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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라이트노벨
가출 공주님을 경호하라!
작가 : 머리식히기
작품등록일 : 2017.11.24

(황녀님, 먼치킨, 로판, 나쁜 남주 등)


"그래, 그럼 고향이 어디세요?"

"...이름 없는 숲 속."

"흐음. 그럼 그 숲 속에는 샛길이 많았겠군요. 시발에 새끼..."

"뭐라고? 시발새끼?"

...대충 이러고 서로 치고박는 미친 마법사 경호원(저승사자)과 철없는 공주(가출 공주님)님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파장
작성일 : 18-01-21 00:16     조회 : 288     추천 : 0     분량 : 7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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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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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로부터 사흘 뒤. 그러나 사흘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일이 일어났다. 우선 일련의 사건이 일어난 사일런스 제국. 가출 공주를 납치했던 자들은 이상하게도 얼굴이 모두 짓이겨져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되었지만 사일런스 제국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또한 무단 가출을 해버린 세이라 사일런스 제 1 황녀는 돌아오자마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인 임파이니 사일런스 황제에게 뺨을 얻어맞았다. 정말 주변에서 말렸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얻어맞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 뒤 임파이니는 즉각 세이라의 성병 검사와 함께 순결이 지켜졌는지 확인하라고 지시했고 다행히 그런 흔적은 없었다는 결론이 나오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으로 세이라의 처벌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무려 2개월의 근신형을 다시 선고받았으며 기껏 원상 복귀된 식사도 다시 검은 빵과 소금 맛만 나는 스프로 돌아갔다. 하루에 반성문 20장 자필 제출은 기본이었다. 사실 이것도 신하들이 사정해서 이렇게 된 것이지 당시 임파이니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기세였기에 그녀는 정말 독방에 구속될 뻔했었다. 또한 저승사자는 도망치듯이 황제에게 3달 휴가를 다시 제출했고 임파이니는 그것을 얼른 수용했다. 왜냐하면 이런 일을 벌인 연놈들을 또 같이 있게 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저승사자가 이번 휴가에서 돌아오면 그와 계약해지를 논의할 예정이었고 저승사자도 긍정적으로 대답했다.

 

 한편 저승사자가 ‘제피리안 대화재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는 우울증에 빠져 아무하고도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다. 실제로 임파이니에게 뺨을 얻어맞을 때와 2개월의 근신형을 선고받을 때 모두 그녀는 평상시와 달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 담담하게 수긍해 신하들이 세이라에게 무슨 일이 생겼냐고 물었지만 그녀가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저승사자가 그 미친 사건의 범인이고 그것을 알게 되어서 충격을 받았다고… 그러나 이 진실은 아무리 사일런스 제국의 황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고작 16살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짐이었다. 평상시에 하던 독서도 반성문을 쓸 때도 그 생각이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여린 마음을 가차 없이 긁어놓았다. 그녀는 그때마다 두려움에 덜덜 떨며, 그리고 슬픔에 사무쳐 엉엉 울었다.

 

 “저승사자… 어째서… 흐윽! 좋아했는데…”

 

 저승사자와 같이 있는 시간이 워낙 많아서 스톡홀롬 증후군에 걸려서일까? 아니면 그가 이따금 보여준 다정한 모습 때문일까? 일어나면 안 될 일이 그녀의 마음속에서 일어나버렸고 이번 일로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런 끔찍한 일을 벌인 저승사자가 두렵고 미운 마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이 사무치는 슬픔과 가슴이 저리는 마음도 상당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오늘도 엉엉 울었다.

 

 한편 사일런스 제국군 인사도 상당히 개편되었다. 사건이 대충 일단락되자 황실 호위 기사단장 루크 사일런스 준장은 오늘 임파이니에게 사의(辭意)를 표명했다. 이번 일을 책임져야만 했기 때문이었고 무엇보다 이제 기사단에 자신이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에 대한 임파이니의 답은 이러했다.

 

 “도망치는 건가, 자네.”

 

 “…송구하옵니다, 폐하. 그러나 기사단에 더 이상 불충한 소신이 있는 것은 적합하지 않사옵니다. 유망하고 능력 있는 기사단장들이 많으니 그들을 제 자리에 앉히시면 보잘 것 없는 소신보다 훨씬 더 일을 능숙하게 처신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폐하.”

 

 임파이니는 잠시 루크를 바라보았다. 황실 호위 기사단장은 기사단장들 중에서 가장 높은 지위이며 몇 년 뒤에는 반드시 기사총장이 되는 핵심 중의 핵심 자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기사가 지켜야하는 황실을 지근거리에서 지키는 자리이니 당연했다. 그런 자리에 ‘준장’ 계급의 루크가 오른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보통 기사 서훈을 받은 자들 중 소장의 계급을 가진 기사단장이 그 자리에 오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말이 나왔을 때 일각에서는 루크가 황제의 친인척이니 임파이니가 뒤를 봐주었다는 말이 나왔지만 정작 기사들 대부분은 그 일에 반발하지 않았다. 루크를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처음 기사를 달았을 때부터 군 원수인 라오스 머큐리의 밑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그였다. 공으로만 따지면 벌써 중장은 되어야만 했지만 연차가 있는지라 준장의 자리에서 머무르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라오스는 공이 워낙 커서 단기간 내에 군 원수에 오른 것이지만 그것은 특수한 경우였다.)

 

 “그래, 알았네. 황실 호위 기사단장의 자리에서는 물러나게 해주지. 추천할 만한 인재라도 있나?”

 

 “예, 폐하. 부족한 소신이 판단하기에 제국 북부에 있는 제피로스 기사단의 기사단장인 레오나르도 고레츠카 소장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이 되옵니다. 레오나르도 소장은 늘 일을 공정하게 하시며 원칙을 중시하는 기사이옵니다. 세이라 공주님이 아무리 고집을 부리셔도 꺾이지 않을 대나무와 같은 사람이니 참고해주셨으면 하옵니다.”

 

 루크의 말을 들은 임파이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루크는 신뢰할 수 있는, 기사의 표본이 되는 신하였다. 레오나르드는 루크와 함께 제국민들에게 가장 지지를 받는 기사였다. 이 자리에 오르는 것에 아무도 반발하지 않으리라. 그러나 루크가 레오나르드를 추천한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레오나르도는 루크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 기사였기 때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루크가 설명했던 것처럼 그는 원리원칙을 중시하는 기사였다. 수 억 바크의 뇌물을 받았을 때 그것을 바로 불태우고 그 신하를 고발한 사건은 너무나도 유명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루크가 황실 호위 기사단장의 자리에 올랐을 때 가장 반발한 사람이었다. 즉 루크와는 정적인 인물. 그런 자를 추천하다니…

 

 “알았네. 긍정적으로 고려해보도록 하지. 하지만 말이야. 짐은 루크, 자네를 아직 쉬게 해줄 생각이 없다네.”

 

 “예? 폐하,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루크 사일런스 ‘중장.’ 자네를 지금 이 시간부로 황도 방위 사령관으로 명한다. 충실하게 임무를 수행하도록!”

 

 “예?! 폐하! 그것이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옳지 않은 판단이시옵니다! 능력없고 보잘 것 없는 신이 어찌…”

 

 “거부하지 마라, 충실한 짐의 신하여. 지금 사일런스 제국은 어둡도다. 짐은 그대와 같은 충신을 잃을 수 없다. 제국을 위해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라.”

 

 임파이니의 판단은 지극히 옳았다. 지난번 푸른 태양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벌인 사건으로 황도 주변의 많은 지휘관들이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일단 임시방편으로 어느 정도 수습하기는 했지만 황도 방어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리인 황도 방위 사령부 사령관의 자리는 아직 결정되지 못했고 임파이니는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루크를 그 자리에 앉힌 것이다. 물론 이는 인사횡포일 수도 있었다.

 

 무려 2계급 특진이니 말 다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군인들 대부분은 물론이거니와 국민들도 수용할 것이 분명했다. 황도 방위 사령관은 역으로 말하면 쿠테타를 일으키기에 가장 적합한 지위이니 황제 입장에서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앉히는 것이 당연했고 그 자리에 루크가 가장 적합한 것은 지극히 지당했다. 루크도 황제의 뜻을 깨닫고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명령 받잡겠사옵니다, 폐하! 목숨 걸고 황도를 지키겠나이다!”

 

 %%%%%

 

 “이건… 이해할 수 없는 명령 같지 않아?”

 

 한편 대륙 북부의 DS시티. 저승사자의 정체를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인 마르스 루폰즈가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 도착한 전보를 바라보았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작전인가. 죽으러 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그리고 더욱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사흘 전 보내온 전보와 내용이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샤나. 너는 왜 뜬금없이 사일런스 제국의 황도로 가라는 거야! 원래 너는 그 분과 함께 가는 것이었잖아! 그렇지 않아도 말도 안 되는 작전인데 네 도움도 없이 하겠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입 다무세요, 마르스.”

 

 마르스가 어두운 방에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소녀에게 말했고 소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짐을 싸며 대답했다. 샤나라고 불린 소녀의 차가운 목소리에 마르스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허리춤에 긴 장검을 차고 있었다. 물론 칼집 안에 들어있었지만 칼집으로도 검의 서늘한 기운을 완전히 감출 수는 없었다. 짐을 다 싼 듯 샤나라 불린 소녀는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어두운 방에 있었기에 마르스는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저는 주인님의 노예랍니다. 하라고 명하면 하는 게 맞아요. 변명 따위는 필요 없습니다. 주인님께서 그렇게 하라고 하시면 해야죠. 다만…”

 

 잠시 말을 멈춘 샤나는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둠 속이라 샤나의 표정까지 마르스가 보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눈빛에 본능적으로 마르스의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 사람’이 주인님에게 해를 끼칠 사람이면… 바로 베어버릴 것입니다.”

 

 %%%%%

 

 “부 사령관님.”

 

 “그래, 알고 있다. 마르카나 그 멍청한 자식이 뒈져버렸다고?”

 

 한편 어딘가 알 수 없는 곳에 위치한 진실의 날개의 본부. 부 사령관인 베스티 디 투르스는 부하의 보고를 받고 살짝 인상을 찌푸렸지만 곧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차피… 성공할 수 없는 임무였어. 하지만 명목상 저승사자에게 따지기는 했어야 했지. 어차피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내 정적을 죽이는 게 옳지 않아?”

 

 “…지,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베스티의 말을 들은 그녀의 심복 부하가 창백해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 마르카나의 앞에서 보인 행동이 다 그녀의 연기였던 것이다. 그녀는 그 당시 그다지 화가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정도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니까. 이 정도 통찰력이 없어서야 부 사령관의 자리에 앉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거야 말로 손 안 대고 코푸는 격이 아닌가. 사실 그녀는 저승사자마저 제거할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저승사자 역시 진실의 날개에게 있어서 매우 부담스러운 인물이었으며 애초에 그들의 목적과 저승사자의 목적은 달랐다. 진실의 날개가 원하는 것은 현재로서 단 하나. 사일런스 제국의 멸망뿐이었다. 세계를 혼란시킬 생각이지 멸망시킬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저승사자는 스스로 자멸할 준비를 마쳤다고 베스티는 판단하고 있었다. 그의 상황에서 볼 때 그가 사용할 수 있는 작전이 어떤 것인지 대강 짐작이 가니까.

 

 “그리고 이것은… 저희가 황도, 이카루스에서 빼내온, 저승사자가 헌터 킬러로 보낸 전보의 내용입니다.”

 

 베스티는 정말로 교활한 여자였다. 마르카나를 보내면서 동시에 자신의 직속 부하도 몰래 보내었던 것이다. 덕분에 마르카나의 상황과 저승사자의 행동을 모두 보고 판단할 수 있었다. 나름 유명인인 마르카나와 그 일당의 얼굴을 못 알아보게 만든 것도 그들이었다. 베스티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전보의 내용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녀의 입가에 씨익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그럼 그렇지! 역시나 이렇게 나오는 군! 후후후후! 자, 그럼 저승사자는 이제 스스로 자멸할 것이니 우리는 우리의 진짜 작전을 시작한다! ‘작전명, 제노사이드’를 시작하라!”

 

 “예, 부 사령관님!”

 

 %%%%%

 

 마지막으로… 판게아 대륙 중부에 있는 거대한 사막, 사하라. 그곳에 있는 세계 5대 권력 기구 중 하나인 헌터 킬러의 본부. 헌터 킬러는 얼마 전 저승사자가 보낸 미친 전보로 미치고 팔짝 뛸 따름이었다. 이게 무슨…

 

 “저승사자, 그 자가 드디어 실성한 거 아니야?”

 

 “그러게 말이야. 이건 우리의 총사이신 ‘마왕’께 대놓고 한 판 붙어보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헌터 킬러의 대원들은 서로 옹기종기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그런 그들을 뚫고 16세의 어린 소년이자 헌터 킬러가 가장 기대하는 사람인 렉스 시리우스가 입을 굳게 다물고 성큼성큼 총사 실로 다가가 문을 두드렸다.

 

 “들어와라.”

 

 “예, 총사님.”

 

 제라드의 허가가 떨어지자 렉스는 얼른 문 안으로 들어갔고 제라드는 인상을 구기며 자리에 앉아있었다. 저승사자가 보낸 전보의 일로 제라드는 무척 분노하고 있었다. 이 자식이 지금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자는 건지…

 

 “반응을 보니 사실인 것 같군요. 저승사자가 보낸 전보의 내용이…”

 

 “그 개새끼가 감히 나를 뭐로 보고! 이따위 전보를 보낸단 말이냐! 나하고 지금 해보자는 거야, 뭐야!”

 

 제라드가 결국 참지 못하고 저승사자가 보낸 전보를 구겨 바닥에 던져버렸고 렉스는 조용히 그것을 펼치고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이건… 사실상 도전장이 아닙니까. 저승사자가 또 ‘그곳’에 가겠다는 전보를 굳이 이렇게 보냈다는 것은…”

 

 “그래! 그 망할 녀석! 진짜 죽고 싶은 것인가! 스피카 같은 애송이 하나 이겼다고 설치고 있어, 건방지게!”

 

 렉스는 다시 전보의 내용을 확인했다. 전보의 내용은 이러했다.

 

 -한 달 이내에 제피리안 왕국의 수도로 관광을 가겠음. 신의 탑 소속 신관 직속 부하, 저승사자 시크릿.-

 

 내용 자체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했고 뭐라 지적할 곳도 없었으며 제라드를 모욕하는 글귀는 단 한 글자도 적혀있지 않았다. 원래 강대한 힘을 가진 세계 권력 기구, 최대 전력인 신관 직속 부하, 초신성이 타국으로 관광이나 통행을 할 때는 헌터 킬러에 그 내용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러면 헌터 킬러에서는 그것을 확인한 뒤 다시 그 내용 그대로 초신성이 관광을 원하는 국가에 내용을 통보한다. 국가에서 막을 권리는 없었다. 막을 힘이 없으니 당연했다.

 

 그런데… 저 전보의 문제는 내용이 아니라 관광을 가는 곳이었다. 제피리안 왕국이 어디인가! 저승사자가 제피리안 대화재 사건을 일으킨 곳! 그때 제라드를 비롯한 신관 직속 부하들과 신관들이 저 일을 수습하려고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가! 겨우 소문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또 가겠다고? 저승사자가 관광을 가는 것을 막을 권리는 없었다. 물론 얼른 그의 직속 부하인 물의 신관에게 보고를 드리면 그가 명령으로 가지 말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문제는 그러려면 갖춰야 할 형식적인 서류들이 장난 아니기에 그 명령이 도착할 때 쯤 저승사자는 관광을 마치고도 남으리라.

 

 게다가 제피리안 왕국과 세계 5대 권력 기구들 사이의 협약으로 저승사자가 다시 제피리안 왕국으로 올 시 신관 직속 부하나 그에 준하는 실력자를 무조건 보내기로 협의되어 있었다. 그러나 제국의 수호신은 쓰러져 있으며 염랑은 잠깐 나타났다 싶더니 또 행방불명, 성녀는 성황청에서 어지간하면 벗어나지 않는 인물이니… 마왕이 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오냐! 그래, 한 번 죽어보겠다 이거지! 그 망할 새끼!”

 

 “…진정하십시오, 총사님. 굳이 총사님께서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리저리 날뛰기 일보 직전의 마왕에게 렉스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고 마왕은 그게 무슨 뚱딴지 같은 개소리냐는 표정을 지으며 렉스를 바라보았다. 렉스는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말했다.

 

 “제가 가겠습니다. 협약에는 신관 직속 부하나 혹은 그에 준하는 실력자라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제가 가는 것이 맞죠.”

 

 “하지만 렉스. 너는 명성이 부족하다. 납득하지 않을 거야. 내가 가야만…”

 

 “제가 가겠습니다.”

 

 렉스가 감히 마왕의 말을 끊고 말했다. 다른 놈 같으면 바로 몇 대는 얻어맞을 행동이었지만… 마왕은 가만히 렉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없었다. 렉스가 저승사자를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마왕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마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 절대 그 녀석 못 이긴다. 그거 죽을 각오하고 가야하는 거야. 그래도 갈 거냐? 상대는 저승사자라고.”

 

 “그래도 정의가 불의에 꺾이는 것은… 저는 더 이상 못 봅니다.”

 

 “죽더라도?”

 

 “예. 차라리 그게 낫겠죠.”

 

 그의 말에 결국 제라드는 고개를 끄덕인 뒤 입을 열었다.

 

 “가라. 대신 안 되겠다 싶으면 무조건 도망쳐라. 저승사자라고 할 지라도 네 다리는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알았나.”

 

 “예, 총사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렉스가 보기 드물게 환하게 웃으며 그에게 거수경례를 한 뒤 제라드의 방을 나갔다. 다시 혼자 남은 제라드는 한숨을 내쉬며 입에 담배를 문 뒤 불을 피웠다. 뿌연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라가고… 그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하다고만 하고… 그렇게 하겠다고는 하지 않는군… 정의의 신, 아몬이시여. 렉스는 당신의 정의를 가장 성실히 실천하는 소년이옵니다. 부디 그대 렉스를 지켜주시길.”

 
작가의 말
 

 에피소드 3: 역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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