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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로맨스
변장공주 개정판
작가 : 조정우
작품등록일 : 2018.1.2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잉글랜드의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늙어도 변함없이 사랑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찾아 세상에서 가장 못생긴 소녀로 변장해 모험에 나선다. 자신을 스코틀랜드의 왕자에게 강제로 시집보내려는 아버지 마이클 왕의 명을 거역하고 공주의 신분을 버릴 각오로 모험에 나선 에반젤린 공주는 과연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리처드의 진심을 시험해보기로 결심하다
작성일 : 18-01-22 11:00     조회 : 127     추천 : 2     분량 : 8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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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에반젤린 공주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목소리를 변성시켜 말했다.

 

  "저는 공주님의 친구예요."

 

  "공주님의 친구 분이라 해도 어째서 공주님의 옷을 입고 계신 것이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반문했다.

 

  "공주님의 처소에 허락도 없이 들어오는 것이 올바른 예절인가요?"

 

  에리카가 말문이 막혀 대답하지 못하자 에반젤린 공주가 자신이 입은 옷을 가리키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 옷은 공주님께서 제게 선물하신 것이예요."

 

  에리카가 대뜸 물었다.

 

  "지금 공주님께서는 어디에 계시지요?"

 

  에반젤린 공주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그건 비밀이예요."

 

  비밀이라는 말에 에리카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밀이라면, 어쩔 수 없지요......"

 

  "공주님의 처소에 볼 일이 없다면, 나가주시겠어요?"

 

  "네, 알겠습니다."

 

  에리카는 인사를 하고 나갔다.

 

  에반젤린 공주는 곳곳에 보석이 박힌 공주의 옷을 벗고 시녀복으로 갈아입던 중 화장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자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호호호...... 내가 이렇게 못생겼다니...... 에리카가 내 얼굴을 보고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야. 호호호......"

 

  더없이 못생기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보자 공주는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이 정도로 못생긴 얼굴이라면 남자들의 진심을 충분히 알 수 있을 거야."

 

  못생긴 얼굴일수록 남자들의 진심을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마음이 아름다운 여자의 진심을 알아볼 수 있는 남자가 공주가 찾는 남자였다.

 

  "이제 두건만 쓰면 되겠군."

 

  에반젤린 공주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금발을 올려 머리끈으로 묶은 후 화장대 서랍에서 꺼낸 두건을 푹 눌러쓰고서 거울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이제 됐어."

 

  변장을 마친 에반젤린 공주가 처소에서 나오자 에리카를 제외한 시녀들 모두 깜짝 놀라 이구동성으로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지요?"

 

  "저는 공주님의 친구예요."

 

  목소리를 변성시킨 에반젤린 공주의 말에 시녀들 모두 치마 끝을 들고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공주님의 친구 분께 인사드립니다."

 

  "모두 반가워요."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받은 에반젤린 공주는 에리카에게 비밀을 지켜달라는 뜻으로 눈짓했다.

 

  에리카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에반젤린 공주는 한마디 인삿말을 남기고 유유히 가버렸다.

 

  "나중에 또 뵈요."

 

  복도를 지나 점점 멀어지는 에반젤린 공주의 뒷모습을 보던 에리카는 문득 깨달았다.

 

  '공주님 친구 분의 뒷모습이 공주님의 뒷모습과 흡사하구나!'

 

  두건을 쓴 에반젤린 공주의 뒷모습이 작게 보일 무렵, 에리카가 샐리와 안나에게 속삭였다.

 

  "저 공주님 친구 분의 뒷모습 좀 봐! 우리 공주님의 뒷모습과 참 흡사하지 않니?"

 

  샐리가 먼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속삭였다.

 

  "맞아, 그러고 보니, 저 공주님의 친구 분의 뒷모습이 우리 공주님과 참 흡사하군."

 

  안나도 고개를 끄덕이더니 속삭였다.

 

  "정말 그러네. 뒷모습만 보면 저 공주님 친구분을 우리 공주님으로 착각할 수도 있겠네. 키도 거의 같고......"

 

  안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에리카가 속삭였다.

 

  "머리카락 색깔도 공주님과 똑같았어."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썹이 우리 공주님과 똑같은 걸 보면, 머리카락 색깔도 똑같겠지, 뭐."

 

  에리카가 다시 속삭였다.

 

  "혹시 공주님의 친척 분이 아닐까?"

 

  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설마, 공주님의 친척 분 중 저렇게......"

 

  저렇게 못생긴 여자가 있겠느냐 반문하려다 공주의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말을 멈췄다.

 

  이때 이미 에반젤린 공주의 뒷모습은 시녀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에리카는 문득 의문이 생겨 속삭였다.

 

  "그런데, 너희들 혹시 공주님의 친구 분께서 공주님의 처소에 들어가는 것을 보았니?"

 

  안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공주님의 친구 분이 들어가는 건 못 봤는데......"

 

  이어 샐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에리카에게 되물었다.

 

  "나도 못 봤는데, 너는 봤니?"

 

  에리카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도 못 봤어......"

 

  에리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알 수 없었다.

 

  '정말 이상해. 우리 세 사람 모두 공주님의 친구 분이 공주님의 처소에 들어가는 걸 보지 못했는데, 언제 들어간 것일까?'

 

  순간, 에리카의 뇌리를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아! 공주님의 친구 분이 창문으로 들어오신 모양이야! 공주님도 창문으로 나가신 모야이군!'

 

  에반젤린 공주의 처소는 1층이었다.

 

  에리카는 생각 끝에 에반젤린 공주는 창문으로 나가고 에반젤린 공주의 친구는 창문으로 들어온 것이라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에리카가 입을 잠그는 시늉을 하며 안나와 샐리에게 당부했다.

 

  "방금 우리가 본 건 비밀로 해야해. 레이디 제인이 알면 꼬투리를 잡아 시비를 걸지 모르니까. 알겠지?"

 

  안나와 샐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응, 알았어."

 

  그 사이 궁문에 이른 에반젤린 공주를 보자 문지기가 물었다.

 

  "당신은 누구시요?"

 

  "저는 공주님의 친구예요."

 

  공주님의 친구라는 말 한마디에 문지기가 궁문을 열어주었다.

 

  "가 보십시오."

 

  에반젤린 공주가 궁문을 빠져나가자 문지기가 중얼거렸다.

 

  "원 세상에, 공주님의 친구 분 중에 저렇게 못생긴 여자가 있다니!"

 

  바로 이때 옆에 있던 다른 문지기가 문지기에게 말했다.

 

  "이봐, 레이디 제인이 궁전을 오가는 여인들 중에 처음 보는 여인이 있으면, 보고하라 하지 않았는가?"

 

  이 말을 듣자 문지기가 이제서야 기억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레이디 제인이 그렇게 말했었지."

 

  "내가 레이디 제인에게 보고하고 오겠네."

 

  궁문을 빠져나간 에반젤린 공주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호호호... 시녀들과 문지기 모두 나를 못 알아보다니. 하기야 내가 내 얼굴을 봐도 누군지 못 알아보겠던데. 호호호..."

 

  궁문에서 멀어지자 입을 가리고 호호 웃던 공주는 문득 문지기가 중얼거린 말이 떠올라 슬픈 생각이 들었다.

 

  '못생기면 공주의 친구가 될 수 없단 말인가? 사람을 외모로 평가하는 건 옳지 못한 일이야! 이 땅에서 외모로 사람을 평가하는 일이 사라져야할 텐데......'

 

  에반젤린 공주가 궁전을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길을 지나가던 행인들이 킬킬대며 조롱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세상에 저렇게 못생긴 여자가 다 있다니!"

 

  "저렇게 못생긴 여자와도 결혼하고 싶은 남자가 있을지 모르겠군!"

 

  "왜 없겠어? 앞을 못 보는 장님이야 여자가 자식만 나으면 됐지, 뭘 더 바라겠어? 킬킬킬......"

 

  여기저기서 킬킬대며 조롱하는 소리에 그녀는 화가 나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여자를 두고 못생겼다고 조롱하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야 그 어떤 조롱과 놀림에도 견딜 수 있었지만, 정말 못생긴 여자가 이같이 조롱당한다면 그 심정이 오죽하랴!

 

  에반젤린 공주는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공주가 흘린 눈물에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가면이 울퉁불퉁해져 가뜩이나 못생기게 변장한 얼굴이 더욱 못생기게 보였다.

 

  '눈물이 가면을 망가뜨리기 전에 닦아야겠구나.'

 

  바로 이때 면사포를 쓴 여인 하나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공주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공주님의 친구라는 이 못생긴 여인은 대체 누구지?'

 

  허리엔 펜싱검을 차고 얼굴은 면사포로 가린 이 여인은 다름 아닌 레이디 제인이었다.

 

  레이디 제인은 문지기의 보고를 듣자마자 에반젤린 공주의 친구가 누구인지 보기 위해 따라온 것이다.

 

  '비록 얼굴은 최악으로 못생겼지만, 행동거지를 보니 공주님의 친구가 맞는 것 같군.'

 

  레이디 제인은 품위있는 에반젤린 공주의 행동거지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공주님의 친구라는 이 여인을 좀 놀려줘야겠는걸.'

 

  에반젤린 공주를 늘 질투하던 레이디 제인은 심술이 생겨 때마침 건달처럼 생긴 사내가 길을 지나가자 손짓하며 말을 걸었다.

 

  "이봐, 잠깐 이리와봐."

 

  생긴 것만 건달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건달인 사내는 면사포를 쓴 여인이 손짓하며 자신을 부르자 성큼성큼 다가가 물었다.

 

  "그대는 누구길래 감히 나 자크를 불렀는가?"

 

  런던의 건달들 사이에서 모르는 자가 없을 정도로 악명높은 건달 자크는 면사포를 쓴 정체불명의 여인이 자신을 부른 것 자체가 못 마땅했다.

 

  레이디 제인은 대뜸 되물었다.

 

  "당신이 런던에서 유명한 건달 자크인가?"

 

  쟈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내 명성을 들은 모양이군."

 

  레이디 제인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더니 품속에서 금화 한냥을 꺼내 내밀었다.

 

  "흥, 당신같은 건달 따위가 내가 누군지는 알 것 없고, 내가 시키는 일이나 하겠는가, 말겠는가?"

 

  이 말에 격분한 자크는 으르렁거리며 그녀의 면사포를 벗기려했다.

 

  "감히 나 자크를 무시하다니! 금화도 필요없고, 네 얼굴이나 봐야겠다!"

 

  자크가 그녀의 면사포를 벗기려고 손을 뻗는 순간이었다.

 

  "엇!"

 

  어느새 레이디 제인이 허리에 찬 펜싱검을 뽑아 자크의 목을 겨눈 것이다.

 

  자크가 항복의 뜻으로 두 손을 들자 레이디 제인은 금화를 든 손으로 면사포를 가리켰다.

 

  "하기 싫으면 강요하지는 않을 생각이지만, 내 면사포에 손을 대면 내 펜싱검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좋소. 나한테 시키려는 일이 무엇이오?"

 

  쟈크가 묻자 레이디 제인이 눈짓으로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켰다.

 

  "저 못생긴 여인을 좀 놀려주시오."

 

  자크는 손을 내밀어 레이디 제인의 손에 들린 금화를 건네받았다.

 

  "좋소.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오?"

 

  레이디 제인이 에반젤린 공주가 쓴 두건을 가리켰다.

 

  "저 여인의 두건을 빼앗아 나한테 주면 금화 한냥을 더 주겠소."

 

  쟈크는 생각할 것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케이크 한 조각 먹기처럼 쉬운 일이지. 나중에 딴 소리나 하지 마시오."

 

  에반젤린 공주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모두 닦았을 무렵, 한눈에 봐도 건달처럼 생긴 사내가 다가와 그녀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킬킬거렸다.

 

  "이봐, 못생긴 아가씨! 얼굴에 바른 거 밀가루 아냐? 그 못생긴 얼굴에 밀가루라도 바르면 나아 보일 줄 알았나봐. 킬킬킬......"

 

  다름 아닌 자크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자신을 조롱하는 말에 화를 참지 못하고 날선 목소리로 따졌다.

 

  "이보세요, 그만하세요! 여인의 외모를 조롱하다니, 이건 교양있는 언행이 아니라구요! 교양을 지키세요!"

 

  조금이라도 교양있는 사람이라면 부끄러워 물러났겠지만, 자크는 건달답게 팔뚝을 걷어붙이고 험악한 얼굴을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뜨리며 시비를 걸었다.

 

  "못생긴 주제에 어디서 시비야!"

 

  보통 여자라면 험악하게 생긴 건달이 시비를 걸면 무서워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하고 도망쳤겠지만, 그녀는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대꾸했다.

 

  "시비라니요? 교양을 지키라는 말이 시비인가요?"

 

  이 광경을 지켜보는 행인들은 무서워 말은 못했지만, 건달을 상대로 할 말을 다하는 그녀의 용감한 모습에 마음속으로 갈채를 보냈다.

 

  행인들도 처음엔 건달과 다를 바 없이 그녀의 얼굴을 보고 킬킬대며 수군거렸지만, 그녀의 용감한 모습을 보자 자신들의 교양없는 행동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쟈크는 별안간 자신의 얼굴에 침이 튄 것처럼 매만져보더니 당장이라도 주먹을 휘두를 듯 불끈 쥐며 소리쳐댔다.

 

  "이 못생긴 아가씨야! 내 얼굴에 아가씨 침이 튀었단 말이야! 어서 손수건이라도 내놓지 못해?"

 

  참으로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태어나서부터 궁중에서 교양을 쌓은 에반젤린 공주는 말 할 때 침이 튀는 일 자체가 없었다.

 

  에반젤린 공주가 너무도 기가 막혀 뭐라 대꾸하려는 찰나, 쟈크가 그녀의 머리에 쓴 두건을 낚아챘다.

 

  "손수건이 없으면 두건이라도 내놔!"

 

  순간 에반젤린 공주의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이 물결치며 허리까지 흘러내렸다.

 

  올려 묶은 머리가 풀린 것이다.

 

  에반젤린 공주는 창졸간에 두건을 빼앗기자 당황해 급히 손수건을 내밀며 소리쳤다.

 

  "여기 손수건이 있으니, 어서 두건을 돌려주세요!"

 

  쟈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허리까지 내려오는 황금빛 금발을 보자 군침을 흘렸다.

 

  "머리카락이 꽤 아름답군!"

 

  쟈크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가 흘러나올 정도로 그녀의 긴 황금빛 머리카락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다.

 

  이때 누군가 그녀를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충고했다.

 

  "아가씨, 저 남자는 건달이니 상대하지 말고 어서 도망치세요."

 

  에반젤린 공주는 이대로 순순히 도망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행인들 중 나를 구해줄 사람이 틀림없이 나올 거야.'

 

  원래 두건을 빼앗으려 수작을 부렸던 자크는 그녀의 긴 황금빛 금발이 아름답기 그지 없는 것을 보자 욕심이 생겨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봐, 아가씨, 못생긴 주제에 머리카락은 제법 아름다운데, 나한테 머리카락을 팔지 않겠어? 값은 후하게 쳐주겠어."

 

  에반젤린 공주는 화가 치밀었지만, 최대한 인내심을 발휘해 사리를 따졌다.

 

  "제 머리카락은 사고 파는게 아니예요. 억지로 강요하지 마세요!"

 

  에반젤린 공주가 단호하게 거절하자 쟈크는 그녀의 황금빛 머리채를 잡아채며 협박했다.

 

  "그 못생긴 얼굴에 머리카락만 길면 예뻐 보일 줄 아나본데, 이 쟈크를 화나게 하면 재미없는 줄 알아!"

 

  쟈크가 험악한 얼굴로 노려보며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당겼지만,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연약한 여인을 협박하다니, 부끄러운 줄 아세요!"

 

  쟈크는 이 정도만 겁을 주면 그녀가 겁을 먹고 순순히 머리카락을 팔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오자 주먹이라도 휘둘러 겁을 줄 작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그래, 끝까지 고집부리겠다 이거지? 어디 한번 내 주먹 맛 좀 볼 테야?"

 

  자크가 당장이라도 때릴 것처럼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버텼다.

 

  '이 세상에 기사도 정신이 살아있다면 틀림없이 누군가 나를 구해줄 거야!'

 

  이같은 믿음이 있었기에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쥔 채 협박하는 자크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저는 당신이 두렵지 않아요!"

 

  "이 못생긴 여자가 내 주먹 맛을 봐야 정신 차릴 모양이지?"

 

  자크가 주먹을 치켜들어 그녀를 때리려는 순간이었다.

 

  "연약한 여인에게 이 무슨 행패인가! 어서 그 손 놓지 못할까!"

 

  어디선가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그녀의 얼굴에 안도의 미소가 감돌았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에반젤린 공주의 호위기사 리처드였다.

 

  에반젤린 공주는 구세주를 만난 듯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외쳤다.

 

  "리처드 경!"

 

  쟈크가 머리채를 잡고 있어 그녀는 리처드의 목소리가 들려온 쪽으로 고개를 돌릴 수 없었지만, 목소리만으로도 리처드인지 확신할 수 있었다.

 

  리처드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건달에게 머리채를 잡힌 여인의 뒷모습이 에반젤린 공주와 흡사하지 않은가!

 

  깜짝 놀란 리처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쟈크 쪽으로 달려가 주먹을 내질렀다.

 

  "억!"

 

  리처드가 힘껏 내지른 주먹에 턱을 맞은 쟈크는 쓰러져 땅에 나뒹굴었다.

 

  리처드는 그래도 분이 안 풀렸는지 땅에 쓰러져 나뒹구는 쟈크를 향해 소리쳤다.

 

  "감히 공주님의 몸에 손을 댄 패역한 놈! 네 놈을 당장 체포해 교수형에 처하겠다!"

 

  이때 행인들 틈 속에서 레이디 제인이 면사포로 가린 얼굴만 내민 채 이 광경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난 두건을 빼앗아 오라 시켰을 뿐인데, 저 멍청한 건달이 머리카락까지 빼앗으려다가 리처드 경이 끼어들게 만들었군! 어서 자리를 뜨자.'

 

  레이디 제인은 땅에 쓰러진 자크가 정신을 차리기 전에 재빨리 줄행랑을 쳐버렸다.

 

  이때서야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쟈크는 아픈 턱을 매만지며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에반젤린 공주를 가리켰다.

 

  "공주님이라뇨? 설마 저 못생긴 여자가 천사처럼 아름다우신 에반젤린 공주님이라는 거요?"

 

  쟈크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리처드는 깜짝 놀라 물었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에반젤린 공주와 머리카락 뿐만 아니라 뒷모습까지 똑같은 여인이 이토록 못생긴 여인이라니!

 

  에반젤린 공주는 마음 같아서는 가면을 벗고 리처드에게 달려가고 싶었지만, 갑자기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어 고개를 저었다.

 

  "전...... 공주님의 친구예요."

 

  에반젤린 공주는 리처드의 진심을 시험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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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에반젤린 공주의 품위에 눌린 토마스 2018 / 4 / 1 488 1 5996   
29 토마스를 따라갈 것을 자청하다 2018 / 3 / 31 520 1 6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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