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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은혈록
작가 : 실라인
작품등록일 : 2017.12.14

비일상적인 일 없이 평온한 나날을 보내는 게 나의 작은 소망이다.
그래. 내 일상은 그 누구도 부수지 못 한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큰 금액이었다.

어느 날. 평번하던 소년의 인생이 뒤바뀌어 버렸다.
세계의 그림자. 그 속에서 새로운 이레귤러가 된 소년은 오늘도 살아남기 위해 싸운다.

 
48. 적의 품 안에서(2)
작성일 : 18-01-18 03:08     조회 : 284     추천 : 0     분량 : 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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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쾅! 쾅! 쾅!

 나는 나를 가두고 있는 이 방의 한쪽 벽을 수도 없이 내려쳤다.

 때로는 레이크로 베어도 보고, 다운 레이도 사용해 봤지만 벽은 금이 가기는커녕 미동도 하지도 않았다. 내 힘이 부족해서인지, 이 방에 특수한 장치가 되어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발버둥 쳐도 무의미하다 생각한 나는 갑옷을 해제하고 침대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하….”

 기분이 더러웠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이후 이토록 무력감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영혼이 탈곡되는 느낌이다. 한 번 죽음을 각오해서 인지 앞으로 내가 뭘 당하게 될지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다. 다만 풀리지 않는, 주체 할 수 없는 이 울분을 풀지 못 하고 안고 가야 한다는 것이 나를 끝없이 절망시키고 있다.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나는 꽉 쥔 주먹을 천천히 풀었다. 더 이상 체력을 낭비하는 건 악수 중의 악수다.

 나는 주머니를 뒤적여 전파가 닿지 않는 스마트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2시 34분. 나를 포함한 모두가 산에서 사라졌다는 걸 눈치 채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그럼 한소윤에게도 소식이 전해질 지도 모르고, 협회에 연락이 닿아 나를 구출하기 위한 별동대가 꾸려졌을 지도 모른다.

 그런 혹시 모를 구원의 손길이 뻗어올 가능성이 있는 이상 힘을 아껴놓아야 한다.

 중요할 때에 비실비실하면 안 되지.

 꼬르륵.

 마음에 여유를 두기로 해서일까, 몸이 제일 먼저 반응해버렸다. 이럴 때에도 배가 고프다고 아우성치는 내 모습에 죄악감이 차올랐다.

 사람의 죽음을 목도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자라나는 자기혐오에 나는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았다. 협회에서 배운 명상으로 감정을 가라앉힐 셈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스스로의 목을 조를 거 같으니까.

 하지만 각오하고 정신을 집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명상을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눈을 감고 있는 내게 인용이를 죽인 장본인인 주세희가 조용히 제안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가고 싶으면 풀어줄게. 대신 나한테 협조해줘.”

 “…….”

 어딜 봐도 수상쩍은 제의. 나는 답변을 하지 않고 그거 두 눈으로 주세희를 노려봤다. 무슨 꿍꿍인지는 몰라도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의도를 담아서.

 그에 주세희는 당연하다는 듯 씁쓸하게 웃으며 유리창 너머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 내 앞에 힘없이 앉아 고해 성사 하듯 내게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난 말이야. 백윤현님의 눈에 비치기 위해선 무엇이든 할 수 있어.”

 그렇게 운을 뗀 주세희는 무심한 내 눈을 보고 잠시 침묵하더니 궁금하지도 않던 의문을 풀어나갔다.

 “너를 이곳으로 끌고 온 것도 전부. 백윤현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어. 너만 데리고 오면, 분명 나도 권승택처럼 신뢰 받을 줄 알았어. 너는 백윤현님에게 과도할 만큼 관심을 받고 있으니까. 작은 조각이라도 나눠 받을 줄 알았어. 쓸모없는 나를 구해준 백윤현님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총애를 받고 싶었는데…. 그런데. 후후훗….”

 말꼬리를 늘리며 허탈하게 웃는 주세희는 마치 우는 듯이 보였다.

 “아까 봤어? 널 데려온 나보다, 고작 화면을 연결시킨 잡무원에게 더 관심을 주시는 그분의 모습을. 권승택의 말이 맞았어. 나는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거야. 골치 덩어리인 은장도를 잠시 보관하고 있는 뿐인 충성심 높은 장식장.”

 화장이 번지는 것도 신경 쓰지 않을 정도로 강하게 눈가를 손으로 훑은 주세희는 무언가를 결심하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알고 있어. 그런 분이라서 내가 이렇게 깊이 빠졌다는 걸. 하지만 더 이상 멈출 수 없어. 나는 그분의 관심을 원해. 이 방법밖에 남지 않았어. 널 탈출 시킬 거야. 그러니까 협력해줘.”

 그렇게 다시 한 번 제안하는 주세희를 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 할 수밖에 없었다.

 ‘미친 사람이네 이거.’

 어떻게 하면 저런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건지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싶었다. 한 사람을 향한 애정이 이렇게 삐뚤어질 수 있다는 게 놀랍기도 했지만, 그걸 또 그대로 분출하려 하다니.

 나는 입을 오물거리다 닫았다. 괜히 말을 섞기는 싫었다.

 이게 분명 기회라는 건 안다. 적의 내분을 이용하지 않는다면 그보다 더 어리석은 판단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싫다. 저 여자는 자신의 욕망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인용이를 죽인 싸이코패스니까. 위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그런 사람과 손을 잡을 정도로 나는 속이 넓지 못 했다.

 지금도 계속 스스로를 어리석다 비웃고, 감정에 휘둘리는 멍청이라 욕하고 있지만 꺾을 수 없었다.

 정신 나간 사람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다보면 손해 보는 건 이쪽이라며 합리화를 하고, 애초에 함정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다며 신중함의 베일로 자신을 가렸다.

 침묵을 지키고 있는 나를 보며 주세희는 설득을 포기한 건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이것만은 알아둬. 이미 여기 위치를 협회에 전해뒀으니까 네 동료들은 백윤현님 보다 더 빠르게 이곳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권승택은 강해. 백윤현님이 오실 때까지 충분히 그들을 막아내겠지. 시도해봤다시피 너 혼자 여기서 빠져나가는 건 불가능 해. 그렇게 백윤현님이 도착하면 모든 게 끝이야. 널 구하기 위해 달려온 협회원들 모두 죽을 게 분명해.”

 그렇게 말하고 문가로 다가간 주세희는 마지막으로 내게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방을 나섰다.

 “협회가 도착하면 다시 올 테니까. 그 때까지 잘 생각해둬.”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명상하던 걸 집어치우고 침대에 걸터 누웠다.

 “하아.”

 큰 소리가 날 정도로 깊은 한숨을 쉰 나는 손을 머리께로 들어 올려 괜히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이대로 모노폴라이즈에 끌려가는 것보다, 적은 가능성에라도 자신을 걸어 훗날을 도모하는 게 맞다. 살아가다 보면 분명 인용이를 죽인 주세희나, 죽음을 모욕한 권승택 등에게 복수할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자력으로 탈출할 방법을 찾자.’

 나는 먼저 방도를 궁리하기로 했다. 협회원이 올 것이라는 주세희의 말은 거짓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그 기회를 허투루 날릴 수는 없다. 그녀의 손을 잡는 문제는 스스로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나는 흥분으로 가득했던 아까의 내가 놓쳤을 지도 모르는 틈을 찾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다시 한 번 방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

 

 

 

 “이러는 수밖에 없어. 나는….”

 주세희는 혼자 끝없이 중얼거리며 원격으로 조종하고 있던 경비의 세뇌를 풀었다. 자신이 왔다 갔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 할 것이다.

 권승택이 사용하던 트레이닝 룸을 급조해 만든 우리라서 다행이었다. CCTV 같은 감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면 곤혹을 치렀을 게 분명하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그 분은 바라봐주지 않을 거니까.”

 지금 하려는 일이 백윤현을 배신하는 짓이라는 건 주세희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도 이러기는 싫었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어 백윤현으로 하여금 자신을 눈독들이게 만들고 싶었지만 이게 한계였다. 더 이상 잘할 자신이 없었다.

 로트에 담긴 비밀도 충격적이었다. 은장도답지 않게 힘을 직접 사용하지 않아도 기묘한 탈력감이 찾아온다는 게 의아했는데, 설마 수명을 갉아먹고 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제일 충격적인 건.

 “권승택의 입을 통해 듣기는 싫었어.”

 실험을 집도했던 건 백윤현이었다. 자신에게 로트의 위험성을 전해줄 기회는 수없이 많았을 텐데, 그는 그러지 않았다.

 ‘내가 거부할 거라 판단해서? 공황에 빠져 사고를 칠지도 몰라서? 아니면…. 장식장에게 그런 말은 필요 없으니까?’

 로트의 주박에 얽혀 수명이 깎여나가는 것 정도는 전혀 무섭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경고도 안 해줄 정도로 백윤현이 처음부터 자신에게 무관심했었다는 사실은 서러울 만큼 무서웠다.

 “반드시 돌아보게 만들 거야.”

 왜곡된 연심이 만든 흉흉한 안광을 빛내며, 주세희는 송하진을 탈출시키기 위한 계획을 그려나갔다.

 
작가의 말
 

 무관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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