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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혼돈 : 내일과 어제를 잇는 다리
작가 : 러군
작품등록일 : 2017.11.6

미래에 대한 두 가지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나는 2052년의 내일에 대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2026년의 어제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둘 사이에 이어진 다리의 사연이 우리에게 중요한 경고를 주는데...

모든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경고.

 
재회
작성일 : 18-01-23 00:38     조회 : 297     추천 : 0     분량 : 1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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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대학 다닐 때부터 친구로 지낸 단짝 친구 유원준입니다."

 

 "안녕하세요. 유원준입니다."

 

 상민의 소개에 원준은 마주 앉은 여자에게 인사를 했다. 사실 그는 지금 상황이 조금은 불편했다. 어젯밤 늦게까지 야근을 했던 그였기 때문에 하루 쉴 수 있는 날에 오전부터 소개팅이라는 것이 도무지 내키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친구 상민은 아주 기분이 좋아 그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 친구 금수저입니다. 이렇게 취업이 힘든 시기에 방송국에 단번에 취직했으니까요. 거기다 작년까지는 정치부에 있었습니다. 신입이 바로 정치부 가니까 선배가 낙하산이라 했을 정도입니다."

 

 원준이 그만하라는 듯이 상민을 툭 쳤다. 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자랑을 이어갔다.

 

 "성격도 좋고 마음 씀씀이도 여느 사람 같지 않게 인간적인 친구입니다. 사귀어 보면 후회하지는 않을 겁니다."

 

 말이 길어지자 태솔이 그만하라는 듯이 갑자기 커피 잔을 들어 상민에게 주었다. 그로 인해 그는 더 이상의 친구 자랑을 못하게 되었다.

 

 그제야 태솔이 말했다.

 "그럼 내 친구를 소개할게요.

  이 친구는 이름이 한수여.

  저와 같은 학교, 같은 과를 나온. 원준씨 보다는 두 살 적어요."

 

 "안녕하세요. 한수여라고 합니다."

 

 "이 친구는 지금 시민단체 법률 지원 팀에 다니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꿈이 시민 단체 들어가 봉사하는 일이었는데. 자기 꿈대로 되었죠."

 

 수여가 부끄럽다는 듯이 웃었다.

 

 "원준씨는 내가 좀 아는데, 좋은 사람인 거 내가 보장할 께.

  원준씨, 우리 수여 좋은 사람이에요. 사귀면 후회하지 않을 거예요. 잘 만나보세요."

 

 그렇게 하여 원준과 수여는 상민과 태솔의 소개를 받아 인사를 했다. 맞선 자리 같은 자리가 아니라서 두 사람은 바로 자리를 뜨지 않았다. 네 명이서 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익혀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한 시간 가까이 흘러 정오 무렵이 되었을 때 갑자기 원준과 상민에게 동시에 전화가 왔다.

 

 원준은 진동에 바로 테이블 아래로 핸드폰 화면을 보았는데 [사회부 부장]이라 적혀 있었다. 급한 연락이 있는 모양이다. 보통은 문자 아니면 대화 앱을 이용하는데 이번에는 직접 전화를 하셨다. 그야말로 대단히 급하다는 의미였다. 화면을 보고 앞에 있는 수여와 태솔을 봤다. 미안하다는 의미였다.

 

 수여가

 "괜찮으니까 받으세요."

 

 원준이

 "직속 부장 전화라... 죄송합니다."

 

 동시에 전화가 울렸을 때 태솔은 상민의 전화에 화를 냈다. 받지 말라는 암묵적 경고였다. 하지만 그런 여자 친구의 도끼 눈을 받아 가면서도 상민은 핸드폰의 창을 봤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급하게 일어났다.

 

 "미안. 수여씨 미안해요. 급한 전화라 밖에서 좀 받고 올게요."

 

 "어디 가는데? 누군데?"

 

 태솔이 물어봤지만 상민은 대답을 하지 않고 나가며 바로 전화 통화를 했다. 뭔가 숨겨야 할 것이 있는 모습이다.

 

 그 자리에 앉아 전화를 받은 원준이

 "예, 부장. 지금 들어오라고요? 무슨 일 났습니까?"

 

 상대가 긴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원준은 듣기만 했다. 그러다 다음에 한다는 대답이

 "그 사건은 오늘 아침에 보도된 내용 아닙니까?

 ...

  그걸 왜 본사에서 직접 파견까지...

  예, 알고 있습니다.

 ...

  하지만 이미 그곳 기자가 보도한 내용인데 우리가 들어가 빼앗기가...

  예, 예.

 ...

  예,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전화를 끊고는 앞에 있는 두 여자의 눈치를 봤다.

 

 태솔이 바로 눈치를 채고는

 "방송국에 무슨 일 있으세요."

 

 "그게... 그게... 부장이 지금 C시로 취재 가라고 해서 지방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거 어떻게 하죠."

 

 태솔이 아쉽다는 듯이

 "시간 내기 힘든 분이라 오늘 쉬는 날이라고 해서 우리 친구가 시간을 냈는데."

 

 "태솔씨 죄송합니다.

  수여씨, 일이 이렇게 꼬였네요."

 

 수여가 괜찮다는 듯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아니요. 괜찮습니다. 일 끝내고 올라오시면 다시 만나면 되죠.

  아주 급한 일 같은데 어서 가보세요."

 

 원준이 일어나 몇 번이고 큰 인사를 하고는

 "아마 뉴스 시간에 제 모습 나올 겁니다.

  수여씨도, 태솔씨도, 꼭 뉴스 보세요.

  C시 사건 보시면 제가 나올 겁니다."

 

 수여가 자리에서 일어나 배웅을 하며

 "네, 꼭 볼게요."

 

 태솔도 덩달아 일어나서

 "돌아오면 꼭 약속 지켜야 해요. 알았죠."

 

 원준이 테이블을 빠져나오며

 "네, 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바로 레스토랑을 뛰어서 나갔다. 그가 나가는 모습을 레스토랑 안의 감시카메라가 이동하며 보고 있었다. 원준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민이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원준을 찾는 듯이 두리번 거렸다.

 

 "원준이는?"

 

 "회사에 급한 일이 있다고 바로 갔어.

  자기는 누구 전화야?"

 

 "선배."

 

 "무슨 전환데?"

 

 "그게 그 선배 말이 거기를 아는 사람이 있데."

 

 "거기? 어디."

 

 "거기. 피."

 

 상민의 입에서 P라는 말이 나오자 태솔은 단번에 PS 뭐라는 곳이 떠올랐다.

 

 "정말. 정말로 거기를 아는 사람이 있데."

 

 "응."

 

 "어떻게 할 거야?"

 

 "여기서 같이 놀다가 헤어지면 가봐야지."

 

 수여가

 "저 때문이면 안 그르셔도 되는데. 상관하지 마시고 가보세요."

 

 상민이 웃으며

 "아니요. 그리 급한 일 아닙니다.

  친구 녀석이 없는데 저라도 같이 있어야 시간 빼앗은 대가를 할 수 있죠.

  수여씨, 귀한 시간을 냈는데."

 

 태솔이

 "그래. 그렇게 하자. 같이 점심 먹고 놀다가 가."

 

 그렇게 세 사람은 이야기를 하며 그곳에 있었다. 그때는 감시 카메라가 수여만 찍고 있었다.

 

 

 사회부 회의실에 긴급 호출이 있어 모든 사회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문이 열리더니 부장이 회의실 안으로 다급히 뛰어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부장이 의자에 앉기가 바쁘게 말했다.

 "아침에 터진 C시 가족 살인 사건. 이제 우리가 취재해서 보도한다."

 

 그 말에 모여있던 기자들이 의외라는 듯이 놀란 모습으로 부장을 봤다.

 

 그중 나이가 좀 있는 기자가

 "지방 소식을 우리 본사에서 취재합니까?"

 

 부장이 손을 들어 위를 가리키며

 "명령. 그 뉴스를 이슈화 하래."

 

 그리고는 두리번거리더니 원준과 눈이 마주쳤다. 그의 모습이나 행동으로 봐서는 그를 지목할 의도로 찾고 있었던 모양이다.

 

 부장이 원준을 확인하자

 "파견 취재는 유 기자가 나가. 자네 기사가 메인이야."

 

 원준은 이미 전화 통화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처음 듣는 말이라는 듯이 대답을 했다.

 "예, 알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한 기자가 그런 큰일을 아직은 초보인 그에게 주는 것이 못내 내키지 않는지 딴죽을 걸었다.

 "유 기자가 메인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슈화할 이야기면 비중이 큰 뉴스인데?"

 

 부장이 말을 한 기자를 보지도 않고

 "할 수 있어. 언제까지 선배 따라다닐 거야.

  유 기자, 한 번 해 봐. 알았지."

 

 원준이 부장의 전폭적인 지지에 정말 얼떨떨해서는 멍하니 있다가 조금 늦게 대답했다.

 "예?에, 예!!!"

 

 딴죽을 걸었던 기자가 지지 않겠다는 듯이 다시 토를 달았다.

 "그건 C시 사건이라 그쪽 방송국 담당 아닙니까?"

 

 부장이 다시 손가락을 세워 천장을 가리키며

 "위에서 메인으로 만들래."

 

 딴죽을 걸었던 기자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지방 소식을 그것도 인명 사고를 뉴스 메인으로요?"

 

 부장이 이번에는 모여있는 다른 기자들을 두루 살피며

 "그래. 사회 불안과 인면수심의 풍조를 고발하는 형태로 해서 메인으로 올리라고 하니까. 지금부터는 지역 방송이 아니라 우리가 담당하는 본사 메인 뉴스야. 알았지."

 

 부장의 말에 모든 기자들이 "예"라고 대답을 했다.

 

 대답을 듣고 난 부장이

 "김 기자와 송 기자는 이 비슷한 사례들을 조사해서 결부시킬 사건이 있는지 찾아 봐. 그리고 이 기자와 작은 김 기자는 연간 통계를 확인하고 조사해서 최근 사회 풍조와 사고 사이의 연관 관계를 조사해봐."

 

 지목된 기자들이 거의 동시에 "예"라고 대답했다.

 

 부장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비행기 사고 이후로 오랜만에 우리 사회부가 정치부를 밀어내고 뉴스 메인을 잡은 거니까 알차게 만들어야 해. 일주일 정도 보는 것 같으니까 서로 도와주며 기사 잘 만들고. 알았지."

 

 모두가 "예"라고 대답했다.

 

 대답을 듣고 난 부장이 일어났는데. 그는 바로 나가지 않고 원준에게 다가와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잘 해봐. 바로 출장 준비하고."

 

 원준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예, 알겠습니다."

 

 부장이 마지막으로 원준 옆에 서서 작은 소리로

 "아버님이 자네에게 기대가 커. 정치부 그만두고 여기 왔으니 여기서라도 빛을 봐야지. 알지. 잘 해 봐."

 

 원준이 아버지 이야기에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저 고개만 숙여 알았다는 표시를 했다. 그의 얼굴 표정은 갑자기 큰 임무를 받았을 때의 놀라는 모습보다 아버지 이름이 나온 지금이 더 당황하고 황당한 표정이다. 그래서 부장이 나가는 뒤에서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다.

 

 부장이 원준에게 준 기사는 아침에 C시에서 보도된 사건 취재 뉴스였다. 아침 뉴스에서 C시 발로 일가족 3명 살인 사건이 보도되었다. 50대의 부부와 고등학생 아들이 자기 집에서 살해를 당한 사건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는 그게 자기 몫이 될 줄은 전혀 몰랐었다. 야근 후에 퇴근하는 중이라 그냥 보고는 잊었다.

 

 긴급 소집된 회의에서 C시의 일가족 살인 사건이 밤 뉴스 메인으로 확정되면서 상황이 급변하였다. 짤막한 단신 기사가 그제는 며칠에 걸쳐 심층보도되는 메인 뉴스로 커지고 있었다. 그것도 신참인 원준에게 취재가 배정된 상황이었다.

 

 결국 원준은 다급히 C시로 내려가야 했다. S시에서 한 시간 반 정도 걸려 도착한 C시에서 그가 가장 먼저 한 것은 같은 방송국 지방 본사에 찾아가 앞서 취재한 기자로부터 사건 경위를 듣는 것이었다.

 

 처음 사건을 담당한 이곳 기자인 최 기자는 제법 나이가 많은 사람이었다. 자기 사무실의 부장보다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원래는 S시에서 기자 시험을 보고 지방으로 배정을 받아 지방만 돌아다니다 작년부터 C시에 근무한다고 했다. 말이 아주 많은 사람이었다. 오죽하면 도착하고 한 시간이 되질 않아 그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다 알 정도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젊을 때는 한 지역에 오래 머물렀었는데 최근에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자주 다른 지역으로 옮겨 다닌다고 했다. 그건 달리 표현하면 회사에서 나가라는 소리나 진배없었다. 나이가 많고 일이 적은 직원을 지방으로 자주 돌려 스스로 물러나게 만드는 방법 같았다.

 

 원준과 최 기자는 지금 C시 방송국 안 회의실에 마주 보고 앉아 있다. 처음 이곳에 도착하여 최 기자의 신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만 하여도 그는 웃음이 많고 재미난 사람처럼 보였다. 그랬던 사람이 원준의 입에서 이번 기사의 취재 담당자로 자신이 배정되었다는 소리를 듣자 마치 뭔가를 빼앗긴 사람처럼 시무룩해져서는 표정이 굳어졌다.

 

 최 기자가 원준을 보며 별다른 표정 없이 덤덤하게 말했다.

 "일가족 전부가 몰살을 당했어요.

 ...

  칼 같은 둔기를 사용해서 죽인 모양입니다.

 ...

  얼마나 많이 찔렀는지 경찰 말로는 원한 같다는데.

 ...

  아직은 드러난 범인은 없다고 합니다."

 

 그의 무덤덤한 표정과는 달리 원준은 공손하게 그의 말과 그가 건네주는 사건 조사 파일을 받았다. 원준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 사건의 첫 취재기자가 최 기자이니 정식으로 하자면 최 기자 담당의 뉴스였다. 그걸 갑자기 S 시에서 내려온 자기가 빼앗은 격이 되었다. 그게 미안하고 도리가 아닌 것 같아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있는 중이었다.

 

 원준이 서류를 건네받으며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는 저와 함께 조사를 하고 취재를 하시죠."

 

 최 기자가 공손한 원준의 태도에 그제야 처음에 자기소개를 하며 수다를 떨 때의 밝은 표정을 하였다.

 "그럼 뉴스는 그쪽이 나가는 겁니까?"

 

 원준이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건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본사 지시라. 대신에 취재기자로 최 기자님 이름은 꼭 올려드리겠습니다. 아니면 인터넷에 올리는 기사는 최 기자님이 담당하십시오. 저는 방송용 얼굴만 할 테니."

 

 원준의 말에 최 기자가 흡족했던 모양이다. 그제야 밝게 웃으며

 "요새는 카메라가 워낙 좋아 우리 같은 험하고 낡은 얼굴로는 방송에 부적합하지요. 한 살 이라도 젊은 얼굴이 보기에도 좋지 않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합시다. 내가 인터넷 기사는 올리도록 하지요."

 

 처음에는 자기 기사를 빼앗으러 온 S시의 새파랗게 젊은 기자로 인해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속으로는 어떻게 방해를 놓고 어깃장을 놓아 훼방꾼 노릇을 할까 고민도 했었다. 그런데 원준의 말을 듣고 나서는 마음을 바꿨다. 젊은 친구 같지 않게 배려하는 마음도 있고 말이 예뻤다. 인터넷 기사를 자기가 쓴다는 것에 어느 정도 만족해 타협을 봤다. 무덤덤하던 얼굴이 밝아지고 그제는 대범한 척 호탕한 웃음까지 웃으며 대답을 했다.

 

 최 기자의 대답을 듣고 난 원준이 그제야 그가 준 파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서류에 의하면 부부는 포박이 된 채 침대 위에서 그야말로 칼에 의해 난자를 당했다. 서류에 적힌 눈으로 검시한 상흔이 무려 십여 군데가 넘는다고 적혀 있다. 그것도 남편 한 사람에게 가해진 상흔의 수다. 아들은 자기방에서 죽어 있었는데 그의 상처는 부모만큼 많지는 않은 것으로 되어 있다. 그걸로 봐서 부모에게 원한이 있는 자들의 소행이다.

 

 최 기자가 서류를 보는 원준에게 자상하게 설명하듯이 말했다.

 "경찰 말로는 용의자가 최소 4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했습니다만. 은밀하게 국과수 직원에게 알아보니 족적이 5개 나왔다고 하니까 5명이 확실할 겁니다. 범인은 5명입니다."

 

 원준이 파일을 읽다가 고개를 들어 최 기자를 보며

 "아직 경찰에서 브리핑을 하지 않았죠."

 

 최 기자가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저녁 7시에 C시 지방경찰청 브리핑실에서 정식으로 브리핑을 한다고 했습니다."

 

 원준도 시계를 보며

 "7시면 시간이 좀 있네요."

 

 "그때까지 기본 조사 내용 읽고 가시죠. 제가 미리 가서 준비는 해 둘 테니까."

 최 기자가 이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준이 덩달아 일어나며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너무 고맙죠. 곧 따라가겠습니다."

 

 최 기자가 회의실을 나가며

 "예, 먼저 갑니다."

 

 최 기자가 나가고 원준은 다시 의자에 앉아 그가 준 서류를 읽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의 모습을 방송국 실내 감시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

 

 

 저녁 7시 경찰서 안.

 

 경찰서 브리핑실 안에는 이상한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좀처럼 지방에서는 못 보는 하지만 S시 안에서는 자주 만나는 각 방송국의 S시 본사 기자들이 대거 투입되어 있었다. 하물며 신문사 기자들조차 S시에서 파견된 본사 기자들이 취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브리핑실 안에 기자들이 가득했다.

 

 최 기자 말로는 이런 일이 처음이라고 한다.

 "아니 무슨 일이래? 모두 처음 보는 사람들이네. 그쪽은 아는 사람들 있어요?"

 

 원준이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고는

 "예, 모두 S시에서 내려온 본사 기자들입니다. 사건이 커졌네요."

 

 최 기자가 입이 떡 벌어져

 "난리 났네. 난리 났어. 이 정도면 이렇게 있을 때가 아니지. 유 기자님, 잠시 정보 좀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준이 일어나는 최 기자를 보며

 "예, 그렇게 하세요."

 

 최 기자는 기자석에서 일어나 좌석 밖으로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갔다. 원준은 허락을 하고 나서 경찰이 미리 배포한 보도 자료를 바탕으로 기본 기사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원준이 기사 내용을 어느 정도 마무리하고 카메라 앞에서 할 대사를 미리 연습하고 있을 때다. 조사를 한다고 갔던 최 기자가 급하게 달려와서는 주변의 다른 기자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아무리 봐도 급해 보이고 뭔가 있는 모양새다.

 

 그가 원준에게 다가와 의자에 앉지도 않고 엉거주춤하게 서서 귓속말을 했다.

 "방금 알아낸 정본데요. 아파트 CCTV에도 범인이 찍히지 않았답니다."

 

 원준이 놀라 하마터면 큰 소리로 말을 할 뻔하다가 다급히 작은 소리로

 "그게 무슨...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럼 범인의 행방이 묘연하단 말씀입니까?"

 

 최 기자가 주변의 눈치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여전히 귓속말로

 "네, 그 일대의 CCTV 다 수거하여 전날 밤부터 아침까지 영상을 전부 재생해 봤는데 용의자로 확정할 인물이 없었답니다."

 

 원준이 혼잣말처럼 속삭였다.

 "그럼 범인이 아직 아파트 안에 있다는 말이 되는데."

 

 "그래서 이번 브리핑이 아침 내용과 동일할 거라고 합니다."

 

 "보도자료 그대로란 말이죠."

 

 "네."

 

 "그럼 저만 여기 남아 브리핑 따서 방송 분량 만들어 보낼 테니. 최 기자님은 그 아파트에 가서 들어가고 나오는 사람 확인 좀 해주십시오. 아마 경찰들도 지금 그 아파트에 출동해 있을 겁니다."

 

 최 기자가 알았다는 듯이 숙이고 있던 허리를 한 번 추스르고는 조금은 흥분한 음성으로

 "네, 알았습니다. 당장 가서 지키겠습니다. 그런데 잘하면 특종 잡을 수 있겠죠.

 ...

  우리가 같이."

 

 "예. 경찰이 오늘 안에만 잡아준다면 특종은 우리 것이 될 수도 있죠. 빨리 가보세요."

 

 최 기자가 다시 왔던 길을 돌아 기자들 사이를 빠져나갔다. 그로 인해 주변에 있는 기자들로부터 원성을 사거나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 되었다. 원준이 아무 일 아니라는 듯이 그냥 웃기만 했다. 최 기자가 브리핑 룸을 나가자 원준이 카메라 기사에게 가서 지금 방송 분량 촬영을 하자고 했다.

 

 

 원준과 최 기자가 승합차 안에서 연신 하품을 하고 있다. 그들 뒤에서는 카메라 기자와 보조 기사가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차 밖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지 한참이 지난 오밤중이다.

 

 경찰 브리핑이 있는 사이에도 속보는 없었다. 8시와 9시를 넘길 동안 아파트에 출동한 경찰은 범인을 찾아내지 못했다. 원준은 브리핑 룸에서 곧장 최 기자가 있는 아파트로 달려와 다른 기자나 방송국보다 먼저 아파트에 출동하여 기다리고 있었지만 모두 허사였다.

 

 그 시각 밤 뉴스에 나간 내용은 지난밤에 벌어진 일가족 살인 사건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과 인면수심의 잔혹성에 대한 취재만 나갔다.

 

 아파트 앞 취재 차량 안에서 기다리고 있던 최 기자가 지루한지 연신 하품을 하며 원준에게 물었다.

 "밤 뉴스를 보니까 모든 방송국이 일제히 이곳 뉴스를 메인으로 다루었던데 무슨 일이죠?"

 

 원준이 돌아보지 않고 계속 아파트 쪽을 보며

 "저도 잘은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메인으로 올리라는 연락을 받아서."

 

 최 기자가 드링크를 하나 따서 원준에게 건네며

 "제 오랜 경험으로 보면 뭔가가 있는 겁니다. 모든 방송국이 이렇게 동시에 메인으로 올릴 일이 아닌데 메인으로 올리는 걸 보면 뭔가 있는 겁니다."

 

 원준이 드링크를 건네받아 마시며

 "3월에 있을 대선 때문인가? 한 달 남았는데."

 

 최 기자가 자기도 드링크를 따서 마시며

 "3월 3일이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한 달 정도 남았으니."

 

 "모든 이슈를 사회 문제나 인간성 상실 문제에 초점을 둔다면 큰 영향을 주겠죠. 그럼 누구가 이득일 까요. 진보 아니면 보수?"

 

 "한종채 후보가 되겠습니까? 지지율 자체가 너무 낮아. 두 번 연속으로 진보가 됐으니 이번에도 진보가 된다고 하던데."

 

 "그렇습니까? 제가 아는 사람은 우리 정치판은 둘 둘이라고 두 번 진보가 하면 두 번은 보수가 한다고 하던데. 진보 두 번 했으니 이번에는 보수라고 하던데."

 

 "에이, 이슈가 없지 않습니까. 그럴 이슈가 있어야 정권을 잡죠."

 

 "이거요. 이 사건이 둘 중 어딘가에 영향을 주면 될지 않을까요. 많이 듣다 보면 세뇌되는 것이 본래 사람들 두뇌이니."

 

 최 기자가 드링크를 단번에 마시고는 아쉽다는 듯이 병을 거꾸로 하여 몇 번이나 입속에 털더니

 "에이, 이걸 누구가 기획했다면 그건 바보입니다."

 

 "왜요?"

 

 "4차 산업혁명으로 에이아이와 로봇이 사회를 주도하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어 혼란에 빠졌는데 누가 구태의연하게 이런 뉴스로 사회 이슈를 만듭니까. 거들떠보지도 않을 겁니다."

 

 "그럴까요?"

 

 "만약 이걸 기획한 사람이 정말 있다면 그는 예전 사람이거나 시대 흐름을 잘못 읽은 사람입니다."

 

 그때 갑자기 원준이 보고 있는 아파트가 부산스럽고 어수선해졌다. 그 모습에 원준과 최 기자가 놀라 서둘러 승합차 측면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둘의 시선이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아파트를 봤다. 당장 뭐라도 일어날 분위기 같았다.

 

 그런데 잠시 뒤 아파트에서 나오는 소리는 그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지금이 자정을 넘어선 시각이다. 많은 수의 경찰이 투입된 아파트 조사로 인해 각 층마다에서 고함소리, 민원 소리가 곳곳에서 나고 있었다. 바로 그 고함소리와 쫓기듯 자리를 피하는 경찰로 인해 순식간에 어수선해진 경우였다. 범인을 잡은 소리가 아님을 알고 둘은 실망했다.

 

 잠시 뒤, 아파트 출입구에서 한때의 경찰들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부 조사가 끝난 모양이다. 원준과 최 기자는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그들에게 뛰어갔다. 나오는 경찰들 속에서 최 기자는 아는 사람을 만났는지 경찰들 중에서 계급이 높은 사람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됐어?"

 

 간부가 대답 대신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최 기자가 원준을 향해 고개를 저으며 소득이 없다는 표시를 하고는 다시 간부를 보며

 "전혀 없어?"

 

 간부가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준이 그제는 그곳에 다가와 간부에게

 "더 이상 조사는 못 하겠죠. 시민들 수면에 방해도 되니까."

 

 그제야 간부가 대답했다.

 "보면 모르시오. 이 난린데. 오늘은 더 이상 조사가 없소."

 

 그렇게 말하고는 두 사람을 두고 가버렸다. 경찰들도 그제는 모두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그 모습을 둘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으며 보고 있었다. 그렇게 하여 그날 밤은 모두가 허탕만 치고 말았다.

 

 경찰이 모두 사라지고 갑자기 아파트 단지 안이 조용해지자 원준은 아파트를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어수선하던 아파트는 적막감이 흐르는 조용한 곳이 되었고, 이제야 막 곳곳에서 불이 꺼지고 있었다. 저 안에 잔인한 살인자가 있을 수 있음에도 모두는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

 

 원준이 승합차에서 자고는 일어나 허리가 아픈지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하며 하품을 하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의 옆으로 상민이 지나갔다. 상민은 주소가 적힌 핸드폰을 보느라 못 보았지만 하품을 하던 원준은 바로 옆을 지나가는 친구를 보았다.

 

 "상민아!"

 

 그 말에 막 지나치던 상민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상민이 맞았다.

 

 "야, 네가 왜 여기 있어?"

 

 상민도 놀랐는지

 "어? 넌 여기 왜 있어. 그리고 몰골이 그게 뭐야? 여기서 잤어?"

 

 원준이 머리를 만지며

 "응, 아침 뉴스 방송하고 다시 잠을 자서 그래.

  그런데 넌 여기 웬일이야?"

 

 "그게 어제 너와 같이 있을 때 거기서 선배에게 연락을 받았는데.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PS 뭐라는 거기를 알고 있데. 그가 A 마을 저주와 무슨 관련이 있어 조사를 했는데 거기를 찾았다는 거야. 그래서 그를 만나러 왔어."

 

 원준이 놀라며

 "그게 정말이야. 정말로 거길 아는 사람이야.

  그럼 같이 가. 안 되면 우리 카메라 기자 불러 인터뷰 따던지."

 

 "워 워. 만나보고. 만나러는 같이 가자.

  그럼 넌 왜 여기 있어?"

 

 "나야... 너 어제 뉴스 못 봤냐. 내가 나오는 뉴스. 친구가 8시 뉴스 메인을 장식했는데 그걸 안 봤냐."

 

 "아! 태솔이와 같이 봤지. C시 사건.

 ...

  뭐야 그럼 이 아파트에서 일어난 사건이야."

 

 "그래. 넌 어디 찾아가는데?"

 그렇게 말하고는 상민이 든 핸드폰을 봤다. 그런데 거기 적힌 주소지가 사고가 났던 그 아파트였다.

 

 "어어. 여기는."

 

 "왜?"

 

 "여기가 사고가 난 그 집이야."

 

 원준의 말에 상민이 놀라

 "그게 사실이야. 정말?"

 

 "그래. 그 집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냐. 그 집 사람들 다 죽었는데."

 

 상민이 놀라 자기가 가려던 아파트를 봤다. 이제 더 이상 그에게 PS 뭐라는 곳을 알려줄 사람이 살아 있지 않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어떻게.

  우리가 어떻게 찾은 사람인데.

  유일하게 거길 아는 사람이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거 꿈 아니지. 이거 정말이지. 꿈 아냐?"

 

 상민이 절규하듯이 말했다. 그의 표정은 허망한 표정을 지으며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그와 원준의 모습을 아파트 단지 안 감시 카메라가 찍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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