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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니콘의 뿔
작가 : 앙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0

남방 최고의 국가 카프래이스....그들의 성곽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도로 강대한 공격에 맞서 무너지는 순간, 한 자루의 창날이 그들을 구원하고자 나섰다. 유니콘의 뿔을 찾아야만, 이들의 도시는 구원될 수 있을 것이다.

 
006-해법
작성일 : 18-01-23 13:02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9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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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네요, 여기, 넓어요."

 

 베어르가 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확실히, 네 명이서 쓰라고 만들어진 방은 아니었다.

 

 "침대 몇개만 치우고 서재나 책상으로 대체하면 괜찮겠군."

 

  프릭스턴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가 도대체 여기서 어떤 일을 하려고 하기에 서재나 책상이 필요하다는 건지 묻고 싶었지만, 방금 전에 무척 진지한 대화를 나눈 뒤로는 그런 이야기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가 나에게 무언가 압박을 준 것은 아니었고, 심지어는 흔히 말하는 '무언의 압박'이 들어간 것도 아니었지만, 그저, 그가 어떤 과거를 지녔는지를 내가 지나치게 모른다는 사실을 한 번 더 깨달았을 뿐이었다.

 

 "....일단 카프래이스의 갑옷부터 벗는 게 좋겠습니다. 곧장 셰름의 갑옷을 껴입을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적어도 투항한 이상 성의는 보여야 하지 않겠어요?"

 

  모두들 리드라의 제안이 타당하다 생각했기 때문에, 카프래이스의 갑옷을 벗어 거대한 옷장속에 꾸겨넣고 평상복 차림을 했다. 셰름의 기병대 갑옷이야 원래 이 방 자체가 셰름의 기병들이 쓰던 방이라 여기 저기 널려있었지만, 누가 입었는지도 모르는 갑옷을 덥석 입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물론, 그것보다도 리드라의 말처럼 투항했다고 곧장 셰름의 충실한 군인이 될 생각은 그리 들지 않았다.

  모두들 자기 침대를 골라 그곳에 주저앉았다. 지나치게 힘겨운 날이었다. 방에 창문이 없어 시간을 짐작할 수는 없었지만, 지금쯤 해가 지고 있을 것 같았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반경 범위 내에서 행동해야 하는가에 대한 열띤 토론을 벌였다. 프릭스턴은 우리가 행동에 제한을 받을 입장이 전혀 아니며, 본국에 받아들여진 엄연한 군인인데다가, 한 부대의 부대장까지 맡게 된 내가 있으므로 우리의 행동에 제한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지만, 일단 우리들은 전체적으로 '지나치게 배가 고파져서 식량을 요구해야 할 상황이 아닌 이상' 이 방에서 나가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고 결론지었다. 만일 셰름의 왕이 우리를 감옥에 가뒀다면 우리는 탈출을 의논했겠지만, 실제로 셰름의 왕이 행한 바는 우리가 스스로 포로가 되도록 하는 기이한 느낌을 풍겼다. 아무것도 우리를 위협하지 않았지만, 위협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감돌았다. 나는 평상복을 입을 때에 안에 커다란 주머니가 달린 가죽조끼를 입은 후 왕의 검을 그곳에 감추었다. 아직은, 베어르와 리드라에게도 이 검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모두들 무척이나 피곤했지만, 모두들 잠이 안 오는 건 매 한가지였다. 결국 우리는 오늘 밤은 이런 환경에서 잠을 이룰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을 내리고 자려고 소등했던 등불에 다시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이 넓은 방이 다시 환해졌다.

 

 "등불에도 마법이 걸려있는 모양이군."

 

 "또 마법타령인가."

 

 프릭스턴이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듣고 핀잔을 주었다. 하지만 프릭스턴은 내가 틀렸다고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맞아, 프리오스. 마법이 걸려있지. 작은 불꽃만으로도 방 전체를 밝힐 수 있는, 소소하지만 아주 유용한 마법이야....."

 

 프릭스턴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는 고개를 두어번 휘젖더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마법이 필요하다면, 그건 소소한 마법이 아니라 빼앗은 도시를 탈환하고 순식간에 재건할 수 있는 강력한 마법이지...."

 

 "그런 식으로 해법을 찾을 거라면, 어쩌면 이게 답일 수도 있겠네요."

 

 프릭스턴이 감상에 빠지려는 순간, 베어르가 자기가 가져온 책 더미들 사이에서 책을 한 권 꺼내들었다.

 

 "'생물 에너지와 마법의 근원에 대하여'? 그런 책은 뭐하러 들고 왔나?"

 

 프릭스턴이 반문했다. 베어르는 씽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냥 심심풀이로요. 어디 한번 볼까요.... 여기, 표시도 해놨어요. 제가 아니라 다른 마법사들이요. 아무래도 이걸 찾고자 했던 마법사들이 한 둘이 아닌가 보네요..."

 

 "유니콘의 뿔... 정말 심심풀이로나 해볼 소리로군."

 

 내가 언뜻 베어르가 가리키는 부분을 엿보고 말했다. 프릭스턴은 웃음을 참기 힘들다는 표정이었다.

 

 "유니콘의 뿔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건 없겠지. 그보다 강력한 마법이 깃든 물건은 세상에 없....다고 하던데. 나도 잘 모르겠어. 살아있는 사람 중에서 유니콘의 뿔을 만져보기라도 한 사람이 있어야지."

 

 프릭스턴은 이 말을 마치고 나서 기어이 웃음을 터뜨렸다. 베어르도 아무래도 좋다는 듯 책을 다시 덮어버렸다.

 

 "파괴의 측면에서도, 치유의 측면에서도, 유니콘의 뿔의 힘에 한계는 없다더군요. 이 책의 말로는요. 책이 워낙 오래전에 쓰여진거라 그런지, 유니콘의 존재에 대해 완전히 확신을 하는 모양이에요. 요즘에 쓰여진 책들은 '유니콘의 실존여부'를 두고도 꽤나 긴 장을 할애하는데 말이지요. 어찌되었던, 유니콘의 마법에 대항할만한 에너지는 다른 전설적인 생명체인 드래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사라진 전설에는 사라진 전설로만 대항할 수 있다, 그것 참 멋지군 그래. 근래에 드래곤을 본 사람은 있다던가?"

 

 "글쎄요, 저희가 아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니까요."

 

  내 말에 리드라가 작게 대답했다. 굳이 반박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는 나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프릭스턴은 조금은 흥미로운 주제라는 표정을 지었지만, '진지한' 의미로 흥미롭다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럼, 유니콘을 찾아서, 그 뿔을 취하고, 그 뿔의 힘을 이용해 카프래이스에 있는 모든 적을 몰아내고 도시를 복구하여 사람들을 불러모아 도시를 재건한다? 그것 참 훌륭한 계획이군."

 

  프릭스턴이 조금 빈정거리는 말투로 말했다. 사실 아무도 진지하게 그런 계획을 세운 적은 없었지만, 나는 어께를 으쓱하며 답해주었다.

 

 "첫번째 단계에서 막혀버릴 것만 빼면 말이지."

 

 ---------------------------------------------------------------------------------------

 

  다음 날, 셰름의 군주가 나를 찾았다. 나는 마침 그가 잊고 있던 몇가지 사항에 대한 이야기도 나눌 겸 그를 만나보려 했기에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 처음 알현했을 때의 알현실 대신, 그는 작은 서재로 나를 불렀다. 참모도, 경비도 없는 작은 방이었지만, 그는 굳이 꺼리는 거 같지 않았다. 투항한지 하루만에, 그는 나에게 가장 신뢰하는 장수에게나 보일 법한 관대함을 보이고 있었다. 품에 검을 지닌 채, 작은 방에서 단 둘이 대화를 나누도록 한 것이었다.

 

 "검은, 괜찮습니까?"

 

 제일 먼저 내가 꺼낸 소리였다. 왕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엇이 괜찮다는 말인가? 혹시 카프래이스의 검을 지녔으니 내가 자네를 왕으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는 의미인가?"

 

  그러더니 그는 순식간에 얼굴에서 웃음을 거두었다. 비록 웃음은 거두었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관대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나는 논리적이고, 냉철하며, 이성적인 사람이라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를 보면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인지 순식간에 알아챌 수 있어. 자네는, 나와 같은 부류의 사람이야. 그렇기 때문에 예측하기 쉽지. 내 예측에 따르면, 자네가 나를 해하려 할 일은 전혀 없네."

 

 "그럼, 검의 존재를 알아채신 것은..."

 

 "이야기속이었네. 이야기 속. 물론, 이야기만으로 알아낸 건 아니지. 그건 내가 쿠우르 카프래이스를 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추론이라네. 쿠우르는 야망이 아주 거대한 인물이야. 자신이 죽은 뒤에라도 그 야망이 이뤄질 수만 있다면, 행복하게 죽을 수 있는 인물이네. 미래를 대비할 새도 없이 갑작스럽게 그의 야망이 무너진 것이라면 모를까, 눈 앞에 멸망이 닥쳐오는데, 그가 뒷처리를 하지 않고 죽음을 향해 돌격할 리가 없어. 그가 가장 마지막으로 대화한 것이 자네인데, 자신의 야망을 이뤄줄 대상으로.... 자네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 뿐이네. 그런데 자네가 성문앞에서 문지기에게 검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는 없더군."

 

 "검이라는 무기를 좋아하지 않아서요."

 

 "어찌되었던, 그 검은 언제나 품고 다니도록 하게. 가장 위급한 상황에서는 그 검이 자네의 창보다도 더 도움이 될 거야.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얘기는 그거라네. 그게 내가 자네를 부른 첫번째 이유지. 두번째 이유는... 자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야."

 

 왕이 더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기세에 눌려 몸을 뒤로 살짝 젖혔다. 왕은 그 사실을 알아챈 듯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자네는 훌륭해. 정말로 훌륭하지. 자네야 말로 진정한... 전사야. 자네가 내 부하였으면 좋겠어. 그럼 나도 쿠우르가 꿈꾸던 것과 같은 종류의 꿈을 꿀 수 있을 것만 같거든. 자네의 동료들도 뛰어난 자들뿐이더군. 베어르는 자네와 나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지만, 감정이 언제나 폭발하기 일보직전에 놓여있다네. 행동이 완전히 똑부러지지는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뛰어난 지적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누를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지는 않아. 그의 감정은 분노를 향하고 있다네. 리드라라는 그자는, 손에 굳은살을 보니 궁수임에 틀림없더군. 그런데, 모두들 뛰어난 자들이라는 내 말에 유일하게 의심이 가게 만드는 한 사람이지. 그자가 과연 궁수로서 뛰어난 게 맞나? 평정심이 전혀 없어 보인던데. 평정심이 없는 궁수는 훌륭해질 수가 없어."

 

 왕이 혀를 끌끌 찼다. 나는 그의 말에 조금이라도 반박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활을 잡으면 얼마나 평온해지는지 보신다면 놀라실 겁니다. 그는 활을 잡았을 때는 일류 궁수라 칭하기에 손색이 없습니다. 만일 그렇지 않았더라면, 여기까지 데려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가? 사실 보는 것만으로는 그가 활을 잡았을 때 어떤지까지는 알 수 없기는 하지. 문지기가 무기를 압수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뻔했군. 그가 활을 쥐고 있을때 어떤지를 보는 게 더 나을 뻔했는데."

 

 왕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런 그의 '진심스러운' 표정이, 상대를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릭스턴은... 프릭스턴은...."

 

 왕이 입을 열기를 주저했다. 그는 이내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해야만 하겠네. 이미 아는 사람은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렵지."

 

 "무슨...."

 

  지금이야 말로 프릭스턴에 대해 좀 더 알아볼 기회라고 여겼지만, 왕의 굳은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입을 다물었다. 왕은 대화의 주도권을 자기가 가져가겠다는 듯 한 손을 주먹을 쥐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자네들이 생활하는데에 불편함은... 없을 턱이 없지. 기병대가 쓰던 방을 조금의 개조도 없이 그대로 쓰고 있는데 말야. 원하는 걸 모두 말해보게. 자네들 요구대로 최대한 노력해보도록 하지."

 

  나는 그에게 방의 대대적인 개편을 당당히 요구했다. 침대를 넷을 제외하고 모두 빼달라는 이야기, 책상과 서적들을 놓아달라는 이야기, 미리 한달치 정도 식량을 배급해달라는 이야기에도 그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다. 그런데, 그는 내가 셰름의 군복을 요구했을 때에 무척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벌써 우리 나라의 군복을 입을 마음가짐이 되었단 말인가?"

 

 "군인 신분으로서 평상복을 입고 있는 건 꺼려지고... 카프래이스의 갑옷을 입는 것은 더 꺼려지기 때문입니다."

 

 왕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자네들은 명색이 '탐험부대'니까 말야, 탐험에 어울리도록 편한 갑옷으로 준비해보겠네. 그 이외에 요구사항은?"

 

 "제 말을 보러 가는 건 괜찮습니까?"

 

 왕이 다시 한 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럼 안될 건 뭐가 있나? 자네가 뭐 포로라도 되나? 성 안, 아니 성 안이건 밖이건 국경만 넘어가지 말게. 국경을 넘어간다고 처벌받는 건 아니지만, 내가 보호를 해줄 수가 없으니 말이지."

 

 "관대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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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빛섬광은 꽤나 제대로 관리받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내 말은 나를 봤을 때 반가움의 표시로 울음소리를 냈지만, 예상과는 달리 불편하다거나 기분이 나쁜 기색은 없었다. 마구간 형편은 언제나 전쟁 준비로 분주하여 말을 병기처럼 취급하던 카프래이스 보다는 조금 더 말에게 친화적인 것으로 보였다. 셰름 또한 최근에는 전쟁준비로 바빴을 것이 분명한데도, 도시 전체에서 풍기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평온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카프래이스의 위협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근방에는 더 큰 위협이 생겨난 것이나 다름없었는데도 말이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대부분 선했고, 설사 선하지 않다 할지라도 공격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은 많지 않았다. 사실 이 나라의 왕과 같은 사람에게 통치를 받다 보면 공격적인 성향을 들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할 수 있었다.

 

 "카프래이스 쪽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모양입니다. 그저, 성과 도시 전체를 검은 그림자들이 가득 채웠다는 보고들 뿐이더군요. 다른 국경 너머로 이동하려 한다던가 하는 조짐은 없는 모양이던데, 그래서 왕도 조금 긴장을 푼 거 같고요."

 

 베어르가 자신의 말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 불편함을 느꼈다.

 

 

 "...왕이라고 칭해도 괜찮을까, 베어르? 일단 우리는 셰름의 군복을 입었잖나."

 

 "하지만 갑작스럽게 다른 사람을 폐하라 칭하는 건 힘들군요."

 

 베어르는 순식간에 침울해졌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조했다.

 

 "셰름의 왕은 매력적인 사람이네. 충성심을 모으기도, 심지어는 그와 같은 사람은 반감을 품은 사람도 쉽사리 복종시킬 것만 같아. 하지만 그는 무언가... 무언가..."

 

 "비인간적인 구석이 있지요."

 

 베어르는 그 말을 하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에 나는 부담감을 느끼고 내 말에게 눈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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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임무를 맡기겠네."

 

  일주일 간의 적응 기간을 거친 뒤, 왕의 명령이 우리 넷에게 하달되었다. 임무의 개념 자체는 간단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남부연맹에는 마법사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탐험부대'의 명칭에 걸맞게 방방 곳곳을 탐험하며 마법사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명령을 전달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관대함을 빼놓지 않았다.

 

 "물론 지금 당장 하라는 것도 아니고, 근 시일 내에 하라는 것도 아니네. 참, 그리고 임무를 수행할 때는 셰름의 군복을 입지 말게.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어야 하고, 여러 곳을 탐험해야 할텐데 갑옷을 입고 다니다간 쓸데없이 경계를 살 수 있으니까 말이네. 첫번째 임무라고는 하지만, 이건 사실상 자네들 부대의 궁국적 목표나 비슷한 것이라네. 끝낼 수 있는 임무라기 보다는, 장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부대의 존재 의의라고나 할까. 마법사를 찾는다, 이건 내게도 필요한 일이지만 자네들에게는 '절실한' 일일 거라고 생각하네."

 

 그리고 그는 내게만 특별히 이렇게 덧붙이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마법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게, 프리오스. 해법은 마법에 있어."

 

 "폐하는... 대체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어요."

 

 리드라가 투덜거리듯 말했다. 프릭스턴도 고개를 끄덕였다.

 

 "알기 힘든 사람이다, 그는. 천재적인 것만은 확실한데, 어떤 분야에서 천재적인 건지 모르겠단 말이다."

 

 베어르도 한숨을 내쉬며 동조했다.

 

 "카프래이스에서 섬기던 왕보다 위험한 군주는 북방의 황제 뿐일 거라고 생각했지요... 아마도 생각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현명하다는 게 위험하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아."

 

 내가 그의 주장에 반박했다.

 

 "군주가 현명하다는 건 위험하다는 의미다, 프리오스. 그의 주민들에게는 축복일지도 모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위험이야."

 

 프릭스턴이 다시 내 주장에 반박했지만,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카프래이스의 폐하는 현명하셨지. 동시에 위험하셨다. 하지만 현명했기 때문에 위험하셨던 게 아냐. 그 야망 때문에 위험하셨던 거지. 이 왕은 현명하다. 하지만 위험하지는 않아. 그의 최종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위인 것 같다. 아직 내가 그를 제대로 파악한 건 아니지만, 그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최선의 수를 둘 수 있는 인물인 건 확실하다. 하지만 최선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수를 두는 사람은 아니야. 셰름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보면 알 수 있지. 셰름은 늘 평화를 지향했어. 셰름이란 국가 전체의 행보는 언제나 그러했지. 나라의 위신을 세울 수 있는 상황에서도 전쟁을 꺼렸고, 카프래이스가 기세등등하게 군대로 주변국들에 선전하는 동안 조용히 외교를 통해 자신의 지지국들을 끌어들였다. 언제나 최종 목적을 최악의 상황에서의 자위에 두는 국가가, 위험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저는 그것조차 위험한 거라고 생각해요.

 

 언제나처럼, 대화의 끝을 맺는 것은 리드라의 기어들어가는 듯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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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셈블이 망한 이후 마법사들이 도대체 어디로 흩어졌단 말이야?"

 

  베어르가 드디어 짜증을 참지 못하고 문서더미를 집어던졌다. 아무래도 '마법사를 찾습니다.'라는 업무를 공개적으로 제보를 받는 식으로 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인 것 같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새로운 부대의 일에 흥미를 지니고 여러 가지를 제보했지만, 개중 대부분은 '레셈블이 멸망하기 전 도서관에서 마법사들을 본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당연히 이런 정보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았고, 평소에는 냉철함을 유지하던 베어르도 이런 쓰잘데기 없는 문서들을 읽어보는 데에는 지쳐버리고 만 것이었다.

 

 "애초에 진지하게 가치가 있는 마법사 목격증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식으로 제보할 거 같진 않아."

 

 프릭스턴도 투덜거리며 할 일 없이 사슬 갑옷의 이음새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자기 말로는 갑옷을 형편없이 만들어서 그 사슬 연결고리중 어딘가가 자신의 몸에서 거슬린다는 것 같았다.

 

 "다른 임무를 달라고 해야겠어요. 이러다가는 정말이지... 감각을 잃어버릴 것만 같아요."

 

 리드라가 소심하게 제안했다. 그가 소심한 만큼이나, 그의 제안은 대부분 받아들일 가치가 있었다.

 

 "내가 건의해보지. 왕이라면 아마 우리 요구를 들어줄거야."

 

 내가 흔쾌히 리드라의 제안을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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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임무 말인가? 흐음... 당장 생각나는게 없는데...."

 

 왕이 내 말을 듣고 재미있다는 듯 싱글벙글 웃었다. 사실 나는 그런 그의 웃음이 하나도 재미있지 않았다.

 

 "예를 들면, 지금 상황이 비록 당장은 평온을 유지하고 있지만 검은 적들이 카프래이스에 있는 한 셰름도 완전히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 그래, 바로 그거네."

 

 왕이 무언가 퍼뜩 생각난 듯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나는 본능적으로 놀라 뒤로 물러섰지만, 왕은 이제 그런 나의 반응에 익숙해진 듯 개의치 않았다.

 

 "북방의 황제에게, 자네들이 다녀와줄 수 있겠나?"

 

 "북방의 황제라고요?"

 
작가의 말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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