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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나는 내일 죽기로 했다
작가 : 육일육씨
작품등록일 : 2017.12.9

....더 자고싶다..

 
외부인
작성일 : 18-01-18 04:13     조회 : 249     추천 : 0     분량 :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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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차가운 내 손에 쥐어 있는 핸드폰 고철의 온도도.

 

 시끌벅적한 교실 아이들의 소음과 그들의 숨소리 마저.

 

 변한 게 없다.

 

 "차렷,경례"

 

 '덜컥'

 

 내 의자가 뒤로 넘어졌다.

 

 태양은 언제나 처럼 땅을 따뜻한 손길로 어루어만졌고.

 

 달리는 사이의 바람은 날 막기라도 하듯이 내몸에 부딪혔다.

 

 나는 학교를 나와 무작정 뛰었다.

 

 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니 반복되는지도 모르는 다른 일상을 느끼기 위해.

 

 누군가는 이것이 거짓이라고 말해주길 바라며 달렸다.

 

 아니, 도망쳤다.

 일상으로부터.

 

 "너 수업시간 아니니? 뭐 놓고갔어?"

 

 두 차례에 걸쳐 엄마에게 전화를 거는데 성공했다.

 

 "엄마 어디에요. 다 이상해. 선생님도 친구들도. 월요일이 자꾸 반복된다고."

 

 "이상한소리 할 거면 나중에 얘기해. 엄마 회의중이야. 끊을게 아들."

 

 "엄마!"

 

 '뚜우욱'

 

 통화 종료음이 이토록 사람에게 단절감을 주는 소리였는지도 몰랐다.

 

 '가족애'같은게 없는걸까, 어떻게 부모라는 존재가 내 말을 바로 믿어주지 않는지.

 

 그럼 난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 몰라 가슴이 답답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흘렀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내내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이런 상황에나 아빠를 찾는 내가 미안하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길어지는 초조한 신호음 사이 내 마음은 이기적이게도 미움으로 바뀌어 버렸다.

 

 포기하지않고 다시 걸었을때 핸드폰 너머로 '여보세요'라는 말이 아닌, 핸드폰 속의 부재중을 알리는 문자와 진동만 내게 와주었다.

 

 외로움과 좌절감만이 조롱이라도 하듯 나를 감싸주었다.

 

 어디에도 전화 할 곳이 없었다.

 

 대낮에 교복을 입고 공원 벤치에서 울고 있는 내 모습을 주변 사람들은 무어라 생각했을지 알고싶지않다.

 

 분명, 이상한 놈이라거나 어느 학교인지, 요새 애들은 저렇다라던지.

 

 그렇게 혼자 한참을 소리 없이 '끅끅'거리며 울고 나서야 진정이 됐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날은 덥지만 여름이라 부르기에는 애매한 그런 날씨의 바람이 내 눈가를 닦아주었다.

 

 바람에 마르는 눈가는 부드러움보단 따갑기만했지만.

 

 월요일. 아니, 오늘은 무슨 요일일까.

 

 어쨋든 처음 느껴보는 기분이였다.

 

 매일 쳇바퀴 굴리듯 누군가에 의해 조종 당하는듯한 일상이였다.

 

 바다에 떠다니는 누군가에 의해 버려진 플라스틱 병처럼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채.

 

 그저 밀물과 썰물의 일상 사이에 스며들어 반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전의 공원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며, 조용하지만 우직하게 먹이를 찾는 개미떼들, 심지어 지나가는 차들의 엔진소리까지 무언가 날 위로하는 기분이였다.

 

 개미들은 집을 지키는 개미와 먹이를 찾는 개미들이 나뉘어져있다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그럼 집을 지키는 개미들은 영영 자신들이 지키고 있는게 무엇인지 볼 수 없는걸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멍하니 움직이는 모든걸 지켜봤다.

 

 내 옆에 그 할아버지가 앉아 있는 것도 모른채.

 

 "젊은놈이 교복입고 다 산 표정으로 있으면 쓰나"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몰랐다.

 

 금방이라도 찢어질 것 같던 마음이 좀 안정되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노인네의 오지랖인가 생각했다.

 

 "아니에요."

 

 "아니긴 내 손주같은 녀석이. 학교 안 간거 부모님은 아시냐"

 

 갑자기 와서 뭐지. 요즘 노인네들은 자기가 말 거는 게 민폐란 것도 모르는가 싶다.

 

 "조퇴 했어요"

 

 "조퇴는 얼어죽을. 죽어도 학교에서 죽는거여 이놈아"

 

 "뭘 안다고 그러세요. 가던길 가세요."

 

 "내 손주 같아서 그래. 내 아들놈이 멀쩡했으면 손주 나이도 너만했을텐데, 쩝."

 

 "내가 미친놈 같아요? 매일이 반복된다 하면 미쳐보이냐고요"

 

 나도 모르게 처음 보는 노인에게 짜증을냈다. 이런거 보면 동방예의지국이고 뭐고 다 옛날 얘기인가 싶다.

 

 어차피 어디에 말해도 안 믿을거 모르는 사람에게라도 털어놓고 싶던 게 아닐까 싶기도하다.

 

 계속해서 혼자 얘기를 했다. 오늘이 며칠인지도 모르겠다던지, 자고 눈을 뜨면 계속 학교에 있는 일상이 연속적으로 일어난다던지, 친구는 없고 가족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던지.

 

 처음엔 나를 무리에서 일탈이라도 한 철새마냥 보시던 할아버지는 잠자코 내 얘기를 들어주더니 침묵과 이해속에서 눈물을 흘리셨다.

 

 그리고 '기현아..'라는 이름을 중얼거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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