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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황녀는 날지 않는다
작가 : 여름별밤
작품등록일 : 2017.11.22

오래 전, 대악마 튀란누스에게 대륙이 짓밟히는 것을 막기 위해 네 명의 영웅들을 필두로 많은 이들이 목숨을 걸고 맞섰다. 이름도 종족도 달랐던 그들이 끝내 대악마를 쓰러트린 후 대륙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꼭 30년이 흘렀다. 대전쟁의 네 영웅 중 하나인 제국의 황제 아르도르의 딸 레아는 자신을 암살하려는 2황후 루마에게 벗어나 제국을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황궁 밖에서도 자신을 향한 암살위협이 점점 거세지던 그 때, 레아는 뜻밖의 만남을 가지게 되고, 30년 전 일어났던 대전쟁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파멸이 다가옴을 알게 되는데......

 
폭풍이 몰아칠 때 (2)
작성일 : 18-01-21 19:18     조회 : 331     추천 : 0     분량 : 4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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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람마는 제국의 수도라는 이름에 걸맞게 웅장하고도 높다란 성벽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성벽 위의 어느 초소에서 그 위용과는 걸맞지 않게 시시콜콜한 잡담이 벌어지고 있었다.

 “크하하! 그래서 전부 나가떨어졌다, 이 말이지?”

 제국군 복장을 입은 중년의 남자가 호탕하게 웃었다. 그 웃음에 곁에 있던 룬은 투덜거리며 대꾸했다.

 “그렇습니다. 당신은 그 전에 황녀님을 추격까지 했으면서 소드 마스터라는 것도 모르셨습니까?”

 “어이, 부단장님. 그걸 내가 알았으면 벌써 보고했지. 우리가 아홉 번째였다고 했나? 우리를 포함한 그 전에 황녀님에게서 드래곤 하트와 검을 회수하러 갔던 이들 모두는 너희 용병단처럼 소드 오러를 보기는커녕 전투를 치룬 적도 없어. 설사 한두 명이 황녀님을 잡았다 하더라도 순식간에 나가떨어졌지. 순수하게 검으로만. 어찌나 요리조리 잘 도망쳐 다니시는지 원. 너희가 대단한거다. 제국군과 우리 사병들을 총동원해도 제국 안에서조차 잡지 못했는데, 어떻게 엘프들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숲에서 황녀님을 쫓을 생각을 했냐? 게다가 포위까지 했다며. 다 나가떨어지긴 했지만. 크하하! 그나저나 황녀님은 이제 여섯 번째 소드 마스터가 되셨군 그래.”

 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어쩌면 수많은 위협을 넘기시며 검을 휘두르셨으니 성장이 좀 더 빨라지셨다고 말할수도 있겠지만, 원래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던 잠재력이 폭발했다고도 볼 수 있겠죠. 그나저나 제리슨. 황녀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게 사실입니까? 아무리 황후의 명령이 드래곤하트와 검만 상하게 하지 않으면 된다고 한 것이었어도 어떻게 제국의 황녀님을......”

 룬이 옅은 노기를 담은 목소리로 묻자, 제리슨이라 불린 남자는 혀를 쯧 차며 룬을 마주보았다.

 “반했구만. 하긴, 황녀님이 미인이시긴 하지.”

 “그......그게 아닙니다! 묻는 말에나 대답하세요!”

 룬이 당황하며 소리치자 제리슨은 낄낄 웃으며 대꾸했다.

 “암살은 무슨 암살이야. 맨몸으로 이노파쿠스 사막에 던져지고 싶냐?”

 “하지만 황녀님은 분명히 우리를 암살자들이라고 지칭하셨는데......”

 “이봐, 룬. 황후마마의 명령은 ‘드래곤하트와 검을 상하지 않게 가져와라’. 이 외에는 아무런 명령이 없었어. 물론 네 단원이 그랬던 것처럼 황녀님을 죽인 후에 드래곤하트와 검을 가져올 수도 있겠지만, 그런 짓을 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지금 실질적으로 황권을 쥐고 계시는 건 황후마마지만, 폐하께서 아직 살아계시고 폐하의 가장 충실한 벗이자 제국 최강의 검이라 불리는 남자가 북부를 지키고 있으니. 아무리 황후마마의 명령이라도 지켜야 할 것, 지키지 말아야 할 것 정도는 구분한다네, 이 친구야.”

 “그래도 황제는 아직 병석에 누워있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사병제도도 폐지하도록 명령을 내린 건 황후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리슨 당신이 제국군으로 편입된거고.”

 제리슨은 어깨를 으쓱 들어올렸다.

 “편입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군. 황후마마는 사병제도를 폐지시키고 사병들에게 자유를 준 거야. 나는 계속해서 검을 들고 싶기 때문에 제국군으로 자원해서 들어간거고. 지금 사병제도가 폐지된 것을 싫어하는 건 귀족들밖에 없을 걸?”

 룬은 허탈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황녀님은 오해를 하고 계시는 거군요. 아무도 그분을 죽일 생각이 없는데 홀로 그렇게 도망치고 계시는 겁니까.”

 “글쎄. 황후마마로부터 도망치는 거라고 봐야지.”

 “네? 황후도 황녀님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면서요?”

 “쉿! 아무리 우리 둘 밖에 없다지만 목소리가 너무 커!”

 재빨리 입을 막는 룬을 둔 채 제리슨은 잠시 고개를 들어 짙은 초록색 천장을 바라보다가, 끙 하고 신음을 내더니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룬. 이건 너만 알고 있으면 좋겠군. 약속을 지킬 수 있나?”

 고개를 끄덕이는 룬에게 제리슨은 입을 열었다.

 “10년 전, 황궁에서 황녀님을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게 무슨!”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룬에게 제리슨이 눈짓을 했다. 천천히 자리에 앉는, 그러나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룬에게 제리슨은 말을 이어나갔다.

 “당시 제국 중앙군의 대장을 맡고 있던 카탄님과 황실 기사단이 암살자들을 막아냈지만, 암살자들의 수가 상당히 많았던 모양이야. 결국 황녀님의 방에 암살자들이 도달했어.”

 어느새 숨을 죽인 채 제리슨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룬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단 한 명이, 황녀님을 지켜냈지.”

 “단 한명?”

 “그래. 제국 역사상 최연소 기사단장이자, 황녀님이 가장 총애했던 사람. 벨라.”

 그리고 제리슨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타깝게도 암살자들을 막다가 사망하고 말았지만.”

 룬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럼...... 그 암살을 주도했던 사람이 황후란 말입니까?”

 “쉿. 나는 그저 그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뿐. 자세한 이야기는 몰라. 그러나 황후마마와 황녀님의 사이가 애초에 좋지 않았던 것은, 꽤 잘 알려져 있던 사실이야. 황후마마는 귀족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이유는?”

 “백성들에게서 걷는 과도한 세금으로 귀족들이 좀 더 호의호식하던 건 사실이니까. 황후마마는 제국민들을 좀 더 사랑했을 뿐. 그래서 황후마마는 귀족들이 아닌 제국민들을 위한 제도들을 짰고, 나라가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뿌리를 잡아가길 원하던 황제폐하께서는 그걸 반대하셨지. 결과적으로 두 분이 자주 부딪치셨고, 그 과정에서 황후마마는 자신의 계획을 반대하는 황제폐하와 폐하의 뒤를 이어 황위를 계승할 레아 황녀님을 걸림돌로 생각하셨던 같다. 그러던 중 10년 전 그런 사건이 터진 거고. 그러니 자연스레 황후마마에게도 의심의 눈초리가 쏠렸지. 그렇지만 가문도 가문이거니와 황후의 자리까지 오르신 분에게 누가 감히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있겠어. 그렇게 그 사건이 잊혀져 갈 때쯤 황제폐하가 황녀님의 이복동생이신 엘타 황자님을 남부 총사령관에 임명하면서 두 분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지. 그리고 황제폐하는 쓰러지셨고, 실질적으로 황권을 황후마마가 쥐게 되시면서 전쟁이 일어난거다.”

 엄청난 이야기를 쏟아내는 제리슨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룬은 이내 정신을 차리는 듯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대꾸했다.

 “뭐...... 좋습니다. 들었던 이야기 치고는 꽤나 자세하게 알고 계시는군요. 그런데 황후는 왜 연방을 침공한 겁니까?”

 제리슨은 덥수룩한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그거야 정보통이라 불리는 친구 한명이 있거든. 그리고 연방 침공에 대한 질문은...... 아마 제국의 위치와 관련되어 있는게 아닐까. 대륙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트리볼타 산맥을 끼고 있으니 농토가 부족할 수밖에. 그러니 답은 다른 나라의 영토를 가져오는 거지.”

 “......제리슨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응? 뭐가?”

 “지금 저에게 들려주셨던 이야기 말입니다. 황녀님을 암살하라고 우리를 보냈고...... 연방을 침공하기 위해 군대를 일으켰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황후를 별로 좋지 않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황후 역시 방법은 잘못되었을지 몰라도 제국민들을 위한 마음은 그 어떤 군주보다 큰 것 같은데...... 이것 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군요.”

 “글쎄......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할 뿐이고, 일개 제국군 장교에 불과한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듣고 싶다면야. 나는 그 누구도 탓하고 싶지 않아. 둘 다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니. 황제 폐하는 대륙을 지켰던 가문들의 주인인 귀족들을 위해 백성들에게 좀 더 소홀히 했을 뿐이고, 황후마마는 외면 받는 백성들을 위해 연방을 침공하고 황녀님마저 암살하려 했으니. 뭐, 후자의 경우에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물론 그 신념이 세워지는 과정에서 희생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분 모두 누군가를 위해서 그 신념을 세웠잖나. 무엇보다......”

 제리슨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인간이든, 드래곤이든, 엘프든, 오크든, 난쟁이든...... 그러니까 사람이라 불리는 거지. 하물며 전지전능한 존재라 불리는 신들마저 실수하는데. 고대에 일어났던 전쟁이 좋은 예로군.”

 그리고 제리슨은 초소의 문을 열자마자 쏟아지는 햇빛에 얼굴을 찡그리며 손날을 세워 이마에 대었다. 잠시 어딘가를 바라보던 그는 이내 고개를 돌려 룬을 바라보았다.

 “뭐, 우리는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지. 어쨌거나 우리는 지금 황후마마를 지킬 의무가 있으니.”

 그 말에 룬은 재빨리 초소를 박차고 나와 성벽 위에 섰다. 그리고 씁쓸하게 웃었다.

 “혼란스러운 상태에서 싸우려면 많이 힘에 부치는데.”

 “말을 똑바로 하지 그래? 황녀님 때문이 아니고? 으하하하!”

 “......시끄럽습니다.”

 동시에 허리춤에 매달려있던 검을 빼어든 룬이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 만날 때는 같은 편으로 만나면 좋겠다고 말했건만. 보기 좋게 빗나가버리는군.”

 그가 바라보고 있는 지평선 저 너머에서, 말발굽에서 이는 먼지와 함께 달려오고 있는 이들이 있었다.

 “북부군이라...... 같은 제국민끼리 싸워야 한다니 조금 마음이 아프군.”

 제리슨이 검을 빼어들며 중얼거렸다.

 “뭐, 그래도 걱정 말게, 자네가 잘 싸울 수 있도록 나와 중앙군이 힘내보지. 으하하!”

 카탄과 레아를 필두로 한 북부군이 태양을 등에 업고 거침없이 달려오는 모습이 좀 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눈물 나게 고맙군요.”

 투덜거리며 대꾸한 룬이 잠시 레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긴 그의 등 뒤에서, 제리슨의 외침이 들려왔다.

 “포탄 장전!”

 묵직한 소리와 함께 대포가 굴러가는 소리가 성벽 위에 울려 퍼졌다.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 룬은 피식 웃었다.

 “저런 대포 따위에 황녀님이 죽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가 내려가던 발을 멈추고 검을 똑바로 세워 들었다. 칼날에 비친 자신의 눈은 어딘가 낯설었다. 잠시 그렇게 서 있던 룬은 피식 웃었다.

 “흔들리지 말자.”

 계단을 내려가는 그의 발걸음이 다시 빨라졌다.

 “제리슨의 말대로 지금 당장은......”

 발을 바닥에 내딛은 룬이 재빨리 성문을 향해 걸었다.

 “황후를 지킬 의무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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