북부를 가르는 경계선을 이룬다는 점은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다만, 난 메고델들이 어떤 존재들인지는 알지 못했다. 아무도 굳이 그걸 가르쳐주려 하지 않았고, 나 또한 굳이 궁금해 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 내가 그들의 영역에 들어와있다고 했으니, 그걸 궁금해하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근데, 메고델들이라는게 도대체 뭐에요? 정확히 알지를 못해서...."

 

 고맙게도, 질문을 리드라가 대신 해주는 바람에 말을 아낄 수 있었다. 베어르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녹색 거인들이지."

 

  그리고 그는 더 이상 부연설명해주지 않았다. 리드라와 나는 그 정도로 만족하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숲길은 험난했고,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은빛섬광이었다. 내 말이고, 내가 직접 길렀으며, 녀석의 능력이 뛰어난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녀석의 능력은 내 예상을 뛰어넘는 정도였다. 차는 힘이 굉장히 강력했기 때문에 널려있는 장애물을 손쉽게 나무들 사이로 날려 보낼 수 있었고, 몇몇 바위들은 아예 깨 부셔버리고도 멀쩡히 걸어가는 괴력을 선보이기도 했다. 나는 말에서 내려 서둘러 녀석의 발굽을 살펴보았지만 별 다른 문제는 없었다.

 

 "그 말, 정말 굉장한데요."

 

  은빛섬광이 다시 바위 하나를 깨부수자 베어르가 입을 떡 벌리며 말했다. 나는 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베어르의 말은 이제 내 말에게 조금은 존경심을 품게 된 것 같았다.

 

 "히히힝!"

 

  그 순간 내 말이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히 울부짖었다. 나는 무슨 일인지 의아해하며 녀석의 시선을 따라갔다. 정확히 보지는 못했지만, 묘한 녹색 불빛이 잠깐 어른거리고 사라진 것 같았다.

 

 "무슨 일이지요?"

 

 그 사이에 다시 소심해진건지 리드라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별 거 아닌 거 같군. 계속 가지."

 

  하지만 그 초록불빛은 그 뒤에도 두어 번 우리 주변에 나타났고, 그때마다 은빛섬광은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했다. 기어코 베어르의 말이 발을 구르며 울부짖기 시작하자, 베어르가 입을 열었다.

 

 "슬슬 저도 신경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느낌이 좋지 않아요. 말들이 우리보다 예민한건 당연한 일이지요. 네, 당연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그때, 은빛섬광이 기어코 미친듯이 앞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서둘러 말고삐를 잠아당겨 녀석을 제지했지만, 이 순간부터 우리 셋은 모두 이 숲에서 심상찮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자각했다.

 

 "....장교님께서 뭔가 짐작가는 곳이 있으시겠지요?"

 

 언제나 그렇듯이 대화의 출발점은 리드라였다. 베어르는 그렇지도, 그렇지 않지도 않다는 듯 고개를 미묘하게 갸웃거렸다.

 

 "메고델들일 수 있겠습니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그 가능성 뿐이군요."

 

 "하지만 그들은 거인이라고 하지 않았나?"

 

 내가 기어코 무식한 티를 내면서 말했다. 베어르는 조금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마법에 무척 뛰어난 거인들이지요. 만일 그들이 우리를 언짢아하는 거라면, 우리가 살아 돌아갈 희망은 희박합니다."

 

 그 말을 들은 모두가 잠잠해졌다. 이윽고, 다시 리드라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에요?"

 

 "메고델들을 찾아가보는 게 가장 현명할 거 같군요. 어렵진 않을겁니다. 어짜피 대부분의 숲길은 그들의 구역으로 향하게 되어있으니까요."

 

  도대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숲의 주인이나 다름없다는 그 메고델들이란 존재를 찾아가는게 정말로 현명한 일일지는 상당히 의심스러웠지만, 아무래도 베어르의 의견에 토를 달고 싶은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그 뒤부터는 우리는 정말로 조용히 숲길을 이동했다. 그 뒤로도 녹색 불빛은 멀리서 몇번 어른거렸지만 은빛섬광은 이전만큼 강렬한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살짝 흥분한 듯 콧김을 내뿜기는 했지만, 그것이 부정적인 반응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쿵'

 

  네 시간쯤 걸었을 때, 뭔가 거대한 존재가 발걸음을 내딛는 듯 수상쩍은 굉음이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베어르가 말한 거인을 떠올렸지만, 베어르는 무시하라는 손짓을 하며 내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리드라는 잔뜩 겁을 먹고 활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만, 지금은 활을 손에 쥐고 있어서인지 그렇게까지 심각한 상황이 온 거 같지는 않았다.

 

 "오늘은 이 정도에서 멈추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우리 둘이 도통 불안감을 풀지 못하자 베어르가 결론내렸다. 나는 곧바로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리드라 또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는 싫은 표정이었다.

 

 "날이 늦었네. 어둠속에서 이동하는 건, 특히 이 숲에서는 거대한 위험이야."

 

 "게다가 이제 곧 메고델들의 구역에 도착하게 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이런 상태로 그들에게 접근했다가 실수라도 한다면 굉장히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어요."

 

  그가 그 말만 덧붙이지 않았더라면 그나마 마음이 편해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도대체 그가 말하는 메고델이란 존재가 무엇인지조차 짐작가지 않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 해도 도저히 편하게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근방은 조금이라도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 나 있어요. 여기서 잠자리를 이루게 된 건 나름 괜찮은 선택인 거 같네요."

 

  리드라의 말이었다. 보통사람이라면 뾰족뾰족하거나 둥글긴 하지만 굉장히 거추장스러운 자갈들이 길에 널려있는 광경을 보고 '잠자기 적당한 곳'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었다. 여정에 정예병들을 데려오는 것은 이러한 점에서도 이점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적응력이 굉장히 뛰어나다.

 

 "불침번은 내가 서도록 하지.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알겠습니다. 잠이 오실 때쯤 절 깨워주세요."

 

  베어르가 이 말을 마치고 편히 잠자리에 들었다. 그의 모습을 보며, 지금 내가 불안해하는 것은 내가 이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베어르는 나와 리드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따라서 앞으로 닥쳐올 상황도 어느 정도 예측을 하고 있을 터였다. 지금 현재 그의 상황을 봐서는, 그 예측이 그렇게까지 부정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나는 나처럼 거의 모든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리드라를 바라보았다. 그가 베어르보다도 편히 잠들어있는 것을 보고서 나는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히.. 히힝..."

 

  계속해서 앞으로 일어날 일들과 과거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의미 없는 고민만을 계속하던 차, 내 말이 악몽이라도 꾼 듯 꿈결에 뭐라고 소리를 냈다. 그 때, 나는 지금 내가 느끼는 불안감을 내 말이 느끼는 불안감과 상당히 연결되어있음을 알아차렸다. 내 말은 무언가 우리가 모르는 것을 알아차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녀석의 등 위에 올라탐으로서 그 불안감을 몸으로 받아내고 있었던 것 같았다.

 

 '쿵'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 몇시간이나 흘렀을 지 모르겠는 때, 다시 한번 거대한 발걸음 소리 비스무리한 굉음이 들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창을 집어들었다. 나무들 사이에서 강렬한 녹색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은빛섬광쪽을 쳐다보았지만 내 말은 깊은 잠에 빠져 그 불빛을 알아차린 것 같지 않았다.

 

 "....거기 누구 계십니까?"

 

  처음엔 '누구냐?'라고 하려고 했지만 베어르의 말이 마음에 걸려 조금 더 예의를 갖추었다. 물론 불빛을 향해 창날을 겨눈 상황에서 예의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두려워하지 마라. 인간을 싫어해본 적은 없으니까."

 

  분명 그 말의 내용은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연히 두려움이 느껴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목소리는 천둥처럼 우렁찼지만 꿈결에 들려오는 듯 나긋나긋했기 때문에 자는 이를 깨울 수 있는 소리는 아니었다. 자장가를 부르는 듯 했지만 마치 트럼펫으로 자장가를 연주하는 듯 깨어있는 자에게는 각성을, 자는 자에게는 숙면을 제공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그 소리에는 트럼펫과 천둥소리 둘 다 지니지 못한 위엄이, 말하자면 지나치게 '마법적인' 위엄이 담겨 순간적으로 '내가 드디어 신과 마주하게 되었다'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

 

 "어..어... 그러니까..."

 

 "하지만 무장한 인간들이 이 곳을 통과할 정도면 상당히 긴급한 안건임에 틀림없구나."

 

  문장이 길어지자 그 문장이 갖는 위엄이 이전에 비해 조금 덜해졌다. 그나마 용기를 얻은 나는 그 존재의 말에 대답해보기로 마음 먹었다.

 

 "누군가 벌인 흑마법으로 인해 남부의 한 도시가 멸망했고, 우리는 그 일에 관련해서 북방의 황제의 도움을 받을 수 없을까 하여 여정을 떠나는 중입니다."

 

  그 말을 들은 녹색 불빛이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일순간, 불빛이 팍 하는 소리와 함께 꺼져버렸다. 나는 멍한표정으로 나무들 사이를 바라보며.

 

 "가버린건가..."

 

 라고 중얼거렸다. 다음날 아침에 베어르와 리드라가 깨어나면 이 이야기를 해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 나무들이... 비켜서기 시작했다.

 

  말 그래도 나무들이 비켜선다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나무들은 마치 경비대가 길을 내듯이 자연스럽게 양옆으로 갈라졌고, 안 그래도 딱딱해보이는 나무들의 대형이 더욱 딱딱해보였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놀라웠던 일은, 나무들이 낸 길 사이로 걸어오는... 한 명의 거인이었다.

  이 거인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온 몸이 에메랄드빛 보석으로 이루어진 이 거인은, 마치 전설 속에 나오는 골렘마냥 바위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하지만 각 보석간의 크기가 상당히 규칙적으로 배열되어있었고, 그 구조가 인간의 관절과 굉장히 흡사하였기 때문에 보는 데에 있어서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그들의 몸을 이루는 것이 거대한 보석, 즉 돌이라는 것은 확실했지만, 때에 따라서는 젤리처럼 물컹해질 수도 있는 것 같았다. 그 거인이 걸어오는 모습을 볼 때 무릎 부분의 관절이 푹 파여 들어가는 것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손 부분은 인간의 손처럼 정교하게 짜여져 있어 무언가를 집거나, 심지어는 공예를 부리는데 있어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았다.

  이 존재는 분명 이 숲의 나무들보다는 작았지만, 나는 그건 분명 이 숲의 나무들이 비정장적으로 높기 때문일 거라고 결론 내렸다. 이 거인은 이 숲 밖으로 나가면 분명 그 어떤 나무보다도 거대할 것이 분명했다. 성인남성 네 명을 수직으로 쌓아야 눈높이가 겨우 맞을 법 했고, 눈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는 물리적인 눈 대신 내가 방금 보았던 녹색 불빛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 순간, 난 메고델, 그 존재를 처음으로 마주한 것이었다.

 

 "내가 자네들을 데려가는 것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견이 있다면, 말해보도록."

 

  물론 내가 뭔가 말할 턱이 없었고, 그 메고델은 그걸로 좋다는 듯 손을 살짝 들어올렸다. 곧 녹색 불빛이 자고 있던 리드라와 베어르, 그리고 베어르의 말을 감쌌다. 메고델이 손을 위로 더 들어 올리자 그들이 두둥실 떠올랐고, 메고델이 그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자 그들 또한 메고델 쪽으로 잡아 당겨졌다. 흔히 말하는 염력인 것 같았다.

 

 "자네는 자네 말을 타고 오게. 매우 영리한 말인 거 같던데."

 

 "그럼... 우리 주변에 나타났던 녹색 불빛이..."

 

 "녹색 불빛이... 뭔가? 말해보게."

 

 "혹시 당신들의 마법이 아닌가 해서..."

 

  메고델이 살짝 얼굴을 찌푸린 것 같았지만, 어쩌면 내 상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그 메고델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잘 모르는 일이야. 어쨌든 이 숲을 지나는데 자네들 주변에 녹색 불빛이 나타났다면 우리 종족이 뭔가 지켜본 것일 가능성이 높지. 타당한 추측이야."

 

 "그...그럼, 한 가지만 더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질문을 거부하는 건 친절한 행동이 못되지. 난 언제나 친절한 존재로 나타나려 한다네."

 

 나는 그 말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본인이 직접 저희를 지켜보신 게 아니라면....제 말이 영리한 녀석이라는 건 어떻게 알아차리셨습니까?"

 

 "녀석의 꿈을 봤으니까."

 

 충분한 해명이 되지는 못했지만, 난 그쯤에서 만족하기로 했다.

 

  메고델은 아직도 공중에서 두둥실 곤히 자고 있는 내 동료들을 끌고 길을 지나갔다. 나무들뿐만이 아니라 자갈들도 길을 내준 양 아주 말끔한 길을 아주 평탄하게 걸어갔다. 나는 은빛섬광을 깨워 등 위에 올라탔다. 내가 서둘러 메고델 옆으로 다가서자, 그가 내게 말을 걸었다.

 

 "이번엔 이쪽에서 질문을 해도 되겠나?"

 

 "저 또한 친절한 사람 중 하나에 속한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 또한 내 말을 '좋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카프래이스 출신이지, 그렇지 않은가?"

 

 "네... 혹시 나라가 멸망했다는 소식이...."

 

 "그 소식이라면 방금 전에 자네한테 들은 게 처음이야."

 

 대화를 나눌 때 그의 목소리는 한결 가벼웠다. 여전히 위엄은 있었지만, 이제 적어도 나는 주눅들지 않고 그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대신 자네 품 안의 검이 보였지. 그렇게 강렬한 마법을 지닌 물건을 숨긴다는 건 불가능하지. 우리의 눈 앞에서는 말이야."

 

 나는 내 품 안의 검을 다시 만져보았다. 강렬한 마법이라.... 왠지 가슴팍이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흑마법에 도시가 당했다고 했지? 카프래이스가 흑마법에 당했단 말이지.... 그 흑마법이 무슨 종류의 마법인지 심히 궁금해졌어. 짐작이 가기도 하면서, 종잡을 수 없게 느껴지기도 한단 말이네. 그 팔 좀 줘보겠나?"

 

 "네?"

 

  난 순간 내 팔을 달라는 줄 알고 내 팔을 내밀 뻔했지만, 정황상 내가 벤 금속 팔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그 순간, 나는 한가지 희망을 가졌다. 어쩌면 이 존재는 우리를 공격한 마법의 정체를 알고 있을지도 몰랐다.

 

 "이겁니다. 그 흔적이요."

 

 "....그래, 이건가."

 

 메고델은 그 팔을 받아들었다. 분명 묵직한 금속이었지만, 그의 손 안에서 그건 어린애 장난감보다도 조그마해 보였다.

 

 "....모르겠군."

 

  한참을 걸으면서 생각한 결과, 그는 그런 판단을 내렸다. 나는 조금은 실망했지만, 그런 기색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메고델은 내게 그 팔을 돌려주었다.

 

 "처음 보는 흑마법이야. 언데드도, 정령술도, 뭣도 아니지. 아무래도 자네들은 심각한 위협을 직접 목격한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북방의 황제를 찾아가는 것 또한 타당한 선택이야. 하지만 우선, 우리 메고델들에게 상담을 해보는 것도 좋을거네."

 

  나는 그에게 카프래이스 멸망한 과정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하지만, 그가 가장 큰 관심을 보인 부분은 전쟁 시작 얼마 전, 아틀라 산의 들소가 카프래이스에 출몰한 이야기였다.

 

 "그 소가? 납득이 가지 않는군. 남부에서 그런 위험한 존재들이 씨가 마른 것은 벌써 옛날 일이야. 내가, 우리 종족이 처음 탄생했을 때쯔음 일이지."

 

 그는 마법에 걸린 코끼리에도 관심을 보였지만,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 수록 더욱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결론을 내렸네. 자네들이 이 숲을 지나간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어. 자네들에게는 가장 지혜로운 메고델의 상담이 필요해. 근래에는 이렇게까지 수수께끼스러운 일이 없었지. 하지만 이 수수께끼에서도 명확한 전제는 하나 있어. 바로 '뭔가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졌다'라는 하나의 사실이지. 난 그 사실에서 결론을 도출해낼 수가 없다네. 그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지는 않거든."

 

  이윽고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해가 떠오르는 걸 본 메고델은 손을 휘저어 내 동료들을 땅바닥에 사뿐히 내려놓았다. 그 즉시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그 즉시 셋 다 거대한 녹색 거인을 보고 기겁했다.

 

 "어...어..어... 그게...."

 

 리드라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설프게 웅얼거렸지만, 베어르는 곧 자리에서 털고 일어서 예를 갖춰 거인에게 인사했다.

 

 "숲의 주인 중 하나시군요."

 

 "이 자는 꽤 똑똑한 모양인데. 이 팀에서는 여정의 방향을 가리키는 지표를 맡기에 적합하겠군."

 

 메고델이 기분이 좋은 듯 흡족하게 말했다. 그는 리드라를 바라보면서는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에요?"

 

 메고델이 뒤로 돌아서자 베어르가 내 옆으로 와서 물었다. 나는 어께를 으쓱했다.

 

 "나도 잘 모르겠네. 일단 이 분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야. 굉장히 현명해보였거든."

 

 "모든 메고델은 현명하지요. 그건 사실이에요."

 

 "에... 그러니까... 저 거인이... 보석... 바위..."

 

 "리드라가 말실수를 하기 전에 자네가 가서 좀 진정시켜보게."

 

  내가 리드라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베어르의 어께를 툭툭 두들겼다. 베어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직도 주저앉아서 뭐라고 웅얼거리는 리드라를 일으켜 세웠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메고델은 그의 앞을 가로막고 선 나무들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 나무들은 이상하게도 다른 나무들과는 달리 메고델 앞에서 저절로 길을 비켜주지 않았고, 나는 직감적으로 이 나무들이 더 중요한 곳으로 연결되는 하나의 문과 같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소란은 그만 피우는 게 좋겠군."

 

 나무들을 유심히 쳐다보던 메고델이 이윽고 입을 열었다. 베어르는 리드라의 손에 활을 쥐어주어서 겨우 진정시킨 참이었다.

 

 "동지들이 자네들의 입장을 허가했네. 대부분 내 의견과 같더군. 자네들은 심상찮은 일에 연루되었고, 이 일에는..."

 

  메고델이 극적인 효과를 노리려는 듯 말 꼬리를 살짝 흐렸다. 메고델이 뭐라고 손짓하자, 그의 앞을 막아섰던 나무들마저 옆으로 비켜섰다.

 

 "메고델들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말이네."

 

 그가 나무들이 내준 길이 향한 곳, 즉 메고델들의 구역을 가리키며 말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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