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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오늘만 백만번째
작가 : 박재경양
작품등록일 : 2016.8.22

키다리 아저씨 같은 남자를 만나기는 애초에 글러 먹었고, 회사에서 만난 남자친구라는 놈은 등쳐먹고 사기나 치고 다니고. 하는 일 하나없는 여자 나이 서른. 진서는 오랜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제주도로 내려왔다. 이렇게 된 바에 한살이라도 어릴 때 하고 싶었던 일이나 하면서 엄마옆에 있기로 작정했다. 그런데 웬걸, 차주혁, 할리우드에서는 크리스라고 불리는 뮤지컬 배우가 제주도에 찾아왔다. 그것도 진서의 집에! 왜?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잘생긴 남자가 왜 우리 집에 있는거지?

 
6. 이상한 짓 하면 때려요
작성일 : 16-09-08 19:58     조회 : 376     추천 : 1     분량 : 4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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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스트 하우스는 넓진 않았다.

 LA에서 주혁이 지내던 집에 비하면 방 한칸 크기도 안되는 작은 집이었다.

 굳이 비교를 하자면 브로드웨이에서 조연을 전전하던 시절에 지내던 작은 집만했다.

 작은 방 두개, 작은 거실/부엌, 화장실 하나인 작은 아파트였다.

 그곳에서 주혁은 주연을 따내기 위해서 오디션을 보고 또 보곤 했다.

 곰팡이가 핀 벽지, 얼룩이 덕지덕지 묻은 마루, 기름때가 잔뜩 끼어 있던 싱크대…

 거기에서 데이빗 형과 몇년을 지냈었다.

 불과 몇년 전 일인데도, 수십년은 지난 것처럼 까마득했다.

 ‘그래도 그땐 참 재밌었지.’

 돈이 없어도 행복한 시절이었다.

 이뤄야 할 꿈이 있었으니까.

 그 꿈이 정말 꿈처럼 이뤄진 지금 주혁은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다.

 ‘그땐 헤일리와 데이트도 많이 했는데…’

 둘다 가난했던 시절 주혁은 헤일리와 밥값을 아껴가며 뮤지컬을 보고, 연극을 보러 다녔었다.

 돈이라면 풍족하게 벌고 있는 지금은 단 한번도 집 밖에서 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었다.

 커피 한잔 사는 것까지 따라다니는 파파라치들을 따돌리며 데이트를 하는 건 불가능했다.

 그래서인가, 이 작은 집이 싫지 않았다.

 처음 헤일리를 만났던 때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했다.

 주혁은 눈을 감았다.

 떠오르는 것은 헤일리의 얼굴이 아니라 진서였다.

 진서의 주위에 풍기던 허브향, 화장기 하나 없는 소녀 같은 얼굴…

 하이힐을 신지 않았는데도 주혁의 어깨를 훌쩍 넘던 키.

 립글로즈를 바르지 않아도 촉촉했던 입술이 말이다.

 ‘아니 왜 갑자기…’

 주혁은 고개를 저었다.

 진서가 아니라 헤일리를 떠올리려 애썼다.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큰일날 뻔 했다.

 데이빗 형이었다.

 ‘받을까 말까…’

 일주일 동안 한국에 올 예정이었는데, 오자마자 이틀동안 말도 없이 사라졌으니 애가 탈만도 했다.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어디를 가든 데이빗 형과 연락이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심지어 헤일리와 함께 있을 때도 말이다.

 주혁은 전화를 받았다.

 “야… 너!”

 데이빗 형은 말을 쏟아내려다가 말고, 말을 멈췄다.

 조금 있으면 한국어와 영어가 섞인 쌍욕이 주혁에게 날아올 거였다.

 주혁은 재빨리 선수를 쳤다.

 “미안해 형.”

 다행히 데이빗 형은 쌍욕을 날리지 않았다.

 “…다 알았어. 다 아니까, 너 지금 어디야. 위치추적 걸어놓은거 알지?”

 주혁은 코웃음을 칠 뻔 했다.

 이 시대에 본인 허락도 없이 무슨 위치 추적을 붙여 놓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데이빗 형이 무슨 FBI도 아니고 말이다.

 “진짜 미안. 이참에 나 좀 쉬다가 갈게. 바로 미국으로 갈게. 응?”

 이대로는 죽어도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짜증나는 한국 기자들도, 할리우드 파파라치들보다 더 끈질긴 한국의 파파라치도 더 이상은 꼴도 보기 싫었다.

 마음 같아서는 영화 홍보고 자시고, 아버지의 나라니 뭐니 하는 개뿔같은 소리를 지껄이지 않고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휴…”

 데이빗 형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한숨을 쉬는 것을 보니, 조금은 화가 풀린 모양이었다.

 “우리 얼마나 됐지?”

 “글쎄… 한 10년 넘었나?”

 “주혁아… 형이 너 진짜 사랑하는거 알지?”

 “응 알지.”

 “형, 나도 사랑하는거 알지?”

 “알지… 알아서 내가 이 푸닥거리를… 에휴…”

 데이빗 형의 한숨쉬는 소리가 제주도까지 들렸다.

 이틀 사이에 주혁 때문에 얼마나 고생했을 지 다 알수 있었다.

 아마 눈밑이 푹 꺼지도록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뛰어다녔을 게 눈에 선했다.

 하지만 데이빗 형은 절대 주혁을 이기지 못했다.

 그게 옳은 일이든 옳지 않은 일이든, 주혁의 말은 순순히 따라주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사고가 나도, 일이 터져도 데이빗 형은 자기 일보다도 열심이었다.

 이번 스캔들도 얼마나 빠르게 마무리가 돼 가고 있는지, 인터넷만 열어보아도 알 수 있었다.

 주혁과 관련된 모든 일정, 모든 기사가 데이빗 형의 작품들이었다.

 그래서 주혁은 스캔들이 없는 깔끔한 할리우드 스타로 자리매김 할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데이빗 형은 최고의 친구이자 최고의 매니저였다.

 “미안해 형.”

 “미안하면 사고치지 말고 한시간에 한번씩 뭐 하는지 보고 해. 알았지?”

 “알았어. 형. 고마워.”

 한결 홀가분했다.

 인터넷에 찾아온 바에 의하면 아직도 주혁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걸로 돼 있었다.

 다행이긴 했지만 아무래도 어제 왔다 간 파파라치가 마음에 걸렸다.

 ‘형한테 말을 할까…’

 문득 데이빗 형이 머릿속에 스쳤지만 그만 두기로 했다.

 말하면 더 걱정이나 하면서 당장 올라오라고 할 게 분명했다.

 아직 인터넷이 잠잠한 걸 보니, 당장 사진을 풀지는 않은 것 같았다.

 하긴, 파파라치들은 그 사진을 곧장 써먹지는 않았다.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풀곤 했으니, 아직은 시간이 있었다.

 말 안했다고 나중에 뭐라고 할 게 뻔했지만, 아직은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슬슬 점심 먹을 시간이구나…’

 주혁은 시계를 보았다.

 미국에 있는 헤일리는 저녁을 먹을 시간이었다.

 헤일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받든 안 받은 하루에 한번 이상은 헤일리에게 꼭 전화를 했다.

 요즘 헤일리는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클라이언트와 밥먹는 중이야 미안.”

 헤일리는 이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늘 그런 식이었다.

 클라이언트, 아니면 미팅, 아니면 회의…

 처음 연애할 때는 밤새도록 통화도 했었는데, 마지막으로 통화 다운 통화를 한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요즘 헤일리가 이상했다.

 주혁은 그 생각을 떨쳐버리려고 책을 들었다.

 할리우드 스타가 아직도 목이 늘어난 티셔츠 쪼가리만 입고 다닌다고 놀라겠지만 주혁은 그게 제일 편했다.

 주혁이 움직일 때마다 늘어난 티셔츠 사이로 언뜻언뜻 쇄골과 운동으로 단련된 가슴이 보였다.

 거실 사이로 적당히 비치는 햇빛이 주혁의 단단한 몸을 밝게 비추었다.

 인생이 화보였다.

 목이 늘어난 티셔츠도 패션으로 만들어 버리는 저 남자는 1인용 소파에 앉았다.

 ‘소파 고르는 센스 하나는 괜찮군.’

 주혁은 소파에 앉아 책을 읽었다.

 제인 오스틴, 센스 앤 센서빌리티.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로맨스 소설이자, 몇십번이고 꾸준히 각색되는 최고의 작품이기도 했다.

 최근 다시 영화로 만들자는 제의가 들어와서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는 중이었다.

 주혁은 그 중에서 무뚝뚝하지만 다정다감한 브랜든 역을 맡게 될 거였다.

 자신이 사랑하는 마리엔이 다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을 묵묵히 바라보는, 하지만 결국 헌신적인 노력으로 사랑을 얻어내는 역이었다.

 ‘잘 할 수 있을까…’

 처음 받은 고전극에 주혁은 흥분과 걱정이 앞서 있었다.

 쉬겠다고 제주도까지 왔으면서도 이 책을 챙겨온 것을 보면 주혁도 어지간한 워커홀릭이었다.

 주혁은 책을 읽으면서 브랜든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몇십번 각색되었지만 동양 출신이 브랜든 역을 맡는 건 처음이었다.

 덕분에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주혁은 브랜든 역을 맡은 어떤 배우보다 더 완벽하게 소화할 자신이 있었다.

 주혁은 눈을 감고, 브랜든의 동선을 상상해 보았다.

 마리엔을 바라보는 시선,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을 알았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노크 소리가 나더니 문이 열렸다.

 점심을 가지러 온 듯 했다.

 아침은 아주머니가 갖다 주셨으니, 으레 그러리라 생각하고 눈도 뜨지 않았다.

 아주머니가 주혁의 쇄골을 만져보겠다고 소란을 피운 게 몇시간이 되지 않았으니, 또 그러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한번만 더 그런다면 매너고 뭐고 따끔하게 한 소리 해야 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아니었다.

 익숙한 허브향이 풍겼다.

 진서였다.

 “점심이에요.”

 그래, 키스 한번 했다고 엄청나게 싸대기를 날린 진서였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가겠지.’

 주혁은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있었다.

 기억에 남을 만한 키스였지만, 헤일리를 두고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는 쓰레기 같은 짓은 하지 않으려고 마음 먹었다.

 천천히 테이블 위에 점심을 내려놓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옅은 한숨이 들렸다.

 ‘무슨 일이 있나?’

 하지만 괜히 오지랖을 부려서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고작 안 지 몇시간도 안 되는 여자에게 말이다.

 그런데, 괜히 신경이 쓰였다.

 자는 척을 하겠다고 했지만 눈은 뜨고 싶어서 미칠 지경이었다.

 그리고 다시 옅은 한숨…

 진서의 숨소리가 천천히 주혁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날 보고 있나?’

 주혁은 진서가 눈치채지 않게 실눈을 떴다.

 진서의 표정은 어두웠다.

 주혁의 모습을 분명 보고 있었지만, 눈을 뜨고 있다는 것도 모를 정도로 딴 생각에 푹 빠져 있었다.

 ‘아, 안되는데… 궁금해 미치겠다.’

 주혁은 참다참다 못해서 입을 열었다.

 “얼마짜린 줄 알아요?”

 진서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네?”

 당황 했을 테지, 아무래도.

 주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날 때마다 티셔츠 사이로 주혁의 가슴언저리가 보였다.

 “이거 한번 만져보려고 여자들이 난리인데. 만져보고 싶어요?”

 주혁은 진서의 손을 잡았다.

 가느다란 팔목이 한손에 잡혔다.

 팔찌 하나 하지 않은 손이었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왠지 주혁은 심술이 났다.

 나를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할 정도로 매력이 없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예인 병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주혁은 여자들, 아니 남자들도 포함해서 자신에게 끝없이 빠져들었으면 싶었다.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더 많이 인정받고 싶었다.

 그 집착이 지금의 주혁을 만들기도 했다.

 주혁은 진서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진서는 주혁에게 빠져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보통 여자의 힘이 아니었다.

 “이, 이거 왜이러세요?”

 하지만 진서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요, 또 한 대 칠라고요?”

 “이상한 짓 하면 당연히 때려야죠.”

 아니, 날 때리겠다고?

 천하의 차주혁을?

 “다른 여자들이 못 봐서 환장하는 내 몸을 이렇게나 실컷 쳐다보고는 때리겠다고요?”

 진서는 코웃음을 쳤다.

 “이봐요.”

 “왜요.”

 “미친거 아니에요?”

 “…?”

 “세상의 모든 여자가 자길 좋아할거라는 저 이상한 근자감은 뭐야? 연예인 병인가.”

 “뭐, 뭐라고요…?”

 이 여자 뭐야, 뭐가 이리 당당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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