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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니콘의 뿔
작가 : 앙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0

남방 최고의 국가 카프래이스....그들의 성곽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도로 강대한 공격에 맞서 무너지는 순간, 한 자루의 창날이 그들을 구원하고자 나섰다. 유니콘의 뿔을 찾아야만, 이들의 도시는 구원될 수 있을 것이다.

 
003-침공
작성일 : 18-01-22 00:04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9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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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무쇠팔을 들고 귀환하려던 차, 나는 거리가 심상찮은 것을 발견했다. 또한, 내가 지원을 부르라고 보낸 병사가 아직까지도 오지 않은 이유도 알아차렸다. 내가 상대한, 형상은, 단지 하나가 아니었다.

 

 "장군님! 성 안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내가 이 여관에 나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리나케 쫒아온 베어르가 멍하니 거리를 바라보며 한손에는 검을, 한 손에는 무쇠팔을 쥔 채 서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거리 전체가... 검군."

 

  그 말 그대로였다. 아직 내가 상대한 녀석처럼 실체가 있는 녀석은 없었지만, 검은 사람 형상의 그림자 수십, 수백, 아니 이 거리만이 아니라 저 멀리 보이는 다른 곳까지 합하면 수천에 달하는 그림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워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싸움에 집중하느라 미처 듣지 못했던 아우성이 내 귀를 가득 채웠고, 군사들은 서둘러 사람들을 모두 성 안으로 대피시키고 있었다.

 

 "저도 무슨 일인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장군님은 짐작가시는 곳이 없으십니까?"

 

 "자네가 모른다면 나도 모르지. 한 놈 쓰러뜨리긴 했는데..."

 

 나는 무쇠팔을 그의 눈앞에 내고 흔들어보였다. 베어르는 흠칫 놀란 모양새였다.

 

 "혹시 마법재가 필요하셨던 이유가..."

 

 "비슷하네. 하지만 그건 녀석을 끌어내는데에 쓴거고, 실제로는 칼로 베었지."

 

  베어르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실제로 지금 당장은 이 거리를 가득 매운 그림자 모두 그림자의 형태만 갖추고 있었으므로 설명할 방도도 없었다.

 

 "나중에 설명하지. 내 말은 가져왔나?"

 

 "은빛섬광이라면, 제가 데려왔습니다."

 

 나는 내 누런 말에 올라탄 뒤 무쇠팔을 말의 옆구리에 걸었다. 베어르도 자신의 말에 올라탔다.

 

 "저 녀석들의 정체를 알려면 짐작가는 방법은 하나뿐이네. 모든 어둠의 마법에 대한 정보가 필요해. 레셈블로 향하지. 도서관으로 가야 해."

 

 "무지막지하게 많은 책이 필요할텐데, 그 정도 서적을 어떻게 들고 오게요?"

 

 "... 그건 그렇군."

 

 ----------------------------------------------------------------------------------

 

 성으로 돌아온 후, 우리는 베어르가 완성해 놓은 전차를 살펴보고 있었다.

 

 "가진 재료를 다 털어서 두대를 겨우 완성했습니다. 보호마법은 물론이고, 파괴력만 봐도 장난은 아닙니다. 훌륭한 궁수만 있다면, 이 전차 한대로도 일반 부대 하나 정도는 상대할 만 할 겁니다."

 

 "우리가 지금 맞딱뜨린 상황이 그거라네. 보호마법은 강력한 걸로 걸어놓은 거 맞나?"

 

  전차는 척 봐도 무척 근사했다. 디자인에도 공을 기울인 듯 차체 전체가 곡선형을 보이고 있었고, 웬만한 물리적 충격은 차체만으로도 튕겨내겠다는 듯 두꺼운 철갑이 광을 내고 있었다. 전차의 양 옆에는 창문에 뚫려 있었고 그 사이로 마법적으로 강화된 석궁이 구비되어 있었다. 차체 내부도 상당히 넓어서 상당한 짐을 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쪽에는 말 두 마리가 끌 수 있도록 되어있었다.

 

 "그게... 자신할 수는 없습니다. 마법을 희석하긴 했지만, 원래 들소 시신에 남아있던 마법 자체가 어둠의 마법이고, 썩 강력하진 않았으니까요. 물리적 공격을 방어한다면 몰라도, 저 녀석들은... 마법적 존재들이잖습니까. 듣자하니."

 

 "뭐, 상관은 없지."

 

 그 순간, 전차 보관소의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폐하."

 

 베어르가 더 빨리 반응했다. 나도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왕은 신경쓰지 말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전차를 보고 있었나? 이게 저 녀석들에게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평소에도 언제나 갑옷을 껴입고 있는 왕이었지만, 완전히 중갑을 두른 그는 곰처럼 거대해보였다.

 

 "저... 레셈블로 갈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그곳의 도서관은..."

 

 베어르가 우물쭈물 설명하려 했다.

 

 "마법사들이 자주 모이던 곳이었지. 나도 그 생각을 하고 있었네."

 

 왕이 씽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언제나 화난 것 같은 그 얼굴에 웃음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폐하."

 

 "자네들 둘이 가는 것이 좋겠군. 이 도시 최고의 기병은 자네 둘 아닌가. 적당한 궁수 하나가 필요할 법도 한데... 어디 보자..."

 

 왕이 자신의 옆에 서 있던 참모에게 지령을 내렸다.

 

 "리드라를 데려와라. 아까 보니 활솜씨가 범상치 않더군."

 

 참모가 고개를 숙이고 창고 밖으로 나섰다. 나는 그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프릭스턴을 비상대책 총대장으로 임명할 생각이네. 역량만 보면 자네에게 맡겨야겠지만 말야."

 

 "과찬이십니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하긴 했지만, 아쉽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총대장을 맡게 되면 행동이 지나치게 제한받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유는 짐작하고 있나? 자네는 직접 전투 요원으로 쓰여야 해. 프릭스턴은 대전략을 짜는 데에는 무척 뛰어나다네. 레셈블을 침으로서 남부 전체를 지배한다는 거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도 바로 그야. 자네가 그를 저평가하는 건 알고 있지. 그럴 수 밖에. 사실 그 평가는 정확한 편이야. 자네는 그를 전장에서만 보잖나? 나는 그를 탁상에서 본다네. 그곳에서, 그는 그 누구보다 뛰어난 참모야. 물론 전장에 나서면 모든 전략을 잊어버리는게 단점이지만 말이야."

 

 "직접 전투 요원, 말씀이십니까?"

 

 "예를 들면, 이 전차를 타고 레셈블까지 갔다 오는 일 같은 거 말이네."

 

 "리드라를 데려왔습니다."

 

 참모가 문을 두드렸다. 왕이 들어오라 허락했다.

 

 "찾으셨습니까, 폐하!"

 

 보병대 갑옷을 입은 젊은 병사가 들어와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 나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불과 몇시간 전에 안면식이 있던 녀석이었다.

 

 "이곳으로 와보라고 해도 괜찮겠습니까?"

 

 내가 왕에게 물었다. 왕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오게."

 

 명령을 받은 리드라가 자리에서 일어서 나와 베어르 앞에 서서 고개를 숙였다. 베어르가 입을 열었다.

 

 "그 병사로군요. 살해 현장인 여관을 지키던."

 

 "그 말이 맞네. 지나치게 쉽게 공황상태에 빠지던 병사였지."

 

  내 말을 듣고도 왕은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리드라는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적어도 그 여관에서 내가 본 것과 같은 공황상태를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왕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뭐, 궁병이라고 했나?"

 

 "네, 대장님, 그 때는 활이 없...."

 

 "그 여관에서 자네에게 활이 있었다면 더 문제가 됬을지도 모르지. 됬네. 전차 뒤쪽에 타게. 활을 쥐면 돌변하는 궁수들이 있는 법이지."

 

 ---------------------------------------------------------------------------------------

 

  베어르와 나의 말이 전차를 끄는 역할을 맡았다. 나와 베어르는 전차에 타는 대신, 직접 말 위에 올라타 전차를 끄는 쪽을 택했다. 나는 창을, 베어르는 검을 뽑아들고 성문을 나섰다. 하지만, 길을 뚫는데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리드라였다.

 

 "서북쪽 방향으로 가야 하네! 말의 시야를 뚫어주게!"

 

  리드라에게 이러한 지시를 내리면 순식간에 서북쪽 방면의 그림자들은 화살에 맞아 분해되어버렸다. 정밀한 사격에도 난사에도, 그는 뛰어난 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최고라 부르기는 힘들어도, 일류라고는 부를 수 있었다.

 

 "폐하께서 이 자를 추천한 이유를 알법도 하군."

 

 "확실히 그렇습니다."

 

  내 말에 베어르가 동조했다. 아직도 거리는 검은 그림자가 꽉 채우고 있었지만, 그 중에 성벽을 넘어올 정도로 높이 날 수 있는 녀석은 없었고, 아직까지 내가 본 녀석처럼 형체를 갖추고 공격해오는 녀석도 없었다. 하지만, 난 내 경험상 그런 일이 벌어지는 것 또한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방어마법이 사실상 거의 다 깨진 것 같습니다."

 

  또한, 제아무리 리드라의 궁술이 일류라도 석궁 한대로 전차에 덤벼드는 그림자를 모두 물리칠 수는 없는 법이었다. 몇몇은 덤벼들어 방어마법에 적잖은 손상을 미쳤고, 마법이 손상을 입음에 따라 전차 전체에 불안함이 느껴졌다.

 

 "상관 없네. 일단 물리적으로는 멀쩡한 거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은..."

 

  방어마법이 거의 다 깨질때즈음, 레셈블의 도서관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전차에서 내리지 않고 문을 그대로 깨부수고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

 

  도서관 안은 하나의 미로였다. 흔히 미로를 빠져나갈 때 하는 방법처럼 한쪽 벽을 잡고 그 벽을 따라가면 중앙의 거대한 토론장에 이르게 되는 구조였다. 이 경우에는, 그 벽은 거대한 책꽂이를 뜻했다.

 

 "이렇게 많은 책을 어디서 모았을까요?"

 

  뛰어든 전차가 무너뜨린 책꽂이는 모두 다 원예에 관련된 서적임을 알고 안심한 베어르가 물었다. 나는 그 질문에 대략적으로밖에 답해줄 수 밖에 없었다.

 

 "반은 원래 이곳에 있던 거고, 반은 소문을 들은 기증자들이 기증한 거겠지. 책이 있는 곳에 책이 모이는 법이야. 새로 도서관을 새우는 것보다는 기존에 있는 도서관을 키우는 게 훨씬 쉽다네."

 

 500보쯤 걸어서야 원예 관련 서적들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불행히도, 앞으로는 '마법 약초'에 관련된 서적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어둠의 마법에 대해 찾아보는 것 보다는, 어둠의 생명체에 관련된 서적만 챙기는 게 좋겠습니다."

 

 그때였다. 별안간 도서관이 미친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입구쪽에서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리드라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나는 서둘러 전차를 세워놓은 쪽으로 달려갔다.

 

 "녀석들이 물리적 충격을 주기 시작했네.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된 거야."

 

 "그거 정말... 큰일이군요."

 

  리드라가 말했다. 나는 그의 표현은 이 상황을 다 담아내기에는 충분치 않다고 생각했지만, 확실히 맞는 말이었다. 정말로, 큰일이 나고 있었다.

 

 ---------------------------------------------------------------------------------------

 

  대충 서적 몇개를 주섬주섬 챙긴 후, 우리는 전차에 올라탔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서둘러 카프래이스로 돌아가 이미 시작되었을 전투에 참가해야 했다. 입구를 부셔놓아서, 그 안으로 적이 끝도 없이 밀려왔기 때문에 도서관 안을 빠져나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검은 바위 병사들을 나와 베어르가 힘을 합쳐 수십쯤 베어낸 뒤에야 겨우 빠져나갈 만한 틈이 생겼다. 적들이 카프래이스 중앙에 몰려 있느라 옛 레셈블 지역에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이 다행이었다.

 

 "이제 확실히 위험해졌습니다. 물리적 충격을 막는데 도움을 줄 마법방어막은 깨져버렸고, 사방에서 몰려오는 적을 막을 수 있는 창 하나와 검 하나, 석궁 하나 뿐이니까요."

 

 이렇게 듣고 보니 상황이 참 암담해보였다. 카프래이스에 갈 때까지 우리가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출발하자! 은빛섬광!"

 

  내 말을 알아들은 내 말이 곧장 울부짖고는 앞으로 튀어나갔다. 베어르의 말도 곧장 반응했다. 덜컹거리는 소리를 내며, 전차가 도서관을 빠져나왔다. 검은 바위로 이루어진 적들이 곧장 전차를 향해 돌격해왔다.

 

  보이는 적은 무조건 베었다. 보통 전투에서 사람을 벨때는 피가 튈 때 본능적인 거부반응이 드는 경우도 있었지만, 검은 바위들을 베는 건 한결 수월했다. 괴물을, 확실한 악을 제거한다는 느낌이었고, 창에 힘이 실렸다. 나는 적을 베어내는 손맛을 즐기고 있었고, 베어르는 내 모습을 보고 종종 흠칫 흠칫 놀라는 모습을 보았다. 말 위에서도, 난 말 그대로 무아지경으로 적들을 베어냈다. 때문에 나를 엄호할 필요성을 그리 느끼지 못한 리드라는 검을 쓰느라 견제 폭이 좁았던 베어르의 측면 혹은 전차의 후방을 주로 엄호했다. 창하나 검 하나 석궁 하나였지만, 전차 왼쪽을 나 혼자 커버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창은 길고 강력했고, 베어르의 검은 자신 주변은 거의 다 방어할 수 있었으며, 리드라의 화살이 부족한 부분은 거의 다 맡을 수 있다는 것 또한 명백했기 때문에, 우리 셋이서 전차 하나를 보호하면서 돌격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어느 새 카프래이스의 성문 앞에 다다르자, 왕의 지시로 잠깐 우리가 들어갈 수 있도록 성문이 열렸다. 혹여나 적들이 들어올까 마구 무기를 휘두르며 우리는 성 안으로 귀환하는 데에 성공했다.

 

 "서적은? 알아낸 건 있나? 그 사이 상황이 변해서 전투가 시작되었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가 가진 화살이 적의 수보다 많은 것 같지가 않아."

 

 왕이 직접 우리들을 맞이했다. 왕 옆에 서 있는 프릭스턴또한 무척 난감한 표정이었다.

 

 "유감스럽게도, 보시다시피 갑작스럽게 실체를 갖추게 된 녀석들이 우리를 공격해 온 터라 챙겨온 서적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이걸 참모들에게 전달하고 그들이 연구를 하는 사이, 우린 전투를 지속해나가야 합니다."

 

 왕이 손짓하자, 병사 몇명이 전차 안에 있던 서적 열댓권을 들고 올라갔다. 왕은 무척 지쳤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런 짧은 시간 사이에 그가 지칠 정도면, 상황이 여간 심각하지 않은 게 틀림없었다.

 

 "성 바깥이 꽉 막혀서 기병 돌격으로 정면을 뚫을 수도 없다네. 보병들이 진을 칠 수 없는 것도 당연하지. 상식이 안 통하는 적들이야. 이렇게 두려운 적들은 처음봤네. 성벽을 뚫을 정도로 강력한 것 같지는 않고, 성문 또한 위태롭지만 버티고 있으니 다행이지.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화살밖에 없는게 정말 심란하다네. 자네들이 잠시 적들을 흐트려뜨렸던 것만 해도 기적이야. 우린... 그것조차 엄두도 못내고 있어."

 

 "총대장님의 계획은요?"

 

 내가 진지하게 물었다. 하지만 프릭스턴은 내가 빈정거린다고 생각하는 듯 기분나쁜 표정을 지었다.

 

 "유감스럽지만 없어, 프리오스. 그러는 자네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는 것도 아니잖나?"

 

 "저는 발로 뛰는 성격이거든요. 성벽 위로 올라가 순찰이라도 해봐야겠습니다. 적들을 내려다보고 있으면 타개책이 생각날 수도 있는 법이지요."

 

  나는 이 말을 마치고 성벽 위로 올라갔다. 아무도 굳이 나에게 뭐라고 조언 같을 걸 하려고 하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아무 대책이 없는 것보다 더 좋은 대책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

 

  교착상태가 5시간 이상 지속되었지만, 별 다른 변화는 없었다. 적들은 여전히 많았고, 화살은 여전히 의미 없이 적들을 쓰러뜨렸다. 적들은 정말 도시 전체를 꽉 매우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적들이 죽은 서로의 시신을 밟고 성벽을 기어오르려고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일이 나겠군."

 

  아래를 내려다보며 내가 중얼거렸다. 상황에 심각한 건 확실했지만, 대안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카프래이스의 멸망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내 생각은 거부하고 있었지만, 대책없이 조국의 임박한 멸망을 지켜보는 상황에서의 마음이란, 착잡함 그 이상의 중압감이었다.

 

  다음날이 되어도, 적들의 시체만 더욱 높아질 뿐 달라지는 것이 없었다. 그렇다고 적들을 죽이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랬다간 그냥 서로를 밟고 이 성벽 위로 올라올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인명 손실은 없었지만, 도시의 모든 인구를 수용한 상태에서 식량이든 물자든 성은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모든 참모들의 중론이었다. 또한, 우리가 가져온 서적 내에서는 적들의 정체를 알 수 없다는 것 또한 참모들이 입을 모아 발표한 결론이었다.

 

 "타파할 방법이 없다는 소린가...?"

 

 왕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아무도 굳이 그 말에 대꾸하지는 않았다.

 

 ----------------------------------------------------------------------------------

 

 그 다음날, 일어날 수 밖에 없던 일이 터져버리고야 말았다. 하지만, 그 형태는 조금 독특했다.

 

 '쿵'

 

 "방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았나?"

 

  내가 성벽 위에서 활을 손보고 있던 리드라에게 물었다. 리드라 또한 고개를 쳐들고 저 멀리, 무언가 어른거리는 그림자를 수상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것 같습니다...."

 

  그 순간, 성문을 중심으로 적들이 갈라지기 시작해 저 멀리에서부터 성문으로 통하는 길을 이루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는 순간 기병 돌격을 감행하기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더 커지는 그림자와 갈라진 길을 번갈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땅은 점점 더 크게 울렸고, 금새 하나의 거대한 형체가 우리 눈에 보일 정도로 뚜렷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궁수들은 활을 놓고 입을 쩍 벌렸고, 나 또한 창을 붙잡을 힘이 빠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거대한 코끼리가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도대체 저게 어디서 나타난 것이란 말인가? 왜 우릴 향해 다가오는가? 왜 우릴 공격하는가?

 

 게다가 그냥 코끼리였다면 그렇게 두렵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선 이 새하얀 코끼리는 성벽과 맞먹을 정도로 키가 높았다. 코끼리의 코끝에는 코뿔소와 같은 뿔이 달려 있어 단지 휘두르는 것만 해도 강력한 코끼리의 코에 무기로서의 위력을 더해주었다. 코끼리의 표피는 포유류의 살결이라기보다는 갑충류의 갑옷과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딱해보였고, 우둘투둘하게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말하자면, 이 코끼리또한 마법의 영향으로 개조된 것이 틀림 없었다.

 

 "이번엔 또 뭡니까?"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고 베어르가 황급히 올라오며 말했다. 리드라는 이 소식을 왕에게 보고해야 한다며 아래로 내려갔고, 나는 아무 말 없이 베어르의 어께를 두드린 다음 대답했다.

 

 "성벽을 뚫으러 온 거지. 이 공격을 일으킨 자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도시를 아주 끝장내기로 작정한 모양이야. 폐하를 만나야겠네. 자네는 여기에서 상황을 지켜보게."

 

  베어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인사했다. 나는 서둘러 성벽에서 내려와 왕의 집무실로 향했다. 왕은 이미 리드라의 보고를 받고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자 밖으로 나와있는 상황이었다.

 

 "폐하, 건의드립니다. 서둘러 모든 시민을 뒷문을 통해 내보내야 합니다. 싸울 수 있는 자들은 정문에서 시간을 끌어야 하지만, 적어도 신속한 이동을 보장할 수 있는 기병 2부대 이상이 시민들을 호위해 이 곳을 빠져나가야 합니다. 이곳만 아니면 됩니다. 어디든 됩니다. 하지만 여긴 아닙니다. 감히 말씀드리자면, 카프래이스는 멸망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내가 왕을 보자 마자 황급히 말했다. 왕은 짐작하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옆에 서 있던 프릭스턴에게 지시했다.

 

 "프리오스의 말을 들었나? 그대로 하게. 모든 시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려. 성의 비상탈출로로 말야. 그 곳으로 나가는 게 빠르지는 않겠지만 안전할 거라네. 말한대로 기병 2부대를 붙여주고... 그 지휘는..."

 

 "베어르에게 맡기십시오. 밑을만한 자입니다."

 

  왕이 조금 의외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무래도 내가 자원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끝까지 싸울 생각이었다.

 

 "좋네. 리드라, 베어르에게 가서 이 일을 알리게. 나머지 병사들은 성문이 뚫리면 곧장 싸울 수 있도록 대기하라 하게. 프리오스, 자네도 대기하도록 하고."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왕이 고개를 끄덕이고 성벽 위로 올라갔다. 프릭스턴은 왕의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뒤에 남아있다 시민들이 모여 있는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몸을 돌렸다. 그가 몇 걸음 걸어가는 것을 지켜본 후, 나 또한 몸을 돌려 마구간으로 가서 은빛섬광과 함께 준비를 하려고 하는 데, 별안간 프릭스턴이 몸을 돌렸다.

 

 "너 같은 영웅이 이곳에서 스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마음아픈 일이군. 나의 대전략을 위해서, 너는 꼭 필요한 장수였어."

 

 "나라가 망해 가는데 대전략이 의미가 있나?"

 

 "언젠가는. 의미가 있게 될 수도 있겠지."

 

  그 순간, 난 내가 프릭스턴의 뒷배경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의 가문이 어딘지, 고향이 어딘지, 어떻게 등용되었는지를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프릭스턴은 곧장 시민들의 거주 지역을 향해 걸어가며 장교들에게 대피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나 또한 마지막 준비를 위해 마구간으로 향했다.

 
작가의 말
 

 조회수는 얼마 안나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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