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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유니콘의 뿔
작가 : 앙졸라이트
작품등록일 : 2018.1.20

남방 최고의 국가 카프래이스....그들의 성곽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도로 강대한 공격에 맞서 무너지는 순간, 한 자루의 창날이 그들을 구원하고자 나섰다. 유니콘의 뿔을 찾아야만, 이들의 도시는 구원될 수 있을 것이다.

 
002-습격
작성일 : 18-01-21 16:59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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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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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일 이후로 나는 이 도시에서 일종의 스타덤에 오르게 된 것 같다. 도시 전체를 둘러봐도, '프리오스가 혼자서 아틀라 산의 검은 들소를 잡았다'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사람마다 세시간만의 치열한 격전 끝에 녀석을 쓰러뜨렸다느니 그게 아니라 내가 봤더니 가죽에 상처가 없었던 걸 보니 단 일격만으로 끝장냈다느니, 이야기는 다양했다. 두 가지 버전 다 사실이 아니었지만, 어느 이야기에서든, 내가 녀석의 숨통을 끊는 일격으로 창날로 녀석의 눈을 꿰뚫었고, 나머지 한쪽 눈마저 전리품으로 뽑아냈다는 이야기는 동일했다. 가끔 내가 뽑아낸 눈알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는 괴담까지 돌았기 때문에, 난 그걸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보따리의 들소의 눈을 싸서 들고 다녀야 했다.

 

 "나쁘지 않은 것 같군. 확실히."

 

  인기를 즐기고 있냐는 베어르의 질문에 내가 답한 말이었다. 내가 의식하지 않을 뿐, 남부 연맹에서 카프래이스를 고깝게 보지 않는 것처럼, 나를 고깝게 보지 않는 사람이 나를 좋아하는 사람보다 훨씬 많았다. 우선, 나는 적국의 장수였고, 카프래이스의 수백이 넘는 병사를 죽인, 그리고 레셈블과 카프래이스의 전쟁에서 레셈블이 거둔 두 번의 승리를 모두 이끈 장수기도 했다. 뭐, 두 번째 전투는 마법사들이 주축이 되어 주었지만, 정확한 전말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마치 내가 마법사들의 군대를 이끌고 돌격하기라도 한 것처럼 알려졌을 것이다. 때문에 채 이주일 이상 지속되지 않았던 전쟁 중에는 내가 레셈블 영주의 오른팔이고, 레셈블의 상징인 것 마냥 이미지가 굳어졌기 때문에, 내가 카프래이스의 갑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어색해하는 경우도 많았고, 내 손에서 죽은 병사들의 유가족은 나를 보면 치를 떨었다. 내 손에서 동료를 잃은 병사들이 내 명령을 따르는 걸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그런데, 갑자기 모두가 나를 전설적인 장수로 칭송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내가 말한, 유가족이나 동료를 잃은 병사들이 갑작스럽게 나를 좋아하게 될 리는 만무했다. 그들은 차라리 '적국의 장수의 입장에서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라며 체념할지언정, 결코 나를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런 개인적인 이유가 없이 '내가 레셈블 출신이기 때문에' 싫어하던 사람들은 갑작스럽게 태도를 바꾸어 나를 '카프래이스 최고의 용장'으로 칭송하게 된 것이었다. 왕 또한 자신의 군사력에 대한 홍보 효과가 된다는 듯 흡족해하고 있었고, 나 또한 이것을 흡족해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명성이 오르면, 기대치도 높아지지요. 카프래이스는 전쟁을 앞두고 있는 도시입니다. 셰름이 보낸 서한은 읽어보셨을 텐데요. 만일 전쟁이 벌어졌을 때, 장군이 한번이라도 패배한다면 사람들이 어떻게 태도를 바꿀지 모릅니다."

 

 "셰름이 두렵지는 않아. 나는 약한 국가의 장수일 때도 이겼네. 강한 군대를 등에 업고도 패배한다면 그건 정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지."

 

  나는 이렇게 말하며 셰름이 보낸 몇 통의 서한을 집어들었다. 왕은, 내가 전차대 양성을 맡게 된 이후 셰름에서 오는 서한은 일단 필사하여 필사본은 내가, 원본은 왕이 직접 받게 하여 같이 읽게 하는, 나에게는 가히 파격적인 대우를 해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셰름의 반응을 지켜보며 계속 프로젝트에 박차를 가했고, 전차대 구성을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프로토 타입 모델의 설계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약초가 부족하군... 약초가 부족해..."

 

 셰름의 서한을 만지작거리다 내려놓고 내가 중얼거리자, 베어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레셈블 땅에 마법사가 남아있었으면 좋겠지만... 폐하께서 성을 무너뜨리는 데에 이용했던 마법사 또한 자취를 감추었고... 전차에 필요한 만큼의 방어마법을 걸려면 상당량의 마법재가 필요할 텐데, 그것을 제조하는 데에 사용할 묘약이 부족합니다."

 

 "취한 들소 시신을 이용해서는 몇 대의 전차에 필요한 만큼의 마법을 공급할 수 있다고 했지?"

 

 "대략 일곱 대 정도입니다. 한 번의 국지전에서는 강력한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실제 전쟁에서 동원할 수 있을 정도의 부대는 아니지요."

 

 "상관없어. 일단 있기만 하면 되지. 전차 제작 계획을 세대로 줄이게. 대신 남은 마력을 이용해서는 화력을 강화하도록 해. 폭발하는 활을 주조하든, 말들에게 불타는 갑주를 입히든, 최대한 요란하고 폭발적으로, 강력하게 만들게. 설사 두 대만 만들어도 좋아. 우리의 목표는 셰름이고, 셰름을 이기는 데에 전차를 필요하지 않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자극이지. 셰름에게 위기감을 조성해야해."

 

 "네. 그렇게 지시하겠습니다."

 

  전쟁으로 나라를 잃고 나면, 또 다른 전쟁을 준비할 때 이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된다. 하지만, 나는 그 의심을 무시했다. 그 의심의 답을 알게 되었다면 좋았으련만. 결과적으로, 과연 그 전쟁이 옳은 일이 되었을지는 알 수 없게 되었다.

 

 ---------------------------------------------------------------------------------------

 

  카프래이스는 들소 사건 처리에 있어서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바로, 원인 규명을 하지 않은 것이었다. 들소 시체는 마법재가 되어 전차 제작에 요긴하게 쓰였다. 들소를 잡은 사건은 내가 이 도시에서 명성을 드높이는 데에 기여했고, 다른 나라들마저 긴장케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북방 산에 사는 들소가 이 도시에 뛰어들었는지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설사 누군가 의심했다 하더라도, 아무도 그것을 알아낼 순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누군가 그것을 의심했다면, 이 일은 어떤 거대한 음모의 발단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국가가 현재 공격이 아닌 외침으로부터 방어에 치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도 그런 생각을 기미조차 보이지 못했다. 그 대가는, 그날에 찾아왔다.

 

 "장군님, 호출입니다."

 

 "어디서?"

 

 "4번가에서 에슈르가 장군님을 찾더군요. 별다른 큰일은 아니라는 거 같으면서도, 무척 곤혹스러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또 무슨 사소한 강도사건이나 일어났겠거니 했다. 최근 왕은 대외적 홍보 차원 및 대부분의 시민들이 내가 나타나면 안심을 한다는 이유에서 치안 관련 업무도 적극적으로 나에게 맡기고 있었다.

 

 "살인사건입니다. 아니, 확신은 못하겠군요. 살인이라고 볼 근거는 없습니다. 다만, 뭐랄까..."

 

 "그냥 보도록 하지."

 

  4번가에서 일이 벌어진 곳은 한 낡은 여관이었다. 내가 단호히 직접 보겠다고 선언하자 에슈르는 아무 말 없이 비켜섰다. 여관 안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저급에서 중급 사이인 것 같았다. 프런트 자체가 그리 넓지 않아서 저렴하다는 느낌을 주었고, 나무 바닥과 벽 자체는 꽤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지만 구석에는 손이 닿지 않았는지 묵은 곰팡이가 피어있었다. 손님이나 주인은 이미 내보낸 듯 현장은 두어명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다.

 

 "현장은 2층입니다. 아직 보고서 작성이 완료되지 않아서-"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인도하며 한 병사가 말했다.

 

 "그런 건 읽어볼 생각도 없네. 무기는 내려놓고 가야하나?"

 

 "아- 아니 장군님께서 그러실 필요는."

 

 "그럼 됐네. 한번 한 명만 따라오게."

 

  2층에는 객실이라 해봐야 두개뿐이었다. 그나마도 둘 다 문은 덜렁거려 잠기지도 않는 것 같았다. 사생활을 어느 정도 포기할 각오가 되어있는 사람, 혹은 사생활이 아예 없는 사람들만이 이런 곳에서 묵을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었다.

 

 "어느 쪽이지?"

 

 "왼쪽입니다."

 

  왼쪽 객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온 몸이 새까맣게 된 한 남자가 엎드려있는 광경이 눈에 띄었다. 객실 안의 분위기도 바깥과 다를 것이 없었지만, 시체의 존재는 안 그래도 칙칙한 분위기를 더욱 가라않게 하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단지 이것이 시체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무언가, 다른 것이 있었다.

 

 "사망자의 신원은?"

 

 "파악 되지가 않습니다. 복장은 전형적인 탐험가 복장인데, 글쎄요... 가족도 친구도 없는 떠돌이처럼 보이는데다가 신분증을 지참할 리 만무하니..."

 

  확실히 바닥에 널부러진 모자와 활동성 있는 복장, 그리고 까맣게 되어서 눈에 띄지는 않지만 여기저기 긁힌 상처를 보면 험한 곳을 많이 쏘다니는 사람이 분명했다.

 

 "극심한 독극물 중독 증상 같지 않나? 입 안에서 검출된 독극물은?"

 

 "아직... 검사를... 못 해보았습니다만, 애초에 최근 전차 개발로 인해 검출에 쓸 약초까지 총 동원 된 상태라 쉽지가 않습니다. 약초사들을 구하는 것도 보통 일은 아니고요. 결정적으로... 이 사건이 그리 중요한 일은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

 

 그럴 법도 했다. 어떤 의미로 보아도, 이 죽은 사람은 '독특하게' 죽었을 뿐, 중요한 인물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했다.

 

 처음에는 대충 조사만 하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이 시신을 직접 보고 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익숙한 구석이 있었다.

 

 경계되는 구석이 있었다.

 

 "잠깐 좀 볼까..."

 

  나는 주섬주섬 품에서 아틀라 산의 들소의 눈알을 꺼내들었다. 마법의 힘이 줄어들긴 했겠지만, 어느 정도는 남아있을 것이었다. 만일 이 시신에 강력한 마법이 가해졌다면, 그것을 검출해낼 수 있는 건 또 다른 마법뿐이었다.

 

 "그건...."

 

 내가 품에서 꺼낸 것을 보고 뒤에 서 있던 병사가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나는 그를 무시했다.

 

 '휘익'

 

  시신 근처에 들소의 눈알을 가져가자, 들소의 눈이 검은 빛을 발하며 들소의 눈이 닿은 부위가 급속히 썩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어둠의 마법이 또 다른 어둠의 마법을 만나 증폭된 것 같았다.

 

 "아무래도 내 생각이 맞는 것 같군."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며 병사에게 지시했다.

 

 "기병대 장교 베어르에게 연락해서 마법 관련 약품을 조금만 가져오라고 하게. 최대한 밝은 녀석으로. 알겠나?"

 

 "네, 네!"

 

 이 말을 마치고 병사는 황급히 뛰어 내려갔다.

 

 잠시 후, 병사는 손에 작은 병 하나를 쥔 채로 등장했다.

 

 "어디에 쓰시려는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밝은 녀석으로 준비했답니다..."

 

 "고맙네. 유용하게 쓰일 수도 있겠어."

 

  나는 곧장 병의 뚜껑을 열고 시체 위에 휙 뿌린 뒤 뒤로 살짝 물러섰다. 밝은 빛이 어두운 시신 곳곳에 퍼져나가며 피부를 태워나가기 시작했다. 피부가 타들어가자 마법이 몸 안에서 발하던 빛이 피부를 뚫고 나왔고, 이내 눈을 뜨고는 그 시체를 보기 힘들 정도로 밝아졌다. 하지만, 곧 다시 어둠은 몸을 잠식하려고 시도했고, 한 시신을 두고 두 마력 간의 치열한 대결이 벌어졌다. 나는 이 시점에서 내가 검을 뽑아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마법이 개입했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해서 창을 두고 온 것이 안타까울 다름이었다.

 

 '스릉.'

 

  분위기와 맞물려 검을 뽑는 소리가 더욱 섬뜩하게 들렸다. 뒤에서 상황에 대해 판단하기를 포기하고 떨고 있던 병사는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검술만은 일류라던데... 마법이 검과.... 베고... 검은색..."

 

 "나는 검술보다는 창술이 일류지."

 

  내가 그를 조금이나마 진정시킬 목적으로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무리 말단이어도 너무 겁이 많은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모두가 나처럼 대부분의 상황에 태연히 대응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난 원래부터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아, 뭐 검술도... 굳이 따지자면 일류긴 하지만, 난 창을 더 선호한다네."

 

  농담이랍시고 던진 소리였지만, 알아듣는 거 같지 않았다. 난 그를 신경 쓰는 걸 포기하고 다시 검을 시체 쪽에 겨누고 잠시 기다렸다. 곧, 시체가 완전히 타들어가며 시체가 있던 자리에 검은 그림자만이 남았다. 그림자는 그림자속에서 빠져나와, 하나의 사람 형상을 이루었다. 지금 생각하면 섬뜩한 광경이었지만, 그렇게 안 보여도 극도의 긴장상태였던 나는 '섬뜩함'을 느끼기에는 너무 경직되어있었다.

 

 "끼야아아!"

 

  소름끼치는 괴성을 지르며 그 형상이 나에게 덤벼들었다. 나는 곧장 칼을 휘둘러 대응했지만, 애초에 그림자가 칼에 맞으리란 건 멍청한 생각이었다. 그림자는 나를 통과하고 지나쳤지만, 내가 아무런 해도 입지 않은 것에 몹시 당황한 것 같았다.

 

 "끼르...?"

 

 "칼 뽑아, 빨리!"

 

  아직까지도 멍 때리고 있던 병사의 정신을 깨우기 위해 소리쳤다. 그래도 군인으로서의 기본은 되어있었던지, 녀석은 군말 않고 칼을 뽑아 그림자 형상을 향해 겨누었다. 그림자는 그 뒤로도 몇 번을 우리를 향해 덤벼들었지만, 우리도 녀석도 서로에게 아무런 피해도 주지 못했다. 문득, 난 녀석이 일종의 마법적으로 탄생한 마법적 존재일 거라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녀석을 퇴치하려면, 어떠한 종류의 마법이 필요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가지고 있던 마법은 다 써버렸지..."

 

  나는 시체가 타버린 자리에 남은 잿더미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순간, 난 그 중얼거림이 사실이 아니란 것을 알아차렸다. 들소의 눈알. 그래, 그것이 남아있었다. 나는 곧장 다시 들소의 눈알을 뽑아들고 그림자를 향해 겨누었다. 그림자는 그 눈알에 격렬한 반응을 보이며 돌격했고, 난 이 눈알이 모종의 힘을 발휘해주길 기대하며 눈알을 녀석을 향해 힘껏 집어던졌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녀석은 눈알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태워버렸고, 돼려 이 일로 기세가 오른 것 같았다.

 

 순간 아차 싶었다. 저 눈은 어둠이 깃든 눈알이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판단한 나는 병사를 아래로 내려 보내 지원을 요청하게하고 녀석의 시선을 집중시켜 시간을 끌어보기로 했다. 그림자는 이제 자신이 어떤 대상에는 해를 입힐 수 있지만 어떤 대상에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서서히 인지해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난 슬슬 그 이유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정말로 녀석이 마법적 존재라면, 그리고 내 추측대로라면, 녀석은 마법에만 힘을 가할 수 있었고, 마법적 존재와만 맞붙을 수 있는 존재였다. 그렇다는 건, 저기 쓰러져있던 시체는 마법사의 시신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그렇다면 신원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해가 갔다. 보통 마법사들이란 정체를 드러내놓고 다니는 자들이 아니다.

  그림자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것처럼 보였다, 녀석은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며 쥐락펴락하고 있었고, 주변의 벽을 두드리려 애쓰고 나를 향해 공격을 하고자 애썼다. 그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두둑... 두두둑...'

 

  녀석의 노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림자의 왼쪽 손이 검은 형상으로 굳어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곧장 조금 느슨하게 쥐었던 검을 똑바로 쥐고 경계했다. 무언가 녀석이 물리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끼야아아아!"

 

  이제는 기쁨의 탄성으로 들리는 비명을 지르며 녀석이 왼쪽 손을 나에게 휘둘렀다. 나는 곧장 검으로 맞받아쳤다. 경쾌한 금속음이 울리며 녀석이 뒤로 물러섰다. 힘 싸움에서 내가 우위를 점한 것 같았다.

 

 "이때다!"

 

  나는 기세를 잡았다 생각하고 더욱 녀석의 왼쪽 손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녀석의 손목을 강타했지만, 별 다른 피해를 주지 못했다. 그림자는 나에게 힘으로 밀린 듯 뒤로 물러섰지만, 몸체가 너무 단단했다. 심지어 녀석은 이미 팔꿈치 부분까지 고체로 되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끼야아!"

 

  다시 생각할 틈도 없이, 내 검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힐 수 없다는 걸 알아챈 그림자가 용기를 얻고 다시 나에게 돌격했다. 난 녀석에게 아무런 피해도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왼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인 뒤, 녀석의 팔꿈치를 노렸다.

 

 검이 허공을 갈랐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묵직한 소리와 함께, 그림자의 단단한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림자는 무척 당황한 듯 팔이 없어진 한쪽 어께를 움찔거렸고, 참을 수 없다는 듯 끔찍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림자가 분노하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형상의 전체 부분이 고체화되기 시작했고, 동시에 그 형상의 전신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형상이 검은 무쇠처럼 변해가고 있었다면, 이번에는 검은 바위처럼 변해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나는 주저하지 않고 녀석의 머리를 노렸다.

 

  이번에는 경쾌한 느낌과 함께 녀석의 머리가 날아갔고, 머리는 날아가자마자 바닥에 부딪혀 산산조각나서 다시 그림자로 돌아갔다. 머리가 사라지자 형상 자체도 바위와 같은 모습에서 다시 그림자의 형상으로 돌아왔고, 이내 그것마저도 공중에서 사라져버렸다.

 

 "대략 끝난 거 같군."

 

 내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바닥에는 아직도 묵직한 무쇠팔이 떨어져 있었다.

 

 "도대체 뭔지, 무슨 일이 다가오고 있는 건지를 알아봐야겠어."

 

 내가 무쇠팔을 다시 기념품으로 챙길 겸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이번에도, 난 이 일이 조금은 심각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으면서도, 그저 당분간은 내 명성을 다시 올려주는 역할만 하리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일은 내게 명성이란 게 존재하기도 힘들 정도로 만들어주는 거대한 일의 전조나 다름없었다.

 
작가의 말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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