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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7. 따뜻하고 길다랗고 가는 것
작성일 : 16-09-08 20:35     조회 : 321     추천 : 1     분량 : 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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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우. 심장떨려 죽는 줄 알았네.”

 진서는 주혁의 방을 나서자마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줄근한 티셔츠만 입어도 화보가 되는 남자랑 단둘이 한방에 있었으니, 아무 사고도 안치고 무사히 살아 나온게 다행이었다.

 “아니 어떻게 남자가 저렇게 섹시하냐고… 아우, 멍청이.”

 게다가 재수없다, 라고 말해버렸다.

 천하의 차주혁에게 재수없다고 말해버렸다.

 왜 자꾸 주혁의 앞에만 서면 이상하게 헛소리가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잘생기든 못생기든 돈이 많든 적든 어쨌든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 손님인데 말이다.

 손님한테는 무조건 친절하게, 잘해야 한다는 게 철칙인데 말이다.

 비록 엄마한테 돈 한푼 못 받고 잔소리만 들으면서 일하고 있지만, 맡은 일은 열심히 해야 하니까 말이다.

 그래, 평소에도 진서는 가끔 아주 가아아끔 남자들에게 검은 마음을 품기도 했었다.

 정말 섹시한 남자나 귀여운 남자, 예를 들어서 민현우 같은 남자들 말이다.

 근데, 주혁은 정말 진서의 타입이 절대 아니었다.

 고압적인 말투 하며, 남성미 넘치는 몸 하며, 근육 하며… 게다가 키는 또 왜이렇게 큰지.

 외모가 좋으면 뭐 금상첨화지만, 진서에게 남자란 다정다감하고 귀여운 존재였다.

 그런데 주혁 앞에만 가면 왜 그렇게 퉁퉁거리고 짜증만 내는지 진서도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우, 멍청이 멍청이.”

 진서는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그래도 주혁에게 헛소리를 한 덕분에 더이상 정태진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깟 구남친 정태진은 차주혁 옆에 서 있으면 아조 뒤틀릴 대로 뒤틀린 오징어도 못되는데 말이다.

 그래도 정태진을 까마득하게 잊을 수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인지…

 진서는 방금 주혁이 잡았던 팔목을 매만졌다.

 ‘얼마짜리야 이거.’

 주혁이 정말 인기가 많은지, 인터넷에 뜬 프로필대로 지금 미국에서 가장 핫한 배우인지 아닌진 잘 모르겠지만, 주혁이 미칠듯이 섹시한건 사실이었다.

 웬만한 남자에게는 미동도 하지 않는 진서의 가슴이 이리 뛰고 있으니, 아마 핫하긴 핫한 남자였다.

 

 

 ‘이럴 때가 아니지.’

 오늘은 지난 달에 냈던 일러스트 공모전의 심사 결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진서는 아직도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엄마가 시키는 대로 심부름을 하랴, 작업하랴 정신없던 날들이었다.

 일러스트 작품 하나를 완성시키려고 몇날며칠 동안 밤을 샜는지도 셀수 없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만든 작품,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빨리 방으로 들어가서 확인해 봐야지.’

 제주바다 일러스트 공모전.

 작은 회사에서 연 공모전이었다.

 상금이 많은 것도, 공모전에 당선된다고 해서 갑자기 유명해지거나 일감이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진서가 한달이나 고생해서 공모전에 일러스트를 낸 이유는 단순했다.

 ‘내가 쓸모없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 내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

 인정, 그것 하나 뿐이었다.

 그깟 며칠 생활비도 안되는 상금이 탐나는 것이 아니었다.

 제주 바다라면 진서는 자신이 있었다.

 어릴때부터 바다라면 질릴 정도로 보았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 맑으면 맑은 대로 흐리면 흐린대로 하늘의 색을 온전히 받아 들이는 바다…

 진서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공모전 사이트에 들어갔다.

 대상, 우수상, 장려상 하나씩 뽑는 공모전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장려상 정도는…’

 진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제주도 토박이 진서가 아니면 상을 받을 사람은 없었다.

 적어도 진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보아도 진서의 이름은 없었다.

 대상, 우수상, 장려상 딱 세명의 이름은 사이트에 큰 글씨로 적혀 있었지만, 진서의 이름은 없었다.

 심사평에도 없었다.

 한달동안 진서가 고생고생하며 그렸던 일러스트는 아무의 관심도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작은 인정,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그래, 작은 공모전이라고 해서 만만히 보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진서는 마우스를 까닥거렸다.

 “왜 이렇게 되는 일이 하나도 없냐…”

 진서는 힘이 쭉 빠졌다.

 구남친 정태진은 결혼을 한대고, 그렇게 애써서 그렸던 일러스트는 관심 한번 못 받고 공중분해 돼 버리고…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주혁에게는 재수없다는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질 않나, 엄마는 일어날 때부터 잠들 때까지 진서에게 바가지를 긁지 않나…

 “평생을 여기에서 살아야 되는건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작은 희망마저 모두 사라진 것 같았다.

 제주도에 왔을 때 생각했던 모든 꿈이 공모전 하나에 산산히 부서진 기분이었다.

 실제로 꿈이 사라진 것도 아닌데 그냥 모든 게 막막했다.

 “휴우… 술이나 마시자…”

 지금 진서를 위로해줄 것은 남자도 엄마도 아니고, 막걸리 뿐이었다.

 진서는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병째, 천천히 홀짝홀짝 마시기 시작했다.

 술이 취하면 취할 수록, 방금의 근심도 걱정도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이 나른한 이 시간만큼은 아무 고민도 없었다.

 “그래… 그래야지! 호호.”

 

 

 *

 

 

 “이 기집애야! 저녁 준비 안해? 술주정뱅이 같은 것이 대낮부터 무슨 술이야 술은!”

 진서는 그제야 일어났다.

 진서의 옆에는 빈 막걸리 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술을 마시다가 깜박 잠이 든 모양이었다.

 머리 위에서는 엄마가 당장이라도 등짝을 내려칠 것처럼 노려보고 있었다.

 “어? 엄마…”

 “늙은 엄마는 쌔빠지게 일하고 있는데, 젊은 것이 대낮부터 퍼 자?”

 엄마는 진서의 등짝을 세차게 내려쳤다.

 “아우 엄마! 제발 그만 좀 해! 진짜 엄마 맞아?”

 “맞지. 이 기집애야. 내가 밭매다가 밭에서 널 낳은 기억이 아직도 생생한데 무슨 소리야?”

 평소와 같은 엄마의 행동이었다.

 밭매다가 진서를 낳았다는 것도, 게으른 것을 보면 질색팔색을 하며 달려드는 것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만은 그 다름없는 엄마의 행동이 견딜 수가 없었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이미 내 인생은 망했나봐…’

 진서는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그럼 그만해.”

 진서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평소와 다른 반응에 엄마는 깜짝 놀란 듯 했다.

 “너 갑자기 왜 그러냐.”

 이제야 진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아니야…”

 하지만 진서의 목소리는 이미 촉촉히 젖어 있었다.

 엄마는 끼고 있던 고무장갑을 벗고 진서의 옆에 앉아 다정스럽게 어깨에 손을 올렸다.

 “무슨 일 있어?”

 “아니야. 별일 없어 그냥…”

 진서는 엄마에게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고개를 돌렸다.

 “누가 못생겼다고 뭐라고 하디?”

 엄마는 정말 진지하게 물었다.

 어릴때도 엄마는 그랬다.

 슬프거나 우울한 일이 있으면, 늘 장난을 치며 위로해 주곤 했다.

 “엄마도 참…”

 진서는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엄마는 진서에게 눈물 한번 보이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 밝게 웃으며, 아버지를 잃은 진서를 달래고 위로해 주었다.

 “누가 못생겼다고 뭐라고 하면 때려. 치료비 달라 하면 엄마가 가서 내줄게. 알았지?”

 엄마는 다정스럽게 말었다.

 무슨 일이 생겨도 엄마가 있으니 조금은 마음이 나아졌다.

 조금은 버틸 구석이 있는 것 같아 든든했다.

 “알았어. 엄마.”

 진서는 눈물을 닦았다.

 “알았으면 빨리 읍내나 다녀와. 저녁은 네가 좋아하는 고기 구워먹자.”

 진서는 주섬주섬 일어났다.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술이 딱 깨고 기분도 나아졌다.

 진서는 엄마에게 트럭 열쇠를 받았다.

 이제 다시 트럭을 타고 주혁의 저녁을 준비해야 했다.

 구남친이 결혼하고, 공모전에서 떨어졌지만 시간은 잘도 갔다.

 때가 되면 배가 고팠고, 때가 되면 졸렸다.

 ‘그래, 인생은 밥심이지!’

 아무리 슬픔에 잠겨 있어도 세상이 무너지고 뭐 그런 일 같은 건 일어나지 않았다.

 뭐, 당연했다.

 그런 슬픔 같은 건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아.”

 진서는 혼자서 중얼거렸다.

 

 

 *

 

 진서가 읍내의 빵집에 갔다가 돌아오자, 뉘엿뉘엿 해가 지고 있었다.

 뜨는 해는 보이지 않았지만, 지는 해만큼은 일품인 진서의 집이었다.

 늘 진서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풍경이었다.

 “역시… 이쁘다.”

 진서는 빵봉지를 든 채로, 바다를 붉게 물들인 채 저물어 가는 해를 보았다.

 서울에 있는 동안 제주도는 단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지만, 바다 너머로 보이는 저 노을 만큼은 매일 생각났다.

 답답한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풍경이었다.

 딱 여기, 진서의 집 앞에서만 볼 수 있는 거였다.

 진서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 또 하면 되지. 괜찮아!”

 진서는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진서가 좋아하는 허브들이 노을빛을 받아 붉게 반짝였다.

 “뭐가 괜찮아요?”

 “어머! 깜짝이야.”

 “뭐가 괜찮냐구요.”

 주혁이었다.

 아니 저 남자, 언제부터 있었던거야?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을 들켜버렸다.

 늘 당당하고 밝은 여자이고 싶은데 말이다.

 사람들이 웃으면서 진서를 기억할 수 있도록.

 약한 모습을 보여서 동정을 받는 것도 싫었다.

 그런데 제일 보여주고 싶지 않은 차주혁에게 말이다.

 진서는 시치미를 떼기로 했다.

 “뭐가요?”

 “뭘 또 해요?”

 주혁은 끈질겼다.

 “무슨 일 있어요?”

 “아니요.”

 진서는 끝까지 시치미를 떼었다.

 주혁은 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진서의 턱을 들었다.

 따뜻하고 길다란 주혁의 손길이 진서의 피부에 닿았다.

 움찔했다.

 눈을 들자, 진서의 눈앞에는 주혁의 연갈색 눈동자가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요.”

 “아, 아니라고요…”

 진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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